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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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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굴P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3.05.08 18:05
연재수 :
264 회
조회수 :
83,049
추천수 :
3,417
글자수 :
1,991,941

작성
23.03.0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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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추천
10
글자
16쪽

개벽(17) - 친구인가 적인가

DUMMY

#1


깡!


쇠와 쇠가 부딪치는 맑은소리가 주차장에 퍼져 나갔다. 직후 알 수 없는 반동으로 카르마 나이프가 튕겨 나갔고 이번에도 몸을 뒤로 빼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기모노 여자는 외날검을 털어내며 다시 내 쪽으로 날아왔다. 처음엔 유난히 긴 외날검의 사거리를 생각하고 오히려 내 쪽에서 거리를 좁혔었는데, 역시 저 외날검은 뭔가 장치가 되어 있다.


‘감응자는 아냐.’


파장이 없다. 물론, 파장 없이 특별한 능력을 가진 별종들도 있으니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저 검이 이상하단 건 분명하다. 강철 벽도 찢어대는 카르마 나이프와 부딪쳐도 썰리긴커녕 오히려 카르마 나이프가 힘에 밀려 튕겨 나갔다.


그만큼 힘을 실어 휘두르는 것도 아니고, 힘으로 카르마의 절삭력을 무용지물로 만든다는 건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내 카르마처럼 검 자체에 무언가 장치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난 여자에게 거리를 주지 않으려 속도를 냈다. 다행히 이 정부 청사의 주차장은 넓었기에 움직임에 제약은 없었다. 다만..


“!”


또다시 찌릿하는 감각에 뒤로 뛰던 몸을 급히 돌려 방향을 틀었다. 아까 전부터 코트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은 채 구경만 하던 젊은 남자가 내 후퇴 경로에 있던 모양이다.


난 전기녀 쪽을 확인했다. 여전히 우의 아래로 눈빛을 숨긴 그녀는 정체불명의 신부와 묘한 대치를 하며 이따금 내 쪽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처음엔 저쪽도 날 잡으러 온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내가 위험할 때마다 전기로 신호를 보내는 걸 보니 아무래도 날 돕는 쪽 같았다. 오코넬과 함께 저 괴물 같은 신부의 주의를 끌어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꽤 도움이 됐다.


‘문제는 끝이 안 보인다는 거지.’


기모노 여자는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게다가 지금도 발을 멈출 수 없는 건 저 여자 때문만은 아니었다.


또다시 전류가 뺨을 따끔하게 찌르고 지나갔다. 그 신호에 맞춰 방향을 꺾자 바람 소리와 함께 왼쪽 어깨를 무언가 스치고 지나갔다.


방호 코트 덕에 잠깐 욱신거리는 정도로 끝났지만 이건 총알이다. 아까부터 소리 없이 날 노리는 총알이 틈만 나면 날아오고 있었다. 전기 신호가 없었다면 진작에 머리통이 날아갔을지도 모를 저격이다.


“!”


내게 달려들던 기모노 여자는 날아드는 총알에 외날검을 휘두르며 얼굴을 찌푸렸다. 잠시 멈춘 이때가 기회다 싶어 말을 던졌다.


“이봐. 칼잡이 누님. 저놈 성가시지 않아?”

“이간질할 생각이라면 관두세요.”


기모노 여자가 딱딱한 어조로 답했다.


“설마 지금 쏘는 놈이랑 동료였어?”

“아르마 부대의 늑대들과 똑같이 취급하지 마세요.”

‘아르마 부대구만.’


바렉이 경고했던 놈들 중 하나다. 그러니 지금 총알을 날려대는 놈은 아르마 부대고, 저 기모노 여자는 다른 쪽이라는 것이다.


오코넬과 전기녀와 대치 중인 괴물 같은 신부의 정체는 대충 짐작이 간다. 성직자란 인간들은 다들 목에 뭔가 하나씩 걸고 다니니까. 그건 월교의 문양은 아니었고, 이 시대에서 보이던 구 종교들도 아니었다.


‘카타로니아 성교국.’


지난번 죽은 도시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줬던 제3세력 놈들이다. 그때 만났던 집행 신부니, 집행 수녀니 했던 놈들과 같은 부류일 것이다.


