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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P

욕망 시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굴P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3.05.08 18:05
연재수 :
2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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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33
추천수 :
3,417
글자수 :
1,991,941

작성
22.10.2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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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추천
10
글자
17쪽

터닝 포인트(3) - 아시리아의 재해

DUMMY

#1


{ 진입한다. }


무전기에서 흘러나온 자리만의 보고를 시작으로 앞서 가던 트럭이 몬 도르메의 도시 검문소를 막 지나갔다.

그 뒤를 바짝 쫓는 험비도 텅 빈 검문소를 통과했다. 난장판이 된 상황에 검문소는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심해. 에이전트가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 이런 곳까지 쫓아올 놈이면 박수라도 쳐줘야겠군. }


자리만의 말대로 도시 내부는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끔찍한 상태였다.


지난번에 왔던 몬 도르메 외곽 구역은 꽤 한적한 시골 마을 같은 분위기였지만 중심부로 갈수록 수도인 카리카와 연결된 거대한 교량이 있어 대도시에 가깝다.

지금 우리가 가로지르는 거리도 그런 빌딩 숲의 한가운데였다.


일단 멀쩡한 빌딩이 없었다. 조금 높은 빌딩은 흉측하게 뼈대를 드러낸 채 위가 전부 깎여나간 듯한 상태였고 빌딩과 거리 할 것 없이 하얗고 커다란 물체가 섬뜩하게 박혀있었다.


“저게 뭐야?”

“아가레스의 가시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 군인 아저씨가 가시 때문에 도시가 기능을 잃었다고 했는데... 저건가?”

“아가레스는 화가 나면 단순히 들이받는 것뿐만 아니라 온몸에서 가시를 뿜는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운전대를 잡은 사무엘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역시 거대한 놈들답게 뿜어낸 가시도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하늘에서 5m짜리 가시가 비처럼 쏟아진다니.

상상도 하기 싫지만 지금 아시리아에 쏟아진 가시의 수를 보면 딱 그런 상황이었을 것이다.


도시로 깊게 들어갈수록 상황은 더욱 좋지 않았다. 엄청난 수의 가시에 무너진 빌딩이 길을 막고 있는가 하면, 탄내와 썩은 내가 진동하는 커다란 살덩어리들이 널브러져 있기도 했다.


그 살덩어리를 포함해 주변을 덮어 딱딱하게 말라붙은 검붉은 것들은 모두 아가레스의 피와 살이었다.


당연히 사람도 있었다. 죽은 사람들이다.

가시에 찔린 사람, 무너진 건물에 짓이겨진 사람, 떨어지는 아가레스의 파편을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이쯤되서야 비로소 이곳이 전쟁터라는 게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그 군인이 왜 그런 소릴 했는지도 알 것 같았다.


{ 형제. 길이 막혔다. 다리가 무너졌군. }


우울한 감상에 젖을 시간도 없이 자리만의 트럭이 멈췄다. 몬 도르메와 카리카를 연결한 교량이 무너져있었다.

차에서 내려 확인해보니 무너진 다리 아래로 추락한 아가레스의 시체가 보였다. 흥건한 피를 머금고 말라붙은 사막 모래가 새까맣게 굳어있었다.


“오. 저기에도 있네.”


야차가 가리킨 곳엔 또 다른 아가레스가 널브러져 있었다. 그 주변도 마찬가지였다.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수십 마리. 그런 거체들이 사막과 도시 이곳저곳에 추락해 죽어있었으니 도시는 물론이며 교량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그때, 하늘을 가로지르는 굉음과 함께 모래 폭풍을 뚫고 쇳덩어리가 쏜살같이 날아갔다. 이클립스의 항공 전력이었다.


전투기는 어딘가를 향해 미사일을 쐈다. 번쩍거리는 빛을 뿜으며 날아간 미사일이 구름 너머의 아가레스와 충돌해 불꽃을 터뜨렸다.

하지만 방향을 꺾은 전투기는 반대편에서 날아온 가시와 충돌했다. 전투기가 크게 흔들리더니 멀리 있는 빌딩과 충돌해 폭발했다.


“...”


우린 모두 말없이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을 빼앗긴 인류와 하늘의 괴수들은 아직도 서로를 죽고 죽이고 있었다.


