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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에구 님의 서재입니다.

천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無明에구
작품등록일 :
2013.06.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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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0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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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천군2부

DUMMY

"글쎄 종교의 순기능도 있긴 있는데 적당한 조절이 필요하겠지. 자네 말대로 종교는 순수한 종교로 남는 것이 가장 좋은데. 진리탐구가 바로 종교의 목적이 아닌가 싶어. 하지만 그건 또 종교 속성과 모순되는데. 머리 아프군. 최소한 종교와 정치는 절대로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는 거지 뭐."

"저도 그 점에서는 동감입니다만."

"되었네. 그만 하지. 이번에 귀항하게 되면 정기 선박 검사가 있는 거 알지 ? 특히 기관부에 특별검사가 예정되어 있으니 잘 준비하도록 하게. 선주도 신경이 부쩍 쓰이는 눈치야. 출항 전에 신신당부를 하더군."

끝이 없는 논쟁이 이어질 것 같아, 선장은 기관장이 뭔가 말을 하려고 입을 열자, 중간에서 자르고 화제를 돌렸다. 모든 상선이나 여객선은 이년 마다 정기검사를 받아야 했고 5년마다 특별검사를 받아야 했는데 만상호는 두 번째 특별검사 기간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특별검사에서 불합격되면 그 선박은 운행이 중단되고, 선체 구조에 심각한 결함이 발견되면 대부분 폐선조치 되었다. 만상호는 증기선으로 건조된 지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점점 노후화 되고 있었다. 선저나 측면 선체의 부식도가 심해서 대대적인 수리를 필요로 했고, 기관역시 마찬가지 였다. 선주는 이번에 귀항하면 새롭게 개발된 부식 방지용 강력 도료를 선체 전체에 칠할 생각이라고 했다.

"최선을 다해겠지만, 이번 검사는 좀 힘들 것 같습니다. 12개 있는 실린더 중에 3개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고 있고, 사용된 철판도 염분에 너무 약합니다."

"영영1호는 전투까지 치르면서도 15년을 운행했는데, 우리라고 못 할 것 없지 않나 ?"

"영영1호는 천인들이 만든 것이고 만상호는 제국민이 만든 것 아닙니까 ? 비교할 것을 비교해야죠. 지금 건조되는 것들은 그나마 강판재질이 좋아서 20년은 너끈하다고 하던데. 사장에게 건의 한번 하시죠. 모두들 회사 지분을 보유하는 있는데 그 정도는 가능한 것 아닙니까 ?"

대한제국의 상법에 모든 민간회사는 공유개념을 적용하게끔 되어 있어서 구성원 모두가 주인이고 종업원이었다. 일년 회계가 끝나면 이익금의 2할은 세금으로 징수되고, 제후 이익 8할은 구성원들에게 적절히 분배되었다. 통상적으로 사장을 비롯한 이사회는 인사권과 경영권을 가지고 있지만, 구성원 역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이사회 불신임권을 가지고 있었고, 기관장은 지금 선장에게 경영상의 조언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제 7 장 겨울은 춥고 지리했다.


단기 3958년(1625) 초겨울 프라하

프라하를 거점으로, 보헤미아인들의 지도자로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던 한스는 자신의 부관 네로와 함께 프라하를 떠나는 스웨덴 군을 배웅하기 위해 말에 올랐다. 구스타프는 여름에 있었던 공의회의 권고 사항을 받아들여 스웨덴 군대를 발틱해 연안으로 철수하는 것을 결정하게 된다. 일보 전진을 위한 이보 후퇴라고 생각하는 구스타프와는 상황이 다른 한스는 스웨덴 군의 철군이 불안하기만 했다.

"정녕 가시는 것 입니까 ?"

