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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에구 님의 서재입니다.

천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無明에구
작품등록일 :
2013.06.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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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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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0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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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천군2부

DUMMY

폴란드 바라노성

민스크에서 남동쪽으로 대략 10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바라노에 입성한 사령부는 엄중한 엄호를 받으며 성내로 깊숙이 들어갔다. 바라노 영주가 바르샤바에서 참살 당한 후 새롭게 영주 직을 계승한 신임영주는 김상태 대장을 비롯한 지휘부를 두려움과 호기심 속에서 받아들였다.

"이분이 이번 원정군을 이끌고 있는 김상태 사령관님이십니다. 그리고 이분은 바라노 영주 직을 계승하신 시구르드 영주님 이십니다."

외교부에서 나온 이영환은 통역을 겸하며 두 사람에게 서로를 소개 시켰다. 상호간의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만찬 자리는 모든 것이 의심스럽고 껄끄러웠다. 특히 손님으로 초대된 원정군 일행은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세밀히 확인하며 언행을 아꼈다.

"형님이신 시그문드 전 영주님의 일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그런 변을 당하지만 않았어도, 저희와 오랫동안 번영을 누렸을 것을"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울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조카인 볼그빌드가 너무 어려 이곳을 비울 수 없음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건 그렇고, 사령관님께서는 앞으로의 일을 저에게 말씀해주실수 있으시겠습니까 ? 듣기로는 오드리강을 넘으실 거라 하시던데요 ?"

"어디서 그런 소문을 들으셨는지 모르지만 절대로 아닙니다. 대한제국이 이번에 출병을 한 것은 과거 우크라이나 강제 침탈과 스몰렌스크에서 저지른 만행에 대한 응당한 보답을 받기 위한 것입니다. 오드리강을 넘어 신성로마제국으로 들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대한제국은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입니다. 지그문트처럼 아무 이유 없이 다른 나라를 공격하거나 사람을 죽이는 그런 야만인들이 아니지요. 제 군대가 오드리강을 넘는 경우는 결코 없을 것입니다. 저쪽에서 공격해 오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이런, 이런 죄송합니다. 제가 대한제국을 야만인 취급 한 것은 절대로 아니니, 오해를 푸셨으면 합니다. 당연히 그러시겠죠."

시구르드 영주는 웃으면서 말을 하고 있었지만 얼굴 근육은 경직되어 있었다. 호랑이를 안으로 들여 대접하는 자리에서 실언을 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던 김상태가 훈제 오리 다리를 들어 올려 한 입 물며 건배를 제의했다.

"자. 모두들 딱 한잔만 합시다. 잔을 드세요. 이영환 특사께서 좋은 말씀 한마디 하시지요 ?"

"그럴까요 ?"

이영환은 모두들 잔에 술을 따르자 자신의 술잔을 가슴높이로 들어 올렸다. 잔에 반쯤 담겨진 벌건 포도주가 잔물결을 일으키며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점으로 사라졌다. 한차례 주위를 스윽 둘러본 이영환이 폴란드어와 대한제국어로 기원을 담아 선창을 했다.

"제국의 영광, 바쟈왕에게 축복을"

"제국의 영광, 바쟈왕에게 축복을"

복창이 이어지고 모두들 잔을 높이 올렸다. 비서관과 참모장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꺾어 한입에 적포도주를 털어 넣고 꿀꺽 삼켰다. 다른 사람들의 목 젓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던 비서관이 잔을 기울이며 술잔을 비워 나갔다.

"좋습니다. 먼 길을 왔더니 피곤하군요. 우린 이만 물러갈까 합니다. 푸짐한 식사 대접에 감사 드립니다."

"성 내에서 주무시고 가시지 않구요 ?"

"지휘관인 제가 사사로이 부대를 떠날 수 있겠습니까 ?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사양하겠습니다. 그리고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내일 점심에 영주님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어떠신지요 ?"

"영광입니다. 사령관님"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노파심에서 말씀드립니다만, 비무장으로 오셔야 합니다."