“여기까지 전투기가 있는 걸 보면 아마 교착상태인 것 같군요. 오래가진 못할 것 같지만..”


먼 곳으로 추락하는 아가레스를 보던 사무엘이 말했다.


“무슨 뜻이에요? 공업이 불리하단 거?”

“예. 아직 전 세계의 아가레스가 아시리아에 다 모이지도 않았습니다. 공업의 항공 전력이 편대도 없이 여기까지 쫓겨 나온 걸 보면 아마 안쪽의 상황은 더 좋지 않을 겁니다.”


문득 사무엘이 보여줬던 환각에서 헤이카의 등 뒤로 주둥이를 쩍 벌리고 있던 거대한 아가레스가 떠올랐다.

초조함에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다리 부근을 다시 한 번 확인해봤지만 아무리 봐도 이 다리로는 카리카로 이동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디마 케티르 산으로 가기 위해선 우선 카리카를 통해야 한다. 우회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배로 들 텐데.’


우회한다면 다시 차를 돌려 도시 밖으로 나가고, 사막을 달려 카리카를 곧장 관통하는 루트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고민을 하는 것조차 시간이 아까웠다. 난 서둘러 험비를 향해 몸을 돌렸다.


“우회해서 갑시다. 도시 외곽을 돌아서 속도를 좀 내면..”

“형제 - !”


자리만의 고함에 반사적으로 칼을 뽑았다.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이런!”


위험을 감지함과 동시에 몸을 날렸다.

등 뒤에서 밀려든 굉음과 충격에 그대로 몸이 쭉 밀려 나갔다.


“...”


뜨거운 숨을 토해내며 바닥을 짚었다. 마른 모래가 손바닥에 쓸려 까슬까슬했다.

그런 모래 위로 땀이 한 방울 떨어졌다. 떨리는 숨소리는 내 호흡이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정면에 나타난 불청객을 노려본다.


숨이 막힐 정도로 지독한 짐승의 체취. 거대한 몸집. 인간처럼 몸에 두른 갑옷.

그리고 거대한 칼을 쥔 털북숭이가 길쭉한 주둥이 사이로 이빨을 내밀며 으르렁거렸다.


저건 크루아틀의 짐승이었다.


“씨발. 저놈이 왜 또 나오냐?”


야차도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는지 곤봉에 가시 체인을 감으며 투덜거렸다.


“형제들. 뒤에서도 온다.”

“몇 마리?”

“다섯.. 아니, 더 오는군.”


가지각색의 수인병(獸人兵)들이 주변을 완전히 포위하고 있었다.


‘크루아틀..!’


누가 먼저 하늘을 지배하느냐로 승부를 걸었던 헤이카였다. 그리고 헤이카는 아시리아의 아디마 케티르 산을 최종 격전지로 골랐다.


즉, 여긴 전 세계의 아가레스들이 몰려들고 있는 곳이다. 하늘의 지배권을 다투기로 한 크루아틀이 병력을 보내놨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터였다.


미리 예상하지 못했던 건 순전한 실수였다. 세계 연합의 에이전트만 경계했지, 크루아틀에 관한 건 까맣게 잊고 있던 것이다.


“후우..”


어설프게 싸우기엔 성가신 적들이다. 난 왼손으로 카르마를 쥐고 오른손엔 참수도를 뽑아 쥐었다.

지그시 눌리는 어깨에 공기가 무거워짐을 느꼈다. 짐승들도 살벌하게 눈을 뜨며 몸을 낮췄다.


“살아남는 걸 최우선으로. 다들 이해했지?”


콥스 바탈리온이 총구를 들었다. 야차는 가시 체인을 휘감은 곤봉을 만지작거리며 입꼬리를 비틀고 악귀의 가면을 썼다.

한 걸음 물러선 사무엘이 주변 공기를 일그러뜨렸다. 시카는 칩 폭탄을 꺼냈다.


“노페이스 전투 개시.”



#2


으르렁거리는 짐승의 폭발적인 기세에 가장 먼저 맞서는 건 자리만 콥스의 권총이었다.


뒤이어 퉁- 하는 둔탁한 총성과 함께 콥스 바탈리온의 총구가 쉴 새 없이 불을 뿜었다.

