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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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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13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2.06.05 21:30
조회
18
추천
0
글자
7쪽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6)

DUMMY

정호기는 충격받은 얼굴로 왕자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왕자의 눈동자는 평소와 달리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랍?”


“에드윈, 자네도, 자네도 들리는가?”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정호기는 참담한 얼굴로 왕자의 붉은 눈을 바라보았다. 왕자는 미친 사람처럼 평화로운 공간에서 귀를 틀어막고 바들바들 떨었다. 정호기는 기시감에 눈을 가늘게 떴다.

분명, 어디선가 저런 모습을 목격했는데.


“에, 에드윈. 지금 당장 돌아가도록 하지. 몸이 좋지 않아. 오늘은 이만 들어가서 쉬어야겠어.”


“....예.”


에드윈은 할 말이 많은 듯 입을 달싹이다 그늘진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정호기는 작게 신음했다.


“....왕.”


그래. 조금 다르긴 해도, 왕의 모습이 꼭 저랬었다.


“에드윈. 가면, 내가 항상 먹던 걸 가져다주겠나?”


“....주인님, 하지만...”


“에드윈... 제발, 부탁이네.”


왕자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던 정호기는 생각했다.


‘도대체.......’


머리가 아팠다.


‘국민 기호식품이야?’


기가 차 헛웃음을 흘리자, 세상이 까맣게 물들었다. 온통 새까만 공간 아래, 정호기만 남게 되었고, 정호기는 점점 공간 속으로 자신이 스며드는 듯한 아득하고 기묘한 느낌을 받았고,

...잠에서 깼다.


“.....”


“또 악몽이야?”


“....네.”


정호기가 물끄러미 창가에 기대선 청년을 바라보았다.

창백한 새벽빛 아래 드러난 무표정한 얼굴은, 분명 알고 있는 얼굴이었지만 퍽 낯설게 다가왔다.

정호기는 어색하게 말을 붙였다.


“언제쯤 이 악몽은 끝이 나는 걸까요?”


“글쎄...”


루올이 픽 웃었다.


“끝이 나기는 하는 걸까?”


루올은 담담하게 말했다. 정호기는 대답하지 못했다.


“...최선을 다해봐야죠.”


“가능성은 있는 거야?”


“아마도요.”


루올이 입꼬리만 끌어당겨 웃었다.


“좀 주무시겠어요?”


“사양할게.”


루올은 자세를 바로 해 창가로 다가서 창밖을 바라보며 물었다.


“오늘은 무슨 악몽이었어?”


“늘 같은 꿈이랑, 새로운 악몽이요.”


“새로운 악몽은 뭐였는데?”


“......”


정호기는 망설이다 대답했다.


“높은 분에 관한 꿈이요.”


“높은 분...? 아.”


뒤돌아선 루올이 팔짱을 끼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 악몽은 끝난 것 아니었어? 악몽이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게끔 저지했다며?”


“저도 그럴 줄 알았는데, 새로운 악몽을 보여주더라고요.”


정호기는 한숨을 내쉬었다.


“누군가 그를 해치기 위해 안달이 난 것 같아요.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는 그를 보았어요.”


“그거 말고는?”


정호기는 인상을 쓰며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간 장면들을 떠올려 보려 애썼으나, 기억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뭘 보여준 것 같기는 한데, 너무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서...”


“그래...”


루올이 웃었다.


“뭐든 해봐. 하고 싶은 일을 해. 해야 할 일을 해.”


“이게 잘못된 길로 들어선 거라면 어떡하죠?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일이라면, 그러면 어떡하나요?”


“뭐, 그래도.”


루올이 으쓱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종말을 맞이하는 것보다는 낫지.”


“그거 되게 위로되네요.”


루올은 무언가를 말하려다, 고개를 저었다.


“설탕이 일어났어.”


“그거 잘됐네요.”


“지금은 잠들어있지만 말이야.”


루올이 얼굴을 구기더니 고개를 저었다.


“너는 제법 새와 대화가 잘 통하는 것 같으니까, 설탕이 일어나면 이야기해 봐. 뭐든.”


정호기가 웃으며 말했다.


“발버둥 쳐 보란 말씀이시죠?”


“그래.”


“네. 최선을 다해서 발버둥 쳐 볼게요.”