만찬을 마친 사령관은 서둘러 바라노 영주의 성을 빠져나왔다. 그 뒤를 호위병들이 질서정연하게 뒤따랐고, 앞에서는 기병대가 길을 열고 있었다. 땅거미가 내려앉은 들녘을 아름답게 수놓은 횃불 행렬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망루에 서 있던 시구르드는 조카의 손을 꼭 쥐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자리를 털고 일어난 시구르드는 시종과 몇몇 부하들을 대리고 성을 빠져 나왔다. 대한제국군 사령관의 식사초대에 참석하기 위해 길을 재촉하던 그들은 대한제국 원정군 사령부 정문에 도착해서 검문을 위해 멈춰 섰다.

"어서 오십시오. 영주님. 사령관님께서 기다리십니다. 말은 여기에 메 두시고, 이쪽으로 오십시오."

비서관의 안내를 받으며 영주 일행은 정문을 통과해 들판을 가로질러 안쪽에 자리잡은 사령부 막사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주변으로 이동식 삼각 천막들이 사령부 막사를 감싸고 있었고, 군데 군데 급조된 참호 속에서 잡담을 하던 사병들이 비서관을 보고 경례를 올렸다.

"이쪽입니다."

말로만 듣던 철마가 가지런히 세워져 있는 것을 넋을 놓고 바라보던 영주 일행이 천마-10 전차에서 눈을 뗐다. 비서관이 막사에 다가가자, 제국 소총을 양손에 들고 가슴에 수류탄을 달고 있는 경비병이 막사 문을 열었다.

"들어가시지요"

"네"

식사보다는 대한제국 군대에 관심이 많은 그들이었다.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하며 연신 고개를 돌려 대며 눈에 보이는 것들에 대한 질문을 해댔다.


이영환이 그들의 질문 공세에 완전히 질려 녹초가 될 무렵, 바쟈를 실은 소형 여객선이 대한제국 발틱 함대 소형함 전대의 호위를 받으며 스톡홀롬에 모습을 드러냈다. 스웨덴 여왕의 부군이 도착하는 스톡홀롬의 항구는 썰렁하기만 했다. 궁정 근위대 100기를 제외하고 부근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않았다.

"내리시지요. 전하 !"

썰렁한 부두만큼이나 찬바람이 불고 있는 바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스웨덴의 재상으로 지목된 한상국이 카지미에슈 바자에게 다가갔다. 혈혈단신으로 스웨덴 왕국에 그것도 자의가 아닌 타의로 마련된 자신의 결혼에 참석해야만 한 바쟈가,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부두로 연결된 나무 판자에 첫 발을 내디뎠다. 대한제국 특수 요원 100명이 완전 무장을 하고 바자의 뒤를 따라 상륙을 마치자, 스웨덴 왕국 근위 기병대의 엄호를 받으며, 물위의 떠 있는 작은 섬 도시, 스톡홀롬의 중앙 광장으로 들어섰다. 사방 팔방으로 뻗어난 길의 시발점에 있는 세르겔 광장을 거친 일행이 왕궁으로 향한 길을 지나갔다. 항구의 모습과는 다르게 왕궁으로 이어진 길 양옆에는 인파들이 길게 늘어서 17세의 폴란드 왕인 바쟈를 향해 호기심 어린아이들이 손을 흔들었다. 마차에 오른 바자는 문을 굳게 잠그고 왕궁에 도착할 때까지 한 번도 밖으로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그때 케플러 아저씨를 따라갔어야 했는데."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었다. 케플러가 모스크바를 떠난 직후 바쟈는 모스크바 정보국의 철저한 감시와 행동의 제약 때문에 탈출이 불가능했다. 이렇게 끌려 스톡홀롬까지 오는 사이 수없이 탈출을 생각하고 심지어 자살을 할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대한제국에서 던진 달콤한 사탕을 곁들인 협박에 쇠코뚜레 꿴 송아지 마냥 얌전히 이곳까지 와야만 했다.

'어차피 폴란드는 사라진다. 왕가로도 유지하려면 내가 왕에 올라야 한다.'

