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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P

욕망 시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굴P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3.05.08 18:05
연재수 :
2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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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64
추천수 :
3,417
글자수 :
1,991,941

작성
23.03.1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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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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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6쪽

개벽(22) - 옛 동료

DUMMY

#1


휴대전화를 두드리며 기차역에 들어섰다. 다행히 여기까지 오는 동안 방해꾼은 없었다.


난 휴대전화 속 메모를 써내려갔다. 오락가락하는 정신을 붙잡고 지금의 문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언제 또 기억이 날아가 버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아우터가 출현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이유는 아마 헤이카가 그 ‘문’ 이란 걸 열었기 때문일 것이다. 거울 연못이라고 부르던가? 아우터라 불리는 괴물들은 그 거울 연못에서 기어나오고 있다.


괴물들이 전 세계에서 나타난다는 건 거울 연못이 아시리아뿐만 아니라 세계 이곳저곳에 있었다는 뜻이다. 다만 여기서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다.


‘헤이카는 아시리아의 거울 연못만 열었어. 그런데 왜 다른 곳에서도 아우터가 나타나는 거지?’


거울 연못이 가지는 성질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한쪽을 열면 다른 쪽도 열린다든지. 하지만 전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거울 연못의 존재를 헤이카만 알고 있다곤 할 수 없으니까.


‘누군가 의도적으로 여는 거라면?’


헤이카를 방해하려는 제삼자의 소행일 가능성도 있다. 이건 역시 거울 연못을 더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정보가 부족했다. ‘정보를 가진 사람을 찾을 것.’ 따로 메모했다.


다음 문제는 역시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다. 짐승의 심장을 먹은 뒤, 바렉이 경고한 대로 괴상한 놈들이 날 노려오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확실히 다른 위험한 자객들이다.


그놈들로부터 나 혼자 몸을 지키는 게 무리라고 판단했기에 차라리 시라비아 마피아를 방패로 세우려는 계획을 세웠다. 시라비아에 다시 발을 붙이는 건 끔찍하지만 지금도 그게 최선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바르바로사가 되면 어차피 쿠스카가 하던 것처럼 피스칼 땅으로 옮겨 갈 생각이었다. 헤이카가 피스칼에 공업 도시를 세운다고 했으니 그쪽에 내 거점을 잡으면 될 일이다.


지난번 미다스에 나타난 아우터를 해치운 게 공교롭게도 내게 도움이 되고 있었다. 거슬리는 쿠스카만 정리된다면 바르바로사 자리는 내가 유력했다.


‘다음은.. 몸에 변화가 생겼지.’


심장을 먹은 게 이제서야 효과를 보고 있다는 점도 나쁘지 않았다. 날 노리는 자객들이 모두 괴물 같은 놈들이었으니 이 시점에서 내가 강해지는 건 일단 반길 일이다.


다만 그 부작용으로 백사병 증세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디안 켄트가 약을 만들어주기로 했으니 그때까지만 어떻게 버티면 되겠지만.. 이게 단순한 건망증 수준이 아니라는 걸 이젠 인정해야만 했다.


“알산나.”

“왜?”

“앞으로 내가 헛소리할 때마다 내 이름을 불러줘.”

“산.”

“그래. 그렇게. 방금은 헛소리 아니었지만.”


이름. 헤이카도 그랬고, 어떤 마법사도 그랬다. 이름은 중요한 거라고. 무슨 의미인진 아직 잘 모르지만 그래도 역시 내가 누구인가를 잊지 않는 게 중요했다.


이외에도 의수가 불안정하다던지 여러 가지를 메모했다. 그러고 있었더니 기차가 역으로 들어왔다. 이클립스 공업의 이름이 새겨진 기차였다. 이 기차는 해저 철도 터널을 통과해 내륙으로 이어진 철로를 쭉 나아간다.


각국의 국경을 넘고 대도시마다 세워진 기차역에 멈춘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이 기차에 계속 몸을 싣고 있으면 코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만 지금은 코렌에 돌아가는 게 목적은 아니었다. 내 목적지는 피스칼이다. 최대한 빨리 시라비아 마피아라는 성벽을 손에 넣고 헤이카에게 돌아갈 셈이다.


