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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P

욕망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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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굴P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3.05.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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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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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27쪽

에콰(3) - 욕망죄화(欲望罪花)

DUMMY

#1


이른 아침부터 거센 비가 쏟아졌다. 항상 먹구름이 낀 시라비아였지만, 그날은 유독 먹구름이 짙었다. 이따금 하늘에선 낮은 천둥이 울기도 했다.


에콰는 창가에 서서 멍하니 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평소엔 플뤼테와 함께 지내던 방이지만 이틀 전 다른 곳에 일이 있다며 나간 플뤼테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채였다. 덕분에 에콰는 한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때,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멍하니 현관을 바라보던 에콰는 나이프를 주머니에 집어넣곤 문을 열었다.


“뭐야? 있었잖아? 있으면 빨리빨리 열라고.”


현관문 너머엔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남자가 있었다. 마피아들의 검은 옷차림. 그 인상도 그렇지만, 일부러 넉넉한 사이즈의 옷을 입은 그는 껄렁한 동네 불량배처럼 보이기도 했다.


에콰는 기억 속에서 그의 이름을 찾았다.


“디피?”


진짜 이름인지 아닌진 모르지만, 시라비아에서 이름은 어차피 불리는 호칭에 불과하다. 화련이라 불리던 그녀가 이젠 에콰라 불리는 것처럼 이름은 그때그때 바뀌기도 한다. 큰 의미는 없었다.


그리고 디피라는 이름의 그 남자는 조직원 중에서도 플뤼테나 에콰와 함께 움직이는 행동파 중 하나였다. 다만, 쟈토가 주워온 에콰나 플뤼테와 달리 그는 스스로 조직에 들어와 말단부터 기어 올라온 남자였다.


그건 나름의 실력은 있다는 증거였다. 특히 그는 칼솜씨가 좋았다. 다만, 쟈토는 그를 썩 좋아하지 않았고 그건 에콰도 마찬가지였다. 실력이 좋은 것과 별개로 디피의 행실이 누군가의 호감을 사긴 썩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플뤼테는 그를 혐오하다시피 했다. 디피의 이름만 나와도 잔뜩 열을 내며 그를 욕했다. 언젠가 플뤼테에게 이유를 물었을 땐, ‘그 새끼는 쓰레기야.’ 라는 차가운 대답만 돌아왔었다.


“응? 혼자야? 플뤼테는?”


디피는 아무렇지도 않게 에콰를 밀치며 방에 성큼 들어왔다. 바닥에 젖은 구두 발자국이 남았다. 돌아선 에콰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베르몬드에 갔어요.”

“베르몬드? 아, 그러고 보니 그쪽에 사람이 부족했나. 근데 넌 왜 남았어?”

“쟈토 님이 남으라고..”

“밤시중?”


에콰는 차갑게 얼굴을 굳혔다. 디피는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다 알아. 너 전에 그쪽에서 일했다며? 난 솔직히 처음에 쟈토 그 영감이 너 주워왔을 때, 얼굴 보고 주워온 거라 생각했는데. 플뤼테고 그렇고. 그 영감 보기보다 변태구나 싶었지.”

“...”

“하하. 농담이야. 표정 풀어.”


그의 으스대는 표정이 에콰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 남자를 내쫓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찌 됐든 디피는 조직 생활 경험으로만 봐도 에콰와 플뤼테보단 몇 년은 더 오래 몸을 담그고 있던 남자였다.


“뭐, 일단 나가자고. 카밀이 나한테 일을 맡겼어. 요 근처에 또 그.. 설교하는 놈이 돌아다닌다고 해서 잡으란다.”

“선교사? 근데 그쪽에 맡긴 일 아닌가요?”

“아무나 하나 데려가도 좋다고 했어. 너 데려가려고.”


‘핑계겠지.’ 에콰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남자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와 플뤼테를 음흉한 눈으로 훑어대던 남자였다. 아마 플뤼테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에콰는 그 시선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몸을 사던 남자들과 같은 눈이었다.


“알겠어요. 준비하고 내려갈게요.”

“그래. 그래.”


디피는 담배를 물고 먼저 현관을 나섰다. 한숨을 푹 내쉰 에콰는 빠르게 옷을 갈아입었다. 마지막으론 검은 코트를 걸쳐 단추를 채웠다.