아무리 그럴듯한 자위와 자기 합리화를 해도 허수아비인 자신의 위치가 변하지는 않았다.

'크리스티나도 마찬가지겠지 ? 하나님 왜 저를 이렇듯 고난의 길에 빠지게 하셨나이까 ?'

모스크바에 유학 와서는 교회와 담을 쌓고 지내던 바wi가 하나님을 원망했다. 스스로 헤쳐 나아갈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하자, 어쩔 수 없이 하나님을 찾았지만 돌아온 탕아를 반겨 줄 아버지나 하나님은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나라다 말라가 항구

이합 에사 살라몬이 이끌고 온 2차 원정군 함대 40척이 병력과 물자를 모두 하역하고 말라가 항구에 그대로 발이 묶여 버렸다. 이제 터키제국의 유일한 함대가 되어 버린 이들은 말라가 항구가 위협받고 있는 지금 쉽사리 항구를 떠라 본국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말라가 항에는 이들 이외에도 증기 포함과 40척의 또 다른 함대가 있었지만, 살라몬 함대가 빠져나가면 유럽 연합 함대를 막아낼 만한 전력이 되지 않았다. 각개 격파를 당할 거라는 것은 누가 보아도 예측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마냥 여기서 기다릴 수 만은 없지 않습니까 ? 본국과의 연락이 단절되면 고립무원에서 사방에서 적과 맞서 싸워야 하는 힘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 전에 우리가 움직여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함대는 만일을 대비해 이곳에 머물러야 합니다. 이곳이라면 적들도 섣불리 들어오지는 못 할 것입니다. 본국에서 새로운 함대를 구성해서 이곳으로 보낼 때까지 기다릴 수는 있지 않습니까 ? 그리고 함대가 자리를 비운 사이 적함대의 공격이라도 받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우다이 행정관은 최악의 경우 원정군의 철수를 위해 함대가 움직이는 것을 극구 반대하고 나섰지만, 살라몬은 생각이 달랐다. 지금 유럽 함대는 대부분이 중부 지중해에 있었다. 이런 절호의 기회를 이용해 카디즈나 발렌시아를 공격하고 나가 바르셀로나나 리스본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면, 지중해에서 활동하는 유럽 함대를 분산시킬 수 있었다.

"그건..."

살라몬의 말문이 잠시 막혔다.

"최소한 상륙을 저지할 수는 있지 않습니까 ? 며칠만 막고 있으면 저절로 물러 나던가 저희가 되돌아와서 전멸시키면 됩니다. 시간은 결코 우리편이 아니란 말씀입니다. 이미 함대는 출항 준비가 끝났습니다. 지금은 결단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살라몬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우다이는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 했다. 대부분의 해군 장교들은 살라몬을 지지하고 나섰고, 육군 장교들은 우다이를 지지하고 있었다. 양자택일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던 우다이는 1 원정군 사령관과 협의 한 이후에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점은 우리끼리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고 봅니다. 일단 사담 사령관에게 의견을 받아 보고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살라몬 제독은 그때까지 수병들.."

"땡땡땡땡"

우다이가 고심 끝에 내린 이야기를 다 끝마칠 무렵 비상 종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댔다. 한동안 어리둥절해 있는 동안, 회의실에 들어온 부관이 낭패한 모습으로 우다이에게 뭔가를 건넸다. 쪽지를 눈으로 읽던 우다이는 말을 잊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전투준비를 하시오. 적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하오."

"적이라니요 ? 어디서 말입니까 ?"

"바다를 가득 메우고 항구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 목격되었습니다, 서두르시오."

살라몬을 비롯한 해군 장교들이 건물밖에 메어져 있는 말에 올라타고 급히 자신의 배로 말을 몰았다. 외항에 떠 있던 증기 포함의 굴뚝에서는 예전과 다른 시커먼 연기가 힘차게 올라왔다. 적 출현이 함대에 빠르게 전파되고 있었지만, 기습을 허용한 터키 함대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병력을 제 1 참호선에 투입하고, 예비대에게 예비 탄약을 더 후방으로 이동시키라고 전달하라."

