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에구에구 님의 서재입니다.

천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無明에구
작품등록일 :
2013.06.18 10:38
최근연재일 :
2015.07.22 20:59
연재수 :
153 회
조회수 :
1,182,819
추천수 :
28,361
글자수 :
1,225,279

작성
15.06.07 06:00
조회
4,019
추천
82
글자
17쪽

천군2부

DUMMY

"외람되지만 리슐리외경에게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대한제국은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게 아니라 로리앙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경께서 사람을 보내 그곳에 새로 지었다는 성을 감시하거나 에드몽 주변 사람을 관찰한다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리슐리외는 루이 13세 면전에서 새파랗게 젊은 놈이 자신에게 면박을 주는 듯 한 말을 거리낌 없이 해대자 심기가 불편해 지기 시작했다. 그에 반해 루이 13세는 마자랭이란 젊은이에게 대해 호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리슐리외경은 지금 당장 마자랭 특사께서 언급하신 대로 시행하고 보고를 올리도록 하시오. 아니 그대가 직접 로리앙을 다녀오도록 하시오. 그게 확실하겠어.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니 내일 당장 떠나시오. 만약 특사께서 하신 말씀이 사실이라면 대프랑스의 명예에 먹칠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아니오 ?"

"알겠습니다. 폐하. 소상히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시고. 마자랭 특사님. 어디 그 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들을 한 번 들어봅시다. 그래 무슨 말로 나의 백성들을 현혹시킨다는 것 입니까 ?"

"말씀드리기 송구스럽게도, 그들은 하나님 아래 만민이 평등하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심지어 성하나 황제도 무지랭이 촌놈들과 하등 다를 바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어느 누구에게도 인간을 노예로 부리고 착취하라는 권능을 주지 않았으니, 뼈 빠지게 일하고도 굶주림에 떨어야만 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신부와 귀족이라는 말 자체를 부정하고 농민이 교회의 주인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호기심 가득 찬 목소리에 마자랭이 기억하고 있던 몇 가지를 루이 13세에게 말을 했지만, 루이 13세의 반응은 마자랭의 생각과는 정 반대로 나타났다.

"푸하하. 그런 미친놈들을 보았나. 신부가 예수님의 제자라는 것은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아는 사실이거늘 그리고 태어나기 전부터 하나님의 권능으로 왕과 귀족은 결정되어 진다는 것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거늘 그런 허무맹랑한 말에 속아 넘어가 교회의 권능과 나의 권위에 도전하겠다는 마음이 생긴단 말이요. 하하하. 지금까지 무지랭이 농민들이 반란을 일으켜 한 번이라도 성공한 적이 있소 ? 하나님의 권능을 부여 받은 자의 칼날에 죽어가지 않았냔 말이오. 푸하하하. "

"하지만 폐하 ?"

"되었소. 내 교황청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행하리라. 어머니께서 저와 화해를 하시고 파리로 돌아오신다면 말입니다. 그리고 이번 연합군의 총사령관은 어느 나라에서 맡기로 하였소 ? 누가 맡든 잡음이 일어나기는 마찬가지 일 것 같은데?"

마자랭이 뭔가를 더 말하려고 하자 루이 13세는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화제를 돌렸다. 벌써 두 번씩이나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자 마자랭의 입이 저절로 실룩거렸다.

"교황청에서는 토스카나 대공이 맡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실례가 되는 줄 알지만 이제 좀 쉬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폐하 ?"

"아. 그래요. 그렇게 하시지요. 어디 거쳐 할 곳은 정했습니까 ? "

"고맙게도 리슐리외경께서 저에게는 과분한 거처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그렇습니까 ? 잘 되었습니다. 리슐리외경도 먼 길을 가야 하니 그만 일어납시다. 기회가 닿는다면 프랑스에서 일할 생각이 있으십니까 ?"

엉뚱한 루이 13세의 제안에 마자랭과 리슐리외경의 눈이 동그래졌다. 리슐리외경의 얼굴이 순식간에 경직되었다 원상태로 되돌아 왔다. 루이 13세가 빙그레 웃음지으며 마자랭을 바라보자 마자랭이 당황하여 선뜩 대답을 하지 못하며 어물 거렸다.

"천천히 생각해 보시구려. 리슐리외경은 되도록 빨리 돌아와서 짐을 도와주도록 하시오"

루이 13세가 밀실을 나가자 리슐리외와 마자랭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한참 동안 밀실을 떠나지 못했다. 루이 13세이 남기고 간 말의 여운을 곱씹던 리슐리외는 마자랭을 대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속이 편하지 않았다.