현관을 나서자마자 복도의 한기가 느껴졌다. 한겨울의 시라비아, 그것도 평균 기온이 가장 낮은 미다스에 비까지 쏟아지고 있으니 벌써부터 찬 공기에 입김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주머니 속 칼과 코트 안주머니의 권총을 재차 확인하고 복도를 나아갔다.




...




“쳇. 더러워졌네.”


디피는 소매에 묻은 피를 대충 닦아내다 혀를 찼다. 옷에 피가 배어드는 건 마피아 행동파라면 흔한 일이지만, 디피는 유독 그런 것에 민감했다. 에콰는 그걸 쓸데없이 깔끔떠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쏟아지는 비 때문에 사람 하나 없는 항구의 낡은 창고엔 어깨를 움켜쥔 늙은 남자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는 멜리더스(월교)의 선교사였다.


“이.. 천벌 받을 놈..!”

“엉?”

“이런 짓을 하고도 너희가 구원받을 것 같으냐!?”


남자는 디피를 향해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디피는 입맛을 다시며 손안에서 칼을 놀렸다.


“이봐. 광신도 영감. 여긴 시라비아야. 댁들 신을 믿는 것보다 우리 마피아를 믿는 게 훨씬 도움되는 곳이라고. 몰라?”

“네놈들은 공포로 사람들의 욕망을 억누르고 있을 뿐이다! 이 땅의 주민들은 모두 자유로울 권리가 있어! 저 아이를 봐라! 저 어린 것에게 총과 칼을 쥐여주고 사람을 죽이게 시키는 네놈들의 모습을 보란 말이다! 이 무슨 죄악인가! 이 무슨 불경함인가!”


남자는 멀찌감치 창고 입구에 서 있는 에콰를 가리키며 말했다. 디피는 콧방귀를 뀌었다.


“예. 예. 우린 죄 많은 인간입니다. 그래서 어쩌란 거야? 이 짓거리 안 하면 굶어 죽는 곳인데. 게다가 시라비아는 영감 생각보다 자유로워. 다들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잖아. 시라비아를 떠나도 싶은 놈은 떠날 수도 있어. 돈은 좀 들지만. 크큭.”


디피의 칼이 남자의 반대편 어깨를 푹 찔렀다. 남자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그 광경을 뒤에서 지켜보던 에콰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빨리 끝내고 가요. 쟈토 님께 보고 드려야 해요.”


보다못한 에콰가 말했다. 타겟을 상대로 쓸데없이 시간을 끄는 건 디피의 나쁜 버릇 중 하나였다. 디피는 저렇게 천천히 고통을 주며 사람을 죽이는 걸 즐겼다.


“보고는 나중에 해도 돼.”


그렇게 말하며 디피는 다시 남자의 팔을 쭉 찢었다. 남자가 비명을 질렀다. 결국 에콰가 재빠르게 총을 겨눠 방아쇠를 당겼다.


탕 - !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총성과 함께 선교사 남자는 축 늘어졌다. 그걸 본 디피는 인상을 팍 구겼다.


“..누가 쏘라고 했냐?”

“근처에 다른 선교사들이 있을 수도 있어요. 여기서 낭비할 시간은..”


쾅! 재빠르게 달려든 디피가 에콰를 벽으로 몰았다. 피할 순 있었지만 그랬다간 싸움으로 이어질 터였다. 에콰는 순순히 벽에 등을 부딪쳤다.


“꼬맹아. 내가 우습냐?”

“...”

“너. 쟈토 영감이 뒷배 봐주고, 조직 사람들이 좀 띄워 준다고 아주 기고만장해진 것 같은데. 난 너보다 윗사람이라고?”

“알고 있어요.”


피 묻은 칼날이 에콰의 뺨에 닿았다. 디피는 에콰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피 냄새를 숨기기 위해 뿌린 향수 냄새가 진했다. 그녀에겐 역한 냄새였다.


“이럴 땐 ‘죄송합니다.’ 라고 하는 거야. 이 새끼 여우 년아.”

“...”

“아, 말로 못하겠으면 몸으로 해도 돼. 넌 그게 훨씬 편하겠지? 익숙하잖아?”


그의 칼이 뺨에서 목으로 내려왔다. 소름 끼칠 정도로 차가운 칼날에 에콰는 살짝 눈을 찌푸렸다. 히죽 웃은 디피의 손이 거칠게 에콰의 코트 단추를 풀었다. 그의 눈이 흥분과 욕망으로 젖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이럴 작정으로 그녀를 데려온 것이었다. 플뤼테가 없는 날을 골라서. 저 선교사를 이런 인적 드문 장소로 몰아넣은 것도 모두 디피였다.


