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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P

욕망 시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굴P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3.05.08 18:05
연재수 :
2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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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9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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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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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개벽(23) - 본보기

DUMMY

#1


“어디서부터 시작해볼까요? 음. 그래요. 당신이 어째서 자객들에게 쫓기는지부터 시작하죠. 자, 옛날옛날. 먼 옛날. 하늘에..”

“잠깐.”


거창한 연극이라도 시작하려던 것처럼 분위기를 잡던 키란 샤토는 아쉽다는 얼굴로 말을 멈췄다.


“자객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라면서 왜 ‘옛날옛날’ 같은 동화 도입부처럼 시작하지?”

“그야 쫓기는 이유를 설명하려면 배경 설명이..”

“관심 없어. 간략하게. 그리고 그 전에 하나 더 확인하자고.”

“뭔가요?”


기분 나쁘게 고개를 갸웃거리는 변태 아저씨를 두고 열이 뻗치지만 이미 기차는 달리고 있고, 돌이키기엔 늦었다. 그리고 지금의 내겐 필요했다. ‘정보를 가진 사람을 찾을 것.’ 아까 해둔 메모였다.


그 상대가 이 변태처럼 생긴 월교 사도라는 건 다소 의외였지만 상대를 가릴 처지가 아니란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저쪽의 의도를 먼저 파악해두는 건 필요했다.


“왜 날 도와주지? 그 교주님이 시켜서?”

“그런 것도 있고. 그쪽이 싹수가 보여서 우리 동료로 합류시킬까 해요.”

“마피아 처형인에 횟집 알바에 공업 팀장. 그다음엔 사이비 성직자까지 하라고?”

“그것참 파란만장한 인생이네요.”

“엿이나 드셔.”


대차게 손가락 욕을 날려줬지만 키란 샤토는 여전히 느끼한 미소를 치우지 않았다. 사도 중에 이런 징그러운 놈이 있을 줄은 몰랐다. 크루아틀보다 상대하기 껄끄럽다.


“물론, 다짜고짜 월교의 성직자가 되어달라고 하는 건 아니에요. 우선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먼저 도움을 주고, 그다음에 천천히 생각할 기회를 줄게요. 친구부터 시작하는 거죠.”

“..그럼 적어도 그쪽 말고 다른 사도를 보내야 했던 거 아니야? 종교 권유를 하고 다닐 얼굴마담으로는 안 어울리는데.”

“나 말고 남은 두 사도는 더 최악이거든요. 적어도 인간미가 있는 사도가 낫지 않겠어요?”

“그 인간미가 좀 뒤틀린 모양이네.”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낸 모습이죠. 칭찬 고마워요.”


키란 샤토는 두 팔을 활짝 벌렸다. 한껏 만족스러운 얼굴이나 시라비아의 칙칙한 배경에도 톡톡 튀는 화려한 옷차림이 이놈의 욕망이라면 이놈도 어지간히 제정신은 아닌 모양이다.


“에헴. 그럼 요청대로 간략하게 하죠. 크루아틀은 본래 인간성이 없는 짐승이었어요. 친구이자 주인을 잃고 백사병에 오염돼 미쳐 날뛰는 짐승을 블라다카가 거두었죠. 블라다카는 그의 욕망의 절반 정도는 실현시켜줬어요.”


절반. 그 의미는 대강 알 것 같았다. 크루아틀의 욕망은 인간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언어를 하고, 인간처럼 생각하고, 인간처럼 군대를 꾸리더라도 놈은 끝까지 짐승의 모습을 한 채로 죽었다. 그러니 절반이다.


“왜 절반만 해주는 거야? 기왕 자기 부하면 완전히 인간으로 만들면 더 충성을 보일 거 아냐?”

“블라다카는 모든 생물의 욕망을 지켜보길 원하거든요. 그 욕망을 이루는 과정, 욕망을 이루고 난 뒤의 결말을 영화 관람하듯 지켜보는 거예요. 크루아틀을 거두고 도와준 건 영사기의 버튼을 누른 것뿐이죠.”

“그래서 반만 이뤄줬구만. 나머지는 인간이 되려는 발버둥을 지켜보려고. 희망 고문 아냐? 악질이네.”

“그러게요. 짐승은 무슨 짓을 해도 짐승인데.”


키란 샤토는 순순히 인정했다. 아마 크루아틀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불같이 화를 냈겠지. 시라비아가 떠나가라 울어댔을지도 모른다.


“심장은 그 생물의 모든 힘이 담긴 기관이에요. 블라다카는 그의 심장에 축복을 내려 인간성을 주었죠. 당신은 그걸 먹은 거고요.”

