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릿커퍼는 키메라즈의 네크로급 중무장 돌격 전투기다. 하지만 그 크기는 일반적인 전투기(함재기)라고 할 수 있는 비행체들에 비해 현저히 큰 모습을 보여준다.
플릿커퍼의 유전 물질 조상은 헤카트라 항성계의 가스 행성에서 살아가던 야생 키메라즈였다. 해당 가스 행성을 지배하던 우두머리는 야생 키메라즈를 혹독한 환경에서 다양화시키기 위해 조잡한 키메라즈 비행체들을 가스 행성의 대기권으로 투하한 후 파동 지배를 끊어버렸다.
우주 번개, 초속 수백 미터의 대륙 크기의 폭풍, 엄청난 중력과 방사선에 도저히 생물이 생존할 수 없을 것 같은 환경에서 기어코 몇 마리의 야생 키메라즈가 살아남았다. 지각도 없는 행성 중심으로 떨어지면 반드시 압사하기 때문에 야생 키메라즈들은 폭풍에 올라타서 공중을 날아다니기를 택했다. 때문에 폭풍 속에서 나약한 날개는 퇴화하였고 피부와 체내 조직은 방사선에 견딜 수 있도록 조밀화되었으며, 다른 야생 키메라즈를 공중에서 사냥하기 위해 주둥이를 극단적으로 진화시켰다.
주둥이가 큰 개체는 상대적으로 주둥이가 작은 개체를 사냥했다. 끝내 살아남은 야생 키메라즈들은 주둥이가 몸 둘레보다 커졌고,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몸집을 키웠다. 그리고 혹여나 자신보다 주둥이가 큰 개체에게 당했을 때를 대비하여 저항할 수 있는 촉수를 발달시켰다.
그랬던 야생 키메라즈는 군체 의식으로 흡수되어 순수한 키메라즈, 플릿커퍼로 재탄생했다.
흔적기관으로 남아있던 날개는 더욱 퇴화하여 그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우주공간에서 빠른 기동력을 갖출 수 있도록 촉수 속에 다수의 추진기를 숨겼다. 또한 다른 개체를 씹기 위해 주둥이 앞에 달렸던 이빨은 사마귀의 앞다리처럼 바뀌어서, 필요에 따라 목표 대상을 붙잡거나 자신의 함포사격에 이빨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진화했다.
또한 기존의 소화기관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생체자기가속포(Organic Magneti Accelerator Cannon)를 위한 에너지 기관과 텅스텐 생명체 사출을 위한 가속 기관&재생산 기관이 들어갔다.
플릿커퍼의 11개의 부포는 여러 종족이 함대전에서 애용하는 철갑탄처럼, 스스로 번식하는 텅스텐 생명체를 사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둥이의 정중앙에 있는 주포는 생체자기가속포로 중성자를 쓰는 입자병기의 일종이며, 대체로 청록색의 휘어지는 궤적을 그리고 이차원 실드를 우회하기도 한다.
플릿커퍼는 본능적으로 눈앞을 막는 타 종족의 사물에 대해 적개심을 가진다. 그래서 플릿커퍼는 강력한 원거리 공격 수단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적함에 근접하여, 함대전의 상대적 근거리에서 화력을 과시하는 편이다.
또한 앞서 설명된 설계 탓에 플릿커퍼는 대부분의 천체 내 대기권에서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없다. 그리고 체내의 공간 대부분이 전투를 위한 기관이 되어서, 플릿커퍼는 스스로 필요한 에너지나 물질 자원을 얻을 수도 없다. 그래서 플릿커퍼는 전투 전후로 반드시 동족 비행체의 각종 공급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플릿커퍼는 고도로 성장한 군락지 궤도의 에우리알레 체내에서 주로 제작된다고 한다.
「간혹 지랄맞은 변종은 지상 군락지에서 태어나 로켓처럼 궤도로 오르기도 한다. 그대로 함선 하부 갑판에 대가리를 처박고 쏜다고.」
- 대키메라즈 야전교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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