“하아.. 플뤼테 그 년은 미친개처럼 날 물어뜯었지. 그래서 포기했어. 넌 안 그럴 거지?”

“...”

“얼굴이 왜 그래? 응? 이젠 마피아라서 싫어? 멍청하긴. 누가 너 같은 꼬맹이를 시라비아 마피아라고 생각하겠냐? 총칼 쥐여주고 사람 죽이라 시키면 누구든 너만큼은 해. 네가 살아남으려면 그 얼굴로 아양이라도 떨어야지. 쟈토 영감한테도 그랬을 거 아냐.”


디피는 에콰를 끌어안았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에 닿았다. 끈적한 혀가 뱀처럼 기어 다녔다. 에콰는 주머니 속 칼을 쥐고 고민했다. ‘여기서 이 남자를 찌르면?’ 아마 뒷일은 아주 골치 아파질 것이다.


“에콰. 네가 잘하는 거 해봐. 그럼 넘어가 줄게. 플뤼테도 이제 안 건드리고. 많이 해봤잖아?”

“...”


몸을 희롱하는 디피의 손길에 에콰는 눈을 감고 입술을 깨물었다. ‘눈을 감고 있으면 금방 끝나.’ 과거에 그랬듯, 이번에도 금방 지나갈 일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주머니 속 칼을 쥔 그녀의 손이 느슨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칼을 꽉 쥐었다. 그런 생활을 혐오했기에 포주를 죽이고 쟈토를 따라온 것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사내들에게 팔리는 신세가 아니었다. 그녀는 쟈토의 칼날이자, 시라비아 마피아였다.


휙! 재빠르게 꺼낸 나이프가 디피의 눈앞에 나타났다. 디피는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자신의 칼을 까딱거렸다.


“좋아. 그래. 반항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전부터 네년이 우는 얼굴을 보고 싶었거든. 흐흐.”


그때, 요란한 빗소리 속에서도 또렷하게 들리는 발소리가 있었다. 처음엔 무시하던 디피도 그 발소리가 창고 입구 쪽에서 우뚝 멈춘 걸 깨닫곤 혀를 찼다.


“쯧. 바쁜데 어떤 놈이..”


고개를 돌린 디피는 눈살을 찌푸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하얀 옷차림의 남자가 그곳에 있었다. 특이한 점은 눈구멍 하나 없는 하얀 민무늬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우산을 들고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의 몸은 비를 맞은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결정적으로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의 목에는 멜리더스 신도의 상징인 특이한 펜던트가 걸려있었다.


디피가 씨익 웃었다. 그는 에콰를 향해 슬쩍 고개를 흔들었다.


“저것부터 잡고 하자고. 마침 찾으려던 참인데. 알아서 와줬잖아.”

“무얼 하고 계셨습니까?”


남자가 물었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가슴 속을 울리는 것처럼 깊이 파고들었다. 디피의 히죽거리던 입꼬리가 조금 비틀렸다.


“그게 왜 궁금해?”


에콰를 희롱하던 차가운 칼이 이젠 남자를 향했다. 가면의 남자는 창고 구석에 널브러진 죽은 선교사와 옷차림이 흐트러진 에콰를 번갈아 바라보곤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의 목소리가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기도문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였다.


“뭐라는 거야?”


성큼 나아간 디피가 나이프를 비틀었다. 여전히 벽에 몰려 있던 에콰는 그 남자의 분위기에서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내 남자는 느릿한 동작으로 가면을 벗었다.


“어.. 으.. 읍! 우웨에엑!!”


남자의 얼굴을 본 디피는 갑자기 몰려온 구토감에 무릎을 꿇고 먹은 것들을 게워냈다.


“우읍!”


에콰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도 입을 틀어막고 몸을 숙였다. 참을 수 없는 구토감, 역겨움, 그리고 지금까지 잊고 있던 어마어마한 증오가 되살아났다. 이상한 것은 그 증오가 모두 남자를 향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느끼는 것은 결국 하나였다.


혐오감.

그것도 극도로 치달아 주체할 수 없는 혐오감이었다.


처음 본 남자다. 가면 속에 감춰졌던 그의 얼굴이 불쾌하게 생긴 것도 아니었다. 그는 평범하게 젊은 남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고, 부드럽게 웃는 미소에도 적의라곤 없었다.


