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24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2.10.23 22:16
조회
10
추천
0
글자
9쪽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8)

DUMMY

”루올. 루올도 목격하신 적이 없으시다고요?“


”그래.“


”들어본 일도 없으시고요?“


”그렇다니까.“


”으음...“


정호기는 작게 신음을 뱉었다. 루올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루올. 그랍이 뭔진 대충 아시죠?“


”그래.“


”...그래요.

어쨌든, 저희는 그랍을 먹은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이 반응을 목격했어요.“


”그게 한순간 눈이 붉어진다는 그거야?“


루올은 놀랍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랍쟁이와 함께 일해본 적도 있었는데 전혀 그런 건 없었는데?“


”그래요?“


정호기는 가젠을 바라보았다. 잠시 침묵하던 가젠이 조용히 말했다.


”아무나 그 특이 반응을 목격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하긴.“


정호기가 얕게 한숨을 내쉬었다.


”누구나 그 반응을 목격할 수 있다면, 안 됐겠죠. 그는 아무나 원하지 않았고, 자신의 특별한 기적을 바랐으니...“


”무슨 소리야?“


”적절한 조치였다고요.“


”...무슨 소린지.“


”그보다, 어떤 사람들만이 목격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저번에도 생각해봤지만 가젠과 저 사이에는 접점이 거의 없다고 생각해서.“


”다른 세상에서 왔다는 거?“


의외였다. 루올이 말을 보탰다.


”특별한 힘을 가졌다는 거?“


”아. 그러고 보니. 마법은 아니어도, 확실히...“


”....“


”네 동료도 뭔가 짚이는 바가 있는 모양인데.“


”가젠?“


정호기는 가젠을 바라보았다. 침묵하던 가젠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말씀대로, 저희는 다른 세계에서 건너왔기 때문에, 본질을 간파하고, 객관적으로 살필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사도이자, 사도 될 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호기. 이전에 말씀드렸듯이, 사도에겐 같은 사도의 능력이 통하지 아니하고,

...그랍은, 다른 사도의 능력에서 탄생한 산물이니.]]


눈을 내리 깐 가젠이 침착하게 말했다.


”그랍은 이 세계의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니까요.“


[[그것의 약점을 꿰뚫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약점...]]


[[무한자가 아닌 유한자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그것이, 신의 축복을 내려받은 사도라 할지라도.]]


”규격 외의 생명체인 저희를 상정하여 주의를 기울이진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희가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리 있는데.“


”....“


정호기는 루올에게 물었다.


”라야도 붉은빛을 본 적이 있다고 하셨나요?“


[[그건 그래요. 가젠만 보더라도...]]


”흠...“


루올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와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어. 그랍에 관한 이야기 자체를 하지 않았으니까.“


”그러고 보니, 그랬겠네요. 음.

나중에 라야를 만나게 되면 한 번 더 확인 해 볼게요. 그러면 더욱 확실해질 테니까.“


”도움이 됐어?“


”상당히요. 감사합니다.“


루올은 대답 대신 씩 웃어 보였다.


[[그럼, 왕자님께서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셨던 건 이해가 가는군요....]]


정호기는 순간 오싹해졌다.


”잠깐, 그럼, 그렇다는 건...“


”왜 그래?“


”사람들이 그 특이 반응을 보지 못한다면, 그랍을 섭취한 사람들은, 겉으로 눈에 띄게 드러나는 특징이 없는 셈이 되는군요?“


”그렇다고 봐야지? 얼굴이 변하는 것도, 성격이 변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랍에 중독된 놈들이 좀 더 불안해하고 예민해지고 공격적으로 변하기는 하지만, 극단적으로 변하는 것도 아니고, 용병이란 족속은 원래 그런 놈들이라서.“


루올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자기가 먼저 밝히지 않는 이상에야 잘 모르겠던데? 겉보기로는.“


”다시 생각하면...“


”왜 그래?“


”그랍의 드러난 부작용은 거의 없는 거군요.