난 메모하던 내용을 저장하고 기차에 올랐다. 역에 오자마자 급하게 산 표를 확인했다. 좌석을 찾아가보니 주변엔 사람이 없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연락처를 뒤적거렸다. 우선 헤이카에게 연락을 했지만 받지 않았다. 늘상 있는 일이라 익숙했다. 다음은 닐라 비서실장이었다.


{ 산 팀장님? }


휴대전화 너머로 다소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닐라는 내 전화를 바로 받았다.


“예. 접니다. 이쪽에 수송기를 좀 보내줬으면 해서요. 급해요.”


{ ..지금 시라비아에 계시지 않나요? }


“네. 얼마나 걸리죠?”


{ 죄송합니다. 제 권한으로는 수송기를 보내드릴 수 없어요. }


닐라의 대답은 의외였다.


“전엔 보냈잖아요?”


{ 지금 공업 소유의 수송기는 박사님이나 델라리온 머스칼의 허가 없이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


머스칼이 손을 쓴 모양이다. 그래. 잠시 머스칼을 잊고 있었다. 에콰와 사무엘뿐만 아니라 머스칼도 에콰의 헛소리를 믿고 행동하는 일원이었다.


“그럼 헤이카한테 전달해줘요. 헤이카라면 허락해줄 거예요.”


{ 헤이카 박사님은 조금 전에 아시리아로 가는 비행기를 타셨습니다. 한동안은 연락이 힘들 것 같습니다. }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휴대전화를 내렸다. 시라비아 내륙으로 들어간 뒤에 수송기로 피스칼까지 단번에 갈 생각이었는데, 수송기가 없으면 기차와 차를 번갈아 타며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것마저도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고민했다. 차라리 쿠스카는 무시하고 곧바로 스토커에게 도움을 청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고개를 저었다. 쿠스카는 그런 안일한 계획이 먹힐 상대가 아니었다.


“어머, 곤란해 보이네요.”


계속 연락처를 뒤지던 중 어느 목소리에 흠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한눈에 봐도 수상쩍은 새하얀 정장에 기분 나쁜 화장을 한 남자가 우두커니 서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남자는 키가 컸다. 팔다리도 길쭉했고, 얼굴도 그랬다. 빨갛게 칠해진 입술이나 긴 속눈썹은 여성스러움이 묻어나왔지만 그런 화장 너머엔 분명히 남자가 있었다. 기분 나쁜 놈이었다.


난 슬쩍 나이프를 꺼냈다. 그러자 기분 나쁜 남자는 손을 저으며 히죽 웃었다. 웃는 것도 기분 나쁘다.


“또 자객이냐? 왜 안 나오나 했다.”

“자객이 아닙니다. 난 키란 샤토라고 해요.”

“키란 샤토?”

“변태.”


가만히 있던 알산나가 말했다. 키란 샤토라는 남자는 당황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다 애써 웃는 얼굴을 했다.


“귀여운 알산나. 남들이 들으면 오해하겠어요.”

“..그냥 생긴 것부터 변태 같은데?”

“이런. 벌써 오해하잖아요. 휴우.”


키란 샤토는 정장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무언가를 꺼내 내보였다. 그건 월교의 문양이었다. 얼추 예상은 하고 있었다. 알산나가 알고 있다는 점에서 그랬다.


“다시 소개할게요. 난 키란 샤토라고 해요. 월교의 사도예요.”

“뭐하러 왔어? 이미 심장은 소화 끝났는데.”

“심장 때문에 온 게 아니에요. 도움을 주려고 왔어요.”

“꺼져. 귀찮으니까.”


내 냉담한 태도에도 키란 샤토는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 심지어 나와 마주 보는 좌석에 아무렇지도 않게 앉았다. 내가 쏘아보자 그는 기차표를 팔랑팔랑 흔들었다.


“내 자리가 여기거든요.”

“...그럼 말 걸지 마. 나도 기차 안에서 칼질하고 싶진 않아.”

“그쪽이 흥미로워 할 이야기를 가지고 왔는데도?”

“필요 없어.”

“아쉽네요. 자객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알고 있는데.”

“...”


망할 월교.



#2


{ 끼아아아악 - !!! }


비명인지 울음소리인지 모를 것을 내지르며 목이 길쭉한 괴물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들이닥친 거친 사막의 모래바람 탓에 시야는 더더욱 좋지 않았다.


그런 괴물은 하나가 아니었다. 탁한 시야 너머로 괴물들의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렸다. 하지만 줄지어 선 군용 험비들은 그 괴물들을 모두 무시하고 나아갔다.


