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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검사 잡는 독종 검사 애인은 인생 2회차.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몽몽객
작품등록일 :
2024.07.15 10:09
최근연재일 :
2024.08.26 18: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70,466
추천수 :
1,783
글자수 :
283,982

작성
24.07.1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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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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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 시나리오.

DUMMY

책상에 앉아 작은 탁상거울을 당겼다.


“... 실화냐?”


짧고 단정한 머리카락과 균형 잡힌 이목구비.

살짝 구릿빛을 머금은 건강한 낯빛에 말끔한 피부.

평균 이상의 외모라 할 수 있는, 지겹도록 본 내 얼굴이 맞다.

다만···.


“나도 이런 때가 있었네.”


앳되다.

불과 엊그제까지의, 야근에 찌들어 팍삭 늙은 얼굴과 비교하면 앳되어도 너무 앳되다.


“회춘, 아니 회귀라니.”


총 두 방 맞고 도깨비 얼굴 꿈꾸고 16년 전으로 돌아온 지 사흘째.

현실감 없이 어벙하게 있는 건 몇 시간으로 충분했다.

꿈이 아닌 걸 깨닫고 온갖 것을 다 확인해 본 결과, 지금은 내가 총 맞기 16년 전이다.


엊그제까지 HS 그룹 전략기획실 2팀 과장이던 나는, 지금 고교 졸업을 앞둔 국내 탑3에 들어가는 고구려 대학 합격자 신분이다.


“이왕 과거로 온 거 3년, 아니 4년만 더 썼으면 좋았잖아.”


내 부모님은 3년 반쯤 전에 교통사고로 한날한시에 돌아가셨다.

친가 외가 통틀어 남은 가까운 친척이라고는 미국에 사는 고모 하나.

부모님 장례 때문에 귀국한 고모가 미국행을 권했지만 거절했고, 난 어른들과의 이런저런 논의 끝에 이웃인 삼촌 집에서 살게 됐다.


진짜 삼촌은 아니다.

그냥 어릴 적부터 그렇게 불렀다.

물론,


‘진짜 삼촌보다 훨씬 나은 분이지.’


인근에서 숙모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삼촌은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우리 동네로 이사 왔다.

아버지와 삼촌은 이웃해 살며 친해지다 못해 의형제까지 맺은 사이다.


부모님 생전에 절친했던 건 차치하고, 두 분 사후 미국행을 거절했을 때 날 맡겠다고 삼촌이 나섰다.

부모님을 잃고 한동안 방황하며 작은 사고들을 치던 내가 정신 차릴 수 있었던 것도 두 분의 덕이 컸다.

삼촌과 숙모는 날 친조카도 아닌 친자식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살뜰하고 엄하게 보살폈으니까.

오죽하면,


- 어떤 부모가 친딸보다 의조카를 더 끔찍하게 챙긴대요? 이거 딸한테 너무한 거 아니에요? 어우, 서러워서 이 집 딸 못하겠네, 진짜!


친딸이 버릇처럼 저렇게 투덜거릴 정도였다.

물론, 두 분은 그때마다 코웃음 치며 넘겨버리고 말았지만.


똑똑.


기억을 되짚으며 피식거리고 있는데 누가 문을 노크하고 열더니 불쑥 들어왔다.


“너 정말 같이 안 갈 거야?”

“어.”

“뭐 할 건데?”

“그냥 집에서 쉴래.”


찌릿.


심드렁한 말에 아름이가 째려본다.

제 딴에는 사나워 보이려는 모양인데, 내 눈에는 그냥 귀엽다.

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귀여워 미치겠지만 그걸 드러내면 안 된다.

흐물흐물해지려는 표정을 최대한 관리했다.


“그냥 쉴래. 몸이 좀 안 좋아.”

“흠. 진짜?”

“그래. 내가 괜히 약속 깨고 쉰다고 하겠냐?”


노려보던 아름이가 손등을 내 이마에 가져다 댄다.


“열이 있는 것 같기도 하네. 약 먹었어?”

“아니. 좀 자면 나아지겠지.”

“그러면 다행이지만 혹시 모르잖아.”

“자고 일어나서도 안 좋으면 그때 먹을게.”


스윽.


아름이와 다시 눈이 마주쳤다.

아까와는 달리 담담한 ‘그러든지, 그럼’하는 듯한 눈빛.

웬만한 사람은 여기에 속겠지만 난 아니다.


“... 약 먹고 잘게.”

“그래. 이번엔 봐준다.”


외출하는 아름이를 배웅하고 다시 내 방에 들어왔다.

대학 합격자 발표가 끝난 시점이라 학교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가기로 약속했었나 보다.

하지만, 불과 엊그제까지 30대 중반의 진중한 남자였는데, 해방감 가득해 오두방정을 남발할 고딩들과 어울릴 게 난감했다.