전기녀는 어째선지 날 도우려는 것 같으니 넘어가고, 기모노 여자는 슬슬 감이 잡힌다. 아마 굴 알리스겠지.


그럼 남은 건 하나다. 난 아까부터 실실 쪼개는 얼굴로 구경만 하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저놈은 모르겠는데.’


남은 게 뭐가 있더라? 젠장.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저놈도 내게 뭔가 하려던 건 분명한데, 처음 한 번이 실패한 이후론 저렇게 관전만 하고 있다. 그렇다고 위험에서 배제할 순 없었다.


저놈은 비린내가 난다. 나랑 비슷한 바다 비린내. 시라비아의 잿빛 바다에서나 맡을 수 있는 그런 오염된 냄새다. 새까만 머리칼이나 눈을 보면 백사병 감염자는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그 위화감이 오히려 더 신경 쓰인다.


“어허?”


어느새 주차장 귀퉁이를 돌아 우르르 낯선 놈들이 주차장에 들이닥쳤다. 녹색 군용 우의를 입은 놈들은 일사불란하게 자리를 잡더니 일제히 총구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 정면에 있는 남자가 퀭한 눈으로 이쪽을 노려보며 함께 총구를 들었다. 저격소총이다.


‘직접 나오셨구만.’


저격이 잘 안 되니 자기 애들 끌고 직접 나온 모양이다. 저쪽에서 전략을 바꿨으니 나도 바꿔야겠지.


그때 기모노 여자의 외날검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떨어졌다. 카르마 나이프를 기울여 칼을 흘렸다. 이번에도 카르마 나이프가 보이지 않는 힘에 밀려나려는 걸 두 손으로 잡아 겨우 버텼다.


외날검은 부드럽게 선을 그으며 다시 날아왔다. 이번에 노리는 건 목. 몸을 숙이고 여자의 다리를 노린다. 여자는 폴짝 뛰어 나이프를 가볍게 피하더니 냅다 내 얼굴을 걷어찼다.


속도를 내 뒤로 빠졌다. 걷어차이는 건 면했지만 여자는 더 짜증이 돋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누구라도 걷어차이는 건 싫어하지 않을까? 변태라면 모를까.


“사격 개시.”

“이런!”


그사이 아르마 부대로 보이는 놈들이 일제히 총을 쏘기 시작했다. 연발로 놓고 무작위로 갈기는 마피아식 전투가 아니라 제대로 된 정조준 사격이 연속으로 날아든다.


수는 어림잡아 서른. 주차된 차 뒤에 엄폐한 채 나이프를 가슴 쪽으로 가까이 쥐었다.

여자는 내 건너편 차 뒤에 엄폐했다. 여자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이봐요! 칼잡이 누님! 저놈들 진짜 성가시죠!?”

“...”

“저쪽부터 처리하는 거 어떻습니까? 그리고 다시 겨루자고요!”


암살자한테 하는 말치고는 웃기지만 아마 저쪽도 선택지가 그다지 없을 거다. 결국, 지금 상황은 모두가 적이다. 적을 치기 위해 적을 치고, 적과 합세하거나 적의 뒤통수를 후리는 건 필요한 일이었다.


결국 고민 끝에 여자는 내게 보내던 적대적 시선을 아르마 부대 놈들로 돌렸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그러는 사이 두들기던 휴대전화의 전송 버튼을 눌렀다. 이놈들이 간과한 게 하나 있다면, 여긴 시라비아 한복판이라는 것이며 그것도 미다스 정부 청사 관할이란 거다.


건물 안에 있던 의원도 이 난장판을 봤을 테고, 오코넬은 아마 주변에 있는 마피아를 죄다 불렀을 거다. 그렇담 내가 부를 건 사무엘뿐이다.


‘저건 용케 얌전하네.’


내가 뒤로 빼놓은 알산나는 비가 들이치지 않는 곳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아직 알산나를 쓸 때는 아니다. 지금은 적에 대해 파악해두는 게 나중에 도움이 될 터였다.


