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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시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굴P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3.05.08 18:05
연재수 :
2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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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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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7
글자수 :
1,99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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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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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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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6쪽

개벽(20) - 흐름

DUMMY

#1


사람이 있는 곳엔 소문이 도는 법이다. 다소 폐쇄적이고 그다지 재미날 이야깃거리가 적은 곳이라면 그 소문은 훨씬 빠르게 퍼진다.


그렇게 시라비아 미다스의 한 거리에서 시작된 소문은 곧 미다스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며칠이 지나자 마른 나뭇잎에 불길이 번지듯 소문은 시라비아 구석구석 번졌다.


“미다스에 괴물이 나타났다?”


그러니 그 소문이 시라비아 마피아의 최고 간부, 쿠스카의 귀에 들어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마피아들은 늘 소문에 민감했다. 특히 낚시꾼 출신인 쿠스카는 소문이라는 이름의 ‘정보’ 를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예.”


정장 차림의 남자가 끄덕이며 답했다. ‘핸더’ 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는 조직의 낚시꾼이자 쿠스카의 정보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쿠스카는 그의 말은 대체로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이어서 핸더는 쿠스카에게 그 괴물을 처리한 칼잡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의 이야기가 끝나자 쿠스카는 긴 한숨을 내쉬더니 담뱃불을 붙였다.


“도련님이 혼자서 괴물을 처리했다.. 그래서?”

“예상하시는 대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모르스 웅골라를 마치 영웅처럼 추대하는 흐름이 있습니다. 미다스의 거리의 이웃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리의 이웃들? 왜지?”

“모르스 웅골라가 당시 괴물로부터 한 아이를 구했다고 합니다. 그 아이가 거리의 이웃이었다고..”

“허.”


쿠스카는 입꼬리를 비틀며 웃었다.


“배신자가 목이 붙어 돌아왔는데, 영웅 취급이라니. 시라비아 마피아도 많이 늙었군.”

“그렇군요.”


과거의 시라비아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애당초 조직을 배신한 배신자에겐 어떤 예외도 없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든, 설령 조직의 수뇌부에서 내린 명령을 따른 것이든, 규율에서 어긋났다면 그 대가는 늘 목숨이었다.


목숨. 즉, 피로 연결된 조직. 그런 조직이 배신자에게 자비를 베풀고 거리의 이웃들이 배신자를 칭송해도 내버려두고 있었다. 죽은 바르바로사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쿠스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소문이 아직 번지기 전이었다면 거리의 이웃들을 솎아내면 될 일이다. 하지만 이미 시라비아 전역으로 소문이 번졌고 산을 영웅처럼 여기는 흐름은 더 커질 것이다.


그들이 갑자기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거리의 이웃이란, 결국 마피아의 눈에 들지 못하거나 그들에게 미움을 사 빈털터리로 거리에 나앉은 거지들에 불과했다.


시라비아 마피아는 그런 패배자들에겐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당연히 그들을 돕지도 않고, 그들에게 개입하지도 않는다. 이따금 조직 간의 항쟁이 일어나 거리의 이웃들이 휘말리더라도 개미 목숨처럼 여기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 그들을 구한 것이다. 그것도 모르스 에콰라는 미다스의 여주인의 아들이 직접 괴물로부터 거리의 이웃을 구했다. 그들이 취할 행동은 당연했다. 다시금 마피아의 눈에 들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을 테고, 때문에 산을 칭송할 것이다.


그는 에콰의 아들이니까. 어쩌면 모르스 에콰가 거리의 이웃들에게 자비를 베풀어줄지도 모를 일이니까. 에콰의 성격상 그럴 일이 없다는 걸 쿠스카는 알고 있지만, 거리의 이웃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귀찮아졌는데.’


평소같으면 그냥 넘겼을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중요한 시기였다. 시라비아의 왕좌가 비어있었다.


그 왕좌에 정당하게 앉아 시라비아의 왕으로 인정받기 위해 쿠스카는 지금도 피스칼 땅에 있었다. 과거 시라비아 내전 이후 처음으로 시라비아의 땅을 넓히려는 시도였으니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지만 그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도 많았다.


모든 건 결과가 증명하는 법이다. 척박한 시라비아의 땅보다 훨씬 살기 좋은 피스칼 땅을 시라비아 마피아의 손아귀에 넣는다면, 시라비아는 크게 바뀔지도 모른다. 그런 기대에 보답하며 자신을 증명할 계획이었다.