“내가 안 먹었으면 그 마법사가 먹었을걸? 뭐라 부르더라?”

“호르바. 심장을 먹는 마법사. 스승을 시기하는 재능 없는 마법사였죠. 그가 먹었다면 아마 상당히 위험한 마법사가 되었을 거예요. 델라리온 머스칼도 압도했을걸요.”


어느새 기차의 바깥은 터널 안의 풍경으로 바뀌었다. 지난번엔 오코넬의 차를 타고 지났던 해저 철도 터널이었다. 빠르게 스쳐가는 차가운 터널의 벽들을 지켜보며 난 끄덕였다.


“그리고 아마 알고 있겠지만 우리 월교는 적이 많아요. 언제나 노려지죠. 지금 당신이 노려지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놈들 설마 날 월교 사도로 착각하는 거야?”


키란 샤토는 눈웃음으로 대답했다.


“사실 그들에겐 당신이 월교의 사도인지 아닌지는 관심 없어요. 월교였던 괴물의 힘을 먹어버렸으니 당신이 월교가 될지도 모르고, 어쩌면 월교보다 성가신 괴물이 될지도 모른다면서 미리 싹을 잘라두려는 거죠.”

“쩝. 그렇구만.”


후환이 될 것은 남겨두지 않는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타당한 판단이었다. 나도 후환이 될만한 건 남겨두지 않는 타입이니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었다.


어느새 기차 밖의 풍경은 터널을 빠져나와 다시 시라비아의 도시로 바뀌었다. 칙칙한 잿빛 하늘. 쉴 새 없이 내리는 비는 여전했다.


“그래서 어떻게 해결해?”

“이미 늦었다는 걸 보여줘야죠.”

“뭔 소리야?”

“그들이 자객을 보내는 이유는 당신이 훗날 뭐가 될지 모를 새싹이기 때문이에요.”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될지 모르니 미리 싹을 잘라두려는 셈인데, 이미 뭐라도 되어버린 놈은 또 얘기가 다르지.


“적은 여럿이에요. 그리고 각자 목적도, 행동 방침도 다르죠. 하지만 당신이 평범한 새싹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면 그들의 행동도 달라질 거예요. 더욱 조심스러워지거나, 당신을 회유하려 들거나, 오히려 더 격렬하게 목숨을 노려오는 자들도 있겠죠.”

“확실한 건 적이 줄어들겠네. 노려오는 놈들만 대응하면 될 테니 지금보다도 편하게 움직일 수 있겠고.”

“그거예요. 방법은 간단하죠. 당신이..”

“피라미가 아니라는 것만 보여주면 된다는 거잖아?”


키란 샤토가 손뼉을 쳤다.


“그렇죠! 함부로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이미 강해져 버렸다. 그런 걸 보여줘요.”

“쉽네.”

“그럼 그 방법을..”

“아냐. 그건 내가 알아서 하게. 혹시 거울 연못에 대한 정보도 아는 거 있어?”

“물론이죠. 거울 연못은..”


키란 샤토는 술술 설명을 이어갔다. 친구부터 시작하자 더니, 달라고 하면 간이고 눈깔이고 다 떼어 줄 기세다. 그 정도로 월교에선 내가 탐나는 인재인가? 기분이 좋은 듯, 구린 듯 애매했다.


바깥의 풍경이 조금씩 느려졌다. 기차가 속도를 늦추고 있었다. 해저 철로를 지났으니 헤르그부르 역에 잠시 정차하려는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피스칼까지 갈 예정이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그렇게 키란 샤토의 거울 연못에 대한 설명이 끝날 때쯤 기차는 역에 들어섰다. 그나마 시라비아에서도 살만한 인간들이 역에 모여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긴, 빈민은 역에 들어오지도 못하니 기차를 탈 수 있는 건 꽤 가진 놈들뿐이다.


“설명 고마워. 아저씨 이름이 키란 샤토라고 했던가?”

“네. 기억해줘서 고마워요.”

“난 산이야. 알고 있겠지만.”

“네. 알아요. 산.”


난 코트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혹시 그쪽 사도 중에선 얼마나 강해?”

“음.. 사도들의 우위를 가려본 적은 없는데요. 그래도 나름 실력은 있다 생각해요.”

“괜찮네. 나 좀 도와줘.”

“물론이죠. 또 뭘 알려 드릴까요?”


키란 샤토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피어났다. 그렇게 날 돕는 게 좋나.


“한 번만 죽어주라.”

“..네?”


기분 나쁜 얼굴에 피어난 웃음이 굳어진다.


