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몽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검사 잡는 독종 검사 애인은 인생 2회차.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몽몽객
작품등록일 :
2024.07.15 10:09
최근연재일 :
2024.08.26 18: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70,084
추천수 :
1,783
글자수 :
283,982

작성
24.07.17 10:05
조회
1,885
추천
45
글자
11쪽

5. 갑이.

DUMMY

툭, 툭.


뭔가 이마를 건드린다.


툭, 툭.


- ... 일어$%, #@ 아.


뭔가 이마를 건드리면서 말을 거는 것 같다.


쿡!


“... 크으.”


계속되는 자극에 인상 쓰며 눈을 떴다.


- 일어났냐?


귀가 아닌 뇌리에 직접 전해지는 듯한 말소리.

소리의 주인공은 아마 내 얼굴 위 허공에 뜬 저 작은···.


“... 인형?”

- 아니다, 인간아.


주먹보다 작은 얼굴 속 눈, 코, 입이 일그러진다.

수염이 있긴 한데 얼굴은 영락없는 연분홍 피부를 가진 아이의 것이다.

머리 아래 많이 짧다 싶은 팔다리.

인상 쓰고 팔짱 끼고 내려다보는 게 무슨 인형 아니면 만화 캐릭터 같다.

거기에···.


“뿔··· 이 있네?”

- 그게 어때서?

“......”


잠시 말문을 잃고 바라봤다.

저번엔 머리만 있더니 이제는 말을 하는 아기 도깨비라니.


“... 혹시 너 저번에?”

- 그래. 머리만 있는 상태로 만났었지.

“그럴 리가. 그 머리는 꽤 늙었었다고.”

- 그게 원래 나야. 지금은 힘을 많이 잃어버려서 이런 꼴이고.


몸을 일으키니 도깨비가 허공에 뜬 그대로 물러나 거리를 둔다.

둘러보니 내 방 내 침대 위.

잠들기 전과 달라진 게 없다.


“... 설마 이거 꿈이 아니라 현실인가?”

- 아니. 꿈속이야.

“... 아닌 것 같은데?”

- 난 아직 현세에 몸을 드러낼 정도로 힘을 회복하지 못했어. 이건 네 꿈속이다.


말하는 공중부양 아기 도깨비에 현실 같은 꿈속이라니.

현실감이 없다.

그래도 정신줄을 아예 놓지는 않았다.


“설마 날 해치려는 건 아니겠지?”

- 해칠 생각도 없지만, 그럴 힘도 없다, 지금은.

“......”


진짜 묻고 싶은 걸 물었다.


“내가 과거로 온 것, 너와 관련 있냐?”

- 그래. 하지만, 내가 한 건 아니야.

“그럼 누가?”

- 너.

“... 나?”

- 응. 네가 죽는 순간 간절하게 원했다. 시간의 인과율을 거스를 만큼.


아이의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 단호한 목소리로 도깨비가 설명을 이어갔다.


-----


원래는 아이가 아닌 아이 도깨비는 무려 도깨비 왕의 아들.

잘못을 저질러 서기(瑞氣)를 머금은 대추나무 고목에 가둬졌고, 그 상태로 오랜 시간을 보냈다나.

어느 날 나무가 베어져 조각조각 가공되었는데, 그 조각이 불에 타든지 부서질 때마다 나뉘어 깃들었던 도깨비의 힘, 그러니까 영기(靈氣)가 모여 해방이 가까워졌다.

내 펜던트가 마지막 조각이었는데 그게 총에 맞아 부서져 영기가 완전히 하나 되며 고대하던 귀천(歸天)을 맞으려는 순간.

엉뚱하게도 나무의 서기가 내 염원에 먼저 반응하고 말았다.

서기가 도깨비의 영기를 쪽 빨아가더니 그 힘으로 ‘시간의 인과율’이라는 걸 비틀어 나와 도깨비를 16년 전 과거로 보냈다고.

이 무슨···.


“... 시간을 돌려서라도 일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단 말이지, 내가.”

- 왜, 아닌 것 같냐?

“아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해. 그런데, 그 염원에 대추나무의 서기가 제멋대로 응했다고? 왜?”

- 몰라. 알면 억울하지나 않지.

“......”


지난번에 본 도깨비 머리의 윙크는 ‘덕분에 이제 난 자유다. 고마워.’라는 뜻이었다고.

그런데, 녀석이 정신을 차려보니 대부분의 영기를 잃은 채 현세의 내 곁에 있었단다.


