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욕망 시대]의 굴P입니다.
약 1년 정도를 달려온 욕망 시대가 막을 내렸습니다.
우선 끝까지 함께 해주신 분들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욕망이란 참으로 어려운 주제라 생각합니다.
처음 '욕망을 주제로 한 작품을 써보자.' 라고 결심했을 때부터 온갖 책을 읽어보고, 공부도 했지만 여전히 어렵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딱딱한 철학적 이야기만 줄줄 써내려갔다간 읽는 게 아니라 공부하는 글이 되어버리니 그 부분을 조절하는 게 상당히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주인공이 아주 탐욕스러운 사람이면 좋겠다.' 였습니다.
사실 처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산이 아니라 '델라리온 머스칼' 이었습니다.
비밀이 많은 얼굴 없는 사내. 세상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압도적인 괴물이 이클립스 공업과 함께 아포칼립스 세상을 개척해나가는 이야기.
그렇게 '아, 이거다!' 하면서 준비를 시작했는데, 깨닫고 보니 머스칼은 이미 시작부터 모든 걸 가질 수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원하는 게 있다면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서 손에 넣을 수 있는 힘이 있었으니까요.
물론, 그걸 재미있게 녹여내는 게 작가의 역량이지만 저 스스로는 아직 부족하다고 느껴 노선을 조금 바꿨습니다.
시작부터 가진 게 없고, 누구나 흔하게 꿈꾸는 '부자 돼서 평생 놀고먹고 싶다.' 하는 젊은 청년, 산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주인공으로 세웠습니다.
산도 시작부터 비범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긴 했지만, 머스칼에 비하면 참으로 부족한 게 많은 인물입니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고, 세상에 대해선 어두운 면밖에 모르고, 할 줄 아는 것도 어린 시절부터 몸에 때려 박은 폭력의 기술밖에 없었죠.
그렇게 세상을 모르는 청년이 자신이 접해본 적 없는 젊고 아름다운 대기업 회장님과 함께 전 세계를 여행하며 세상과 서로 알아가는 이야기가 욕망 시대의 시작이었습니다.
* 산
잘 전달이 되었을진 모르겠지만 산은 시작부터 상당히 불완전하고 모순적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부자가 되겠다는 큰 꿈을 안고서 고작 한다는 거라곤 촌동네 횟집 알바와 신문, 우유 배달.
깨끗하게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면서 눈에 거슬리는 악당은 가차 없이 회칼을 뽑고 짓밟습니다.
시라비아 마피아라는 조직에서도 가장 잔인한 처형인의 습관이 남아 항상 사람의 목을 자르는 데 집착하면서, 정작 인지를 초월한 죽음의 형태에 대해선 두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리고 거듭된 실패로 어떻게든 눈앞의 일을 해결하는 데만 집중하다 오히려 일을 그르치기도 하죠.
더 나아가 백사병이라는 정신을 갉아먹는 병이 제대로 도지면서 산의 정신적 불안정은 최고조에 달했고 산의 선택들은 일반적인 생각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산이라는 인물이 완성되지 않은, 어딘가 불안정한 인간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그려내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산의 불안정한 방황을 [개벽] 에피소드에서 가다듬고 산의 어머니인 [에콰]의 이야기로 바로잡고자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 과정이 순탄치 않아 초중반에 중요한 재미를 깎아내린 것 같아 그 점은 역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돌아보면 산이 방황하던 것처럼 글을 써내려가는 저도 똑같이 방황했던 것 같네요.
그래도 함께 해오며 정이 든 인물이지만 산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입니다.
가질 걸 모두 얻고,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 들어섰으니 해피 엔딩이라 생각합니다.
행복하길!
* 악당
'욕망 앞에선 선과 악의 구분이 없다.'
욕망 시대의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저만의 욕망을 갖고 행동하며 이 말을 증명합니다.
똑같이 욕망에 따라 행동하지만 누군가는 영웅처럼 받아들여지고, 누군가는 잔악무도한 악당으로 그려집니다.
다만 헤이카는 두말할 것도 없이 이 작품에서도 가장 잔악무도한 악당입니다.
평범한 사람들. 심지어 자신을 친구라 여기던 사람들의 위기나 죽음조차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자, 인류를 이해할 생각도 없던 이기적인 인물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은 헤이카를 선택함으로써 악당의 길을 걷고, 헤이카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면서도 또 똑같은 죄를 지을지도 모를 큰 계획을 세웁니다.
미래에도 헤이카가 여전히 악당으로 기억될지, 아니면 헤이카의 꿈처럼 영웅으로 기억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아마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욕망 시대의 먼 미래의 이야기를 써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 에이전트 루저
아마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루저와 그의 후배들은 처음엔 [욕망 시대]의 제2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영웅보단 악당들의 이야기였지만, 그런 악당들에게 계속해서 긴장감을 넣어줄 영웅 진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루저와 그의 후배들인 윈터, 조엘이 마치 형사와 같은 포지션으로 준비되어 산 진영과는 정반대의 시점과 생각을 가지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산 진영의 이야기만으로도 이야기는 굉장히 커졌고, 루저 진영의 이야기를 할 기회도, 독자분들이 루저 진영과 친해질 기회조차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결국 중반 이후부턴 루저 진영을 무대 뒤로 잠시 내려두자는 선택을 내렸습니다.
이 부분에선 개인적으론 아쉬움이 가장 많이 남은 것 같습니다.
루저 진영에 대해 준비되어있던 이야기들이 꽤 많았지만, 이걸 전부 풀었다간 지금보다 분량이 2배는 더 되었을 것 같습니다..
이것도 언젠가 쓸 기회가 되면 그것도 나름 재밌을 것 같네요.
* 차기작
제가 준비한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커다란 세계관 하나를 무대로 두고, 그 속에서 다양한 세계,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를 그려가는 방식입니다.
이게 좋은 점도 있지만, 안 좋은 점이라면 역시 '이전 꺼 안 읽으면 모르는 거 아니냐?' 겠죠.
어딘가의 시리즈화된 영화나 드라마들이 그렇습니다. '이걸 보려면 저것부터 보고 와야 한다.' 라던지요. 그러다 포기한 시리즈가 있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런 건 굉장히 좋지 않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항상 새 작품을 준비하면서도 늘 이전 작품에 큰 영향을 받지 않도록 주의하는 편입니다. 이번에도 잘 됐는진 모르겠지만, 계속 신경 쓰고 있습니다.
아예 다른 세계관으로 작품을 쓰면 해결될 일이기도 하지만, 그냥 제 개인적인 고집인 것 같습니다.
애정을 쏟아 만든 세상의 이야기를 한 작품으로 담아내기엔 너무나 적어 여러 작품으로 그려내고자 하는 욕심이겠네요.
차기작도 비슷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쓸 [욕망 시대]의 먼 미래의 이야기도 그럴 것 같네요.
[욕망 시대]가 그랬듯 아마 차기작도 곧바로 시작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마치며
여기까지 함께 해주신 분들, 후원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처음엔 제 개인적인 취미로 시작했던 글쓰기가 이젠 읽어주시는 분들을 생각하며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말 많은 힘이 되고 있습니다.
곧 다음 작품으로 뵙겠습니다.
욕망 시대를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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