서울 세종로

경복궁 복원공사를 시작한지 만 3년이 지난 올 겨울 근정전이 본 모습을 되찾았다. 세종로와 광화문을 일직선으로 바라보는 근정전에 모처럼 주요 요인들이 모여들었다. 복원 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한 각계각층의 인물들이 삼삼오오 환담을 나누며 근정문을 지나갔다. 신기철 천군부장관의 초대 단군 임명식이 조촐하게 치러지는 근정전 단상에는 금강천황 내외가 앉아 있었고, 근정전 앞에 깔려있는 박석에는 주요 천인단원들과 천군부 장성들이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단군 임명식은 금강천황의 축사를 시작으로 신기철 장관의 단군직 수락 연설로 끝이 났다. 형식적으로 금강천황의 임명을 받아 단군직에 오른 신기철은 향후 5년동안 단군이라는 천인단과 천군부의 쌍두마차를 통솔하게 되는 명실공히 최고 권좌에서 권력을 행사 할 수 있었다. 5년 후에는 천군부 장관직을 물러남과 동시에 3대 천인단장인 백흥한에게 단군직을 넘겨주어야 했다.

금강천황 자리 앞에 마련된 단상에는 광채에 휩싸인 지혜의 상징, 여의주를 입에 물고 승천하는 용이 양각된 천인단인(印)과 용맹을 상징하는 호랑이가 양각된 천군부인(印)이 좌우에서 호위하듯 서있고 그 중앙에 전설의 동물 봉황 암수 한 쌍이 조각된 단군인(印)이 놓여져 있었다.

"단군 이리로 오시오"

금강천황이 신기철을 가까이 오도록 명하자, 신기철이 금강천황 앞에 무릎을 꿇었다. 옥좌에서 일어난 금강천황이 주위의 부축을 받으며 단군인을 들고 신기철에게 다가가자, 신기철이 두 손을 머리위로 높이 들어 단군인을 받아 가슴에 끌어안았다.

"그만 일어나시오. 부디 대한제국을 만대에 걸쳐 번영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시길 바라오."

"황공하옵니다. 폐하."

단군인을 신기철에게 넘겨주고 금강천황이 근정전 안으로 들어가자, 조정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황공하옵니다'를 외쳤다. 금강천황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신기철은 세개의 인장을 조심스럽게 상자에 각각 넣고 백흥한 천인단장에게는 천인단인을 천군부 최고위원회에게는 천군부인을 나눠주었다. 단기3598년이 근정전에서 행해진 마지막 공식 행사를 끝으로 대한제국의 일년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서울 북대문 근처 수정관

북한산 자락에 내려앉은 수정관이란 음식점에 들어간 신기철과 백흥한 그리고 임기가 불과 6시간 밖에 남지 않은 정현우가 원탁을 중앙에 놓고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연말 연시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 시각이었지만 수정관은 한산하기만 했다. 가끔 음식 시중을 들기 위해 들락거리는 여인들의 치맛자락이 바닥을 끄는 소리만 텅 빈 홀을 채웠다 비우곤 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자 한 잔 하시지요 ?"

"시원섭섭합니다. 신임 단장도 한 잔 하지 ? 앞으로 10년 동안 감옥생활을 해야 할 텐데."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정현우가 백흥한에게 술을 따라주기위해 주전자를 들어 올리자 백흥한이 잔을 두 손으로 들어 올렸다.

"감사합니다. 단장님"

"나야 선배 천인단님들이 추진해 놓은 것을 추스리기만 했으니 별로 힘들지 않았지만 자네는 그렇지 않을 거야. 주변 상황도 많이 바뀌었고 새롭게 해야 할 것들도 많고. 그리고 이건 천인단장에게 물려주도록 되어있는 거네. 업무를 시작하고 나서 열어보도록 하게"

그러면서 정현우는 백흥한 손바닥에 두툼한 열쇠를 하나 올려놓았다. 주석에 은도금을 한 열쇠는 제법 무거워서 백흥한의 손에 잔떨림을 만들었다. 백흥한은 열쇠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정현우는 열쇠만 주고 정작 열쇠로 무엇을 열어야 할지는 말하지 않고 있었다. 신기철이 있어서인지 정현우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전혀 다른 말을 꺼냈다.

"신임이 알아서 하겠지만, 4군에서 엄청난 보급물품을 요청했다고 하더군요. 모스크바에 있는 민정관이 확인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런 엄동설한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어찌할지를 계속 물어오고 있는데 제가 모르는 일을 계획하셨던 가 봅니다 ?"