뒷좌석에 앉아 커다란 배낭을 꽉 안고 있는 케니 박사는 이리저리 눈알을 굴렸다.


아시리아의 모래 폭풍과 이상 기후 탓에 헤이카의 전용기는 목적지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아시리아 임시 공항에 착륙했다. 그리고 거기서부턴 오로지 육로로 목적지인 아디마 케티르까지 이동해야 했다.


케니 박사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비행기 안에선 정신이 불안정한 폭탄마와 함께 해야 했고, 막상 아시리아에 도착해도 이런 괴물 소굴을 고작 차로 가로질러야 한다는 게 그에겐 상식 밖의 일이었다.


무엇보다 험비의 난폭한 승차감에 엉덩이와 허리가 아프다 못해 마비될 지경이었다. 반면에 그의 옆에 앉은 헤이카는 익숙한 듯 턱까지 괴고 있었다.


{ 꺄아아악!! }


“으힉!”


갈라지는 비명에 케니 박사가 몸을 잔뜩 웅크렸다. 옆에 타고 있던 헤이카는 그런 박사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괜찮아요? 박사님?”

“..네! 네! 괜찮습니다..! 회장님....”

“걱정 마세요. 저 괴물들은 우릴 못 건드려요. 델라리온 머스칼이 천적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거든요. 오히려 겁먹은 건 저 괴물들이죠.”


헤이카는 태연하게 말했다. 케니 박사는 슬그머니 운전대를 잡은 머스칼을 보았다. 이클립스 공업의 괴물, 얼굴 없는 머스칼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는 게 그에겐 꽤 생소하게 보였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저게 정말 멸망한 시대의 주민들이라니..”


여전히 겁먹은 목소리로 케니 박사가 중얼거렸다. 헤이카가 말했다.


“아직도 확신이 안 들어요?”

“..예. 아우터가 한때 사람이었다는 건 지금도 믿기 어렵습니다. 하, 하지만 전 회장님의 이론을 믿습니다. 거울 연못의 존재는 이미 확인됐고, 이 운석의 에너지를 이용하면 거울 연못을 여닫을 수 있다는 것도 실험으로 증명했으니까요.”


케니 박사는 배낭 안에 들어있을 운석 덩어리를 생각하며 말했다.


“황성의 자원은 이미 끝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말로 다른 세계라는 게 존재한다면.. 그 세계의 자원을 끌어다 쓸 통로를 확보하기만 해도 황성은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겁니다.”

“믿어줘서 고마워요. 저도 박사님처럼 황성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을 줄곧 찾아다녔어요. 이 허무맹랑한 계획에 발을 들일 용기 있는 사람도 필요했고요.”

“하하.. 전 회장님 말씀처럼 용기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회장님의 이 프로젝트가 황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전 끝까지 회장님을 돕겠습니다.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질 수만 있다면요.”


케니 박사의 눈은 반짝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박사를 룸미러로 바라보던 머스칼은 들리지 않게 한숨을 쉬었다.


‘순진하군.’


케니 박사. 레베스타 대학교수 출신의 그는 학계에서도 황성의 자원 고갈 문제를 지적하며 줄곧 연구해오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만의 연구팀을 꾸리기도 했다.


그런 케니 박사와 그의 연구팀에게 헤이카가 접근한 건 이미 몇 년 전의 이야기다.


당시 케니 박사와 그의 연구팀은 황성의 자원 고갈에 대비해 신에너지 개발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 연구는 우연히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에 막대한 에너지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아낸 케니 박사의 발견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헤이카는 그의 연구팀을 지원했다. 겉으로는 그의 신에너지 개발 연구를 지원한다는 명목이었다. 처음엔 분명히 그랬다. 하지만 헤이카는 조금씩 속내를 드러내며 케니 박사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그 방향이 바로 다른 세계의 존재와 그곳의 자원을 황성으로 끌어다 쓴다는 다소 허무맹랑한 이야기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헤이카를 미친 여자처럼 취급했을지도 모르지만 케니 박사는 순진하면서도 모험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케니 박사는 헤이카의 말을 믿고 몇 년째 그녀의 프로젝트를 돕고 있었다.


떨어진 운석에 담긴 막대한 에너지가 거울 연못에 특별한 작용을 한다는 걸 헤이카가 알아챈 건 꽤 오래전이었다. 단지 헤이카는 그 운석을 전문적으로 다루며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가진 기술자가 필요했다.