난 기모노 여자를 향해 손가락 세 개를 세워 보였다. 그리고 하나씩 접었다. 마지막 남은 손가락을 접자 나와 기모노 여자는 동시에 차량 뒤에서 뛰쳐나왔다.


대기하던 녀석들이 다시 조준 사격을 시작했다. 슬슬 속도를 냈다.


공기가 터지는 소리, 시야가 길게 늘어진다. 그리고 방향을 꺾으며 말아쥔 나이프를 휘두른다. 한 녀석. 두 녀석. 세 녀석. 네 명째의 목을 떨굴 때쯤, 녀석들의 총구가 홱 돌았다.


한 번 더 급가속으로 사선에서 벗어나 반대편으로 찌르고 들어갔다. 다시 세 명의 목을 떨굴 때쯤, 카르마가 날뛰는 내 오른팔을 눈이 퀭한 남자가 걷어찼다.


“너.. 진짜 빠르구나?”


감탄인지 분노인지 모를 오묘한 표정을 한 남자의 권총이 재빠르게 뽑히며 내 쪽으로 불을 뿜었다. 거리를 벌리면 놈들의 사선에 다시 들어가게 된다. 몸을 숙여 피하고 나이프로 남자의 복부를 찌른다.


‘어라?’


나이프가 박히질 않았다. 카르마 나이프가 단단한 벽에 부딪힌 것처럼.. 애초에 벽도 두부처럼 썰어대는 초진동 칼날이 막힌다는 게 이상했다.


하지만 이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었다. 크루아틀의 가죽이다. 카르마 나이프로는 놈의 가죽에 잔상처도 낼 수 없었다. 이건 물리적으로 막는다기보단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카르마 나이프와 영 상성이 좋지 않은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맨살을 드러낸 목이라면 베이겠지. 한 차례 막힌 나이프를 위로 던져 반대편 손으로 낚아채 남자의 목을 찔렀다. 그렇게 쉽게 당해주지 않겠다는 듯, 남자는 곡예에 가까운 동작으로 나이프를 피하더니 내 가슴팍을 걷어차고 동시에 총을 쐈다.


방호 코트로 막을 셈이었는데, 갑자기 끼어든 기모노 여자가 내게 날아오는 총알을 죄다 칼로 쳐냈다. 여자의 긴 외날검이 진동하며 긴 쇳소리가 났고 총알은 바닥에 처박혔다.


‘나 죽이러 온 거 아니었나?’


암살자가 등을 보이며 되려 날 지키는 모양새가 영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그 답은 곧 나왔다.


“꺼지세요. 늑대. 이 남자의 목숨은 제가 거둬야 합니다.”

“..누가 죽이든 상관없잖아. 굴 알리스의 아가씨. 그냥 이쪽에 붙지?”

“늑대와 함께할 생각은 없습니다.”


꼭 자기가 죽여야만 하니 남이 죽이려는 건 방해한다. 그런 취지인 모양이다. 어처구니가 없지만 굴 알리스란 놈들은 다 그런가 싶었다.


늑대라 불린 눈이 퀭한 남자도 쩝 입맛을 다시더니 젖은 머리를 쓸어넘겼다. 빗줄기는 점점 거칠어졌고 우리 사이엔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그때, 오코넬이 우리 사이로 훌쩍 날아왔다. 날아와 착지한 게 아니라, 무언가에 얻어맞아 날아가더니 주차된 차량에 처박혔다.


“컥!”

“오코넬?”


자연스럽게 우리의 시선은 오코넬이 날아온 쪽을 향했다. 그쪽엔 전기 신호를 보내던 스칼라 헤이즈의 목을 한 손으로 잡아 번쩍 든 신부가 번들번들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신부는 그녀를 지면에 냅다 내리꽂더니 가볍게 손을 털었다. 그리곤 바닥을 한 차례 툭 찼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런 썅.”


늑대라 불린 남자가 그런 말을 뱉으며 몸을 뒤로 뺐다. 기모노 여자도 뒤로 펄쩍 뛰는 모습을 보고 난 한 박자 늦게 바닥을 찼다.