신기철은 정현우의 말을 듣고는 가슴이 뜨끔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만, 단군 조직이 출범했으니 내년 초에 천인단과 협의해서 재조정 하겠습니다.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위원회에서 조금 무리를 한 듯 합니다. 이미 한단계 완화된 조정 명령이 내려갔습니다."

신기철은 위원회로부터 4군 출동명령에 대한 보고를 받고는 노발대발 한 적이 있었지만 그런 속내를 이들에게 모두 내 보일 수는 없었다.

"그렇습니까 ?"

정현우와 백흥한은 약간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더 깊게 알려고 하지 않았다. 천인단에서 파악하기로, 진군 명령을 받은 4군 지휘부는 위원회의 명령을 어길 수도 없고 이행할 할 수도 없어서 우회적으로 천인단의 힘을 빌어 명령 철회를 요청하고 있었다. 다행히 우회적인 요청이 천군부에 먹혀들어 갔지만 천인단으로써는 썩 기분이 좋은 일이 아니었다.


단기 3959년(1626) 이른 봄 폴란드 남부 로지

4군 사령부 직속 4600 특수여단 전 병력이 새해가 시작되면서 폴란드 각지로 흩어졌다. 4600여단 소속 한 개 팀이 로지에 나타난 것은 아직 대지에는 눈발이 날리는 이른 봄이었다. 사방을 경계하며 번뜩이는 눈빛을 한 이방인들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하얀 색 옷, 하얀색 신발, 장갑, 모자까지 하얀색을 착용한 일단의 무리들이 시에라츠로 통하는 길목에서 멈춰 섰다.

"부팀장. 여기서 헤어진다. 무사귀환."

"무사귀환."

부팀장의 말에 입술을 굳게 닫은 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팀원들에게 손짓을 했다. 팀장은 남서쪽으로 30킬로미터에 있는 바르타강 강변 도시 시에라츠에 작전시간 내에 도착하기 위해 길을 재촉했다. 로지에 도착한 팀은 뻐꾸기 팀이라 불리는 4600여단에서 가장 우수한 팀으로 인정받고 있는 팀이었다. 기지를 가장 먼저 출발한 뻐꾸기 팀이 신성로마제국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바르타강까지 내려와 작전개시를 기다린다는 것은 폴란드 전역에 수천명의 여단 병력이 침투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다음날 30킬로미터를 주파하고 시에라츠에 도착한 팀장과 4명의 대원들은 자신들의 목적지인 시에라츠 외곽에 도착해 밤이 되길 기다렸다. 강변에 있는 도시 시에라츠는 폴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육백년 전에 새워진 작은 요새가 그 기원이 되었다. 오랜 역사에 전혀 어울리지 않은 시에라츠의 조악하고 허술한 모습에 팀장과 대원들은 적잖이 실망하는 눈치였다.

"누워서 떡 먹기 보다 쉽겠습니다."

"누워서 떡 먹어본 적 있나 ?"

"나중에 시간 나면 한 번 먹어보라고, 인절미 같은 거 먹으면 목이 메어서 바로 일어나야 될 걸 ?"

망원경으로 주변을 정찰하며 야간 침투로를 탐색하고 있던 팀장이 농담을 했다. 먼저 말을 꺼낸 대원은 동료들이 킥킥대는 웃음소리에 무안해져 하늘을 바라보았다. 한바탕 눈이 오려는지 하늘은 잔뜩 흐려있었다.

"이번에 귀환하면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그나 저나 눈이 오려나 봅니다."

"그래. 지금 오면 안 되는데. 일 끝나고 나서 오면 몰라도."

팀장은 망원경을 내려놓으며 걱정되는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동"

잠시 쉬던 대원들이 팀장의 명령에 서둘러 짐을 챙기고 자리를 떴다. 어둠이 찾아들기를 기다릴 만한 양지바른 그러면서도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을 빨리 찾아야 했다.


추운 지방은 어디나 그렇듯 대체로 사람들은 화주를 즐겼다. 시에라츠를 경비하는 경비병들 역시 시간이 자정을 넘기자 피워놓은 모닥불로 모여들어 커다란 술병을 돌려가며 한 모금씩 들이켰다. 시에라츠 영주의 특별명령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새벽을 기다리는 자들이 따뜻하게 데워진 술 한잔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챙"

"무슨 소리지 ?"

금속과 성벽이 만들어낸 소리가 들려오자 술병을 입에 대다 말고 볼레스와프가 귀를 쫑긋 세웠다.

"바람 소리겠지. 빨리 마시고 돌리라구 ?"