어떻게든 스웨덴의 철군을 막고 보헤미안 지역을 발렌슈타인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한스는 공연한 것인 줄 알면서도 다시금 구스타프에게 확인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네.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 많은 신구교가 연합을 했는데 그들과 싸울 도리가 없는 것 아닌가 ? 작센공이 한스 장군을 도와준다고 약조했고, 신성로마제국 황제도 그대들에게 얼마간의 자치를 허용한다고 했으니 너무 걱정 말게. 그리고 난 스웨덴으로 돌아가지만, 군대는 뤼베크와 주변에 그대로 놓아 둘거야. 프라하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도울 수 있도록 하겠네."

"발렌슈타인 공작은 폐하께서 프라하를 떠나면 바로 프라하를 공격할 것입니다. 폐하의 길목을 가로막고도 남을 위인입니다. 보헤미아인으로는 발렌슈타인 공작의 용병들을 막아낼 수 없습니다. 어찌 걱정이 되지 않겠습니까 ? "

한스는 고개를 떨어뜨리며 한숨을 푹푹 내뿜었다. 또다시 광란의 보복전이 보헤미안지역에 벌어지면 보헤미안인들의 전멸을 각오해야만 했다.

"아무리 발렌슈타인이라도 황제의 명을 거역하지는 못 할 거야. 정 걱정이 되면 우리와 함께 움직이는 것이 좋을 텐데. 여전히 생각을 바꿀 마음이 없나 ?"

공의회가 보헤미아인들의 자치를 수용한 것은 구교도와 일부 신교도들을 말한 것이지 한스 같은 후스파 신교도들을 말한 것은 아니었다. 이점을 잘 알고 있는 구스타프는 차마 그 일을 한스에게 말하지는 못하고, 궁여지책으로 자신과 함께 뤼베크로 가자는 제의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한스는 그런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다. 보헤미안 내란 중에 수만 명의 사람이 발렌슈타인 용병대의 창칼에 죽어나갔고 그 수 만큼의 사람들이 유럽 각지로 흩어졌다. 이제 그들마저 땅을 버리고 떠나면 이 지역은 발렌슈타인에게 완벽하게 넘어가는 꼴이 될 것이 분명했다. 한스로서는 죽더라도 이곳에서 죽어야만 후손들에게 면목이 섰다.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전멸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곳을 지키겠습니다. 그래야 후손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지 않겠습니까 ? 폐하께서 남겨주신 아돌프 소총이라면 쉽게 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해방군으로 들어왔다 도망가는 자신을 비난하기는커녕 이렇게 배웅까지 해주는 한스가 고마울 따름이었지만, 구스타프는 프라하를 다시 온다는 장담을 할 수 없었다. 그가 유럽에 들어와서 가장 마음에 들어 하던 한스 장군을 사지에 남겨놓고 떠나야 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구스타프는 아돌프 소총 200정을 한스에게 넘겨주기는 했지만 발렌슈타인 군대를 막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럼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발렌슈타인을 항상 경계하십시오."

"알았네. 잘 가게"

프라하에서 대략 2킬로미터를 배웅 나온 한스를 비롯한 보헤미안 기병대가 구스타프 진영에서 멀어져 갔다. 물끄러미 멀어져 가는 기병대를 바라보던 구스타프는 초겨울 대륙성 혹한이 몰려오기 전에 발틱해 항구로 돌아가기 위해 서둘러 부대를 이동시켰다.

"비록 이렇게 철군을 하지만 아주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냐. 하지만 십자군에 낄 방도를 찾아봐야 하는데. 무슨 수를 쓰더라도 합류해야 되는데..."

라히프치이 근처를 지나가는 스웨덴 군대는 베를린이 가까워지자, 발렌슈타인의 영역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과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설렘으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긴 구스타프는 앞으로의 일을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습니다 폐하. 한자동맹 소속 항구 도시들이 스웨덴에 충성을 맹세하고 신성로마제국에서도 그것을 묵인했으니, 대륙으로의 교두보를 확보한 것만으로도 큰 수확입니다. 루이 13세에게 손을 좀 쓰면 십자군 원정에 참여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한제국이 걸립니다. 터키와 대한제국은 동맹국 아닙니까 ?"