난 그대로 키란 샤토의 목을 쳤다.




...




역에 들어선 기차 문이 열리고 승객들이 내렸다. 헤르그부르의 기차역은 늘 내리는 사람은 많지 않아도 타는 사람은 많았다. 미다스에서 시라비아 내륙으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경유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혹은 비명을 지르면서 공포에 질린 채 기차 문이 열리자마자 쏟아져 나왔다.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덩달아 어리둥절한 얼굴로 두리번거렸다. 운전사로 보이는 남자가 황급히 내려 열린 문 중 한 곳으로 냅다 달렸다.


뒤늦게 안쪽에서 구두 소리가 들렸다. 이내 검은 코트를 늘어뜨린 남자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기차에서 내렸다.


“으, 으아아..!”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거나 엉덩방아를 찧었다. 운전사도 경악한 얼굴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사람의 잘린 머리를 한 손으로 대롱대롱 들고 있었다. 잘린 목에선 진득한 피가 뚝뚝 떨어졌고 두 눈은 시퍼렇게 뜬 채였다.


“여기! 여기야!”


헐레벌떡 한 무리의 사내들이 달려왔다. 검은 옷차림에 총으로 무장한 그들은 모두 시라비아 마피아의 말단 조직원들이었다. 어찌 됐든 시라비아에 있는 모든 기차역은 마피아의 관할이었으니, 이곳에도 마피아 조직원들이 있는 건 당연했다.


그들은 소란을 듣고 달려온 모양이었지만 잘린 머리를 든 상대를 보자마자 우뚝 서서 굳어버렸다.


“모, 모르스 웅골라..”


그나마 산을 알아본 조직원이 중얼거렸다. 입이 찢어질 기세로 웃고 있는 산의 눈이 그를 향했다. 독기로 흘러넘치는 눈빛에 그들은 숨을 삼켰다. 피가 얼어붙는 감각에 누구 하나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산은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 주머니를 뒤적거려 키란 샤토의 잘린 머리에 무언가를 걸었다. 그건 월교의 성직자들이 쓰는 목걸이였다.


“거기 너. 따라와.”


산은 가장 앞에 있던 젊은 조직원을 가리켰다. 지목당한 말단 조직원은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


“모르스 웅골라.. 그, 그 남자는?”

“이거 월교 사도야. 겁도 없이 미다스에서 설치길래 잡았어.”

“아..”

“머리 꽂을 꼬챙이랑.. 팻말로 쓸 거 아무거나 들고 와. 못이랑 망치도.”

“예, 예..”


곧이어 기차에서 알산나가 비틀비틀 내려 산의 곁에 섰다. 그녀의 옷이나 입가가 피로 흥건했다.


“왜 머리는 안 돼?”

“머리는 내 몫이야. 몸뚱이 먹었으면 됐지.”

“..알았어.”


뚱한 표정을 짓는 알산나였다. 산은 쥐고 있던 카르마 나이프를 빙글빙글 돌리며 걸어갔다. 그의 태연한 발걸음이 얼어붙은 사람들을 가로질렀다.


대롱대롱 흔들리는 머리가 이리저리 피를 뿌렸다.



#2


역을 나오니 그제야 비가 아직 오고 있음을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우산을 기차 안에 두고 나온 모양이다. 아니지. 저택에서 챙겨 나오긴 했었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이놈의 건망증.’


생각난 김에 약통에서 꺼낸 약 한 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 옆을 보니 알산나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든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의 하얀 드레스를 적신 새빨간 핏물이 비에 씻겨 내려갔다.


“가져왔습니다..”


말단 녀석이 우물쭈물 나무 꼬챙이와 나무판을 내밀었다. 이런 게 용케 근처에 굴러다니는구나.


난 꼬챙이 끝을 나이프로 더 날카롭게 깎아내며 그를 살폈다. 얼굴을 보니 아직 10대로 보인다. 잔뜩 기합이 들어간 모양새가 조직에 들어온지 얼마 안 된 녀석이다.


“이름.”

“저, ‘캄’ 이라고 합니다..!”

“음. 일 시작한 지 얼마나 됐어?”

“이제 두 달쯤..”


한창 힘들면서도 다른 데선 조직에 들어갔다고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닐 시기다.


“날 바로 알아보던데.”

“에, 에콰 님은 여기 주인이시니까요..”

“주인집 도련님 얼굴쯤은 알아본다.. 그런 건가. 조직 생활 잘하겠네.”

“감사합니다!”


약간 돌려 깐건데, 캄이라는 말단 녀석은 뭐가 좋은지 입꼬리를 히죽거리며 재빨리 머리를 넙죽 숙였다.


