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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시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굴P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3.05.08 18:05
연재수 :
2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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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52
추천수 :
3,417
글자수 :
1,991,941

작성
23.04.2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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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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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5쪽

욕망 시대(10) - 강철의 기사

DUMMY

#1


지익, 지익. 발을 끌며 절뚝거리는 남자가 있었다.


그가 걸어온 길에는 검은 자국이 남았고, 그곳에서 풍기는 피와 지독한 비린내는 거리의 이웃들마저도 고개를 돌리게 할 정도였다.


“헤에···.”


지익, 지익.

눈이 풀린 남자는 입에서 침까지 질질 흘리며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그가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항구였다.


밤의 어둠이 짙게 내리깔려 새까맣게 보이는 잿빛 바다.


아마 바닥엔 머리 잃은 시체들이 무수히 쌓여 있을 생명을 잃은 바다.


“나는···”


반쯤 고개를 꺾은 남자는 그 바다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꽃을 피운다···.”

“나한테만 있는··· 꽃.”


그 바다를 향해 조금씩 기울어지던 남자의 몸을 별안간 무언가가 낚아챘다.


그대로 항구의 창고 벽까지 날아가 등을 부딪친 그는 큰 숨을 토하며 덜덜 떨었다.


“사, 살려줘···.”


이를 딱딱거리며 부딪칠 정도로 겁에 질린 남자의 눈이 뒤집혔다.


“억! 아, 아아파! 아파아아!!”


몸부림치는 그의 가슴을 뚫고 가느다란 줄기가 자라났다.


줄기의 끝엔 푸른 꽃잎을 오므린 탐스러운 꽃봉오리 미약한 향기를 흘리기 시작했다.


가쁜 숨을 내쉬는 남자는 자신의 가슴팍에서 자라난 꽃봉오리에 겁에 질렸지만, 그의 앞에 우뚝 선 누군가를 보곤 미소를 지었다.


“욕망에 춤춰봅시다.”


남자의 공포는 쾌락으로 변질되었고.


“나, 나는···”

“네.”

“꽃을···”

“네.”

“피워······.”


이윽고 남자의 꽃봉오리가 활짝 피었다.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과 함께.



#2


{ 이번 피해자는 경찰이라는군요. 뭐, 좋은 걸지도 모르겠네요. 자기네 식구가 당하니까 이제야 게으른 경찰들이 좀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


{ 그리고 특이 사항이 있는데, 최근 시라비아 내에서 못 보던 약이 돌고 있다네요? 투명하고 점성이 있는 액체 형태인데···, 꽤 야릇한 향이 나고 그걸 마시면 극상의 쾌락을 맛볼 수 있다고 합니다. }


{ 근데 그 효과가 너무 강해서 일부는 뇌가 못 버틴답니다. 의사가 말하길 뇌가 타버린다고 표현을 하더라고요. 진짜 타버리는 건진 모르겠지만. }


“본론만 말해. 등신아.”


담배를 까딱거리던 야차가 연기를 뿜었다. 그의 휴대전화 너머로 새어나오는 벤자민의 웃음소리는 곁에 있는 시카에게까지 들릴 정도였다.


{ 그 약이 아무래도 피해자들의 죄화에서 채취한··· 음, 꽃즙? 뭐라고 부를지 애매하네요. 하여튼 그런 모양입니다. }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 누군가 피해자들의 시신에 핀 죄화에서 그 즙 같은 걸 채취해 시라비아에서 팔아먹고 있어요. 판매상과 접촉해봤는데, 생각보다 촘촘해서 좀 파고들었더니 세상에! 월교와 연결이 되더군요. }


야차는 슬슬 짜증이 났다. 아니, 짜증이 난 걸로 치면 이 전화를 받은 순간부터 짜증이 나긴 했다. 다만 쓸데없이 말이 많은 벤자민 탓에 그의 이마에 점점 핏대가 서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묻는다. 그래서 우리더러 뭘 하라는 거야?”


{ 시라비아 내에 숨은 월교 지부를 찾아냈습니다. GPS 좌표를 전송할 테니 가서 다 박살 내버리세요. }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라고.”


{ 하하. 그래도 뒷배경을 아는 것과 모르는 건 다르··· }


뚝.

전화를 끊어버린 야차가 긴 숨을 내뱉었다. 길게 뿜어져 나온 담배 연기 너머로 똑같은 담배를 문 시카가 물끄러미 야차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넌 또 뭐? 할 말 있냐? 아까부터 뭘 그리 쳐다보기만 하는데?”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요···.”