하지만 남자의 얼굴을 볼 때마다 솟아나는 이유 모를 혐오감은 구역질에 그치지 않고 살인 충동까지 들게 할 정도였다. 결국 디피는 비틀거리며 남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일직선으로 달려드는 디피의 칼을 남자는 가볍게 피했다. 디피는 자기 속도를 주체하지 못해 창고 바깥 부두에 나자빠졌다.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그는 또다시 구역질을 했다.


“우웩! 우욱..! 푸학! 끄으...”

“괜찮으십니까?”

“씨..! 너, 너 뭐야?!”


가까스로 구토를 멈춘 디피는 남자의 얼굴을 피해 바닥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남자는 정중하게 손을 가슴에 얹고 고개를 숙였다.


“월교의 교주인 블라다카라고 합니다.”


그가 손을 치우자 그의 펜던트가 흔들렸다.


“흐, 흐흐.”


입가의 토사물을 닦아낸 디피는 어깨를 들썩거렸다. 블라다카는 가늘게 뜬 눈으로 그를 주시했다.


“교주? 교주! 그래.. 네가 그놈이구나..? 으흐.. 하하하!!”


그의 나이프와 눈이 빗속에서 살기로 번들거렸다. 블라다카는 두 손을 깍지껴 공손하게 모으곤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네 대가리를 가져다주면 나도...!”

“이걸 원하는 겁니까?”


블라다카는 무언가를 휙 던졌다. 데굴데굴, 피를 쏟으며 굴러간 것이 디피의 구두에 부딪히고서야 멈췄다. 그건 창백한 얼굴을 한 블라다카의 머리였다. 그 얼굴을 마주 본 디피는 격하게 허리를 숙였다.


“우웩!”


또다시 속을 게워낸 그는 숨을 헐떡이며 잘린 머리를 집어들었다. 하지만 그는 곧 이상함을 깨달았다. 블라다카는 여전히 머리가 달린 채, 그의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뭐야..? 이 대가리 가짜잖아?”

“가짜가 아닙니다.”


잘린 머리가 말했다. 디피는 기겁하며 머리를 내던지고 뒷걸음질쳤다. 얼떨결에 블라다카의 얼굴을 본 디피는 또다시 속을 게워냈다. 비인지, 땀인지 모를 것이 줄줄 흘렀다.


“헉.. 허어.. 으으...”

“하나로 부족하다면 더 드리겠습니다.”


블라다카의 머리가 더 굴러 왔다. 하나, 둘, 셋.. 이젠 세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많은 잘린 머리가 그의 발치에서 굴러다녔다. 그 머리들이 말했다.


“이게 당신이 원하는 욕망인가요?”


어디로 눈을 돌려도 블라다카의 얼굴이 있었다. 이젠 속을 게워내는 것도 한계에 이른 디피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온몸이 벌벌 떨렸다.


“다.. 다 치워..! 필요 없어! 이딴 거 필요 없다고!”

“알겠습니다.”


블라다카의 말이 끝나자마자 굴러다니던 수십 개의 머리가 사라졌다. 디피는 그제야 주저앉아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칼을 움켜쥐고 바닥을 긁었다.


“빌어먹을. 감응자였냐..”

“전 감응자가 아닙니다.”

“주둥이 다물어! 망할 광신도 새끼!”

“그럼 말씀해주십시오. 당신의 욕망은? 돈인가요?”


후두둑. 젖은 바닥 위로 돈뭉치가 쏟아졌다. 디피의 눈이 휘둥그렇게 커졌다.


“폭력의 도구도 나쁘지 않겠죠.”


여러 종류의 총과 나이프가 바닥에 굴러다녔다. 디피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숨이 조금씩 거칠어졌다.


“너.. 뭐든 할 수 있는 거냐?”

“뭐든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내 욕망..? 진짜로 소원을 들어준다고?”

“예. 지금은 아이들에게 씨앗을 나눠주고 있었습니다만, 당신처럼 욕망에 충실한 신도는 좋아합니다. 그래서 당신껜 기회를 드리려고 합니다.”


빗속으로 나온 블라다카가 손을 내밀었다. 이렇게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그는 전혀 젖어들지 않았다.


“진정 죄화(罪花)를 피우고 싶으십니까?”

“죄화..?”

“그분의 씨앗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입니다. 사람의 욕망을 양분으로 자라나는 이 꽃은 사람의 욕망을 보다 키우고, 그 욕망을 이룰 힘을 주기도 합니다. 이상적인 공생 관계죠.”