*


설탕과도 한 차례 대화를 나누고, 가젠과도 한 차례 대화를 나눈 정호기는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별다른 소식을 얻지 못하고 하염없이 기다렸으나, 나비는 나타나지 않았고, 이름 모를 초월적 존재는 익숙한 악몽만을 되풀이해 보여줄 뿐이었다.

정호기는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상황을 살피기 위해 외출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물론, 안전을 위해, 최소한의 조치는 한 채로 말이다.


그런데,


“아가씨?”


혹시 광장에 왕자님이 계실까. 계시면 좋겠다. 막연한 기대를 품은 정호기는 가젠과 함께 광장으로 갔으나, 정말로 왕자님을 맞닥뜨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황급히 가젠의 옷자락을 잡은 채 뜻을 전했다.


[[저희 변장이 형편없었나요? 제가 보기엔 굉장히 그럴듯했는데?]]


정호기와 가젠은 변장한 상태였다. 마력에 내성 있는 자들이 추적해 오는 것을 고려해 물리적으로 변장을 마친 상태였다.

정호기는 눈에 띄는 하얀 머리카락을 물들인 채로 짧게 쳐 낸 후 소년의 옷을 입어 어린 소년처럼 가장했고, 가젠 역시 눈에 띄는 머리카락을 물들이고 평소와는 다른 옷을 입은 상태였다.


“주인님.”


항상 그림자처럼 그의 곁에 머물러 있던 에드윈이 무섭도록 경직된 얼굴로 왕자의 앞을 막아섰다.


‘진짜 형편없는 변장이었나?’


‘아니, 그보다... 가젠의 마법을... 목격했나? 도망치느라 목격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했는데...’


정호기는 당황한 얼굴로 가젠의 옷자락을 끌어당겼다.


[[가젠, 가젠! 에드윈의 기억을!]]


[[알겠습니다.]]


가젠은 신속하게 조치했고, 에드윈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가젠. 이젠 왕자님을 부탁드려요!]]


[[정호기의 뜻대로.]]


“...아가씨?”


정호기는 왕자가 에드윈처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허둥대는 대신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보고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가젠! 왜 아직도, 왕자님께서 저를 알아보시는 거죠?]]


[[....그의 마력 내성이 제 얄팍한 정신 간섭을 뛰어넘을 만큼 강한 모양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죠?!]]


정호기는 다급하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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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8) 22.10.23 10 0 9쪽
13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7) 22.10.13 12 0 4쪽
13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6) 22.10.09 15 0 13쪽
12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5) 22.09.18 14 0 9쪽
12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4) 22.09.04 14 0 6쪽
12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3) 22.08.21 14 0 6쪽
12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2) 22.08.07 14 0 8쪽
12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1) 22.07.31 15 0 6쪽
12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0) 22.07.24 12 0 6쪽
12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9) 22.07.17 18 1 7쪽
12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8) 22.07.03 14 0 7쪽
12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26 16 0 9쪽
12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12 15 0 8쪽
»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6) 22.06.05 18 0 7쪽
11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5) 22.05.29 24 0 9쪽
11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4) 22.04.29 17 0 7쪽
11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3) 22.04.27 17 0 5쪽
11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2) 22.04.20 16 0 7쪽
11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1) 22.04.03 29 0 10쪽
11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0) 22.04.02 31 0 12쪽
11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9) 22.03.13 21 0 5쪽
11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8) 22.03.06 19 0 7쪽
11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7) 22.02.27 19 0 8쪽
10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6) 22.02.20 22 0 10쪽
10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5) 22.02.06 16 0 8쪽
10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4) 22.02.01 18 0 11쪽
10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3) 22.01.23 18 0 6쪽
10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2) 22.01.16 17 0 7쪽
10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1) 22.01.09 21 0 6쪽
10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0) 21.12.19 17 0 6쪽
10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9) 21.12.12 20 0 9쪽
10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8) 21.12.05 19 0 10쪽
10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7) 21.11.28 19 0 10쪽
9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6) 21.11.21 25 0 12쪽
9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5) 21.11.07 17 0 10쪽
9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4) 21.10.31 23 0 9쪽
9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3) 21.10.24 16 0 9쪽
9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2) 21.10.17 24 1 8쪽
9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1) 21.10.11 30 0 7쪽
9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0) 21.10.03 23 0 8쪽
9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9) 21.09.26 15 0 9쪽
9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8) 21.09.19 29 0 7쪽
9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7) 21.09.12 24 1 9쪽
8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6) 21.09.05 31 1 8쪽
8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5) 21.08.22 1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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