짐승들은 갑옷과 두꺼운 가죽, 그리고 구닥다리 냉병기로 맞섰다. 원래 같으면 싸움도 되지 않을 구시대적인 무장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정복군’ 이라는 이름은 허세가 아니었다. 짐승에 걸맞은 몸놀림과 괴력을 가진 그들은 전신이 흉기나 마찬가지였다.


콥스 바탈리온의 방어선을 향해 가까이 다가온 짐승이 주둥이를 벌렸다. 쩍 벌어진 주둥이에 달린 흉흉한 이빨이 적을 뜯어먹을 기세였다.

그런 주둥이 속으로 작은 칩이 들어갔다. 짐승이 무언가 잘못 됨을 느꼈을 때, 목구멍까지 내려간 칩이 폭발했다.


갑옷과 가죽으로 보호되는 것과 달리 안쪽에서부터 터진 폭발엔 크루아틀의 짐승도 무력했다. 폭발에 짐승의 머리통이 하늘 높이 날았고 몸뚱이가 휘청거렸다.


시카는 그런 식으로 콥스 바탈리온의 방어선 사이를 넘나들며 다가오는 짐승들에게 폭탄을 던졌다. 폭탄에 반응해 몸을 뒤로 날리면, 어김없이 콥스 바탈리온의 묵직한 탄두와 살벌한 유탄이 날아들었다.


“야차!”

“안다.”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산과 야차가 귀신같은 몸놀림으로 접근했다.

방어에 집중하던 짐승의 다리를 카르마 나이프가 파고들었다. 울부짖는 짐승의 머리 위로 가시 곤봉이 떨어졌다.


빠악!

전력으로 내리꽂힌 곤봉에 짐승의 머리가 피떡이 되었다. 그 이후로도 야차는 곤봉을 몇 번이나 더 내리쳤다. 그야말로 두개골이 주저앉을 때까지.


“크르릉!”


그 광경을 보던 다른 짐승이 득달같이 야차를 향해 달려들었다. 벌어진 주둥이를 발견한 야차가 몸을 뒤로 날렸다.

달려들던 짐승은 아래에서 치고 올라온 카르마 나이프에 흉갑이 뚫렸다. 뒤이어 재빠르게 날아든 참수도가 짐승의 머리를 단칼에 참수했다.


무거운 공기가 더욱 짙게 내리깔렸다. 산과 야차를 향해 사방에서 몰려들던 짐승의 움직임이 느려지자 콥스 바탈리온의 총알은 다시 짐승들을 밀어냈다.


“!!!!!”


위압적으로 터져 나오는 짐승의 포효에 산이 눈을 부릅떴다. 코뿔소의 형상을 한 짐승이 지면을 깨부수며 달려들었다.


재빠르게 야차와 시선을 주고받은 산이 참수도를 지면에 박아넣었다.

압력이 더욱 강해졌다. 적아를 구분하지 않는 압력에 야차는 이를 악물고 곤봉을 비틀었다.

산은 카르마 나이프를 최대 길이로 늘려 양손으로 쥐었다.


마침내 참수도의 영역에 들어온 짐승이었지만 이미 가속도가 붙은 몸은 그 살기를 죽이지 않았다. 산은 자신을 향하는 뿔을 노려보았다.

충돌 직전, 산은 몸을 낮추고 카르마를 위로 세웠다.


카르마 나이프의 긴 칼날이 짐승의 목을 비스듬히 파고들며 그대로 몸통을 쭉 갈랐다. 자신의 속도를 주체하지 못해 카르마 나이프의 칼날을 그대로 받아낸 짐승이 대량의 피를 쏟았다.


산을 지나친 짐승이 휘청거리자 야차가 지면을 박찼다. 짐승들과 똑같은 압력에 몸이 짓눌리면서도 야차의 곤봉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짐승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그렇게 짐승의 머리통을 곤죽으로 만들고 나서야 곤봉은 멈췄다. 피를 뒤집어쓴 야차가 구부정하게 몸을 일으키며 뒤에 남은 짐승들을 노려보았다.


이젠 섣불리 달려드는 짐승도 없었다. 아무리 인격이 사라진 수인병이라도, 짐승의 본능이 남아있는 이상 그들에게도 강자를 향한 공포는 지울 수 없는 감정이었다.


