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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P

욕망 시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굴P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3.05.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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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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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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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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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6쪽

개벽(18) - 영웅 증후군

DUMMY

#1


시라비아에 허락도 없이 들어온 놈들을 상대로 마피아들이 하는 짓은 뻔하다. 만만한 놈들이면 말단 조직원들을 보내 겁을 좀 주고, 말단으로 안 될 것 같은 상대에겐 낚시꾼을 보낸다.


낚시꾼은 이름 그대로 상대를 낚아 조직에 득이 될 고기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녀석들이다. 처형인들에게 떨어지는 처형 대상 리스트는 모두 이 낚시꾼들이 고르는 것이다. 즉, 낚시꾼의 눈 밖에 들었다면 처형인이 찾아온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낚시꾼이 움직이기도 전에 외부인들이 먼저 소란을 일으킨 것이다. 그것도 미다스 정부 청사 관할 지역이며, 에콰의 땅에서 말이다. 조직엔 비상이 걸렸을 거다.


낚시꾼들이 총동원될 테고 거리엔 처형인들이 돌아다닌다. 거리의 이웃들은 더욱 어둡고 축축한 곳으로 기어들어가고, 지붕이라도 있는 주민들은 창문과 현관을 걸어잠그고 집안에 틀어박힌다. 이런 시기에 괜히 눈에 띄었다간 안 좋은 쪽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그런 어수선한 거리를 나아가던 끝에 용병 조직 크로커다일의 대장 스칼라 헤이즈가 한 술집을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또 술집인가 싶지만 시라비아엔 술집 말고 길게 이야기를 나눌 곳이 마땅치 않다. 냄새나는 부두 창고라면 모를까.


난 그녀를 따라 술집에 들어섰다. 그때 뛰어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더니 알산나가 돌아와 있었다. 이젠 알아서 잘 먹고 잘 돌아오니 이것도 나름의 발전이라 뿌듯했다.


그래도 입가나 옷이 피투성이 된 건 좀 그렇다. 애도 아니고 식사 때마다 앞치마라도 둘러줘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술집에 들어서자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술집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곤란한 표정으로 서 있다 가게로 들어선 날 보곤 시퍼렇게 질린 얼굴을 했다. 난 그를 무시하고 지나갔다. 시라비아에서 술집을 차릴 정도면 나름 잘 사는 편이다. 하루쯤은 불행해도 괜찮겠지.


술집은 2층짜리였다. 스칼라 헤이즈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슬쩍 그녀의 뒤를 훑었다. 우비를 벗은 그녀는 몸에 딱 붙는 정장 차림이었다. 길게 늘어뜨린 은빛의 생머리에 오코넬이 그녀를 ‘은여우’ 라고 부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역시 내 시선을 느꼈는지 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그녀가 말했다.


“뭘 그렇게 힐끔힐끔 봐?”

“음..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그 팔다리 전부 가짜야?”


스칼라 헤이즈는 잠시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그래. 사람의 몸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

“아, 그래서 바꾼 거야? 난 또 사고라도 당한 줄.”

“사고가 있긴 했지. 재밌는 이야긴 아니야.”

“그래 보이네.”


시답잖은 대화가 오가는 사이 우린 2층에 도착했고 창가 쪽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홀짝거리는 어셔 스콧을 발견했다. 불룩한 올챙이 배에 덥수룩한 하얀 수염, 흰 머리를 깔끔하게 넘겨 묶은 노인네의 선글라스가 내 쪽을 보더니 히죽 웃었다.


“오. 고생했네. 헤이즈. 여기서 다 보고 있었어.”


어셔 스콧은 창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의 옆에 있는 통으로 된 유리창을 보니 미다스 정부 청사의 야외 주차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뷰였다. 즉, 저기서 우리가 치고받는 사이 저 인간은 술이나 마시며 감상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이걸로 된 거지?”

“음? 내가 시라비아를 무사히 떠날 때까진 지켜줘야지.”

“저런 괴물들이 끼어들 거라곤 안 했잖아. 죽을 뻔했다고.”

“용병 일이 다 그렇지 뭐. 자자, 화내지 말고. 자네들 것도 주문해놨어. 앉아서 마시게.”


그렇게 말하며 어셔 스콧은 테이블 한곳에 있던 술 두 잔을 내밀었다. 그의 맞은편에 앉은 나는 잔을 받았고 스칼라 헤이즈는 잔을 홱 낚아채 등을 돌렸다.


“응? 안 앉나? 날 지켜줘야지?”

“당신이 지금부터 하는 얘기 들었다간 나도 발을 못 빼잖아. 그리고 이놈 상대론 경호에 의미 없어.”