“그거 알면 댁까지 날 짜증나게 하지 말라고.”

“···몸이라도 빌려줄까요? 아니면 키스해줄까요?”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던 야차는 다시 한숨을 푹 쉬었다. 요즘 따라 한숨이 늘어가는 건 다들 비슷하지만, 야차의 한숨은 두 명분이나 다름이 없었다.


“네 초재생은 혹시 뇌를 퇴화시키는 부작용이라도 있는 거냐?”

“야차가 절 신경 쓰는 건 제 몸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닌가요?”

“갑자기 뭔 개소리야. 누가 그래?”

“핸들러가 그랬어요. 야차가 제 조력자라고. 며칠 동안 생각해봤는데, 당신이 제 조력자일 이유는 제 몸이 목적이라고 밖엔 생각이 안 들었어요.”


차라리 재미없는 농담이라면 받아치겠지만, 시카의 퀭한 얼굴은 농담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다.


머리를 긁적이던 야차는 다 탄 담배를 밟아 끄며 운전석에 올랐다. 시카도 그를 뒤따라 조수석에 탔다.


“폭탄녀. 넌 사람한테 대가 없는 호의라는 걸 받아본 적 없는 거냐?”


차량에 시동을 걸며 야차가 물었다. 그에 시카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없던 것 같아요. 다들 무언가를 원했으니까요. 헤이카 미켈런과 산 팀장은 제 능력을, 쥐잡이로 일할 때도 클라이언트는 항상 제가 누군가를 제거해주길 원했죠. 그 대가로 전 돈과 편의를 제공받았어요. 아무런 대가 없이 제게 무언가를 해준 사람은 없었어요.”

“그럼 난 지금까지 등신짓 한 거란 소린데.”

“공업에 있을 때 당신이 절 감시하던 건 산 팀장의 지시였다고 들었어요.”


야차는 쩝 입맛을 다셨다.


“그럼 내가 공업 나오고도 그쪽에 신경 쓰는 건?”

“그게 방금 말한 거예요. 몸이 목적이 아닐까 했어요. 야차는 수컷이니까요.”

“너 사람을 무슨 짐승처럼··· 젠장. 여자라고 다 손부터 대는 변태 새끼들이랑 똑같이 취급하지 마라.”

“그럼 왜 저한테 신경 쓰는 거예요?”

“···.”


야차의 눈이 이리저리 굴러갔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한 끝에 나온 대답 그가 생각하기에도 살짝 이상하긴 했다.


“그냥. 동료니까.”

“동료··· 핸들러도 힘들어해요.”

“사내 새낀 알아서 해야지.”

“역시 제 몸이 목적이었어요?”

“···돌아버리겠네.”


야차의 이마에 핏대가 하나씩 늘어가며 어느새 그들은 벤자민이 보낸 GPS 좌표에 도착했다.


그곳은 3층짜리 작은 건물이었다. 1층엔 공구나 잡동사니를 파는 가게가 있고, 2층과 3층은 비어있었지만, 보아하니 노름판으로 쓰이는 곳처럼 보였다.


차에서 내린 야차가 곤봉을 꺼내 가시 체인을 휘감았다. 가게에서 슬쩍 고개를 내민 주인장은 야차와 시카가 차려입은 검은 정장을 보곤 기겁하며 눈을 피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철계단을 올랐다. 문을 향한 노크는 야차의 가시 곤봉이 대신했다.


쇠가 비틀어지는 괴소음과 함께 문을 박살 낸 야차가 2층에 들어섰다. 의자 하나 없이 싹 비어있는 곳엔 수북이 쌓인 먼지뿐이었다.


“뭐야? 위에 있나?”


성큼성큼 내부 계단을 오른 야차와 시카가 3층에 도착했다. 그곳도 가구 하나 없긴 마찬가지였지만, 사람 크기만 한 푸른 꽃봉오리가 덩그러니 있었다.


이어서 꽃봉오리 뒤쪽에서 하얀 정장을 빼입은 여자가 천천히 걸어나와 두 사람을 주시했다.


“···.”


투명한 살기가 깃든 눈, 허리벨트에 고정되어 매달린 것은 검과 검집. 그리고 목에서 흔들리는 건 월교의 상징.


야차는 곤봉을 말아쥐었다.