그때, 짐승들이 좌우로 길을 비키고 그 사이로 다가오는 또 다른 수인병이 있었다.

늑대의 형상. 붉은 털과 두꺼운 갑옷을 입은 짐승은 투구 사이로 살기가 번들거리는 눈을 빛냈다.


‘우두머리?’


포위와 기습을 감행했다는 건 아무리 짐승이라도 누군가의 지휘를 따르고 있다는 뜻이었다. 산은 저 늑대의 형상을 한 수인병이 이곳의 우두머리라고 확신했다.


“야. 저놈 괴물이다. 저번에 열차포 지키던 놈이랑 느낌이 비슷해.”


곤봉을 손안에서 돌리던 야차가 땀을 삐질거리며 말했다. 산도 얼굴을 찌푸린 채 끄덕였다.

붉은 털의 짐승은 마하카리타에서 갓 만들어진 짐승들과는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텁텁한 짐승의 냄새가 퍼졌다. 후끈한 열기에 일렁거리는 공기를 발톱으로 가르며 짐승이 이빨을 드러냈다.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산이 떨리는 손으로 참수도를 내밀었다.


그에 맞춰 짐승이 어깨 뒤로 손을 뻗어 길쭉한 철봉을 끌어냈다.

절도있게 허공을 가른 철봉이 ‘철컹’ 하며 펼쳐졌다. 그건 검은 깃이 달린 창이었다. 물론, 짐승의 크기에 맞춰진 대형이었다.


짐승은 창을 자신의 오른쪽 가슴팍에 가져다 대며 자세를 바로 했다. 산과 야차는 눈살을 찌푸렸다.

사람처럼 격식을 갖추는 짐승. 이전에 상대했던 크루아틀의 짐승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던 행동이었다.


“늑대 쥴라카.”


짐승의 주둥이에서 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섞여 있었지만,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모두 짐승의 말을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저거 지금 이름 말한 거지?”

“그런 것 같은데.”


짐승이 가슴에 붙인 창을 떼고 몸을 낮췄다. 붉은 털이 바짝 곤두섰다.


가볍게 바닥을 차는 소리.

튀어오른 모래.


그리고 들이닥친 그림자.


“커헉-!”


밀려나온 공기를 토하며 산은 앞뒤로 강렬한 통증을 느꼈다. 뒤쪽의 통증은 단단한 바닥에 등을 부딪친 충격이었고, 앞쪽의 통증은 산의 코트를 뚫지 못한 창날의 충격이었다.


짐승은 자신의 창이 산을 꿰뚫지 못했다는 사실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갑옷. 너도 갑옷인가.”


짐승의 주둥이에서 다시 목소리가 나왔다. 산은 쥐고 있던 카르마 나이프를 휘둘렀지만 짐승은 이미 펄쩍 뛰어 하늘 높이 있었다.


“갈겨!”


몸을 추스른 산이 버럭 소리쳤다. 콥스 바탈리온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묵직한 총성과 빗발치는 총알에 짐승이 몸을 웅크렸다. 콥스 바탈리온의 총으로는 짐승의 갑옷도, 가죽도 뚫을 수 없었다.


짐승은 다시 땅에 발을 디뎠다. 동시에 지면이 폭발했다. 짐승이 떨어질 위치에 시카가 폭탄을 던져놓은 것이다.


피어오른 폭염을 주시하던 시카의 표정이 굳었다. 털 짐승은 불에 잘 탄다는 상식적인 이야기가 저 짐승에겐 통하지 않았다.


불과 연기를 뚫고 짐승의 창이 쏜살같이 날았다.


“어.”


그 짧은 순간, 시카의 가슴팍을 꿰뚫은 은빛 창날이 피를 뚝뚝 흘렸다. 검은 깃이 휘릭 회전하며 창이 뽑히자 시카는 줄이 끊어진 인형처럼 픽 쓰러졌다.


동시에 뒤에서 날아온 야차의 곤봉이 짐승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짐승은 이번에도 무시무시한 속도로 움직였다. 곤봉이 떨어지기도 전에 짐승의 발톱이 야차를 갈랐다. 야차는 피를 쏟으며 무너진 건물 벽에 처박혔다.


“젠장!”