도깨비의 몸은 육체가 아닌 영체.

원래 사람 눈에 안 보인단다.

힘이 세면 보이게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간신히 내 꿈에 현신할 정도의 힘밖에 없단다.

그것도 지난 한 달 정도 이 주변의 영기를 티끌 하나까지 긁어모은 덕이라나.


“그래서 내 꿈에 나타난 이유는 뭐야?”


이걸 믿어야 하나 하는 마음으로 물었더니 녀석이 버럭 소리친다.


- 책임져라!

“......”

- 날 책임지라고, 이 영기 도둑놈아!

“......”

- 그러지 않으면 밤마다 꿈에 나와서 괴롭혀주겠다. 죽을 때까지 밤마다 날 만나게 될걸!


맙소사.

위엄 넘치던 도깨비가 본론에 들어가자 영락없는 땡깡쟁이 아이가 됐다.


- 너 이 #@$# 놈! &$#@ 새끼! $@#$ 인간 놈아!


이이치고는 욕을 아주 찰지게도 한다.

소리가 귀가 아닌 뇌리에 전해지는 통에 머리가 울리는 것 같다.

이건 지금껏 내가 경험한 최악의 개꿈이 아닐까.


씩, 씩, 씩.


한참을 그렇게 욕을 쏟아낸 녀석이 거칠게 숨을 쉰다.

정말 분하고 억울하고 원통한지 충혈된 눈에 물기마저 촉촉하다.

좀 미안하네.


“다른 도깨비에게 도와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거냐?”

- 없어.

“없어?”

- 그래. 내가 안 찾아봤을 것 같냐? 네 몸에서 멀리 떨어질 수 없어서 이 근방만 살폈지만, 도깨비는커녕 잡귀 찌끄레기도 없어.

“......”

- 이상한 돌로 땅과 하늘이 다 뒤덮여서 생기(生氣)조차도 미약한데 영체들이 있을 수가 없지.


아스팔트 깔린 거리와 콘크리트로 된 높은 건물들을 말하는 건가?

그럼 그런 게 없는 데는?


오전에 추모공원에 다녀왔다.

시가지를 벗어나 한참을 논밭이나 야트막한 산 근처를 지나는 버스를 타고.

그런 곳은 좀 사정이 낫지 않···.


- 들판에도 산에도 약한 생기만 있지 영기는 찾아볼 수 없었어. 인간 묘지에도 흔적만 가득했고.

“......”

- ... 마치 이 세상에 나만 남은 것 같아.


... 아니네.


아기 도깨비는 잔뜩 풀이 죽었다.

축 처진 어깨를 보니 좀 더 미안해진다.

녀석 덕분에 난 2회차를 살 수 있게 된 건데, 그 때문에 녀석은 오래 고대하던 귀천을 못 했다니 말이다.


- 아무리 봐도 여긴 나 같이 영기에 기댄 존재가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야.

“......”


녀석은 말이 없었고 나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한참 만에 마음을 추슬렀는지 녀석이 입을 열었다.


- 그러니까 책임져라, 인간.

“... 책임을 어떻게 지라는 거야?”

- 간단해. 내 귀천(歸天)을 도와.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

- 힘을 모아야 해. 생기나 영기를. 서기가 가장 좋은데, 아무리 봐도 지금 세상엔 그런 게 흔할 것 같지는 않아. 그러니 생기나 영기에 집중해야 해.

“그걸 어떻게 하냐고?”

- 그건···.


이어지는 녀석의 말은 말 그대로 어이 상실.


뭐, 깊은 산중에 터를 잡고 고목이나 영초를 찾아?

아니면, 사람이 오래 사용한 골동품 같은 걸 찾아?


골동품 가게 많은 인사동 같은 곳을 가면 되나 싶었는데 오랜 골동품이라고 무조건 영기가 깃드는 것도 아니야?

100년 묵은 물건 100개 중의 하나에 영기 티끌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야?

그러니까 골동품이란 골동품은 다 뒤지라고?


이거 자연인 아니면 골동품 발굴자가 되라는 얘기 아닌가.

뭐, 우리나라 산이나 골동품만 가능한 게 아니니까 대상은 차고 넘칠 거라고?

참 위로가 되는 말이다.

어이 상실을 넘어 어처구니가 없네.


- 왜 그러냐, 인간?


난 녀석에게 내 사정을 말했다.