“이런. 아쉽군. 은여우도 끌어들이고 싶었는데.”

“얘기 나누셔. 난 저기서 마실거야.”


스칼라 헤이즈는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 혼자 앉았다. 스콧은 입을 오물거리다 내쪽을 보았다. 그의 선글라스가 내 얼굴을, 그다음으론 알산나를 보더니 히죽 히죽거렸다.


“변태같이 뭘 그리 히죽거립니까? 영감님?”

“하하하! 세계 연합 부총장을 보고 영감님이라니. 배짱 한 번 좋구만. 남들은 날 ‘각하’ 라고 깎듯이 부르는데.”

“나도 그렇게 부르길 원해요?”

“아니. 마음에 드는 호칭은 아니야. 실례했네. 사도는 다 무서운 괴물들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얌전한 건 또 신기해서.”

“흐음.”


대충 끄덕이며 그가 주문한 술을 마셨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건 술이 아니라 콜라였다.

난 알산나에게 마시던 콜라를 슥 밀어주었다. 알산나는 무슨 개나 고양이처럼 혀로 할짝거리다 마음에 들었는지 잔을 집어들고 홀짝거리기 시작했다. 스콧은 그런 알산나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우선 변명부터 듣죠.”

“응? 변명?”

“굴 알리스가 날 노리고 있습니다. 직관했으니 알겠지만 조금 전에도 저 주차장에서 칼춤 추던 여자 굴 알리스였어요.”

“아. 알고 있네 ‘아가씨’ 말이군. 음. 춤추는 칼부림이 보기 좋지. 미인이고.”

“..그딴 얘기 하잔 거 아닙니다. 다 압니다. 굴 알리스와 세계 연합은 모종의 관계가 있는 거 아닙니까?”

“정정하지. 세계 연합이 아니라 루터스 총장과 관계가 있는 걸세.”


스콧은 콜라를 한 모금 머금고 음미하다 넘겼다. 그리곤 다시 말했다.


“쉽게 말하면 굴 알리스는 루터스 총장의 ‘사병’ 일세.”

“사병이요? 세계 연합 총장급은 개인 암살단이라도 키운답니까. 거 웃기네.”

“하하. 굴 알리스는 연합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있던 걸세. 원래는 암살단 같은 게 아니었어. 그냥 루터스가 젊은 시절 만든 조직이었고 암살보다는 사람을 구하는 자선단체 같은 느낌이었다더군.”


그 살벌한 놈들이 사람 돕는 자선단체? 웃기지도 않는 농담이었다.


“결국 날 노리는 굴 알리스는 세계 연합과 무관하다? 그럼 뭐, 내가 총장 모가지라도 따러 가야 합니까?”

“사실 루터스도 이번 건에 대해선 좀 곤란해하고 있네. 굴 알리스는 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큰 조직이야. 그리고 조직의 몸집이 클수록, 성격이 다른 놈들이 있는 법이지.”

“..내부 분열?”

“비슷하네. 자네를 노리는 건 굴 알리스 내부에서도 강경파로 분류되는 놈들일세. 루터스의 지시에도 눈 하나 꿈쩍 않고 ‘이게 옳다.’ 고 주장하면서 칼을 휘두르는 그런 놈들이야.”


목줄 풀린 개는 다시 목줄을 채우거나, 채울 수 없다면 주인이 직접 처리하는 게 도리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건 루터스 연합 총장의 무능함을 증명하는 꼴이었다. 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즉, 지금으로선 굴 알리스의 습격을 막을 방법이 없다?”

“음. 그렇지. 루터스의 손 밖에서 벌어지는 일이니까. 루터스도 노력하고 있어. 강경파를 멈출 방법을 찾는 중이지. 헤이카 미켈런의 협박도 있었고.”

“협박?”


처음 듣는 얘기였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헤이카는 내가 피습당하고 잠들어 있는 동안 보르단으로 날아갔다고 들었다. 헤이카도 굴 알리스가 연합과 관계가 있다는 걸 알고 세계 연합 본부를 찾아갔던 모양이다.


“덕분에 루터스는 쉴 틈 없이 일하는 중일세. 그래서 이렇게 내가 대신 프로젝트를 위해 이리저리 뛰고 있지.”

“프로젝트는 뭡니까.”

“사실 이번에 내가 여기 온 건 자네에게 우리의 입장을 해명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프로젝트에 대해 다시 한 번 권하기 위해서야. 전에도 한 번 대통령께서 권했었을 텐데.”