뒤늦게 움직인 산이 참수도의 압력을 높였다. 짐승은 자리만의 총알 세례를 가볍게 무시하며 산을 향해 돌아섰다.


짐승과 산이 동시에 움직였다. 속도에 있어선 산이 우위였다.

다만, 짐승의 감은 산보다 훨씬 앞서있었다. 카르마 나이프가 닿기도 전에 짐승은 훌쩍 산을 뛰어넘었다.


산의 등 뒤로 넘어간 짐승이 창이 움직였다. 은빛의 창은 가차 없이 산의 등을 찍어눌렀다.

코트에 막혀 꿰뚫진 못했지만 산은 짐승의 괴력에 눌려 바닥으로 엎어졌다. 등을 누르는 창날에 숨이 막혔다.


“투구는 없군.”

“...!”


짐승의 발톱이 산의 머리로 떨어졌다.


“!!”


그대로 머리를 으깨려던 발톱은 급하게 방향을 꺾었다. 발톱이 향한 곳은 짐승의 등 뒤였다.


후두둑, 짐승의 발톱에 찢어진 또 다른 짐승의 살점이 쏟아졌다. 붉은 털의 짐승은 거친 숨을 뿜어내며 자신에게 칼을 들이밀던 짐승이 쓰러지는 걸 보았다.


그 짐승뿐만이 아니었다. 잠시 물러났던 짐승들이 모두 붉은 털의 짐승을 에워싸고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산은 그 틈에 짐승의 창에서 빠져나왔다. 휘청거리는 몸에 속도를 붙여 거리를 벌린 산이 지면에 나뒹굴었다.


“팀장님. 제 뒤로.”


우두커니 선 사무엘이 말했다. 산은 어기적거리며 그의 뒤로 넘어갔다.

이미 재빨리 움직인 콥스 바탈리온이 시카와 야차도 회수한 상태였다. 시카는 재생 중, 야차는 깊은 상처로 기절해있었다.


“ - !!!”


늑대의 울음소리에 산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를 압도하던 붉은 털의 늑대가 자신의 무리였던 짐승들과 뒤엉켜 싸우고 있었다.


사무엘은 그들의 싸움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이따금 손을 움직였다. 산은 사무엘의 손짓에 맞춰 짐승들이 움직이고 있음을 깨달았다.


“능력..?”

“예. 오래.. 쓸 순 없습니다.”


사무엘의 코에서 주륵 코피가 흘렀다. 산은 자리만을 향해 소리쳤다.


“전부 차에 타! 도시 외곽으로 벗어난다!”


콥스 바탈리온은 전투 불능이 된 두 명을 험비에 짐짝처럼 싣고 우르르 군용 트럭에 올랐다. 이번엔 산이 운전석에 앉아 차머리를 돌렸다.


붉은 늑대와 짐승들의 싸움은 끝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이젠 늑대와 대치 중인 짐승도 세 마리뿐이었다.


“사무엘!”


사무엘이 허공으로 크게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남은 세 마리가 늑대를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차량의 바퀴가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움직이고 사무엘은 달리는 험비의 열린 문으로 몸을 날렸다. 험비와 군용 트럭이 재빠르게 짐승들을 지나쳤다.


핸들을 꽉 쥔 산은 뒤에서 터지는 포효에 움찔했다. 백미러로 보이는 붉은 늑대가 죽은 짐승들 사이에 우뚝 선 채 하늘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늑대의 포효는 긴 울음소리로 바뀌었다.

쓰러진 자들의 죽음을 애도하듯, 길고 긴 울음소리로.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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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광야(曠野) 헤이카 미켈런 +2 23.05.04 174 12 15쪽
261 재회 +1 23.05.03 166 11 15쪽
260 사막, 괴물, 어린 칼잡이들 +3 23.05.02 161 11 12쪽
259 라푸스 벤데르드 +2 23.05.01 168 9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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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개벽(20) - 흐름 23.03.08 173 10 16쪽
220 개벽(19) - 시라비아의 햇빛 23.03.07 179 10 15쪽
219 개벽(18) - 영웅 증후군 23.03.06 204 10 16쪽
218 개벽(17) - 친구인가 적인가 23.03.03 183 10 16쪽
217 개벽(16) - 습격 23.03.02 182 10 14쪽
216 개벽(15) - 헤르그부르 23.02.28 190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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