어느새 디피는 블라다카의 등 뒤에 우두커니 솟은 꽃을 보고 있었다.


거대한 꽃은 짐승처럼 꿈틀거리며 움직였고 어둡고 푸르른 꽃봉오리가 끈적거리는 점액을 실처럼 늘리며 열렸다. 비릿하면서도 야릇한 향기가 코를 간지럽혔다.


디피는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에겐 저 꽃이 너무나 아름답게 보였다. 단순히 그런 감상에서 그치지 않고, 품에 넣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우리는 이해하기 위해 나아갑니다.”

“그분을 기다리고.”

“그분의 뜻을 헤아리며.”

“그분을 정녕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분을 깨우기 위해 나아가는 겁니다.”


나긋하면서도 끈덕지고, 불길하면서도 혐오스러운 목소리가 디피의 귀를 파고들었다. 디피는 자신에게 내민 블라다카의 손을 바라보았다.


“꽃을 피우고자 한다면 걸음을 멈추지 마십시오.”


마치 신성한 신탁처럼 다가오는 목소리에 결국 디피는 블라다카의 손을 잡았다. 블라다카의 미소가 더욱 크게 번졌다.


“좋습니다. 당신의 욕망을 이루어 드리겠습니다.”

“나.. 난...”


블라다카가 그의 손을 천천히 잡아당겨 꽃에게 인도했다. 디피의 얼굴에도 마침내 미소가 피어났다. 그는 상기된 얼굴로 꽃으로 다가가 손을 뻗었다. 푸른 꽃잎의 끈적한 점액이 그의 손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윽고 꽃은 그를 품었다. 디피도 꽃에게 기꺼이 안겼다. 그리고 짐승처럼 서로를 탐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여자를 안는 것처럼, 굶주렸던 끝에 만찬을 입에 넣는 것처럼, 디피는 꽃에게 모든 걸 쏟아부었다.


“....”


에콰는 벌벌 떨며 그 광경을 모두 지켜보았다. 기괴한 꽃에 망가져 가는 남자의 모습은 그녀가 살아오며 본 무엇보다 끔찍하게 느껴졌다. 욕망을 억제하는 끈이 끊어져 버린 인간이 끝도 없이 커지는 욕망을 폭발시키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디피의 욕망을 지켜보는 블라다카는 기괴했다. 새하얗던 그의 모습은 망가진 전구가 깜박거리는 것처럼 그림자에 물들고 몸 주변에선 시퍼런 불꽃이 이글거렸다.


그 불꽃이 점점 커지며 날개처럼 뻗어 나갔다. 죄화가 디피의 욕망을 탐하면 탐할수록, 블라다카의 불꽃이 더욱 맹렬하게 타올랐다.


이윽고 그가 고개를 돌렸다. 새까맣게 물든 얼굴엔 한쪽 눈을 대신한 푸른 불꽃이 에콰를 직시했다. 에콰는 또다시 느껴진 혐오감에 몸을 구부렸다.


“우웁! 우웨엑!”


속을 게워내는 그녀는 머릿속이 타들어 가는 것처럼 뜨거웠다.


또각. 또각. 하얀 구두가 창고로 들어서는 소리에 에콰는 흠칫하며 숨을 삼켰다. 그녀는 블라다카의 얼굴을 피해 바닥에 눈을 내리깔았다. 곧, 그의 구두가 시야에 들어왔다.


블라다카가 바로 앞에 있었다. 에콰는 끔찍한 비린내에 구역질하며 입을 틀어막았다.


“당신은..”

“나, 난 바라는 것 따위 없어!”


삶에 어떤 애착도 없던 에콰조차도 디피처럼 되고 싶진 않았다. 적어도 에콰의 눈에 지금 디피의 모습은 죽음보다도 끔찍한 말로였다.


“그럴 리가요. 욕망 없는 인간은 없습니다.”

“없어! 없다고!”


에콰는 불쑥 꺼낸 총으로 정면을 겨눴다. 보진 않더라도 바로 앞에 있다면 총으로 맞히지 못할 리 없었다.


탕 - !


큰 총성이 창고 안에서 울렸다. 튀어나온 탄피가 바닥에 굴러 경쾌한 소릴 냈다. 데구르르 굴러가던 탄피가 블라다카의 하얀 구두에 부딪혔다.