한참을 귀 기울여도 다른 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동료들이 볼레스와프에게 술병을 돌리라고 성화였다. 바람소리와 모닥불 위, 사슴고기에서 떨어지는 기름 타는 소리가 이따금씩 들려왔다. 경비병들이 사슴고기가 익기를 기다리는 사이, 성벽을 타고 넘은 5명의 검은 그림자들이 영주가 잠들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건물 안으로 빨려 들었다. 숙련된 몸놀림으로 경비병들의 동선을 피해 잠입하는 데 성공한 뻐꾸기들이, 이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조심스레 올라갔다. 벽으로 바짝 붙어 움직이던 대원들은 갑자기 복도 끝에서 불빛이 다가오자 온 몸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뚜벅. 뚜벅"

작지만 또렷하게 들려오는 발소리는 지금 다가오는 자가 성인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긴장감으로 양손에 쥔 총에 힘을 주던 대원들은 문소리가 들리며 불빛이 사라지자 안도의 한숨을 안으로 삼키며 복도로 올라섰다. 2층은 3층으로 이어지는 계단과 연결되어 있었다.

영주가 어디에 있는지 알 리 없는 대원들은 2명을 2층에 남겨두고 나머지는 3층으로 올라갔다. 팀장은 3층에 올라가자 첫 번째 방문 고리를 조심스레 돌렸다. 방안 주인이 잠그지 않았는지 손잡이가 가볍게 돌아갔다. 한 사람은 방문 앞에서 엄호를 하고 팀장과 다른 한 명이 방안으로 조심스레 들어갔다. 방안에는 남자 아이 하나가 새근새근 단잠을 자고 있었다. 어린 아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팀장은 허리춤에서 원통형 마취 가스통을 커내 잠들어 있는 아이의 코에 살짝 뿌렸다. 방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팀장은 조심스레 다음 방으로 옮겼다.

3층에 있는 모든 방을 수색한 대원들이 계단을 내려왔다. 2층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대원들을 바라보며 팀장을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댔다. 불행하게도 3층에는 영주가 잠들어 있지 않았다. 복도 양쪽으로 흩어진 뻐꾸기팀이 2층을 수색하며 영주를 찾기 시작했다.

"딸깍"

3층과 2층을 수색하면서 처음으로 잠겨있는 방문이 나타나자 모두들 긴장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자신들의 목표가 있을 확률이 높았다. 팀장이 눈빛으로 누군가를 부르자 총총걸음으로 다가온 교문학 중사가 허리춤에서 뭔가를 꺼내 열쇠구멍에 조심스레 집어넣고는 주사기로 액체를 흘려보냈다. 강력한 황산이 흘러들자 자물쇠를 이루는 철 조각이 삽시간 스스스 녹아 내렸다.

방안에는 40대 후반의 건장한 남자와 젊은 여자가 나란히 누워 잠에 취해 있었다. 먼저 마취약을 뿌린 팀장이 안쪽 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들고는 얼굴을 대조했다. 작은 손전등으로 얼굴을 훑던 팀장이 뒤에 있는 부하에게 눈짓을 보내자 남자를 일으켜 세웠다. 강력한 마취제의 영향으로 고개가 축 늘어졌다. 언제 꺼냈는지 팀장의 손바닥 위에는 작은 환단이 올려 있었다. 한 남자가 목을 뒤로 젖히고 목 젓을 어루만지며 목구멍을 식도와 일직선으로 개방하자 팀장은 조심스레 입안으로 환단 두 알을 밀어 넣었다.

'꼴깍'

무의식 중에도 환단은 식도의 강력한 연동작용을 받으며 위장을 향해 내려갔다.

"가자. 신속하게 철수한다."

각 방을 돌며 영주의 친척으로 보이는 자들에게 골고루 환약을 나눠준 뻐꾸기들은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나갈 때도 조용히 시에라츠를 빠져 나왔다.

"우리가 왔다는 걸 알겠는데요 ? 문고리를 미처 처리하지 못해서"

"괜찮아. 죽을 놈에게 새 문고리 달아줄 이유도 없고. 악마가 다녀갔다고 생각하던가 ? 한바탕 마녀사냥을 벌이던지 그러겠지."

성 외곽을 벗어나자 조금 여유로워진 뻐꾸기들은 서둘러 귀향 루트를 밟아 나갔다. 영주에게 죽음의 약을 먹여 주려고 오는 데만 한 달 가까이 걸렸으니 갈 때도 그 정도는 족히 걸릴 것 같았다.