그 기술자가 바로 케니 박사였다. 운석 에너지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던 케니 박사는 헤이카의 계획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인재였다.


머스칼은 룸미러 너머로 케니 박사가 껴안고 있는 배낭을 보았다. 저 안에 들어있을 거대한 운석 덩어리는 지금 ‘열쇠’ 라고 불리고 있다. 그리고 케니 박사는 그 열쇠가 거울 연못을 열고 닫을 수 있는 마스터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머스칼은 그 정체를 알고 있었다. 그건 케니 박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두렵고 위험한 에너지였다. 물론, 케니 박사는 아마 죽을 때까지 그 에너지의 정체를 모를 것이다. 머스칼은 그를 동정하며 시선을 앞으로 되돌렸다.


탁한 모래 폭풍이 점점 짙어졌다. 모래 폭풍 너머에선 크고 작은 그림자들이 휙휙 움직였다.


아시리아의 수도 카리카의 도시 유지 시설이 붕괴하면서 사막화는 그대로 카리카를 덮쳤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모래 폭풍이 들이닥치며 카리카는 사실상 아우터의 소굴이 되었다.


그리고 카리카에 가깝던 아디마 케티르 산이 무너져 내리면서 그 밑에 있던 거대한 거울 연못은 잔해에 뒤덮였고, 그 위에 초대형 아가레스의 사체까지 추락했다.


그래서 지금도 공기 중엔 미약한 악취가 섞여 있었다. 아마 아디마 케티르에 가까워질수록 악취는 더 심해질 것이다. 그 거대한 아가레스의 몸뚱이가 모래 폭풍 아래에서 썩어가고 있을 테니까.


“흠?”


그런 공기 속에서 머스칼은 천천히 브레이크에 발을 올렸다. 앞서 가던 험비들이 조금씩 속도를 줄이다 멈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 이쪽은 클레멘타인. 미확인 무장 세력이 길을 막고 있습니다. }


“무장 세력?”


{ 군인처럼 보입니다. 다만 어디 소속인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전부 새하얀 군복 차림입니다. }


“...설마..”


머스칼은 차에서 내렸다. 거칠거칠한 모래바람에 후드를 더 눌러썼다.


{ 대응할까요? }


“아니. 내가 하지.”


머스칼은 부러진 검을 뽑아들고 둥실 떠올랐다. 줄지어 선 험비 위로 날아간 머스칼은 모래바람 속에서 대열을 갖추고 선 무리를 발견했다.


고도를 낮춘 머스칼이 지면에 발을 디뎠다. 그의 군화 소리에 선두에 있던 남자가 머스칼을 보았고,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머스칼은 잠시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잠시 숨을 고르던 머스칼이 말했다.


“클레멘타인.”


{ 예. 듣고 있습니다. }


“헤이카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 A-6 루트로 우회해 아디마 케티르로 들어가. 최고 경호 태세.”


{ 머스칼? 상대가 누구야? }


통신에 헤이카가 끼어들었다. 머스칼은 부러진 검을 천천히 앞으로 내세우며 말했다.


“..내 전 직장 사람들.”




...




물러가는 군용 험비를 바라보던 머스칼이 긴 숨을 토했다. 그리고 다시 몸을 돌려 부러진 검을 내밀었다.


“기다려줬는데 고맙다는 말도 안 하나? 머스칼 대령?”


군인들의 선두에 있는 남자가 물었다. 새하얀 머리칼에 하얀 눈. 그리고 하얀 군복 차림의 그는 게슴츠레한 눈을 머스칼에게 향했다. 머스칼은 그의 두 손이 제복 주머니에 들어가 있음을 확인하곤 피식하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직도 날 얕보고 있는 것 같은데. 악시레지트.”

“오랜만에 보는 상관에게 말이 짧군.”


하얀 옷의 군인들이 일제히 총을 겨눴다. 머스칼의 주변 공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불어오던 모래바람이 푹 꺼지고 지면의 돌조각들이 떨었다.


방독 마스크를 쓴 군인들은 어깨를 지그시 눌러오는 머스칼의 노골적인 경고에도 전혀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압박감을 느끼는 건 머스칼이었다. 당연한 얘기였다. 머스칼은 오래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처참하게 무너졌던 것도 또렷하게 기억했다.


“헤이카. 네가 살았으면 좋겠어.”