역시 판단이 늦었다. 별안간 하늘에서 떨어진 신부의 손아귀가 내 얼굴을 향해 불쑥 들어왔다. 나이프를 휘두르자 신부의 손이 잘렸지만, 튀던 피가 갑자기 신부의 손으로 되돌아가며 잘린 부위가 순식간에 메꿔졌다.


위험하다. 머릿속에 울리는 적색경보에 순간적인 급가속으로 몸을 뒤로 빼자 신부가 디딘 지면에 금이 쩍 가더니 신부의 몸이 내 쪽으로 날았다.


제자리에서 저런 도움닫기가 된다는 거에 놀라는 것도 잠깐이었다. 신부의 손은 여전히 날 붙잡으려 했고 저 손아귀에 잡혔다간 머리통이 으깨질 거란 생각에 결국 참수도를 뽑았다.


들이닥친 압력에 신부가 움찔했다. 그의 눈이 부릅뜨이더니 다시 지면이 쩍하고 금이 갔다. 펼쳤던 손은 주먹이 되었고 신부의 주먹은 그대로 참수도를 쥔 내 오른팔을 후려쳤다.


“커헉!”


방호 코트에 더해 이 오른팔은 의수였다. 충격을 최대한 흡수했지만 몸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주차된 차에 등을 부딪쳤다. 충격에 밀려 나온 숨이 토해지며 가슴이 아팠다.


그대로 축 늘어질 수도 있었지만 그랬다간 죽는다는 걸 안다. 난 곧바로 지면을 걷어차며 몸을 날렸다. 아슬하게 날아온 신부의 주먹이 내가 부딪친 차량의 문짝을 꿰뚫고 찢었다.


신부의 몸이 핑그르르 돌았다. 그다음 날아올 건 뻔했기에 이번에도 오른팔로 가드. 다리에 얻어맞자 오른팔이 기괴하게 꺾였다. 팔이 부러졌다.


“주님의 오른팔인가.”


내 부러진 오른쪽 의수가 금세 복원되는 걸 본 신부가 잠시 멈추고 말했다. 이 틈에 숨을 고르며 난 신부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탁. 신부의 구두가 젖은 바닥을 다시 찼고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머리 위!’


처음에도, 아까도 그랬으니 이번에도 위에서 떨어질 거라 생각했다. 그게 문제였다. 신부는 머리 위가 아니라 내 옆에서 주먹을 내질렀다.


오른팔이 아닌 왼팔. 방호 코트로 보호받고 있음에도 엄청난 충격에 몸이 날아갔다. 다시 주차된 차량에 처박혔다. 나이프를 쥔 왼손이 덜덜 떨렸다. 금이 갔거나, 부러졌거나, 둘 중 하나겠지.


그렇게 고개를 들자 신부의 주먹은 코앞에 있었다. 그리고 주먹이 옆으로 스쳤다. 타닥타닥 전류가 튀는 소리와 함께 폭풍처럼 날아든 스칼라 헤이즈가 신부의 옆구리를 걷어차 날린 것이다.


“정신 똑바로 차려. 똥개.”


그녀는 피를 퉤 뱉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그럴 셈이다. 저 신부를 상대론 최대한 속도를 내도 따라잡힌다는 걸 깨달았다.


“스칼라 헤이즈. 그쪽은 확실히 나 잡으러 온 거 아니지?”

“너 잡을 생각이었으면 그렇게 위험 신호를 보내줬겠어? 진작에 뒤지라고 냅뒀지.”

“덕분에 살았네.”

“아직 일러. 이제부터가..”

“됐어. 이 정도면.”


몸을 일으켜 옷을 툭툭 털었다. 비에 젖어 푹 눌린 머리를 쓸어넘기고 주차장 입구를 보았다.


미다스 정부군, 그리고 시라비아 마피아들이 우르르 몰려들고 있었다. 난 알산나 쪽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앉아 있던 알산나가 내 쪽으로 달려왔다.


신부가 천천히 허리를 세웠고 기모노 여자와 늑대라는 남자는 우리의 원군을 보더니 서둘러 물러나고 있었다.


뭔지 모를 마지막 놈은.. 이미 없어졌다. 언제 사라졌는지도 모르겠지만 물러났다면 다행이다.