무엇보다도···.


“내가 지금 그럴 때가 아니다, 아름아.”


그래.

삼촌과 숙모의 친딸이 바로 아름이다.


한아름.

나보다 생일이 두 달 늦는 동갑에 무려 초, 중, 고, 대학교 동창이다.


어린이 땐 자주 툭탁거리는 불알친구에 가까웠다.

청소년 시절은 말만 섞어도 툭탁거렸지만, 옆집에 이어 한집에 사는 이상 어쩔 수 없는 단짝이었다.

20대 이후로는 좋은 친구이자 서로를 마지막까지 믿고 지지하는 사이.

그렇게 친구 이상 연인 미만으로 오래 지나다가···.


우리 사이에 본격적인 핑크빛이 감돌기 시작한 건 각자 사회의 단맛, 쓴맛을 충분히 경험한 서른이 넘은 뒤였다.

오랜 친구들에게 ‘바퀴벌레보다 더 지독하고 유독한 한 쌍’이라는 야유를 들으며 알콩달콩 연애했다.

미국의 고모, 삼촌과 숙모에게서 하이패스로 결혼을 허락받았는데, 아름이가 말 못 할 사정이 있다며 식을 연기했고 결국 치르지 못했다.


“이제는 그 말 못 할 사정이 짐작된단 말이지.”


거울 속 앳된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내 눈빛이지만, 내가 봐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싸늘하다.


“... 참.”


목 아래 가슴 부분을 만지작거렸다.

회귀 전에는 어머니 유품인 펜던트가 있었던 자리.

어머니가 나쁜 기운으로부터 보호해준다며 항상 하고 다니라 신신당부를 하셨었다.

벼락 맞은 영험한 대추나무로 만들었다던가?

자연스레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익숙한 물건이라서 몸에서 떼어놓은 적이 거의 없었다.

군대에 있을 때도 군번 줄에 함께 달고 다녔고, 회사 다닐 때도 마찬가지.


지금은 없다.


어디 벗어놓은 게 아니고 회귀하고 나니 없었다.

심지어 ‘잃어버리지 말고 잘 간직해라.’고 종종 말하던 삼촌, 숙모, 아름이가 그 펜던트를 아예 모른다.

마치,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아무래도 총 맞을 때 펜던트가 부서지기라도 한 것 같은데···.


“... 그게 회귀와 관계가 있나?”


펜던트가 위치했던 가슴 피부에 그와 비슷한 크기의 희미한 불그스름한 점이 있다.

회귀 전에는 없던 것이다.


왠지 이 불가사의한 회귀와 펜던트가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다른 이유는, 나무 펜던트에 희미하게 도깨비 얼굴이 각인되어 있었다는 것.

내가 총 맞은 다음에 본 도깨비 얼굴과 똑 닮은 형태였다.


“...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어떻게 과거로 돌아왔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지 않는다.

시간을 거슬렀다는 게 기정사실인 이상,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인생 2회차의 가능성?

뭐, 그런 것도 있겠지.

하지만 내가 총을 맞는다거나, 아름이 차가 테러로 산산조각이 나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꼭 16년 후의 일이라고 할 수도 없어.”


납치범 놈은 ‘오랜 악연’이라고 말했다.

그 악연은 분명 아름이가 독하게 청렴한 검사였기 때문에, 검사 일에 올곧게 충실했기 때문에 생겼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선을 안 넘었네, 어쩌네 지껄였던 걸 보면 테러 이전부터 아름이에게 모종의 불이익이나 피해를 줬던 게 분명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관련됐을 것으로 짐작되는 일이 여럿이다.


“... 병신같은 놈.”


나 자신에게 화가 치민다.

이 정도였다는 건 몰랐으니까.


아름이의 직장생활이 순탄치 않다는 것은 일찍부터 눈치챘었다.

학부 때부터 주목받던 능력자가 정작 임용 후에는 상사와 충돌이 잦고 한직만 전전했으며, 조직 내에서 점점 더 외톨이가 되어갔다.

그건 아름이가 목숨처럼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 때문이었다.


- 이유야 어쨌든, 피눈물 흘리는 사람들 사정 들어주고 나쁜 놈들 때려잡아야지. 그거 하는 게 검사 아냐? 좋은 집에 비싼 밥 먹고 살며 잘난 척하려면 딴 걸 해야지.


“... 흐음.”


그냥 검사를 안 하도록 유도하면 어떨까.

판사를 택하면 분명 명판사가 될 것이고, 변호사를 해도 정말 잘할 거다.

아예 법조인 말고 다른 직업을 택해도 좋다.

그쪽이 더 안전할 테고, 뭐가 됐든 녀석은 분명 행복하고 빛나는 인생을 살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 가능할까?”