그는 여전히 서 있었다. 에콰는 방아쇠를 계속 당겼다. 그녀는 탄창이 싹 비고 나서도 방아쇠를 당기는 걸 멈추지 않았다. 블라다카는 여전히 서 있었고, 그녀는 미칠 듯한 공포에 사로잡혔다.


창고 바깥에선 디피가 짐승처럼 쾌락에 찬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점액으로 범벅이 된 꽃잎의 질척거리는 소리에 귀를 막고 싶었다.


“당신은 축복의 아이가 될 수 있습니다.”


에콰는 플뤼테의 말을 떠올렸다. 축복의 아이. 무슨 소원이든 이루어주는 멜리더스 교주. 그리고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선물.


방아쇠를 당기던 그녀의 손가락이 멈췄다. 그녀의 덜덜 떠는 손을 블라다카의 손이 감싸 쥐었다.


“시라비아의 아이들은 축복받지 못했습니다. 여러분이 태어난 건 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주민들은 이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전혀 축복하지 않습니다.”

“난 바라는 것 따윈...”

“그러니 제가 당신을 축복하겠습니다. 저를 보십시오. 당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게 보일 겁니다.”


떨어뜨린 권총이 바닥에 굴렀다. 에콰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글거리는 푸른 불꽃은 사라지고 부드러운 인상의 남자가 있었다. 어째선지 혐오감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있었다. 그 얼굴이 조금씩 바뀌었다. 그녀는 어느새 앤의 얼굴을 보고 있었고, 앤의 아기를 보았다. 끝에 가선 이미 죽은 아기와 그 아기를 끌어안은 여자가 있었다.


‘미안해. 아가.’


죽은 아기를 안고 사죄하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에콰의 떨림은 멎었다. 그녀의 머릿속에선 무언가가 ‘뚝’ 하며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나만의 보물..”

“네.”

“나도 앤처럼 될 수 있어..?”

“물론이죠.”


블라다카의 미소가 번졌다.


“당신의 욕망을 이루어 드리겠습니다.”


블라다카는 쥐고 있던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어느새 그녀의 손에는 새까만 콩처럼 생긴 씨앗이 있었다.


“죄화의 씨앗입니다. 제가 이곳의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던 선물이죠.”

“...”


에콰는 이젠 조용해진 창고 바깥을 보았다. 디피는 어디 간지 보이지 않았고, 비에 젖은 죄화가 꾸물꾸물 움직여 시라비아의 잿빛 바다로 기어들어가고 있었다.


곧, 첨벙하는 소리와 함께 바닷물이 튀었다. 죄화는 더 이상 그곳에 없었다.


“당신의 욕망은 다른 아이들과 달리 특이하군요. 그만큼 강렬하고.. 아름다운 욕망입니다.”


에콰로부터 몇 걸음 물러난 블라다카가 말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다시 가면을 썼다. 민무늬의 새하얀 가면이 얼굴을 가리자 에콰의 공포심은 마법처럼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랑받지 못하고, 축복받지 못한 아이가 누군가를 축복하기 위한 욕망. 당신은 정말 축복의 아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겠군요.”

“...”


에콰는 손바닥 위에 놓인 씨앗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망설임에 블라다카는 경건한 자세로 말했다.


“라푸스 벤데르드.”

“...?”

“제가 섬기는 신의 이름입니다. 전 그분의 화신(化身)으로 이곳에 있죠.”


블라다카는 한쪽 무릎을 꿇어 에콰와 눈높이를 맞췄다. 비록 그의 눈은 가면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에콰는 그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탐하려던 사내들의 시선도, 피에 물든 마피아의 눈도 아니었다. 그의 시선에는 에콰조차도 경건함을 느낄 정도의 신앙심이 느껴졌다.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전 멜리더스 구신교단(救神敎團). 욕망의 대주교로 라푸스 벤데르드의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분께선 절제되지 않은 욕망의 신이시자, 지금은 혼돈의 바다 저 아래에 갇혀 계신 분이시죠.”

“..왜 갇혀있는 거야?”

“욕망에 거스르려는 자들 때문입니다. 혼돈의 의미를 희석해 받아들인 자들이 멋대로 겁에 질려 고결한 신들을 밑바닥에 가둬버렸죠. 그 죄악의 대가로 지금 세상은 이렇게 되어버린 겁니다.”


블라다카가 양팔을 펼쳤다.


“하늘엔 있어선 안 될 괴물이 날고, 정제되지 못한 혼돈의 조각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파고들어 그들을 좀먹어가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들마저도 ‘감응자’ 라는 도구로 부립니다.”