“기억 안 납니다. 기억 안 나는 거 보니 거절했을 테고, 거절한 거 보니 제 마음에 안 들었나 보죠. 맘 바뀔 일 없으니 그냥 돌아가시죠. 나도 바쁘거든요?”

“일단 한 번 보게.”


스콧은 테이블 위로 슥 무언가를 내밀었다. 휴대용 태블릿 단말기였는데, 거기엔 전자 문서가 떠있었다.


“프로젝트 히어로? 되게 유치하네.”

“하하. 히어로는 유치해야지. 언제나 정의의 편에서 유치한 대사를 뱉으면서 포즈를 잡는 게 히어로 아닌가? 아이들이 좋아해. 그리고 낭만 있잖나.”


한 귀로 대충 흘려들으며 난 전자 서류를 읽어내려갔다. 유치한 프로젝트 네임과 달리 그 내용물은 상당히 정신이 나가 있었다.


영웅 발굴, 테스트, 서포트 시스템.. 그냥 읽어선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싶었다. 내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스콧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먼 옛날부터 세상이 혼란해졌을 땐 늘 영웅이 등장했네. 마치 정해진 세계의 법칙처럼, 반드시 등장하는 게 영웅이었지. 그리고 영웅은 그 시대의 혼란을 해결하고 그 이름 그대로 영웅으로 추앙받았네. 영웅들의 전설은 그렇게 쓰여진 걸세.”

“난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데요.”

“자네는 없을 수도 있지. 하지만 이미 자네는 그 영웅 이야기에 도취한 사람을 알고 있지 않나?”

“내가요? 누굴.. 헤이카?”


스콧이 끄덕였다.


헤이카가 떠오른 건 당연했다. 그녀의 목표는 세계를 구한다는 꽤나 거창하고 허무맹랑한 목표다. 하지만 헤이카는 진지했고, 세계를 구할 구체적인 계획과 그걸 실행할 능력도 있다.


그리고 헤이카가 그런 목표를 가지게 된 이유를 난 이미 알고 있었다. 그건 한 마법사의 동화 같은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헤이카 미켈런의 세계를 구한다는 심리는 그녀가 세계를 구한 한 마법사를 동경하기 때문일세. 그리고 그 마법사는 영웅이라 불렸지.”

‘칼리프.’


올드 아일랜드에서 그와 만난 적이 있었다. 영웅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정말 한 차례 세상을 구한 영웅이라면 그를 동경해 세계를 바꾸려는 헤이카는 스콧이 말하는 영웅 이야기에 도취된 인간이다.


부정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세상을 구한다느니 그런 거창한 목표는 내게 없고 헤이카의 목표를 이해는 할지언정 공감하진 못했다.


“그녀는 심각한 영웅 증후군(Hero Syndrome) 환자라고 볼 수 있지. 다른 곳에선 ‘영웅병’ 이라고도 해. 자기가 영웅이 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잖나?”

“..본론만 합시다. 나랑 헤이카 뒷담화를 하자는 건 아니잖아요.”

“아, 좀 샜군. 어쨌든 프로젝트 히어로는 그런 영웅병 환자가 아니라 진짜 영웅을 발굴해 인류가 당장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걸세. 영웅은 늘 나타나지만, 조금씩 늦거든. 이런 말 들어봤나? ‘주인공은 늦게 등장하는 법이야!’ 음. 내가 보기에 이건 개소리야. 대부분의 경우 늦게 도착하면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거든.”


요컨대 ‘세계가 혼란스러울 때 나타나는 영웅이 늘 지각하니 이쪽에서 먼저 영웅을 발굴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자.’ 라는 이야기였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별거 아닌 프로젝트처럼 들리지만 내가 이 프로젝트가 어딘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덴 이유가 있었다.


“지금 세상에 터지는 일들이 그놈의 영웅으로 해결될 문제입니까? 전지전능한 신이 와도 답이 없어 보이는데?”


사막화, 백사병, 아가레스, 감응자. 세계 4대 재앙이라고 불리는 것들. 물론, 그 중 아가레스는 헤이카와 이클립스 공업이 해결해버려 이젠 3대 재앙만 남았다.


하지만 그 세 개의 재앙은 해결과는 영 거리가 먼 상태다. 사막화와 백사병은 물론이고 감응자에 대한 것도 여전히 모르는 게 더 많다. 잘나신 천재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도 100년하고도 반세기가 넘게 해결하지 못하는 재앙들이란 말이다.