말라가 수비를 책임지고 있는 아부라일 자아파리는 멀리 지평선에 나타나는 배의 망루를 바라보던 망원경을 접으며 부하 장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는 부두와 가장 근접한 제 1 참호선에 병력을 투입하고 있었다. 터키 함대의 출항이 상대적으로 늦었기에, 진영을 갖추고 들어오는 유럽함대를 효과적으로 저지할 거라는 믿음이 서지 않았다.

"부관. 후방에 있는 포대를 여기 여기에 배치하도록 그리고 남쪽 해안과 북쪽 해안에 한 개 중대 병력을 보내 적의 후방 상륙을 방어한다."

오래 전에 계획된 방어 계획에 따라, 자아파리 장군은 병력을 신속히 배치하기 시작했다. 2원정군 함대와 함께 온 병력과 총포탄 중 반절 이상이 1 원정군에게 지원되었지만, 아직도 말라가에는 4천명의 수비군과 일천명의 총병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라나다 최대의 항구 말라가는 항구 앞바다에서 벌어질 해전을 숨죽이며 기다렸다.

"재빠른 놈들입니다. 벌써 진영을 구축하고 나옵니다."

프랑크 라이카르트가 말라가에서 터키 함대가 증기 포함 3척을 앞세우고 일자진을 펼치며 나오는 것을 보고 중얼거렸다. 스페인의 빌바오 함대를 주축으로 영국과 네덜란드, 프랑스 그리고 몇몇 한자 동맹 도시들에서 파견된 함대로 구축된 새로운 연합함대 총 사령관인 클로크 백작의 얼굴에 조소가 가득 베어 나왔다. 총 130척으로 구성된 그의 함대는 모두가 1500톤 이상의 대형 범선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총 함포수만 해도 5000문이 넘었다.

"공격 신호를 보내시오 프랑크 라이카르트 부관"

"네. 사령관님. 함포를 쏴라"

"펑펑펑"

기함인 리버풀호에서 공격을 알리는 공포가 쏘아 올려지자, 연합함대가 길게 늘어서며 일제히 함포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항구를 빠져나오기에 급급하던 터키 함대를 향해 수백발의 함포가 덮쳐 갔다. 앞서 나오는 증기 포함 3척을 제외하고 단 한 척도 함포에 포탄을 장전하지 못 한 터키 함대는 대응 포격을 할 수가 없었다. 사거리에서 뒤지지 않는 터키 함대가 연합함대의 초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시작했다.

"포장들은 즉시 발포하라. 최고 속도로 적 함대를 뚫고 나아간다."

터키제국에 단 3척밖에 없는 증기 포함 중 한 척인 넵누트호 함장인 무스타파 케말이 고래 고래 소리를 질렀다. 연합함대는 초 탄을 날리면서 발생한 연무에 숨어 재빨리 진영을 셋으로 나누고 다시 한번 포격을 가했다. 연합함대가 세번째 포탄을 날렸을 때, 터키함대에서 대응 포탄이 날아왔지만, 이미 기선을 제압당한 그들로서는 전세를 뒤집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적 철선을 사로잡아야 한다. 예비대를 투입 시켜라. 배에 올라라"

해전을 관전하던 클로크 백작은, 터키 해군의 자랑인 철선이 연합군 함정이 구축한 저지선을 뚫고 나오려 하자 예비 함대를 투입했다. 20척으로 구성된 예비함대는 증기 포함에 맹렬한 기세로 달려와 진로를 방해하며 충돌을 유도했다.

"우현 전타"

무스타파 케말은 앞에서 불쑥 나타난 적함이 넵루트호를 막아서자 급선회하며 충돌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워낙 좁은 해역에 너무 많은 배들이 밀집해 있어서 결국 넵루트호 선수가 빌바오 함대 소속 마드리드호 옆구리와 충돌하면서 죽음의 소리를 만들어 냈다.

"올라타라."