이런 상황에 산을 향해 부는 ‘흐름’ 은 흘러넘기지 못할 변수였다. 하필이면 산이었기에. 에콰와 스토커가 작정하고 그를 왕으로 세우고자 하며 시라비아의 사람들이 모르스 웅골라를 더욱 칭송한다면 쿠스카의 입장은 불리해질 게 뻔했다.


“..바르바로사 자리를 내줘도 걷어차던 자식이 이제 와서 무슨 낯짝으로 그 자리를 노리는 거지?”

“일전에 미다스 정부 청사에서 있었던 사건. 기억하십니까?”

“쥐잡이들?”


쿠스카는 그걸 단순히 쥐잡이들이 산을 노리고 온 것이라 생각했다. 공업의 팀장인 그는 굳이 시라비아가 아니더라도 적이 많으니 그다지 이상하진 않았다.


“아무래도 보통 쥐잡이들이 아닌 것 같습니다. 미다스의 낚시꾼들이 그렇게 들쑤시고 다녀도 놈들 머리털 하나 찾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당시 사건 현장엔 오코넬 다이아도 있었다고 합니다.”

“오코넬이 있었는데도 놈들을 모조리 놓쳤다?”

“예. 모르스 웅골라가 데리고 다니는 그 식인종 여자가 먹은 걸 제외하면 한 명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시라비아를 빠져나간 흔적도, 애초에 들어온 흔적조차 없었습니다.”


쿠스카는 담배 연기를 뿜으며 이마를 짚었다. 오랜 낚시꾼의 경험으로 쿠스카는 비교적 빠르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위험한 놈들한테 찍히니 조직을 방패로 세우려는 건가.”

“그런 모양입니다. 헤이카 미켈런이 관련되어 있는진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흠. 미다스에 나타났다는 그 괴물을 좀 더 조사해봐.”

“예.”


고개를 숙인 핸더는 빠른 걸음으로 물러났다. 쿠스카는 착잡한 표정으로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약속 시간이었다. 그는 반쯤 탄 담배를 비벼끄고 옷깃을 세우며 문을 나섰다.


익숙한 흙먼지 냄새에 코를 훌쩍였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나와 그를 기다리고 있던 일행이 있었다. 일행 중 가장 앞에 있던 수염 난 중년 남자가 쿠스카를 향해 다가왔다.


쿠스카는 가면을 썼다. 미소라는 이름의 가면이다. 편안한 인상을 남기기 위한 안경과 그에 걸맞은 미소는 그를 꾸며주는 도구였다. 쿠스카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오세요. 대표님. 이렇게 자리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쿠스카로부터 대표라 불린 중년의 남자는 콧수염을 씰룩거리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쿠스카는 그의 손을 맞잡아 악수했다.


“감사를 드릴 건 우리들이요. 그쪽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아직도 배를 곪는 사람이 많았을 테니까.”

“그거 다행입니다.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부담 없이 더 말씀해주세요.”


쿠스카는 웃으며 말했다.


피스칼 난민 대표. 그 남자의 직책은 그러했다. 피스칼에서 짐승 무리가 빠지자마자 전쟁을 피해 타국에 몸을 의탁했던 난민들이 다시 피스칼로 돌아온 것이다.


피스칼 정부는 무너졌어도 국민이 남아있고, 그들은 고향을 버리지 않았다. 애초부터 피스칼은 주인 없는 땅이 아니었으니 이 정도는 쿠스카의 예상 범위였고 이미 준비된 계획도 있었다.


난민은 무엇이든 부족한 법이다. 하물며 전쟁으로 쑥대밭이 된 피스칼의 도시들은 도시 유지 시설이 대부분 파손되어 사막화에 그대로 노출되어있다. 그런 시설을 고치도록 외부의 공업사를 연계하고 그동안 쿠스카와 그의 부하들은 난민들의 의식주를 해결할 일종의 ‘구호 단체’ 로 접근하고 있었다.


폭력과 공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있으니, 비록 공포로 시라비아를 지배하는 마피아들이라도 그건 알고 있었다. 쿠스카는 이 피스칼을 손에 넣기 위해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파고드는 중이었다.


“고맙소.”


누구나 살기 어려운 시대다. 대가 없는 호의는 없고 받는 쪽도 그건 알고 있다. 이들은 그걸 알면서도 시라비아 마피아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이제 시간만 들인다면 쿠스카는 이 땅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터였다.


‘시간만 있다면.’


쿠스카는 속으로 되뇌었다. 시간. 결국 시간 싸움이었다.