난 반대편도 깎아낸 꼬챙이를 적당한 자리에 푹 박아넣고 키란 샤토의 머리를 위쪽에 꿰었다. 기차역 앞에 박아놨으니 눈에 확 띄겠지.


그리고 나이프로 나무판을 긁어 글자를 새겼다. ‘모르스 웅골라’ 까지 썼다가, 쭉 긋고 잠시 고민했다. 뭐라고 써야 내가 월교를 싫어한다는 걸 보여줄 수 있을까?


그렇게 고민 끝에 다시 나이프를 끄적거렸다. ‘적에겐 죽음을. 친구에겐 머리를.’ 내가 손을 내밀자 캄은 망치와 못을 건넸다. 못으로 팻말을 꼬챙이에 박아 고정했다.


“잘 보이겠지?”

“예!”


자객들에게 ‘난 피라미가 아니며, 월교와 친구가 아니다.’ 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는 방법. 그건 아주 간단하다. 멍청한 월교 사도 하나의 모가지를 따서 잘 보이는 곳에 걸어놓으면 된다.


게다가 내 곁엔 이전엔 사도였던 알산나가 따라다니고, 내 뱃속에 들어갔던 사도 크루아틀의 심장은 말끔하게 소화됐다.


즉, 누가 봐도 난 월교와 썩 친한 놈은 아니다. 자기 입으로 나름 강하다는 키란 샤토를 죽여 그걸 확실하게 했으니 날 지켜보던 자객들은 한 번 더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정말 자기들 적인지, 잘라낼 수 있는 싹인지.


“저.. 모르스 웅골라..”

“산이라고 불러. 다른 거 말고 산. ‘님’ 자도 붙이지 마라.”

“예! 산! 그, 그런데 이걸 월교 신도들이 보면..”

“시라비아에 월교 신도가 있어?”


캄은 눈알을 굴리다 끄덕였다.


“짐승 대제 이후로 월교 예배소가 시라비아 이곳저곳에 들어섰습니다.. 자연스럽게 월교 신도들도 생겼고요..”

“응. 그래서?”

“그.. 신도들이 보면 불쾌해할 수도 있고.. 아, 아닙니다! 절대 잘못됐다는 말은 아닌데.. 지금 시라비아는 월교를 허용하고 있어서..”


더듬더듬거리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녀석이었다. 무슨 말인지도 알 것 같았다.


“앞으로 허용 안 해.”

“예..? 하지만 에콰 님이..”

“내가 바르바로사야.”


캄은 멍청한 얼굴로 날 바라보다 눈을 크게 뜨면서 입을 쩍 벌렸다.


“에콰는 내 명령으로 쿠스카를 죽이러 갔어.”

“어.. 어...?”

“요즘 내 소문 돈다면서? 거리의 이웃들에게도 전해. 새 바르바로사가 누구인지는 알아야지.”


카르마 나이프를 접어 안주머니에 넣고 돌아섰다. 자꾸 앞을 가리는 앞머리가 걸리적거려 쓸어넘겼다. 입에선 하얀 입김이 나왔다. 차가운 날씨에 비까지 맞는 건 역시 좋지 않았다.


어쨌든 자객 문제는 이걸로 해결됐으리라 생각하기로 했다. 만약 이걸로도 부족하면 그때부턴 오는 놈들 목을 죄다 따버려 내가 피라미가 아니라는 걸 보여줄 셈이다.


“너 날 수 있지?”


피를 씻어낸 알산나의 흐릿한 눈이 날 보았다. 그러더니 곧 등에서 거대한 날개가 튀어나왔다.


캄과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기겁했다. 나도 처음 봤을 땐 저런 반응이었다. 살벌한 가시가 돋친 날개가 옆에 있던 가로등을 찔러 꺾었다.


“오래 날 수도 있어?”

“먹은 만큼.”

“그럼 중간에 먹으면서 가면 되겠네. 나 좀 태워봐.”

“...”


역시 불만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알산나는 순순히 몸을 낮췄다. 난 그녀의 등에 무릎을 대고 올랐다. 날개에 돋친 가시를 손잡이처럼 잡았다.


나보다 작은 여자 등에 업히는 모양새가 뭔가 기분이 묘했지만, 날갯짓을 보니 역시 이건 용이라는 걸 다시금 떠올렸다.


난 휴대전화를 꺼내 GPS를 켜 방향을 확인하고 가리켰다. 시라비아의 커다란 구멍이 있는 곳이다.