왜 총 맞아 죽어가면서도 무의식적으로 간절히 회귀를 원했고, 앞으로 같은 미래의 반복을 막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당장 며칠 뒤에 대학에 입학할 거고 그 뒤로도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산속에 처박히거나 골동품 찾으러 돌아다닐 시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


- 너도 절박한 사정이 있었군.

“... 그래.”

- 서기는 상서로운 하늘의 기운이다. 때로 인간의 간절한 마음에 하늘이 응한다고도 하던데, 실제로는 처음 본다.

“마찬가지야.”


우리는 비슷하게 복잡한 표정을 하고 긴 시간 대화를 이어갔다.

서로에 대해 더 알기 위해.

그리고 혹여, 다른 방법이나 좀 더 빠른 방법은 없는지 알기 위해.


그런 길고 긴 대화 끝에···.


“어쩔 수 없네.”

- 동시에 할 수밖에.

“그래. 그러려면···.”

- 서로 협조해야겠네.


도깨비도 도깨비지만, 나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협조하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매일 밤 꿈에 나와 괴롭히겠다는데 그걸 어떻게 버티겠냐고.


- 협조하는 데 조건이 있다.

“그렇겠지. 나도 마찬가지니까.”


우린 또 대화를 계속해야 했다.

서로가 내민 조건을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지 타협해야 했으니까.

그 와중에 느낀 건데, 우리나라 도깨비 좀 어리숙하다더니 순 거짓말이었다.

닳고 닳은 장사꾼 저리가라였거든.


“딜?”

- 뭐? 달이 어쨌다고?

“... 아니. 동의하냐고?”

- 그러지.


내 손가락을 잡은 도깨비와 악수하는 것으로 합의가 성사됐다.


그렇게 2회차의 내 인생에 도깨비라는 작은 혹이 붙었고···.


- 살살 해줄 테니까 딱 대.

“... 진짜 살살해라.”

- 인간 아니랄까 봐 겁은 많아서.

“시끄럽고, 빨리해라.”


네 표정을 봐라.

그간의 스트레스를 이 한 방에 날리겠다는, 정말 야무지게 때려버리겠다는 표정이라고.

겁이 안 나겠냐?

무려 도깨비 방망이에 맞는 건데.


- 간다, 인간.


따악!


-----


다음 날, 아침.


‘... 혹은 안 났네.’


일어나자마자 정수리를 만졌다.

도깨비 방망이에 맞을 때 머리가 뚫리는 듯한 통증을 느꼈던 것 같은데 상처는 없다.


꿈의 내용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서로의 사정을 확인하고 협력하기로 했다.


녀석은 귀천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하는데, 내가 줄곧 거기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걸 이해했다.

우선 내 생활에 집중하는 동시에 주변에서 기운을 찾고,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서 아예 기운을 찾을 목적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아, 도깨비의 이름은 갑이.

‘갑’이 아니라 ‘갑이’가 이름이다.

아이의 외모지만, 나이는 수백 살이 넘으니 애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녀석에게 왜 도깨비 방망이로 맞았냐면 기운 모으는데 도움될 능력을 틔워준다고 해서다.

사람은 가질 수 없는 능력인데, 특이하게도 내 몸에는 대추나무의 서기 잔재와 갑이의 영기가 있어 가능하단다.

이 덕분에 녀석이 이 세계에서 소멸하지 않는 것이며, 알고 보니 내 몸이 좋아진 이유도 이거였다.

앞으로는 머리도 좋아질 거라나?


“어제 그냥 개꿈 꾼 거 아닐까?”


사실 지금도 확실히 믿는 건 아니다.

반신반의다.


아무튼, 녀석이 틔워준 능력은···.


똑똑!


아름이가 갑자기 문 열고 머리를 들이밀었다.


“남영훈, 빨리 준비해서 도서관 가자.”

“어, 알았···.”


고개 돌려 답을 하던 그대로 굳어졌다.

뭔가··· 보여서.


깜빡, 깜빡.


눈을 깜빡여도 보인다.

이상한 게, 아니 보이면 안 될 것 같은 게.


“......”

“야, 뭐해? 사람이 말을 걸었으면 대답을 해.”

“......”


내가 여전히 굳어져 있자 아름이가 문을 완전히 열었고 녀석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다 보인다.

익숙한 후드 티에 낡은 추리닝 차림.


“얘가 왜 이래? 너 뭐 못 볼 거라도 봤냐? 나 어디 이상해?

“......”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자기 몸을 살피는 아름이.