산의 칼날이 자신의 목에 들어오는 게 먼저일지, 자신이 이 피스칼을 손아귀에 넣는 게 먼저일지. 미래를 보는 게 아닌 이상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쿠스카는 애써 초조함을 억눌렀다. 그의 가면은 아직 깨질 때가 아니었다.



#2


“산 팀장님?”

“어?”


에콰의 저택 앞마당엔 텅 빈 작은 연못이 있었다. 산은 그 앞에 우산을 쓴 채 멍하니 서 있다가 고개를 돌렸다. 사무엘은 비에 젖은 코트를 툭툭 털며 산의 곁으로 다가왔다.


“방금 돌아왔습니다. 시키신 대로 조사를..”

“나 부른 거예요?”


산은 멍하니 사무엘을 바라보며 물었다. 산의 얼굴은 조금 놀란 것 같기도, 혹은 당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무엘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예.”

“...”

“..전 사무엘입니다.”

“아, 사무엘. 맞다. 잠깐 헷갈렸어요. 요즘 건망증이 심해져서.”


산은 슬쩍 웃으며 대답했다. 사무엘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뭐 시켰더라?”

“아우터 조사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확인해보니 다른 나라에도 대형 아우터 출현이 확인됐습니다. 코렌의 올드 타운엔 2주 전에. 연방의 청설 지역엔 지난주. 그리고 자할의 한 외진 도시에서도 지난주 대형 아우터가 목격됐다고 합니다.”

“이클립스는 어쩌고 있어요?”

“공업의 무장 전력과 공업의 투자를 받는 용병들이 아우터 출현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미 미디어를 통제할 단계도 넘어서서 아우터의 존재가 공표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사무엘의 보고를 듣던 산은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그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것도 공업이 원인이라고 몰아가겠네요.”

“실제로 원인이긴 하니까요.”

“..뭐, 그렇죠. 반공업파만 신났겠네. 헤이카는 더 힘들어질 테고.”

“델라리온 머스칼이 곁에 붙어 있습니다. 괜찮을 겁니다.”


산이 끄덕였다. 하지만 속마음은 다를 것이다. 산의 눈빛엔 초조함이 있었다. 그는 한참이나 텅 빈 연못의 물을 바라보다 사무엘에게 물었다.


“미래는 아직도 안 바뀐 겁니까?”

“죄송합니다. 아직 본 게 없습니다.”


사무엘은 원하는 대로 미래를 관측할 수 없었다. 그의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은 산은 초조함이 더욱 커졌다. 잠시 고민하던 사무엘이 말했다.


“제가 에콰와 좀 더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계획을 조금이라도 앞당기는 방법을 찾아보죠.”

“알겠어요.”

“...그런데 왜 나와계셨습니까?”


산은 다시 멍한 얼굴로 사무엘을 보았다. 그리고 두리번거리다 연못을 주시했다.


“잘 모르겠네요. 왜 이러고 있었는지.”




...




사무엘은 에콰의 방문을 노크했다. 그러자 곧 안쪽에서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조직의 최고 간부인 그녀의 방에 들어가 그녀와 독대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지만 사무엘은 예외였다. 긴 잠에 들었던 산이 이곳 시라비아에 옮겨진 그날부터 사무엘과 에콰는 서로의 계획을 모두 공유하며 지금 해결해야 할 일들을 의논하는 관계였다.


그녀의 방에 들어선 사무엘은 에콰를 마주했다. 그녀는 항상 같은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그녀의 무시무시한 악명과는 영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지만, 이젠 사무엘도 그런 에콰가 익숙했다.


“오늘은 다른 얘기를 하러 왔군. 핸들러.”


사무엘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미래를 보는 관측 능력은 아무래도 에콰가 자신보단 훨씬 뛰어났다. 그녀는 원할 때 미래를 볼 수 있었고, 관측할 수 있는 시간대도 사무엘보단 정확하게 좌표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니 지금 사무엘이 이 방에 찾아온 것도, 평소와 같은 논의가 아닌 다른 얘기를 하러 온 것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모든 게 그녀의 손바닥 안이라는 기분이 썩 내키진 않았다.


“제가 무슨 얘기를 할지도 알고 계시겠군요. 그럼 바로 대답을 듣겠습니다.”

“아니, 직접 물어봐. 미래를 함부로 바꾸는 건 좋지 않아. 알고 있을 텐데?”


사무엘은 작은 한숨을 쉬었다.


“산 팀장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본인은 단순한 건망증이라 말하고 있지만, 건망증으로 넘길 수준이 아닙니다. 이젠 이름도, 본인이 조금 전까지 하던 일도 잊습니다.”