“죄인..”


이제 신부만 물러나 주면 좋겠는데, 눈에 독기를 가득 품은 신부는 물러나긴커녕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다.


쭉 주차장에 들어온 우리 원군을 훑던 신부의 눈이 내 쪽에 꽂혔다. 자기를 포위하고 총구를 겨눈 마피아와 미다스 정부군 탓인지 그는 자리에서 움직이진 않았다.


“대죄를 범했다면 달게 벌을 받으면 될 터. 어찌 죄를 인정하지 않는가?”

“무슨 죄? 난 당당한데.”

“그 오른팔. 그대가 떨군 천사. 배교의 심장을 먹은 것. 모두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신성 모독이다. 죄다! 모두 죄다!”

“으음. 근데 나 무교거든. 신부님.”


신부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그렇다면 시험에 들라. 이 시험을 넘어선다면 주께선 그대의 죄를 품어주실..”

“저거 먹어.”


총알처럼 튀어 나간 알산나는 단번에 신부의 목을 물어 부러뜨리곤 곧장 식사를 시작했다.


“이봐.”


멍하니 알산나의 식사를 바라보던 스칼라 헤이즈를 불렀다. 그녀는 움찔하며 날 돌아보았다.


“그쪽 경호 대상이 연합 부총장이랬지?”

“그, 그래.”

“잠깐 얼굴 좀 보자 해. 어차피 나 보러 온 거겠지?”

“..안내하지.”




...




사태 끝나고 뒤늦게 청사 건물에서 나온 카밀 의원은 난장판이 된 주차장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곁으로 달려온 한 양복쟁이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


“의원님.”

“이쪽 뒷정리 부탁해요. 그리고 미다스에 들어온 쥐새끼들을 모조리 찾아내요. 에콰 님의 얼굴에 먹칠을 하면 안 되죠.”

“예.”


곧바로 움직이려던 남자는 이제 갓 식사를 마치고 주차장 한복판에서 허리를 세운 알산나를 보았다. 남자는 꺼림칙한 표정으로 마른 침을 삼키고 움직였다.


알산나는 짐승이 냄새를 맡듯 허공에 대고 코를 킁킁거리더니 종종걸음으로 산이 빠져나간 주차장 출입구를 향해 멀어졌다.


“괴물을 부리는 괴물이라..”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던 카밀 의원은 굳은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괴물을 잡으려는 괴물들까지.. 휴우.”


그녀는 버릇처럼 안주머니의 가위를 만지작거렸다. 평소처럼 마음에 편해지진 않았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길한 생각들이 있었지만 에콰의 얼굴을 떠올리며 카밀 의원은 그런 걱정들을 애써 억눌렀다.


핏덩이가 핏덩이를 껴안고 돌아왔던 그날의 충격을 아직 잊지 못했던 카밀 의원이었다. 그녀는 아이를 향한 사랑 하나만으로 생의 끈을 붙잡고 있는 에콰를 믿고 있었고, 믿고 싶었다.


설령 그녀의 아이가 이 시라비아에 재앙을 불러올지라도.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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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마법사의 보답 +2 23.05.05 154 10 13쪽
262 광야(曠野) 헤이카 미켈런 +2 23.05.04 174 12 15쪽
261 재회 +1 23.05.03 166 11 15쪽
260 사막, 괴물, 어린 칼잡이들 +3 23.05.02 161 11 12쪽
259 라푸스 벤데르드 +2 23.05.01 168 9 20쪽
258 욕망 시대(13) - 사무엘(Samuel) +2 23.04.28 169 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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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에콰(2) - 모르스 에콰 +1 23.03.31 168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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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개벽(34) - 찾아온 영웅, 떠나는 영웅 +1 23.03.28 173 9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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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개벽(19) - 시라비아의 햇빛 23.03.07 179 10 15쪽
219 개벽(18) - 영웅 증후군 23.03.06 205 10 16쪽
» 개벽(17) - 친구인가 적인가 23.03.03 184 10 16쪽
217 개벽(16) - 습격 23.03.02 183 10 14쪽
216 개벽(15) - 헤르그부르 23.02.28 191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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