카를스타드 재상이 상기시켜 주지 않아도, 대한제국의 중압감은 항상 그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게 손에 넣기를 원했던 러시아와 폴란드 대부분을 너무도 손쉽게 점령해 버린 곳이 대한제국 이었다.

"대한 제국. 유럽전체가 힘을 합쳐도 이기기 힘든 나라가 대한제국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더군. 우리 스웨덴이 언제쯤이면 그렇게 강해질 수 있을지… 휴"

구스타프는 대한제국을 생각하자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위험하고 멀리 하기엔 더욱더 위험한 나라가 대한제국 이었다. 지금은 동맹을 맺고 있지만 언제 깨질지 아무도 몰랐다.

"이자벨 공주님을 대한제국 황제에게 시집보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

"이자벨을 ?"

전혀 생각하지 못한 제안에 구스타프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래.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 그런 좋은 방법이 있었군. 하지만 대한 제국 황제는 이미 황후가 있지 않는가 ? 하긴 그래도 괜찮지. 스웨덴으로 돌아가면 재상이 한번 이 일을 은밀히 추진하도록 하게. 하하하"

재상의 기발한 제의에 가슴이 시원해진 구스타프가 모처럼 기분 좋게 웃음보를 터트렸다. 지금껏 유럽 각국의 왕들은 공주는 다른 나라 왕자나 국왕에게 아니면 유력한 가문의 장자에게 시집가서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게 그 존재 이유가 이었다. 그럼에도 구스타프가 대한제국과 혼인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막연하게 마음 저편에 깔려있는 동양인에 대한 우월감 때문이었다.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유럽인들은 아시아인들과 남미 유럽 원주민들을 동일시하고 있었고, 말하는 원숭이쯤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발렌슈타인은 구스타프가 프라하를 떠났다는 소식이 들어오자마자 모든 병력을 뤼첸으로 집결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그는 황제의 특명을 무시하고 구스타프를 공격하려고 하고 있었다. 자신의 영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빠져나가는 구스타프를 조용히 보낼 수는 없었다. 그를 고이 보내면 발렌슈타인은 재정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용병들과 함께 모집 된 그의 군대에게 지급된 비용은 누군가가 대신 만들어줘야 했고, 그 누군가는 작센공과 구스타프 그리고 보헤미아인들이 되어야 했다. 이미 제국내의 모든 병력을 지휘할 권한을 확보한 그에게 황제의 특명은 명령으로서의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발렌슈타인은 구스타프보다 한발 앞서 요한 장군의 흑기사단과 페르난데가 이끄는 용병기병대를 뤼첸에 모아놓고 크리스티안 폰 일로 장군이 이끄는 보병사단과 케플러와 함께 움직이는 포병연대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캐플러가 라이프치이에서 개량된 야포로 무장한 포병연대와 발렌슈타인이 합류할 무렵 구스타프의 선발대가 그들의 정면에 나타났다. 자신의 길목을 발렌슈타인이 막고 있다는 소식은 긴 행군에 지쳐있던 스웨덴군을 곤혼스럽게 만들었다.

"기병만 삼만 명은 되어 보인다는 거냐 ?"

"그렇습니다. 폐하"

"발렌슈타인 공작이 페르디난트 황제의 명령을 무시할 만큼 컸단 말인가 !"

구스타프가 생각하기에 이번 일은 황제가 개입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황제는 공의회의 결정을 파기할 만한 일을 벌일 위인이 못 되었다. 그는 자신의 군대가 신성로마제국 영토에서 철군한다는 자체만으로도 기뻐할 사람이었다. 설사 황제가 자신을 공격할 마음이 있었더라도 수십명의 선거후, 선제후들의 동의를 얻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모든 상황으로 판단하면 이번 일은 발렌슈타인이 독자적으로 벌인 일임이 확실하고, 프라하도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많았다.

"폐하. 다른 길로 돌아가시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이번 싸움은 이겨도 우리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습니다. 만약 패한다면 더욱 큰일이고 말입니다."