"와와와와"

마드리드호와 충돌하며 속력이 급속도로 줄어든 넵루트호 주변으로 연합함대 예비함들이 에워싸며 공격을 퍼부었다. 월등한 기동력과 화력을 가지고 있던 넵루트호는 필사의 저항을 계속했지만, 근접 거리에서 쏘아대는 함포에 직격당한 선체와 갑판이 형편없이 찌글어 들었다.

"기관실 ? 최고 출력을 내라"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보일러가 터 집니다."

"뭐가 무리야. 당장 출력을 더 높여. 보일러가 터지나 안 터지나 마찬가지야"

케말은 기관실과 연결된 소리 관을 타고 소리를 질러 대며 주변 함들을 둘러보았다. 불 끌 시간도 없을 만큼 급박한 지, 눈에 보이는 동료함들에게서 연기가 쏟아 오르고 있었다.

"펑. 탕탕탕"

"거점을 확보하라. 일시에 돌격한다."

넵루트 호 갑판에 올라온 스미스 대위는 부하들을 독려하며 라이플을 쏘아댔다. 좌현과 우현에 배를 붙인 예비함대에서는 계속해서 병력을 넵루트호로 투입하며 갑판에서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다. 사방에서 총탄이 날아들자, 갑판은 급속도로 연합군에게 점령되어 갔다.

"필수 기관 요원을 제외하고 모든 대원들은 갑판으로 나와 적과 싸워라. 죽기로 싸워라."

갑판에서 함교로 들어오는 통로로 내몰린 부하들이 활과 총탄에 맞아 픽픽 쓰러지는 모습에 케말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기관장. 더 출력을 높이란 말야. 내 말 안 들리나 ?"

넵루트호는 130프로의 출력으로 앞을 막고 있는 범선을 밀어내며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적함을 떨쳐 버리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 더 이상 속력이 나지 않았다. 케말 함장이 소리 관을 귀에 대고기관장의 소리를 들으려 애썼지만 반대쪽에서 기관장의 고함소리와 경고음이 뒤섞여 들려와 명확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기관장. 속도를 더 내란 말이야 ?"

"픽픽픽. 피웅 퍼퍽 꽈꽈과광"

보일러와 연결된 수십 개의 관을 고정하는 핀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튕겨나가더니 끝내는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보일러가 터져나갔다. 뜨거운 증기가 기관실을 가득 메우며 밖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 허공을 헤맸다. 보일러실과 기관실을 헤집고 돌아다니던 덩어리로 뭉쳐진 수증기들이 이내 출구를 찾아내 연통과 통로를 향해 몰려 나갔다. 발생하는 수증기와 열기를 감당하던 기관실이 서서히 팽팽하면서 힘의 한계치에 도달하자, 굉음을 울리며 터져나갔다. 엄청난 압력으로 솟구친 연통이 지상 수백 미터를 치솟으며, 딸려 올라온 불기둥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내렸다. 증기 포함의 연료로 사용되던 석탄과 목탄들이 시뻘건 불꽃을 만들어 내며 주변에 몰려 있던 범선들에게 불벼락을 내렸다.


“증기포함을 저런 식으로 날려 버리다니”

터키 함대가 통째로 불타면서 만들어 낸 연기가 말라가 항을 가득 메웠다. 넵루트호가 폭발하는 장면을 바라보던 대한제국 잠수함 0418함장이 망원경을 내려놓았다. 비록 건조된 지 20년이 된 낡은 증기 포함 하지만, 범선을 상대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 포함 3척을 가지고도 터키 함대는 전멸을 면치 못 하고 있었다.

"불 구경은 이쯤하고 귀환한다. 귀환로는 부장이 잡도록. 선회"

"부장이 지휘권을 인수합니다."

함장이 지휘실을 나가자, 금동기 상사는 머리에 쓰고 있던 모자를 집어 올리고 이철민 대위에게로 다가갔다. 똥 씹은 표정의 이철민이 지갑에서 20원을 꺼내 모자 속에 내팽개치듯 던져 넣고 고개를 홱 돌렸다.