녀석의 전신에 어린 푸른 빛에 난 말문을 잇지 못했다.


작가의말

글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사건, 지명 등등은 사실과 관계없는 허구입니다.


선작, 댓글, 추천은... 감사합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사 잡는 독종 검사 애인은 인생 2회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연재를 중단합니다. +3 24.08.27 183 0 -
공지 연재시간을 변경합니다. 24.07.20 1,547 0 -
50 50. 투자의 결과. (2) +3 24.08.26 625 25 12쪽
49 49. 투자의 결과. (1) +1 24.08.25 728 24 12쪽
48 48. 새로운 투자. (3) +2 24.08.24 777 23 13쪽
47 47. 새로운 투자. (2) +2 24.08.23 811 23 13쪽
46 46. 새로운 투자. (1) +2 24.08.22 888 23 13쪽
45 45. 남매. (3) +4 24.08.21 914 24 13쪽
44 44. 남매. (2) +1 24.08.20 939 31 13쪽
43 43. 남매. (1) +1 24.08.19 1,027 26 13쪽
42 42. 유명세. (3) +3 24.08.18 1,044 26 13쪽
41 41. 유명세. (2) +1 24.08.17 1,079 29 13쪽
40 40. 유명세. (1) +2 24.08.16 1,096 32 13쪽
39 39. 기초는 다졌다. +2 24.08.15 1,122 30 13쪽
38 38. 보따리도 건져 준다. (2) +4 24.08.14 1,136 30 13쪽
37 37. 보따리도 건져 준다. (1) +2 24.08.13 1,165 34 14쪽
36 36. 라면 먹고 갈래? (3) +6 24.08.12 1,161 37 12쪽
35 35. 라면 먹고 갈래? (2) +2 24.08.11 1,187 33 13쪽
34 34. 라면 먹고 갈래? (1) +5 24.08.10 1,191 36 13쪽
33 33. 격(格)을 높이다. +2 24.08.09 1,196 34 13쪽
32 32. 원 아니고 달러. +1 24.08.08 1,257 34 13쪽
31 31. Multi. +2 24.08.07 1,252 32 13쪽
30 30. Stand beside him. (2) +5 24.08.06 1,286 35 13쪽
29 29. Stand beside him. (1) +3 24.08.05 1,336 37 12쪽
28 28. 새로운 관계. +2 24.08.04 1,423 33 14쪽
27 27. 독종 검사. (2) +3 24.08.03 1,423 33 14쪽
26 26. 독종 검사. (1) +4 24.08.02 1,430 35 12쪽
25 25. 3년이라는 시간 동안. (4) +2 24.08.01 1,439 40 13쪽
24 24. 3년이라는 시간 동안. (3) +5 24.07.31 1,419 38 13쪽
23 23. 3년이라는 시간 동안. (2) +3 24.07.30 1,436 37 12쪽
22 22. 3년이라는 시간 동안. (1) +5 24.07.29 1,478 39 12쪽
21 21. 사람이 필요해. (3) +2 24.07.28 1,466 39 12쪽
20 20. 사람이 필요해. (2) +2 24.07.27 1,493 39 12쪽
19 19. 사람이 필요해. (1) +3 24.07.26 1,555 40 12쪽
18 18. 응징하다. (3) +4 24.07.25 1,609 42 13쪽
17 17. 응징하다. (2) +2 24.07.24 1,560 40 14쪽
16 16. 응징하다. (1) +3 24.07.23 1,579 38 14쪽
15 15. 전화위복. (2) +2 24.07.22 1,607 36 13쪽
14 14. 전화위복. (1) +2 24.07.22 1,587 39 12쪽
13 13. 성장. (2) +2 24.07.21 1,589 41 12쪽
12 12. 성장. (1) +1 24.07.21 1,633 39 13쪽
11 11. 스타트 라인. +2 24.07.20 1,658 43 13쪽
10 10. 소원권. (2) +2 24.07.19 1,692 39 13쪽
9 9. 소원권. (1) +1 24.07.19 1,715 38 12쪽
8 8. 재회. +2 24.07.18 1,804 42 12쪽
7 7. First step. (2) +1 24.07.18 1,753 42 12쪽
6 6. First step. (1) +1 24.07.17 1,832 42 12쪽
» 5. 갑이. +2 24.07.17 1,886 45 11쪽
4 4. 우리의 상처. (2) +1 24.07.16 1,950 42 12쪽
3 3. 우리의 상처. (1) +1 24.07.16 2,051 4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