“이쪽으로 가자. 키란 샤토의 말대로라면 구멍 안에 거울 연못이 있댔으니까.”

“거울 연못?”

“아시리아로 갈 거야.”


날개가 크게 움직였다. 빗줄기를 사방으로 흩뿌리며 지면에선 뭔가 큰 소리가 났다.


곧 알산나가 엄청난 속도로 솟아올랐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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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시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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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욕망 시대(完) +3 23.05.08 204 9 24쪽
263 마법사의 보답 +2 23.05.05 154 10 13쪽
262 광야(曠野) 헤이카 미켈런 +2 23.05.04 174 12 15쪽
261 재회 +1 23.05.03 167 11 15쪽
260 사막, 괴물, 어린 칼잡이들 +3 23.05.02 162 11 12쪽
259 라푸스 벤데르드 +2 23.05.01 169 9 20쪽
258 욕망 시대(13) - 사무엘(Samuel) +2 23.04.28 169 8 17쪽
257 욕망 시대(12) - 눈 내리는 날 +1 23.04.27 163 8 15쪽
256 욕망 시대(11) - 죽음이 아닌 삶을 바라게 될 때까지 +1 23.04.26 158 7 14쪽
255 욕망 시대(10) - 강철의 기사 23.04.25 155 9 15쪽
254 욕망 시대(9) - 소리 없는 침식 +1 23.04.24 166 9 11쪽
253 욕망 시대(8) - 일방적 계약 +1 23.04.21 170 9 20쪽
252 욕망 시대(7) - 길을 잃고 +1 23.04.20 165 9 15쪽
251 욕망 시대(6) - 정복자 23.04.19 163 9 16쪽
250 욕망 시대(5) - 악룡과 용사 +1 23.04.18 160 9 17쪽
249 욕망 시대(4) - 오염구역 탐사 +2 23.04.17 159 8 14쪽
248 욕망 시대(3) - 죽음의 땅 +2 23.04.14 172 9 13쪽
247 욕망 시대(2) - 위험한 여행 +1 23.04.13 156 9 13쪽
246 욕망 시대(1) - 탐욕의 바르바로사 +1 23.04.12 178 9 13쪽
245 죄인 +2 23.04.11 158 8 15쪽
244 급류(急流) +2 23.04.10 177 9 13쪽
243 삼류 악당 +2 23.04.07 180 10 23쪽
242 우는 아이 +1 23.04.06 162 8 15쪽
241 에콰(5) - 일그러진 미소 아래 +2 23.04.05 184 9 15쪽
240 에콰(4) - 핏덩이 +1 23.04.04 178 9 17쪽
239 에콰(3) - 욕망죄화(欲望罪花) +1 23.04.03 185 10 27쪽
238 에콰(2) - 모르스 에콰 +1 23.03.31 168 9 13쪽
237 에콰(1) - 소녀 +1 23.03.30 167 9 14쪽
236 개벽(35) - 문을 닫다. +1 23.03.29 169 9 15쪽
235 개벽(34) - 찾아온 영웅, 떠나는 영웅 +1 23.03.28 174 9 21쪽
234 개벽(33) - 베르나데트 23.03.27 164 9 20쪽
233 개벽(32) - 자유를 향해 +2 23.03.24 164 9 18쪽
232 개벽(31) - 데이케트람 23.03.23 168 9 18쪽
231 개벽(30) - 행복을 쫓던 사내 +1 23.03.22 169 8 21쪽
230 개벽(29) - 침묵의 도시 23.03.21 166 8 17쪽
229 개벽(28) - 가능성 +1 23.03.20 172 9 17쪽
228 개벽(27) - 시카 23.03.17 166 9 17쪽
227 개벽(26) - 36년 +1 23.03.16 234 9 17쪽
226 개벽(25) - 빛바랜 세상 +1 23.03.15 168 9 13쪽
225 개벽(24) - 문 23.03.14 175 9 18쪽
» 개벽(23) - 본보기 +1 23.03.13 167 9 16쪽
223 개벽(22) - 옛 동료 +1 23.03.10 177 10 16쪽
222 개벽(21) - 마지막 조각 +1 23.03.09 182 10 21쪽
221 개벽(20) - 흐름 23.03.08 173 10 16쪽
220 개벽(19) - 시라비아의 햇빛 23.03.07 180 10 15쪽
219 개벽(18) - 영웅 증후군 23.03.06 205 10 16쪽
218 개벽(17) - 친구인가 적인가 23.03.03 184 10 16쪽
217 개벽(16) - 습격 23.03.02 184 10 14쪽
216 개벽(15) - 헤르그부르 23.02.28 192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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