그런 걸 고작 영웅이란 놈이 나타난다고 뚝딱 해결될 일인가? 그럴 거면 지구는 왜 망했지? 이 프로젝트의 이론대로라면 그때도 영웅이 나타났을 텐데, 결국 세상이 폭삭 망해버리고 이 꼴이 됐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어처구니가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스콧과 세계 연합은 이 프로젝트에 진심이었다. 인류의 최전선에 있는 세계 연합의 수뇌부가 이런 바보들이라는 사실에 할 말이 없었다.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건 아니지만, 당장의 급한 불을 끌 방향은 이미 정해졌네. 다만 그걸 수행할 수 있는 영웅이 지금 인류에겐 없다는 게 문제지.”

“뭔데요? 그 방향이?”

“죄화(罪花)일세.”


스콧은 태블릿 액정을 톡 건드리며 말했다. 그러자 그곳엔 기분 나쁜 꽃 사진이 떠올랐다.


거대한 꽃. 꽃잎은 푸른색 같기도 하고, 짙은 보라색 같기도 하다. 두 색이 오묘하게 섞여 있는데, 기분 나쁜 색이다. 그리고 난 이 꽃을 예전에도 본 적 있었다.


불로 태워 죽이자 꽃은 마치 사람처럼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쳤다. 그 섬뜩한 광경은 내 뇌리에 박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이 시대 문제의 태반은 일단 죄화야. 그 죄화를 없애는 게 가장 급한 불을 끄는 거지.”

“이거 없앤다고 백사병이 사라지고, 사막화가 멈추고, 감응자가 없어집니까?”

“아니. 셋 다 그대로겠지. 하지만 그 세 재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성가신 문제들을 먼저 해결하는 거야. 이해했나?”

“그래서?”

“자네가 그 영웅 후보 중 가장 유력한 한 명일세.”


난 태블릿 단말기를 그에게 휙 밀어주었다.


“갖고 꺼져요.”

“매정하구만.”

“헤이카더러 영웅 증후군 환자라고 했죠? 내가 보기엔 당신들도 별반 다르지 않아. 영웅을 발굴하는 걸로 자기들도 영웅으로 보이고 싶은 영웅 증후군 환자랑 다를 게 뭡니까? 세계 연합의 수뇌부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인간들일거라곤 생각도 못 했네.”

“우린 영웅이 되려는 게 아닐세. 영웅을 발굴해 세상을..”

“이깟 세상 망해버려도 돼.”


난 몸을 일으켰고 스콧의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졌다. 선글라스의 시선이 날 올려다보았다.


“영웅 같은 거에 의지해야만 하는 세상이라면 망해버려도 된다고요. 그리고 난 헤이카의 계획이 이것보단 훨씬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럼 말해보게. 헤이카 미켈런의 계획은 정확히 뭔가? 자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적어도 우리보단 정상적인 미래를 그리고 있겠지?”

“헤이카가 그리는 세상은 분쟁도 없고, 욕망도 없습니다. 인류의 발전은 기계에 맡기고, 인류는 그 흐름에 조용히 탑승만 하는 거죠.”


스콧의 입이 떡 벌어졌다. 떨리는 손으로 선글라스를 벗은 그는 휘둥그렇게 뜬 눈으로 날 올려다보았다. 알고 있다. 헤이카도 정상적인 인간은 아니다. 그녀가 그리는 세상이 끔찍한 유토피아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보단 낫겠지. 난 그렇게 믿고 싶은 사람이었다. 나마저도 그녀를 믿어주지 않는다면 헤이카는 정말 혼자가 되어버리니까.


“설마 아베스타와 베르나데트는 그걸 위해..? 맙소사..”

“이야기는 끝입니다. 영웅은 알아서 찾으시죠. 대신 헤이카를 방해했다간 그땐 가만두지 않습니다. 총장한테도 잘 전해줘요. 굴 알리스를 어떻게든 멈추지 않으면 조만간 피를 볼 거라고.”

“자, 잠깐! 기다리게!”


그의 부름을 무시하고 등을 돌렸다. 어느새 콜라 한 잔을 다 비운 알산나도 내 곁에 딱 따라붙었다. 등 뒤로 다급하게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산! 우린 자네가 필요해! 자네야말로 우리가 찾아낸 ‘칼날’ 이란 말일세! 자네만이.. 오직 자네만이 죄화의 재앙을 끝낼 수 있어! 자네가 아니면 블라다카를 죽일 수 없단 말이야!”

“잘 해보세요. 부총장 각하.”

“자네 말이 사실이라면 헤이카 미켈런은 자네를 이용하는 것뿐이야! 정말 욕망이 사라진 시대에서, 자네도 욕망을 잃는다면 자신의 성공을 증명할 수 있으니까! 자넨 그 여자에게 속고 있는 거라고!”