토르스덴손은 뤼첸으로 가지말로 드레스덴으로 방향을 바꿔 베를린으로 향하길 바랐다. 그의 말대로 이미 끝난 싸움을 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모든 것이 스웨덴에게 여의치 않았다. 뤼첸이나 드레스덴이나 북부 지역은 대부분 평원지대로 발렌슈타인의 기병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스웨덴 군을 앞질러 갈 수 있었다.

"포대장님은 한 가지를 간과하셨습니다. 대평원 지대에서 우리가 움직일 곳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빌헬름 2세의 말씀에 저도 동의합니다. 어쩔 수 없이 한바탕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 피할 수 없는 전투라면 일단 이겨놓고 보는 것이죠. 나중 일은 나중에 따져 보고 말입니다. 이럴 시간에 좀 더 유리한 위치로 이동하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

전방에 출현한 적을 뚫고 지나가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지휘부의 토론을 묵묵히 듣고 있던 구스타프는 주변 지형도를 펼쳤다. 자신의 군대에게 가장 유리한 곳이 어디인가를 살피는 그는 한참동안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 흔한 숲조차 모두 농지도 개간 되어서 드문 드문 작은 숲들이 주변에 있을 뿐이었고, 포병대를 배치할 만한 언덕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드레스덴 주변에 아주 훌륭한 지형을 발견하고는 얼굴의 표정이 밝아졌다.

"드레스덴으로 방향을 바꾼다. 대열 전방에 포대를 배치하고 후미는 빌헬름경이 맞도록 하시오 ?"

"폐하 ?"

모두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구스타프를 바라보았다. 공격진형을 갖추라는 명령이 있어야 했지만 그 반대의 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이었다.

"싸움은 유리한 곳에서 해야 이길 확률이 큰데, 이곳은 너무 불리하다. 더군다나 명당자리를 다 잡아놓고 기다리는 놈들에게 내 목을 들이 밀수는 없지. 발렌슈타인이 정 싸우겠다면 장소는 우리가 정한다. 추격을 해오지 않으면 더 좋고. 지금 즉시 최고 속도로 이곳까지 이동한다. 기병대는 맨 나중에 천천히 뒤따라 오도록"

당대 유럽 최고의 전략가이자 전술가로 평가 받는 구스타프의 설명에 제장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구스타프의 예상대로 된다면 최악의 상황이 최상의 상황으로 바뀔 수 있었다.


"구스타프가 방향을 바꿨습니다. 아무래도 피해갈 모양입니다."

요한 장군은 주변에 흩어져 있는 흑기사, 기병 정찰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정리해서 발렌슈타인에게 보고를 올렸다. 아담 트로츠카 연대의 주 활동무대가 이곳인 점을 감안하여 그의 연대 전부가 정찰임무에 투입되어 있었다.

"일로 장군은 언제쯤 도착한다 하던가 ?"

"이틀은 더 기다려야 합니다. 메르세부르그를 통과하고 있다는 전갈이 있었습니다."

발렌슈타인은 모든 계획이 조금씩 어그러지자 불안감 마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의 예측대로라면 구스타프는 뤼첸으로 들어와 자신과 한바탕 격전을 해야 했다. 평원에서 보병을 이끌고 기병대의 추격을 뿌리친다는 것은 거의 가능성이 없었다.

"일로 장군이 올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다. 일로 장군에게 행군속도를 높여 가능한 빨리 우리 뒤를 따르라는 전령을 보내라 그리고 페르난데는 즉시 적을 추격한다. 요한장군은 적의 예상 진로를 막아라. 구스타프가 다른 길을 잡을 생각이라면 리에사나 마이센에서 다시 한번 방향을 틀 거다."

뤼첸에 모여 있던 기병대 병력이 먼지를 휘날리며 흩어졌다. 포병연대와 발렌슈타인이 가장 늦게 뤼첸을 떠나자 삼만여명의 군대로 북적대던 주변이 조용해졌다. 구스타프가 최고 속도로 움직였지만 체 하루가 지나지 않아 페르난도의 기병대에 의해 뒷덜미를 물리게 되었다. 리에사까지 움직이려던 당초 계획을 변경한 구스타프는 오차츠 부근에서 행군을 멈춰야만 했다.