...정말로 국민 기호식품으로 불릴만했던 거예요.“


정호기가 얼굴을 찡그린 채로 입을 가리자 루올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서 그게 왜?“


”루올. 그랍이 왠지 꺼림칙해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죠.“


”그래. 난 어느 때건 온전하게 깨어 있어야만 하니까.“


”그럴 필요가 없다면요?“


”뭐?“


”만약 루올이, 용병이 아니라면,

가까운 누군가가 루올에게 그랍을 권했을 때, 한 번쯤은 사용해 볼 의향이 있으신가요?“


”그랬을지도 모르지? 지금은 아니지만.“


”그게 문제예요...“


정호기는 손바닥 위에 얼굴을 묻었다.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누구도 그것의 본질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부작용은 미약한 중독성 강한 물질...“


”그게 그렇게 위험한 물건이야?“


정호기는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그것에 대해 숨겨서 죄송해요. 루올을 신뢰하지 못해 입을 다문 것이 아니에요. 굳이 루올까지 알 필요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대체 그게 뭐길래 그래?“


정호기는 참담한 얼굴로 가젠을 바라보았고, 가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호기는 참담한 얼굴로 물었다.


”직접 보시겠어요?“


”어?“


”가젠. 루올에게 그랍의 정체를 보여주실 수 있나요?“


”...당신의 몸에 상처를 내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부탁해요. 아프지 않을 만큼, 간신히 피를 떨어뜨릴 만큼 작은 상처를 내주세요.“


”...정호기의 뜻대로.“


”루올.“


”어...?“


정호기는 그늘이 드리운 얼굴로 가젠을 바라보았다. 가젠이 품 안에서 주머니를 꺼내 조심스레 싱그러운 꽃잎 두 장을 꺼냈다.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것이 바로, 그랍의 재료입니다.“


”꽃이었어?“


”...루올. 저 꽃잎이 아주 싱그럽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그래. 재료를 어디서 구해 온 거야?“


”저택에서요.“


”뭐?“


”저택을 막 떠나올 때 가져온 겁니다.“


”꽃 자체를? 화분째? 아니, 난 지금까지 그런 건 못 봤는데...“


”저택을 막 떠나올 때, 줄기를 꺾어, 꽃잎만 떼어 자루에 넣어 가져왔습니다.“


”마법을 쓴 거야? 어.. 무슨, 꽃을 보존하는.. 그런.“


”마법은 쓰지 않았습니다. 이건, 그 꽃의 타고난 성질입니다.“


”...무슨 그런 꽃이 다 있어? 시들지 않는 꽃?“


”그래요. 상식적으로 존재할 리 없는 게 당연해요. 제가 살던 곳에도 이런 꽃은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건 어딜 가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시들지 않는 꽃이라는 건, 꽃이라는 종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이건,“


정호기는 가젠을 눈짓하며 말했다.


”신의 뜻을 받드는 사도가 개입해 만들어진 물건 같아요.“


”정호기의 말씀대로입니다. 저것에서는 세계의 법칙을 거스르는 불온하고 이질적인 낯선 기운이 느껴집니다.

틀림없습니다. 저것은 저와 같은 존재에게서 기인한 물건입니다.“


”...“


루올은 무엇을 말하려는 듯 입술을 뗐다 다시 붙였다. 결국 루올은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이건 평소에 보던 말라비틀어진 그랍과는 다르죠? 그래요. 이건 아직 완성되지 못한 물건이라 그래요.“


”뭘.. 할 생각인 거야?“


루올은 조용히 탁자 앞에 앉아 꽃잎 두 장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허리춤에서 검을 꺼내 들어 검날에 손끝을 가져다 대는 가젠을 바라보며 물었다.


”무엇을 바랄까요.“


”완성된 그랍을 먹은 사람이, 라야를 보았으면 좋겠다고.“


정호기는 루올을 바라보았다. 정호기는 진중한 얼굴로 말했다.