“제대로 찾긴 한 모양인데, 왜 꽃이랑 사람 하나뿐이냐?”

“무고한 신도를 지켜라. 그게 주군께서 내리신 명입니다.”


여자는 검자루를 움켜쥐며 말했다. 곤봉을 빙글 돌린 야차가 자세를 낮췄다.


“샤토 공작의 기사, 마레 히메르카.”

“허. 요즘 시대에 기사라니. 컨셉 죽이네. 난 야차다!”

“기억해두겠습니다. 야차. 그쪽은?”

“시카.”

“네.”


담담하게 대답한 여자가 한 발을 내딛자 야차와 시카는 자기도 모르게 놀란 숨을 들이켰다.


공기가 바뀌었다.


눈으로 보이는 차이는 없었지만, 숱하게 피 웅덩이를 굴러 오던 두 사람에겐 곤두선 감각이 보내는 위험 신호가 분명히 느껴졌다.


“두 분 모두 기억하겠습니다.”


자세를 잡은 그녀가 움켜쥔 칼자루를 잡아당겼다.


“저거 막아!”


본능적으로 소리친 야차였다.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이미 시카는 핀을 뽑은 수류탄을 여자에게 내던진 뒤였다.


눈앞까지 날아든 수류탄에도 여자의 두 눈을 흔들림 없이 야차와 시카를 주시했다.


저 검이 뽑히게 두어선 안 된다.

그런 판단에서 움직인 두 사람이었으나 바닥을 걷어찬 여자는 시카의 수류탄을 지나쳐 그들의 바로 앞까지 날아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검이 뽑혔다.


욕망을 섬기는 강철검이.



#2


{ 헤르그부르 내 이상 반응 감지. 좌표 전송. 자리만 콥스, 확인 바람. }


곧바로 들어온 통신에 자리만은 바이저 위로 좌표를 띄웠다. 좌표를 확인한 그는 뜯은 젤리 봉투를 구겨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확인. 전원 해당 좌표로 이동한다. 아우터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말꼬리를 흐린 자리만은 바이저 너머로 보이는 풍경에 천천히 입을 벌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하던 길거리에 하얀 정장 차림의 사내들이 슬그머니 나타나고 있었다.


그들 모두가 목에 걸린 월교의 상징을 움켜쥐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얼핏 보기엔 기괴하다고까지 느껴질 그 광경에 자리만이 이를 부딪쳤다.


“전 대원. 스테판 슈트 활성화.”


그의 슈트에서 요란한 모터의 소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삐’ 하는 전자음과 함께 붉은 불빛이 바이저 중심에 나타났다.


“광신도 놈들이 전쟁을 시작했다.”




···




“젠장!”


야차의 몸은 하늘에 있었다. 보다 정확하게 하자면, 그는 추락하는 중이었다.


날아드는 칼날에 힘차게 바닥을 찬 것까진 좋았으나 여자가 뽑은 검은 건물의 3층을 통째로 갈라 천장과 옥상을 날려버렸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범주를 아득히 넘어선 영역. 감응자의 파장은 없었지만, 야차는 지금부터 눈앞의 여기사를 감응자라 생각하기로 했다.


쿵!

예전같으면 하반신이 박살 났을 높이에서 착지했지만 야차는 발목이 시큰거리는 정도로 그쳤다. 그의 한쪽 손에는 반 토막 난 시카가 열심히 하반신을 재생하고 있었다.


‘칼질 한 번에 사람 허리랑 건물을 동강 내?’


축 늘어진 시카를 보며 야차는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여기사는 훤히 드러난 3층 가장자리를 딛고 모습을 드러내더니 훌쩍 뛰어내려 도로에 착지했다.


“윽.”

“살아났냐?”

“···네.”


야차가 놓아주자 시카는 비틀거리며 다시 자라난 두 다리로 섰다. 그 광경을 본 여기사가 조용히 끄덕였다.


다시 한 발을 내디딘 여기사가 검을 당겨 잡았다.


“괴물이면 제대로 해야겠구만.”


발도와 동시에 건물을 자른 아까와는 완벽히 다른 자세. 야차는 바짝 말라가는 입술에 혀를 내두르며 자신의 마스크를 꺼내 썼다.


흉측한 이빨이 삐죽삐죽 튀어나온 귀신 마스크 위로 야차의 눈이 사납게 번들거렸다.


- !

바닥을 찬 야차의 몸이 무서운 기세로 튀어 나가 여기사와 거리를 좁혔다.