헤이카의 얼굴을 떠올리며 머스칼은 목구멍에 걸린 말을 뱉었다. 작게 웃음이 나왔다.


‘역시 말해둘 걸 그랬어.’


총성이 울리고 머스칼의 검이 궤적을 그렸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주말 편히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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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마법사의 보답 +2 23.05.05 154 10 13쪽
262 광야(曠野) 헤이카 미켈런 +2 23.05.04 174 12 15쪽
261 재회 +1 23.05.03 166 11 15쪽
260 사막, 괴물, 어린 칼잡이들 +3 23.05.02 161 11 12쪽
259 라푸스 벤데르드 +2 23.05.01 169 9 20쪽
258 욕망 시대(13) - 사무엘(Samuel) +2 23.04.28 169 8 17쪽
257 욕망 시대(12) - 눈 내리는 날 +1 23.04.27 163 8 15쪽
256 욕망 시대(11) - 죽음이 아닌 삶을 바라게 될 때까지 +1 23.04.26 157 7 14쪽
255 욕망 시대(10) - 강철의 기사 23.04.25 155 9 15쪽
254 욕망 시대(9) - 소리 없는 침식 +1 23.04.24 166 9 11쪽
253 욕망 시대(8) - 일방적 계약 +1 23.04.21 169 9 20쪽
252 욕망 시대(7) - 길을 잃고 +1 23.04.20 164 9 15쪽
251 욕망 시대(6) - 정복자 23.04.19 163 9 16쪽
250 욕망 시대(5) - 악룡과 용사 +1 23.04.18 160 9 17쪽
249 욕망 시대(4) - 오염구역 탐사 +2 23.04.17 159 8 14쪽
248 욕망 시대(3) - 죽음의 땅 +2 23.04.14 172 9 13쪽
247 욕망 시대(2) - 위험한 여행 +1 23.04.13 155 9 13쪽
246 욕망 시대(1) - 탐욕의 바르바로사 +1 23.04.12 178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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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급류(急流) +2 23.04.10 177 9 13쪽
243 삼류 악당 +2 23.04.07 180 10 23쪽
242 우는 아이 +1 23.04.06 161 8 15쪽
241 에콰(5) - 일그러진 미소 아래 +2 23.04.05 184 9 15쪽
240 에콰(4) - 핏덩이 +1 23.04.04 178 9 17쪽
239 에콰(3) - 욕망죄화(欲望罪花) +1 23.04.03 184 10 27쪽
238 에콰(2) - 모르스 에콰 +1 23.03.31 168 9 13쪽
237 에콰(1) - 소녀 +1 23.03.30 166 9 14쪽
236 개벽(35) - 문을 닫다. +1 23.03.29 169 9 15쪽
235 개벽(34) - 찾아온 영웅, 떠나는 영웅 +1 23.03.28 174 9 21쪽
234 개벽(33) - 베르나데트 23.03.27 163 9 20쪽
233 개벽(32) - 자유를 향해 +2 23.03.24 164 9 18쪽
232 개벽(31) - 데이케트람 23.03.23 168 9 18쪽
231 개벽(30) - 행복을 쫓던 사내 +1 23.03.22 168 8 21쪽
230 개벽(29) - 침묵의 도시 23.03.21 166 8 17쪽
229 개벽(28) - 가능성 +1 23.03.20 171 9 17쪽
228 개벽(27) - 시카 23.03.17 166 9 17쪽
227 개벽(26) - 36년 +1 23.03.16 234 9 17쪽
226 개벽(25) - 빛바랜 세상 +1 23.03.15 167 9 13쪽
225 개벽(24) - 문 23.03.14 175 9 18쪽
224 개벽(23) - 본보기 +1 23.03.13 166 9 16쪽
» 개벽(22) - 옛 동료 +1 23.03.10 177 10 16쪽
222 개벽(21) - 마지막 조각 +1 23.03.09 182 10 21쪽
221 개벽(20) - 흐름 23.03.08 173 10 16쪽
220 개벽(19) - 시라비아의 햇빛 23.03.07 180 10 15쪽
219 개벽(18) - 영웅 증후군 23.03.06 205 10 16쪽
218 개벽(17) - 친구인가 적인가 23.03.03 184 10 16쪽
217 개벽(16) - 습격 23.03.02 183 10 14쪽
216 개벽(15) - 헤르그부르 23.02.28 191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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