“저 바다 한복판에는 위선으로 가득한 용이 스스로를 희생하여 나무가 되었건만, 애석하게도 그 뿌리가 이 별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땅이 메말라 사막처럼 되어가는 건 결국 그 용이 자초한 일이었죠. 고작 그 정도 희생으로 하얀 축복을 막으려 하다니! 참으로 불쌍한 용입니다.”

“저 하늘 높은 곳엔 인류를 속박한 잔악무도한 자들이 스스로를 영웅이자 신이라 칭하고 있습니다. 새 시대의 개척자? 말도 안 되는군요. 그들의 영웅주의 사상대로라면 이 시라비아의 아이들은 왜 버려지고, 어째서 축복받지 못한 채 버려지고 있는 것입니까?”


그의 가면 너머로 약간 가쁜 호흡이 들렸다. 그는 다시 몸을 낮췄다. 그리고 씨앗을 쥔 에콰의 손을 가리켰다.


“그 씨앗으로 당신이 증명해주십시오.”

“내가..?”

“네. 욕망의 신의 씨앗을 삼킨 축복의 아이. 그 아이가 낳은 또 다른 아이가 이 세상이 잘못됐다는 걸 증명해줄 겁니다.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당신이 그토록 바라던 아이가 과연 어떤 아이가 될지.”


블라다카는 긴 숨을 내뱉으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는 다시 차분하게 말했다.


“그 아이는 당신을 평생 어머니라 불러줄 겁니다. 당신은 그 아이를 축복하고, 사랑해줄 수 있겠죠. 아이는 다른 누구에게도 없는 당신만의 보물이 될 겁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당신만을 바라봐줄 겁니다. 성장한 뒤엔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될 겁니다. 당신은 뒤에서 그 모든 걸 지켜볼 수 있습니다. 어머니란 그럴 자격이 있는 존재니까요.”


에콰는 씨앗을 바라보았다. 꺼림칙하게 느껴지던 씨앗이 지금은 너무나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달콤한 향도 나는 것 같았다.


“당신은 앤처럼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아이에게 ‘사랑해.’ 라는 말을 해줄 아름다운 어머니가 될 수 있어요.”


에콰의 고민은 더 이상 없었다. 그녀는 냉큼 씨앗을 삼켰다. 달콤한 향이 입안에서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며 전에 없던 행복감이 차올랐다.


“화련. 당신은 이 말라붙은 신의 정원에 새로운 꽃을 피울 겁니다. 당신의 아이는 사람에게서 태어난 유일한 죄화가 될 것이고, 저와 같은 화신이 되어 그분께 영원히 봉사할 겁니다.”


블라다카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목에 걸린 펜던트를 손에 쥐고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다른 언어로 된 기도문이었지만, 마지막으로 나온 말은 그녀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멜리더스 라게더스. 당신의 꿈이 영원하기를.”


그 기도를 마치고 블라다카는 돌아섰다. 멀어지는 그의 모습이 아까처럼 까맣게 변하며 푸른 불꽃이 이글거렸다. 그의 날개는 전에 없을 정도로 거대해져 창고의 천장까지 닿았다.


그가 사라지고 홀로 남은 에콰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모든 게 꿈이었다는 듯, 세상은 다시 잿빛으로 변했다. 창고 바깥에 쏟아지던 비는 어느새 눈과 섞여 더욱 차갑게 질척거렸다.


몸을 일으킨 에콰는 비틀비틀 창고 바깥으로 나섰다. 디피를 데리고 바다로 사라진 거대한 죄화는 역시 보이지 않았다. 시체를 먹는 시라비아의 잿빛 바다가 오늘따라 유독 까맣게 보였다.


“..!”


그때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격통에 에콰가 몸을 구부렸다. 그녀는 두 손으로 통증이 번져가는 아랫배를 눌렀다. 본능적으로 그녀는 자신의 몸의 이상을 깨달았다.


“아, 아윽.. 아... 아아아..”


에콰는 결국 쓰러졌다. 그녀는 바닥을 기어 다시 창고로 들어갔다. 이곳이라면 눈과 비를 맞을 리는 없었지만, 통증에 더 이상 몸을 가눌 수 없었다. 그녀는 가까스로 창고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아아아악!!!”


견딜 수 없는 고통에 결국 에콰는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흘러나오는 피가 그녀의 옷을 적셨다.