뒤이어 가차 없이 가시가 돋친 곤봉이 내리꽂힌다.


“!”


여자의 눈이 움직이고, 뒤따라 검이 움직인다.


자신이 느려진 건 아닐까 싶은 착각이 들 정도로 여기사는 매끄럽게 검을 휘둘러 곤봉을 쳐냈다.


강한 충격파가 대기를 때림과 동시에 여기사는 벌써 다음 동작으로 넘어갔다. 시퍼런 날을 세운 강철검이 번개처럼 움직여 야차의 가슴을 베었다.


“?”


여기사의 눈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커졌다.


거리와 힘, 각도. 방금의 검격은 야차의 몸을 반으로 쪼갤 위력이었다. 하지만 야차의 가슴팍에선 살짝 피가 튈 뿐 그의 몸은 반으로 나뉘지 않았다.


“나도 괴물이라서.”


사나운 귀신 마스크 너머로 흘러나오는 목소리. 번쩍 들어 올린 야차의 곤봉에 여기사는 검을 머리 위로 들었다.


“!!”

‘곤봉은 페이크.’


주먹이 여기사의 복부를 강타했다. 자세가 무너지고 검이 내려가자 위에 있던 야차의 곤봉이 무겁게 내리꽂혔다.


“아래!”


등 뒤에서 터진 시카의 외침에 야차가 눈을 부릅떴다.


‘무너진 게 아니야!’


무너진 척했을 뿐, 여자는 그대로 몸을 낮춰 검을 비스듬히 고쳐잡았다.


“저도 제대로 베어야겠군요.”


번뜩이는 회색 섬광이 야차의 다리를 타고 몸을 쭉 베어 올렸다. 그 짧은 사이 곤봉을 당겨 가슴을 막은 야차였지만 뒤따라온 폭풍 같은 충격파에 야차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큭!”


베인 자리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비정상적인 맷집을 가진 야차가 상처가 깊다고 느낄 정도로 검의 위력이 올라갔다.


서둘러 야차의 등에 손을 얹은 시카가 공기를 일그러뜨렸다. 야차의 상처가 재빨리 회복되었다.


“시간의 마법···.”


여기사의 중얼거림에 시카는 그녀를 노려보며 작은 칩 폭탄을 손에 쥐었다.


상처가 말끔히 치료된 야차도 몸을 일으켜 목을 풀자 여기사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이번에 먼저 움직인 것은 여기사였다.


한 번의 도움닫기로 화살처럼 날아온 여기사를 보며 야차가 곤봉을 빙글 돌렸다.


“폭탄!”


시카가 던진 칩 폭탄을 체인에 걸치면서.


“흡!”


휘두른 곤봉과 여기사의 검이 충돌했다.


곤봉과 강철검 사이에 낀 칩 폭탄이 폭발을 일으켰다. 야차의 맷집으로는 시야가 조금 가려지는 정도를 제외하면 전혀 문제가 없을 폭발.


유감스럽게도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였는지 여기사의 검이 폭발의 연기를 베어내며 다시금 매섭게 날았다.


이후는 재빠른 검격.


강철검의 섬광이 번쩍거릴 때마다 야차의 몸에선 피가 튀고 지면에 흉측한 상처가 남았다.


그 사이 거리를 두고 여기사의 뒤쪽으로 돌아간 시카가 총을 꺼냈다.


야차에게 쉴 새 없이 검을 휘두르면서도 시카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던 여기사는 재빠르게 검으로 지면을 내리쳤다.


웅- 하며 울리는 칼날의 진동과 땅의 공명.

뒤이어 지면에서 퍼진 충격파가 두 사람의 자세를 무너뜨렸다.


‘이 괴물 년이!’


배를 관통한 강철검에 야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여기사는 그대로 야차를 걷어차 강철검을 빼내곤, 등 뒤의 시카를 향해 날아들었다.


“당신 같은 존재도 무력화시키는 법은 있죠.”


아직 남은 폭발의 연기를 완전히 걷어내며 빛을 뿜은 강철검이 시카의 가슴을 얕게 찔렀다. 강철검은 그대로 휘릭 돌아 마치 시카의 가슴을 드러내듯 도려냈다.


그렇게 구멍 뚫린 시카의 가슴 속으로 여기사의 다른 손이 파고들었다. 거침없는 손아귀가 시카의 심장을 움켜쥐었다.


“아, 윽! 커흑!”