내 대답은 바뀌지 않는다. 시끄럽게 소리치는 스콧을 무시하고 계단을 내려갔다. 그렇게 1층에 도착하자 때마침 술집 문이 벌컥 열리며 오코넬이 들어섰다. 비에 쫄딱 젖은 그는 초췌한 얼굴이었다.


“뒤처리는 다 했어요?”

“..그래. 돌아가자.”

“그러죠.”


난 그를 따라 술집을 나섰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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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욕망 시대(完) +3 23.05.08 203 9 24쪽
263 마법사의 보답 +2 23.05.05 153 10 13쪽
262 광야(曠野) 헤이카 미켈런 +2 23.05.04 174 12 15쪽
261 재회 +1 23.05.03 166 11 15쪽
260 사막, 괴물, 어린 칼잡이들 +3 23.05.02 161 11 12쪽
259 라푸스 벤데르드 +2 23.05.01 168 9 20쪽
258 욕망 시대(13) - 사무엘(Samuel) +2 23.04.28 169 8 17쪽
257 욕망 시대(12) - 눈 내리는 날 +1 23.04.27 162 8 15쪽
256 욕망 시대(11) - 죽음이 아닌 삶을 바라게 될 때까지 +1 23.04.26 157 7 14쪽
255 욕망 시대(10) - 강철의 기사 23.04.25 154 9 15쪽
254 욕망 시대(9) - 소리 없는 침식 +1 23.04.24 165 9 11쪽
253 욕망 시대(8) - 일방적 계약 +1 23.04.21 169 9 20쪽
252 욕망 시대(7) - 길을 잃고 +1 23.04.20 164 9 15쪽
251 욕망 시대(6) - 정복자 23.04.19 162 9 16쪽
250 욕망 시대(5) - 악룡과 용사 +1 23.04.18 159 9 17쪽
249 욕망 시대(4) - 오염구역 탐사 +2 23.04.17 158 8 14쪽
248 욕망 시대(3) - 죽음의 땅 +2 23.04.14 171 9 13쪽
247 욕망 시대(2) - 위험한 여행 +1 23.04.13 155 9 13쪽
246 욕망 시대(1) - 탐욕의 바르바로사 +1 23.04.12 178 9 13쪽
245 죄인 +2 23.04.11 157 8 15쪽
244 급류(急流) +2 23.04.10 176 9 13쪽
243 삼류 악당 +2 23.04.07 179 10 23쪽
242 우는 아이 +1 23.04.06 161 8 15쪽
241 에콰(5) - 일그러진 미소 아래 +2 23.04.05 183 9 15쪽
240 에콰(4) - 핏덩이 +1 23.04.04 178 9 17쪽
239 에콰(3) - 욕망죄화(欲望罪花) +1 23.04.03 184 10 27쪽
238 에콰(2) - 모르스 에콰 +1 23.03.31 167 9 13쪽
237 에콰(1) - 소녀 +1 23.03.30 166 9 14쪽
236 개벽(35) - 문을 닫다. +1 23.03.29 169 9 15쪽
235 개벽(34) - 찾아온 영웅, 떠나는 영웅 +1 23.03.28 173 9 21쪽
234 개벽(33) - 베르나데트 23.03.27 163 9 20쪽
233 개벽(32) - 자유를 향해 +2 23.03.24 163 9 18쪽
232 개벽(31) - 데이케트람 23.03.23 168 9 18쪽
231 개벽(30) - 행복을 쫓던 사내 +1 23.03.22 168 8 21쪽
230 개벽(29) - 침묵의 도시 23.03.21 165 8 17쪽
229 개벽(28) - 가능성 +1 23.03.20 171 9 17쪽
228 개벽(27) - 시카 23.03.17 165 9 17쪽
227 개벽(26) - 36년 +1 23.03.16 233 9 17쪽
226 개벽(25) - 빛바랜 세상 +1 23.03.15 167 9 13쪽
225 개벽(24) - 문 23.03.14 174 9 18쪽
224 개벽(23) - 본보기 +1 23.03.13 166 9 16쪽
223 개벽(22) - 옛 동료 +1 23.03.10 176 10 16쪽
222 개벽(21) - 마지막 조각 +1 23.03.09 181 10 21쪽
221 개벽(20) - 흐름 23.03.08 173 10 16쪽
220 개벽(19) - 시라비아의 햇빛 23.03.07 179 10 15쪽
» 개벽(18) - 영웅 증후군 23.03.06 205 10 16쪽
218 개벽(17) - 친구인가 적인가 23.03.03 183 10 16쪽
217 개벽(16) - 습격 23.03.02 183 10 14쪽
216 개벽(15) - 헤르그부르 23.02.28 191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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