“안정기에 들어섰기 때문이겠지.”

“안정기.. 전에도 그런 말씀을 하셨죠.”


에콰가 산을 시라비아로 데려오던 그날 사무엘은 그녀로부터 똑같은 말을 들었다. 이젠 설명을 들을 차례였다.


“크루아틀의 심장이 산의 몸에 완전히 녹아들었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건 그 이야기야. 하지만 그건 오염된 심장이고, 산의 백사병을 더욱 안 좋은 쪽으로 몰아붙이고 있지.”

“..그런 얘기는 다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디안 켄트.”


그는 레베스타 의료 단체인 아이리스 칼라도나의 의장이다. 레베스타 에이전트 본부장으로 있던 사무엘은 디안 켄트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만 모인 조직 시드(SEED)의 멤버이기도 한 디안 켄트의 말이라면 의심의 여지도 없었다.


“디안 켄트가 약을 준비하기로 했어. 그전까진 저런 상태일 거야. 그러니 자주 이름을 불러주도록 해. 핸들러. 그래야 산도 자기 이름을 잊지 않아.”

“제가 알기로 백사병은 치료할 수 없습니다. 정말 약으로 산 팀장을 낫게 할 수 있는 겁니까?”

“아니.”


단호한 대답에 사무엘은 얼굴을 찌푸렸다. 여전히 책에 시선을 고정한 에콰가 말을 이었다.


“병세를 늦추는 것뿐이야. 산은 이미 백사병 말기 환자나 다름이 없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지.”

“..산 팀장을 아끼는 당신이 그렇게 태연한 걸 보니 빠른 시일 내에 산 팀장이 죽을 일은 없는 모양이군요.”


에콰가 끄덕였다. 미래를 볼 수 있는 그녀였기에 산의 지금 상태에도 저렇게 태연할 수 있는 것이다.


탁. 에콰는 두꺼운 책을 덮었다. 그리고 시선을 사무엘에게 향했다. 차가운 날붙이처럼 예리한 눈빛이 쏘아졌다. 가느다랗게 뜬 눈은 그저 지그시 바라보기만 할 뿐이지만, 사무엘은 그 눈빛에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곧 해결될 거야.”

“뭐가 말입니까?”

“산을 노리는 놈들이 산을 노리지 못하게 될 거야. 산의 백사병도 나을 테고. 산에게 걸린 족쇄도 풀릴 거야. 대신 그쪽이 약속해야 할 일이 있어.”

“말씀하시죠.”

“지금부터 어떤 미래를 보더라도 산에게 진실을 말해주어선 안 돼.”


사무엘의 눈에 의문이 깃들었다. 에콰는 어느새 총을 쥐고 있었다. 총구가 스르륵 올라와 사무엘을 겨누었다.


“만약 약속할 자신이 없다면 잠시 퇴장하도록 해. 때가 되면 초재생으로 그쪽을 되살려줄 테니까.”

“한 가지 확인하겠습니다. 진실을 말하지 않는 건 산 팀장을 위해서입니까?”

“맞아.”


에콰의 무덤덤한 대답에 사무엘이 끄덕였다.


“그럼 약속하겠습니다. 어떤 미래를 보더라도 산 팀장에겐 말하지 않겠습니다.”

“좋은 대답이야. 핸들러.”


그녀는 전부 알고 있다. 이런 대답이 나올 것도, 사무엘이 약속을 지킨다는 것도. 그렇기에 총을 내리고 그녀는 파장을 퍼뜨렸다. 방 안의 공기가 특수한 패턴으로 진동했다.


이내 사무엘의 시야가 바뀌었다. 에콰의 방이었던 곳은 먼지처럼 흩날렸고 곧 벌어질 미래가 그곳을 대신했다.


“....”


빠르고 혼란스럽게 흘러가는 미래에 사무엘의 얼굴은 경악으로 바뀌었다. 그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뒷걸음질치던 사무엘의 등이 벽에 부딪히고 그의 시야는 다시 에콰의 방으로 돌아왔다.


“미래는 입맛대로 바꿀 수 없어. 그건 거센 물길이나 마찬가지니까. 불규칙적이고 자기 멋대로 바뀌기도 하지.”


에콰는 여전히 의자에 앉아 예리한 눈을 사무엘에게 향하며 말했다. 사무엘도 그녀를 보았다. 두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물길에 휩쓸린 작은 돌이야. 돌 몇 개로 물길을 바꾸는 건 불가능해.”

“그렇다면 방금 본 건..?”