크리스티나는 괜시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동창이 밝은 지 두어 시간이 흘렀지만, 남편과 아이들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시끌벅쩍 할 3층이 너무 조용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들 방문을 열어보았지만, 새근 새근 잠들어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깨우지 못하고 있었다. 2층에는 남편이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의 늦잠은 보고 있을 수만 없었다.

"일어나세요."

대여섯번 어깨를 흔들어대고 나서야 남편이 힘겹게 눈을 떴다.

"크리스티나 ?"

"어제 밤에 일찍 주무셨으면서 오늘따라 웬 늦잠이에요 ?"

"응. 머리가 무겁군. 창문 좀 열어 주겠소 ?"

아내의 핀잔을 뒤로 하고 이마를 잔뜩 찡그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네. 어서 일어 나세요"

크리스티나가 창문을 열어젖히자 찬바람이 방안을 한 바퀴 돌더니 침대 위를 지나갔다. 찬바람을 폐부 깊숙이 들이킨 영주는 정신을 차리려 머리를 양손으로 탁탁 쳤다. 그래도 머리가 띵한지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댔다.

"세수 하시고 얼른 내려 오세요. 하인들이 당신 내려오길 기다린지 오래라구요. 오늘은 이상하게 애들도 그렇고 삼촌도 그렇고 다들 늦잠꾸러기가 되었다니까 !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3 천군2부 +45 15.07.22 7,503 103 15쪽
152 천군2부 +4 15.07.22 4,829 72 22쪽
151 천군2부 +3 15.07.20 3,894 74 14쪽
150 천군2부 +1 15.07.20 3,587 76 28쪽
149 천군2부 +2 15.07.17 3,847 82 26쪽
148 천군2부 +2 15.07.16 3,525 83 34쪽
147 천군2부 +2 15.07.16 3,334 89 20쪽
146 천군2부 +3 15.07.14 3,287 73 19쪽
145 천군2부 +2 15.07.14 3,329 72 19쪽
144 천군2부 +4 15.07.13 3,520 83 20쪽
143 천군2부 +6 15.07.11 3,673 97 21쪽
142 천군2부 +2 15.07.10 3,524 91 24쪽
141 천군2부 +2 15.07.09 3,626 100 24쪽
140 천군2부 +5 15.07.08 3,612 101 31쪽
139 천군2부 +1 15.07.07 3,457 93 25쪽
138 천군2부 +2 15.07.07 3,820 85 31쪽
137 천군2부 +2 15.07.06 3,554 80 20쪽
136 천군2부 +3 15.07.02 4,060 92 37쪽
135 천군2부 +2 15.07.01 3,580 92 15쪽
134 천군2부 +2 15.07.01 6,113 87 16쪽
133 천군2부 +2 15.06.23 3,655 97 16쪽
132 천군2부 +3 15.06.22 3,828 86 16쪽
131 천군2부 +2 15.06.19 3,648 108 15쪽
130 천군2부 +2 15.06.18 3,646 90 16쪽
129 천군2부 +8 15.06.17 3,450 102 14쪽
128 천군2부 +3 15.06.17 3,686 76 13쪽
127 천군2부 +6 15.06.10 4,275 81 16쪽
126 천군2부 +2 15.06.10 3,242 79 16쪽
125 천군2부 +2 15.06.10 3,502 80 16쪽
124 천군2부 +3 15.06.09 3,712 111 17쪽
123 천군2부 +3 15.06.08 3,901 98 16쪽
» 천군2부 +2 15.06.07 4,020 82 17쪽
121 천군2부 +1 15.06.06 3,520 79 17쪽
120 천군2부 +4 15.06.05 3,551 84 16쪽
119 천군2부 +2 15.06.04 4,256 82 16쪽
118 천군2부 +3 15.06.03 3,707 103 18쪽
117 천군2부 +4 15.06.02 4,241 99 17쪽
116 천군2부 +3 15.06.01 4,199 105 17쪽
115 천군2부 +4 15.05.29 4,300 98 17쪽
114 천군2부 +2 15.05.29 4,167 100 18쪽
113 천군2부 +5 15.05.28 4,633 131 17쪽
112 천군2부 +4 15.05.27 4,871 124 17쪽
111 천군2부 +3 15.05.22 4,553 93 18쪽
110 천군2부 +2 15.05.21 4,799 113 14쪽
109 천군2부 +5 15.05.20 4,704 112 12쪽
108 천군2부 +3 15.05.18 4,810 118 19쪽
107 천군2부 +3 15.05.10 5,279 117 19쪽
106 천군2부 +3 15.05.09 4,877 144 18쪽
105 천군2부 +3 15.05.08 5,101 104 19쪽
104 천군2부 +4 15.05.07 5,844 120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