피를 울컥 쏟아낸 시카의 몸은 재생을 시작했지만 이미 가슴을 파고들어 뛰고 있는 심장을 움켜쥔 여기사의 손을 빼낼 순 없었다.


죽이지 않고 제압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사의 방식은 과격하지만 확실했다. 시카는 움찔거리며 가끔가다 짧은 신음을 흘릴 뿐, 여기사를 떨쳐낼 상태가 아니었다.


일어선 야차가 달려오고 있었지만 여기사는 그대로 몸을 돌려 한 손에는 강철검을, 한 손에는 심장을 움켜쥔 시카의 몸을 앞으로 내세워 어깨에 밀착했다.


“저 미친···.”

“들어오시죠.”


강철검을 느슨하게 늘어뜨리며 시카의 어깨너머로 여기사가 눈을 가늘게 떴다.


“어차피 그 곤봉으로 두들겨도 이분은 죽지 않습니다.”


죽지도 못하고 무한하게 재생하는 인간 방패.

거기에 건물을 쩍쩍 갈라대는 강철검.


“···씨발. 그러고도 기사냐.”

“기사입니다.”


기사로서도 최악이고, 적으로서도 최악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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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시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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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욕망 시대(完) +3 23.05.08 204 9 24쪽
263 마법사의 보답 +2 23.05.05 154 10 13쪽
262 광야(曠野) 헤이카 미켈런 +2 23.05.04 174 12 15쪽
261 재회 +1 23.05.03 166 11 15쪽
260 사막, 괴물, 어린 칼잡이들 +3 23.05.02 161 11 12쪽
259 라푸스 벤데르드 +2 23.05.01 168 9 20쪽
258 욕망 시대(13) - 사무엘(Samuel) +2 23.04.28 169 8 17쪽
257 욕망 시대(12) - 눈 내리는 날 +1 23.04.27 163 8 15쪽
256 욕망 시대(11) - 죽음이 아닌 삶을 바라게 될 때까지 +1 23.04.26 157 7 14쪽
» 욕망 시대(10) - 강철의 기사 23.04.25 155 9 15쪽
254 욕망 시대(9) - 소리 없는 침식 +1 23.04.24 165 9 11쪽
253 욕망 시대(8) - 일방적 계약 +1 23.04.21 169 9 20쪽
252 욕망 시대(7) - 길을 잃고 +1 23.04.20 164 9 15쪽
251 욕망 시대(6) - 정복자 23.04.19 163 9 16쪽
250 욕망 시대(5) - 악룡과 용사 +1 23.04.18 159 9 17쪽
249 욕망 시대(4) - 오염구역 탐사 +2 23.04.17 158 8 14쪽
248 욕망 시대(3) - 죽음의 땅 +2 23.04.14 172 9 13쪽
247 욕망 시대(2) - 위험한 여행 +1 23.04.13 155 9 13쪽
246 욕망 시대(1) - 탐욕의 바르바로사 +1 23.04.12 178 9 13쪽
245 죄인 +2 23.04.11 157 8 15쪽
244 급류(急流) +2 23.04.10 177 9 13쪽
243 삼류 악당 +2 23.04.07 180 10 23쪽
242 우는 아이 +1 23.04.06 161 8 15쪽
241 에콰(5) - 일그러진 미소 아래 +2 23.04.05 183 9 15쪽
240 에콰(4) - 핏덩이 +1 23.04.04 178 9 17쪽
239 에콰(3) - 욕망죄화(欲望罪花) +1 23.04.03 184 10 27쪽
238 에콰(2) - 모르스 에콰 +1 23.03.31 168 9 13쪽
237 에콰(1) - 소녀 +1 23.03.30 166 9 14쪽
236 개벽(35) - 문을 닫다. +1 23.03.29 169 9 15쪽
235 개벽(34) - 찾아온 영웅, 떠나는 영웅 +1 23.03.28 173 9 21쪽
234 개벽(33) - 베르나데트 23.03.27 163 9 20쪽
233 개벽(32) - 자유를 향해 +2 23.03.24 163 9 18쪽
232 개벽(31) - 데이케트람 23.03.23 168 9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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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개벽(18) - 영웅 증후군 23.03.06 205 10 16쪽
218 개벽(17) - 친구인가 적인가 23.03.03 184 10 16쪽
217 개벽(16) - 습격 23.03.02 183 10 14쪽
216 개벽(15) - 헤르그부르 23.02.28 191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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