“작은 흐름을 더하는 거야.”


그녀의 대답에 사무엘은 흠칫하며 어깨를 떨었다.


“어떤 미래는 아주 작은 착각으로 바뀌기도 하거든.”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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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시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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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완결 공지 +3 23.05.08 147 0 -
264 욕망 시대(完) +3 23.05.08 204 9 24쪽
263 마법사의 보답 +2 23.05.05 154 10 13쪽
262 광야(曠野) 헤이카 미켈런 +2 23.05.04 175 12 15쪽
261 재회 +1 23.05.03 167 11 15쪽
260 사막, 괴물, 어린 칼잡이들 +3 23.05.02 162 11 12쪽
259 라푸스 벤데르드 +2 23.05.01 169 9 20쪽
258 욕망 시대(13) - 사무엘(Samuel) +2 23.04.28 169 8 17쪽
257 욕망 시대(12) - 눈 내리는 날 +1 23.04.27 163 8 15쪽
256 욕망 시대(11) - 죽음이 아닌 삶을 바라게 될 때까지 +1 23.04.26 158 7 14쪽
255 욕망 시대(10) - 강철의 기사 23.04.25 155 9 15쪽
254 욕망 시대(9) - 소리 없는 침식 +1 23.04.24 166 9 11쪽
253 욕망 시대(8) - 일방적 계약 +1 23.04.21 170 9 20쪽
252 욕망 시대(7) - 길을 잃고 +1 23.04.20 165 9 15쪽
251 욕망 시대(6) - 정복자 23.04.19 163 9 16쪽
250 욕망 시대(5) - 악룡과 용사 +1 23.04.18 160 9 17쪽
249 욕망 시대(4) - 오염구역 탐사 +2 23.04.17 159 8 14쪽
248 욕망 시대(3) - 죽음의 땅 +2 23.04.14 172 9 13쪽
247 욕망 시대(2) - 위험한 여행 +1 23.04.13 156 9 13쪽
246 욕망 시대(1) - 탐욕의 바르바로사 +1 23.04.12 179 9 13쪽
245 죄인 +2 23.04.11 158 8 15쪽
244 급류(急流) +2 23.04.10 177 9 13쪽
243 삼류 악당 +2 23.04.07 180 10 23쪽
242 우는 아이 +1 23.04.06 162 8 15쪽
241 에콰(5) - 일그러진 미소 아래 +2 23.04.05 184 9 15쪽
240 에콰(4) - 핏덩이 +1 23.04.04 178 9 17쪽
239 에콰(3) - 욕망죄화(欲望罪花) +1 23.04.03 185 10 27쪽
238 에콰(2) - 모르스 에콰 +1 23.03.31 168 9 13쪽
237 에콰(1) - 소녀 +1 23.03.30 167 9 14쪽
236 개벽(35) - 문을 닫다. +1 23.03.29 169 9 15쪽
235 개벽(34) - 찾아온 영웅, 떠나는 영웅 +1 23.03.28 174 9 21쪽
234 개벽(33) - 베르나데트 23.03.27 164 9 20쪽
233 개벽(32) - 자유를 향해 +2 23.03.24 164 9 18쪽
232 개벽(31) - 데이케트람 23.03.23 168 9 18쪽
231 개벽(30) - 행복을 쫓던 사내 +1 23.03.22 169 8 21쪽
230 개벽(29) - 침묵의 도시 23.03.21 166 8 17쪽
229 개벽(28) - 가능성 +1 23.03.20 172 9 17쪽
228 개벽(27) - 시카 23.03.17 166 9 17쪽
227 개벽(26) - 36년 +1 23.03.16 234 9 17쪽
226 개벽(25) - 빛바랜 세상 +1 23.03.15 168 9 13쪽
225 개벽(24) - 문 23.03.14 175 9 18쪽
224 개벽(23) - 본보기 +1 23.03.13 167 9 16쪽
223 개벽(22) - 옛 동료 +1 23.03.10 177 10 16쪽
222 개벽(21) - 마지막 조각 +1 23.03.09 182 10 21쪽
» 개벽(20) - 흐름 23.03.08 174 10 16쪽
220 개벽(19) - 시라비아의 햇빛 23.03.07 180 10 15쪽
219 개벽(18) - 영웅 증후군 23.03.06 205 10 16쪽
218 개벽(17) - 친구인가 적인가 23.03.03 184 10 16쪽
217 개벽(16) - 습격 23.03.02 184 10 14쪽
216 개벽(15) - 헤르그부르 23.02.28 192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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