”잘 보세요.“


가젠은 무심한 얼굴로 소지에 상처를 낸 뒤 손가락을 꽃잎 바로 위로 옮겼다.


-툭.


싱그러운 꽃잎 위에 새빨간 핏방울이 서너 방울 툭 툭 떨어졌다. 싱그러운 꽃잎은 핏방울이 닿자마자 핏방울을 빨아먹은 뒤 삽시간에 생기를 잃고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했다.


”그랍은 피를 먹어야만 비로소 완성돼요. 정확히 말하자면, 피를 떨군 사람의 염원과 함께 완성돼요.“


”.....뭐?“


”-완성된 그랍을 먹은 사람이, 라야를 보았으면 좋겠다고. 가젠이 바랐던 것처럼.“


”......그럼, 지금까지 유통되고 있는 그 물건들이, 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건이란 말이야?“


”그래요.“


”뭘 위해서?“


”비뚤어진 사랑을 위해서요.

이기적인 염원을 위해서요.“


”....요상하기 그지없는 새랑 같이 다니더니, 말하는 것도 닮아 가는군.“


”저희가 누굴 찾고 있다는 건 알고 계시죠?“


”그래. 그, 그...그라블라? 그래볼래?“


”그래요. 그라플로. 저희는 사랑에 눈먼 남자를 찾고 있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2023-01-01) 잠시 휴재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22.11.16 11 0 -
공지 앞으로는 자유롭게 연재하겠습니다. 22.04.20 31 0 -
공지 수정 관련 기록 (수정 시 갱신) 21.04.12 23 0 -
공지 서재에 가끔 등장인물 그림 올립니다. +2 20.05.18 145 0 -
공지 한 독자님의 의견을 반영해 전체적으로 조금 수정하였습니다. 20.04.18 88 0 -
»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8) 22.10.23 11 0 9쪽
13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7) 22.10.13 12 0 4쪽
13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6) 22.10.09 15 0 13쪽
12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5) 22.09.18 15 0 9쪽
12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4) 22.09.04 14 0 6쪽
12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3) 22.08.21 15 0 6쪽
12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2) 22.08.07 14 0 8쪽
12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1) 22.07.31 15 0 6쪽
12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0) 22.07.24 12 0 6쪽
12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9) 22.07.17 18 1 7쪽
12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8) 22.07.03 14 0 7쪽
12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26 16 0 9쪽
12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12 15 0 8쪽
11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6) 22.06.05 19 0 7쪽
11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5) 22.05.29 25 0 9쪽
11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4) 22.04.29 18 0 7쪽
11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3) 22.04.27 17 0 5쪽
11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2) 22.04.20 16 0 7쪽
11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1) 22.04.03 30 0 10쪽
11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0) 22.04.02 31 0 12쪽
11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9) 22.03.13 21 0 5쪽
11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8) 22.03.06 19 0 7쪽
11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7) 22.02.27 19 0 8쪽
10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6) 22.02.20 22 0 10쪽
10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5) 22.02.06 17 0 8쪽
10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4) 22.02.01 19 0 11쪽
10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3) 22.01.23 19 0 6쪽
10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2) 22.01.16 17 0 7쪽
10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1) 22.01.09 21 0 6쪽
10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0) 21.12.19 17 0 6쪽
10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9) 21.12.12 20 0 9쪽
10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8) 21.12.05 19 0 10쪽
10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7) 21.11.28 20 0 10쪽
9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6) 21.11.21 25 0 12쪽
9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5) 21.11.07 17 0 10쪽
9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4) 21.10.31 23 0 9쪽
9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3) 21.10.24 16 0 9쪽
9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2) 21.10.17 24 1 8쪽
9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1) 21.10.11 30 0 7쪽
9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0) 21.10.03 23 0 8쪽
9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9) 21.09.26 16 0 9쪽
9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8) 21.09.19 29 0 7쪽
9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7) 21.09.12 24 1 9쪽
8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6) 21.09.05 31 1 8쪽
8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5) 21.08.22 18 1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