우르릉, 하며 천둥이 울었고 시라비아는 그녀의 비명을 은밀하게 숨겼다.


곧 태어날 아이의 울음소리조차도.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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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시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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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완결 공지 +3 23.05.08 147 0 -
264 욕망 시대(完) +3 23.05.08 204 9 24쪽
263 마법사의 보답 +2 23.05.05 154 10 13쪽
262 광야(曠野) 헤이카 미켈런 +2 23.05.04 174 12 15쪽
261 재회 +1 23.05.03 167 11 15쪽
260 사막, 괴물, 어린 칼잡이들 +3 23.05.02 162 11 12쪽
259 라푸스 벤데르드 +2 23.05.01 169 9 20쪽
258 욕망 시대(13) - 사무엘(Samuel) +2 23.04.28 169 8 17쪽
257 욕망 시대(12) - 눈 내리는 날 +1 23.04.27 163 8 15쪽
256 욕망 시대(11) - 죽음이 아닌 삶을 바라게 될 때까지 +1 23.04.26 158 7 14쪽
255 욕망 시대(10) - 강철의 기사 23.04.25 155 9 15쪽
254 욕망 시대(9) - 소리 없는 침식 +1 23.04.24 166 9 11쪽
253 욕망 시대(8) - 일방적 계약 +1 23.04.21 169 9 20쪽
252 욕망 시대(7) - 길을 잃고 +1 23.04.20 165 9 15쪽
251 욕망 시대(6) - 정복자 23.04.19 163 9 16쪽
250 욕망 시대(5) - 악룡과 용사 +1 23.04.18 160 9 17쪽
249 욕망 시대(4) - 오염구역 탐사 +2 23.04.17 159 8 14쪽
248 욕망 시대(3) - 죽음의 땅 +2 23.04.14 172 9 13쪽
247 욕망 시대(2) - 위험한 여행 +1 23.04.13 156 9 13쪽
246 욕망 시대(1) - 탐욕의 바르바로사 +1 23.04.12 178 9 13쪽
245 죄인 +2 23.04.11 158 8 15쪽
244 급류(急流) +2 23.04.10 177 9 13쪽
243 삼류 악당 +2 23.04.07 180 10 23쪽
242 우는 아이 +1 23.04.06 161 8 15쪽
241 에콰(5) - 일그러진 미소 아래 +2 23.04.05 184 9 15쪽
240 에콰(4) - 핏덩이 +1 23.04.04 178 9 17쪽
» 에콰(3) - 욕망죄화(欲望罪花) +1 23.04.03 185 10 27쪽
238 에콰(2) - 모르스 에콰 +1 23.03.31 168 9 13쪽
237 에콰(1) - 소녀 +1 23.03.30 166 9 14쪽
236 개벽(35) - 문을 닫다. +1 23.03.29 169 9 15쪽
235 개벽(34) - 찾아온 영웅, 떠나는 영웅 +1 23.03.28 174 9 21쪽
234 개벽(33) - 베르나데트 23.03.27 163 9 20쪽
233 개벽(32) - 자유를 향해 +2 23.03.24 164 9 18쪽
232 개벽(31) - 데이케트람 23.03.23 168 9 18쪽
231 개벽(30) - 행복을 쫓던 사내 +1 23.03.22 169 8 21쪽
230 개벽(29) - 침묵의 도시 23.03.21 166 8 17쪽
229 개벽(28) - 가능성 +1 23.03.20 172 9 17쪽
228 개벽(27) - 시카 23.03.17 166 9 17쪽
227 개벽(26) - 36년 +1 23.03.16 234 9 17쪽
226 개벽(25) - 빛바랜 세상 +1 23.03.15 167 9 13쪽
225 개벽(24) - 문 23.03.14 175 9 18쪽
224 개벽(23) - 본보기 +1 23.03.13 166 9 16쪽
223 개벽(22) - 옛 동료 +1 23.03.10 177 10 16쪽
222 개벽(21) - 마지막 조각 +1 23.03.09 182 10 21쪽
221 개벽(20) - 흐름 23.03.08 173 10 16쪽
220 개벽(19) - 시라비아의 햇빛 23.03.07 180 10 15쪽
219 개벽(18) - 영웅 증후군 23.03.06 205 10 16쪽
218 개벽(17) - 친구인가 적인가 23.03.03 184 10 16쪽
217 개벽(16) - 습격 23.03.02 184 10 14쪽
216 개벽(15) - 헤르그부르 23.02.28 191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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