입맛이 쓰다.

아름이는 그냥 공부 잘하는 문과생이라 법조인을 지망한 게 아니다.

어떤 사건으로 큰 상처를 입어 일찍 철들었고, 확고한 목표를 세웠으며,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법조인을, 그것도 검사를 택한 거다.


녀석은 이미 첫발을 내디뎠다.

로스쿨을 염두에 두고 학과를 택했다.

원탑인 한국대가 아닌 탑3 중 하나인 고구려대인 건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였고, 실제로 지원한 학부 수석으로 합격했다.

분명 회귀 전처럼 입학하자마자 목표 실현을 위해 내달리기 시작하겠지.


“... 쩝. 아름이도 아름이지만···.”


아름이 마음을 바꿀 수 없다면 상대 쪽을 공략하면 되지 않냐고?

그쪽이 더 큰 문제다.


- 대한민국에서 제일 돈 많은 부회장.


세계 순위는 처질지 몰라도 그 이름을 모르는 지구인이 드물고 우리나라에서는 원탑 재벌그룹인 이성.

내가 다녔던 HS 그룹이 몇백조 가치의 기업이지만 이성은 그 두 배 이상이었다.

돈이 무지막지하게 많은 건 물론이고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영향력은 ‘막강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이성 공화국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지.”


한국 재벌 중에서도 단연 원탑, 이성그룹.

그 그룹을 지배하는 가문의 직계이자 차기 회장 확정이던 부회장.

그러니까 대한민국 재벌의 대명사이자 이성의 모든 것을 틀어쥘 사람이 상대라지 않나.


“... 난이도가 참···.”


막막한 걸 넘어 현실감이 없어진다.


“차라리 삼촌, 고모, 아름이까지 다 데리고 이민을 기?”


별의별 곳으로 생각이 뻗쳐 나간다.


짝!


“정신 차리자, 남영훈. 아직 시간이 있어.”


마음을 다잡기 위해 양손으로 뺨을 때렸다.


그래.

지금은 일이 터지기 전이다.

내겐 향후 16년간 인생 2회차라는 절대 우위의 이점이 있다.

부회장도 아직은 부회장이 아니고.


“... 시나리오를 짜야 돼.”


펜과 노트를 꺼냈다.

회귀 전 직장 생활하며 계획서 쓰는 일은 지겹도록 해봤다.

지금 같은 난이도는 아니었지만.


“난이도가 어쨌든, 시나리오가 있어야 돼. 그것도 결말이 해피엔딩인 걸로.”


슥.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느렸지만, 점점 속도가 붙는다.


스슥, 스스슥.


한 번 쓴다고 끝이 아니다.

분명, 쓴 걸 정리하고 수정하길 반복하겠지.

시나리오를 싹 폐기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래도 써야 한다.

쓰고 또 쓰고, 그걸 실현해내야 한다.


이번 생은 작가가 팔자인가?

아니지. 내가 직접 뛰기도 해야 하니 주연이기도 하네.

거기에 다른 사람도 조율해야 하니 연출자도 겸해야 하고.


정리한 생각을 차분히 적어 내려가다 뭔가가 떠올랐다.


“쩝. 그래도 군대 또 가는 건 싫은데···.”


작가의말

글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사건, 지명 등등은 사실과 관계없는 허구입니다.


선작, 댓글, 추천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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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라면 먹고 갈래? (1) +5 24.08.10 1,197 3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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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Stand beside him. (2) +5 24.08.06 1,293 35 13쪽
29 29. Stand beside him. (1) +3 24.08.05 1,343 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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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독종 검사. (1) +4 24.08.02 1,435 35 12쪽
25 25. 3년이라는 시간 동안. (4) +2 24.08.01 1,446 40 13쪽
24 24. 3년이라는 시간 동안. (3) +5 24.07.31 1,426 38 13쪽
23 23. 3년이라는 시간 동안. (2) +3 24.07.30 1,441 37 12쪽
22 22. 3년이라는 시간 동안. (1) +5 24.07.29 1,485 39 12쪽
21 21. 사람이 필요해. (3) +2 24.07.28 1,473 39 12쪽
20 20. 사람이 필요해. (2) +2 24.07.27 1,500 39 12쪽
19 19. 사람이 필요해. (1) +3 24.07.26 1,562 40 12쪽
18 18. 응징하다. (3) +4 24.07.25 1,616 42 13쪽
17 17. 응징하다. (2) +2 24.07.24 1,567 40 14쪽
16 16. 응징하다. (1) +3 24.07.23 1,587 38 14쪽
15 15. 전화위복. (2) +2 24.07.22 1,614 36 13쪽
14 14. 전화위복. (1) +2 24.07.22 1,594 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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