"침로 080. 심도 80으로 속도는 순항속도"

"침로 080. 잠수. 속도 10노트"

항해 장교가 복명복창과 더불어 0418함이 말라가항 외곽을 벗어나 크레타 기지 방향으로 선수를 돌렸다.

"멍청한 놈들. 일당 백이라는 포함을 세척이나 가지고도 나무 쪼가리 하나 상대 못하고 터져 나가다니, 저런 놈들에게는 100척을 줘도 소용없겠다."

이철민 대위는 20원을 빼앗긴 분풀이를 터키 해군에게 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라고 다를 바 없지. 항구에 정박해 있는 상황에서 기습을 당하고, 포위 공격까지 당한다면 항공모함도 침몰될 수 있어. 기습에는 장사가 없다. 넋 놓고 있다가는 개미들에게 살점이 오려지는 아픔을 당할 수 있으니 항상 경계심을 늦추지 말도록. 오늘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는지"

"아무렴. 항모가 저런 조각배들에게 당하기야 하겠습니까 ?"

"또 모르지. 자카르타 해전에서 야마토 함대가 당한 일을 보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야. 우리 같은 첨병이 적을 발견하지 못 하면 말이지"

이철민 대위 부장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지만, 부장의 말이 현실화 될 수 없다는 것을 굳게 믿고 있었다. 항모 주위에는 순양함만 4척이 호위를 하고 있고, 고성능 레이더가 해상을 감시했다. 바닷속에는 잠수함들이 돌아다니며 타국 함대의 이동을 감시하고 있고, 하늘에는 제비들이 날아다니며 경계 비행을 하곤 했다. 이중 3중의 방어막을 뚫고 조각배들이 항모에 접근하더라도, 그들이 쏘아대는 포탄으로는 항모 외곽을 형성하고 있는 두터운 강판을 뚫을 수 있을 지 의문이었다.

"네 부장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저 놈들이 철갑탄을 만들어 내지 않으면 가까이 오더라도 무용지물 아닙니까 ? 자살 공격을 해 오더라도 생채기 조금 남을까 말까 할 것 같습니다."

"아까 듣고도 모르나 ? 저들은 증기 포함 하나 잡기 위해 자살 공격도 마다하지 않았네."

"알겠습니다. 요점은 경계를 잘 하자 이것 아닙니까 ?"

"그렇지. 알아들었으면 임무에 충실하도록. 그리고 가는 길에 봉 곶을 들렀다 간다. "

부장은 봉 곶에 있는 유럽 연합 함대가 잘 있는지 살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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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천군2부 +2 15.06.10 3,242 79 16쪽
125 천군2부 +2 15.06.10 3,502 80 16쪽
124 천군2부 +3 15.06.09 3,712 111 17쪽
123 천군2부 +3 15.06.08 3,901 98 16쪽
122 천군2부 +2 15.06.07 4,020 82 17쪽
121 천군2부 +1 15.06.06 3,520 79 17쪽
120 천군2부 +4 15.06.05 3,551 84 16쪽
119 천군2부 +2 15.06.04 4,256 82 16쪽
118 천군2부 +3 15.06.03 3,708 103 18쪽
117 천군2부 +4 15.06.02 4,241 99 17쪽
116 천군2부 +3 15.06.01 4,199 105 17쪽
115 천군2부 +4 15.05.29 4,301 98 17쪽
114 천군2부 +2 15.05.29 4,167 100 18쪽
113 천군2부 +5 15.05.28 4,633 131 17쪽
112 천군2부 +4 15.05.27 4,872 124 17쪽
111 천군2부 +3 15.05.22 4,553 93 18쪽
110 천군2부 +2 15.05.21 4,799 113 14쪽
109 천군2부 +5 15.05.20 4,704 112 12쪽
108 천군2부 +3 15.05.18 4,810 118 19쪽
107 천군2부 +3 15.05.10 5,279 117 19쪽
106 천군2부 +3 15.05.09 4,877 144 18쪽
105 천군2부 +3 15.05.08 5,101 104 19쪽
104 천군2부 +4 15.05.07 5,844 12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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