"주변에 제법 높은 산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토르드덴손은 평원지대에서는 보기 드물게 해발 315미터를 자랑하는 산을 바라보며 약간 안심이 되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포대는 평지보다 높은 곳이 제격이었다. 발렌슈타인이 이렇게 빨리 뒤쫓아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구스타프는 서둘러 유리한 지역을 선점하기 위해 병력을 산개 시켰다. 적보다 유리한 거라고는 위치 밖에 없었던 구스타프는 적의 공격을 저지시키고 바로 역공으로 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차츠 부근에서 스웨덴군의 발목을 붙잡는데 성공한 발렌슈타인은 빈에서 온 손님 때문에 구스타프를 공격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있었다. 적이 방어선을 구축하기 전에 공격했어야 했지만 칼 폰 하라흐는 구스타프를 그냥 보내라는 황제를 칙령을 내세워 더 이상의 전투를 하지 말 것을 종용하고 나섰다.

"총사령관. 그만 하시오. 황제께서는 지금 그대의 군대를 터키로 보내고 싶어 하시오."

"안됩니다. 거의 다 잡은 쥐입니다. 시작한 일은 끝을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 그 다음에 겁을 상실한 이교도놈들을 혼내주겠습니다."

"황제의 명령을 거역하겠다는 건가 ? 황제는 자네를 총사령관직에서 해임시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네. 지금도 각 제후들이 자네의 해임을 건의하고 있어. 당연한 일이지만 제국을 위협하는 세력이 사라졌는데 어떤 제후가 자네에게 힘이 집중되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 그건 황제 속마음도 마찬가지일거야. 괜한 고집 부리지 말고 이쯤에서 물러나게. 바티칸에서도 이번 일을 주시하고 있네. 자네와 구스타프를 중재하기 위해 사절단이 빈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듣고 빈을 떠났으니 지금쯤이면 빈에서 이곳으로 오고 있을 거야."

구스타프라는 걸출한 인물이 지휘하는 스웨덴이라는 위협적인 적이 사라진다면 발렌슈타인의 입지는 그만큼 약해질 것은 자명했다. 그래서 발렌슈타인은 이번 싸움을 꼭 해야만 했고 이겨야만 했다. 그렇다고 구스타프를 제거해서는 안 되었다. 발렌슈타인은 단지 구스타프로부터 발틱 연안이나 대서양에 있는 항구 하나 정도는 얻어내야 했고 얼마간의 배상금과 프라하에 대한 확실한 권리를 받아내야 했다. 구스타프는 발렌슈타인에게는 아직까지 필요한 존재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전투가 중요한 것입니다. 이번 한번만 도와주십시오. 이미 모든 것은 끝이 났습니다. 기다리시기만 하면 됩니다. 바타칸이 이번 일에 개입하기 전에 일은 끝나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장인어른을 뵙지 못한 것으로 하겠습니다. 장인어른은 어제가 아니라 모레 이곳에 오신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

하라흐는 총사령관이자 자신의 사위인 발렌슈타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 도통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총사령관이 그토록 자신만만하게 이야기 하니 마음이 약간 움직이기는 했다. 제국의 영토를 유린한 침략군을 그냥 보낸다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긴 했다. 하라흐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알아챈 발렌슈타인은 하라흐의 마음을 완전히 바꿀 당근을 은근히 제시했다.

"적당한 선에서 끝내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구성될 대서양 함대의 운영을 장인어른께 드리겠습니다."

"대서양 함대라니 ?"

하라흐는 금시초문인 대서양 함대라는 말이 나오자 의문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신성로마 제국의 취약점이 무엇입니까 ? 바로 영국이나 프랑스, 네덜란드처럼 강력한 함대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는 대서양 건너 무역을 통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동안 제국은 비좁은 대륙 안에서 움츠려 들고 있습니다. 이번에 구스타프에게 그걸 받아낼 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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