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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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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28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2.07.24 22:56
조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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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6쪽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0)

DUMMY

“그렇다면, 저희가 예외가 될 수는 없겠군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정호기는 다시 물었다.


“그럼 혹시, 다른 걸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무엇을? 부담 없이 말하게.”


“앞으로도 왕자님을 만나 뵐 수 있을까요? 더욱 가깝게, 더욱 자주요.”


왕자의 눈동자가 조금 짙어졌다.


“정말로 그것뿐인가? 다시 말해보게.”


“그거면 됩니다. 딱히 바라는 것은 없어요.”


왕자는 조용히 시선을 맞춰왔다. 정호기는 조금 긴장되는 기분을 느끼며 자세를 고쳤다. 잠시 가만히 정호기를 바라보던 왕자가 고개를 젓더니 작게 웃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쪽으로만 기울어진 천칭이야.”


왕자가 웃음기 어린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대들이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면, 내가 나름대로 이 천칭의 균형을 맞춰 보겠네.”


“어...”


“이것마저도 거절하지는 말아주게.”


정호기는 반사적으로 가젠을 바라보았고, 가젠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정호기는 머뭇거리며 긍정했다. 왕자는 기뻐했다.


“고맙네. 내 이 일을 오래 두고 고민하여, 꼭 그대들에게 도움이 되는 선물을 준비하도록 하겠어.”


정호기는 그냥 조금 웃었다. 세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새카만 공간은 점점 밝아졌다.


“...믿기지가 않는군.”


“저도 그랬습니다.”


네 사람이 맞닥뜨렸던 과거의 장면을 바라보던 왕자가 복잡한 얼굴로 자신의 호위기사를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에드윈, 이시라고요.”


“....”


왕자는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믿을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내 사람들 중 하나일세.”


“저분께서는 아마, 저희를 기억하지 못하실 거예요. 그렇죠, 가젠?”


“그렇습니다.”


가젠이 덤덤히 선언했다.


“제 보잘것없는 재주로 그의 기억에 가벼운 암시를 덧씌웠습니다.”


“왕자님의 소중한 분께 마법을 사용해서 죄송합니다...”


정호기는 왕자에게 천천히 말했다.


“왕자님께서, 호위기사님께 상황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알겠네.”


정호기는 멈춰 버린 회색빛 세상에서 생동감 있게 빛을 흩뿌리며 팔랑팔랑 날아오는 나비떼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 악몽들이 정말로 끝나 버렸으면 좋겠네요.”


세 사람은 나비에 감싸여 눈을 감았다 떴고, 총천연색의 세상에서 눈이 마주쳤다. 어리둥절해하는 에드윈을 제외한 세 사람은, 말없이 시선을 교환했다.


“......”


“......”


무슨 말로 시작해야 할까, 정호기는 말을 고르느라 쉬이 입을 열지 못했다. 그건 왕자도 마찬가지였는지, 왕자는 복잡한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침묵을 깬 건, 정호기였다. 정호기는 조심스레 물었다.


“오늘,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나으리를 또 만나 뵙고 싶으면, 이곳으로 오면 될까요?”


“그럼요.”


왕자가 환하게 웃었다.


“그때엔 어깨에 앉혀 두셨던, 귀여운 애완조도 다시 만날 수 있는 건가요.”


“아마도요. 별일이 없으면, 그럴 거예요.”


에드윈은 여전히 조금 어리둥절한 기색으로 한 발짝, 두 발짝 물러섰다. 정호기는 티 나지 않게 에드윈을 살피며 평온한 얼굴을 가장했다.


“다시 만날 그때를 기다리겠습니다. 아가씨.”


정호기는 희미하게 웃었다.


‘어쩌면, 다시는 만나지 않는 편이 좋지 않을까.“


”저 역시도요.“


네 사람, 아니, 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헤어졌다. 정호기는 생각에 잠겼다.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아.]]


정호기는 머뭇거리다 뜻을 전했다.


[[일어날지 아닐지 모를, 왕자님의 비극적인 미래들이요.]]


[[왕자에게 그것들을 전부 알려줄 생각이십니까.]]


[[네.]]


정호기는 작게 숨을 뱉고 말했다.


[[본인이 알고 있는 편이, 제일 대비하기 쉽겠죠. 왕자님께 알려드리기 위해서, 목격했던 것들을 떠올리고 있었어요.]]


[[합리적인 말씀이십니다. 제가 도와드릴 것이 있을까요.]]


[[말씀만 감사히 받을게요. 저 혼자 목격했었으니까요. 제가 열심히 정리해볼게요.]]


[[단순한 경고였으면 좋을 텐데요.]]


[[그러게요...]]


정호기는 흐린 얼굴로, 피에 흠뻑 젖은 채로 파르르 떨던 왕자를 떠올렸다. 입 안이 썼다.



* * *



- 치링


’이번엔 또 뭐지?‘


- 치링, 칭.


’꿈인가? ...라야의 꿈은 아닌 것 같은데.‘


눈을 뜨기도 전에 인식된 것은, 혹독한 추위와 맑고 청명한 소리였다. 정호기는 눈을 떴다.

...눈뜬 공간은, 온통 새하얀 설원이었다.


- 차랑, 치링.


”.....아.“


정호기는 눈밭에 가만히 선, 눈만큼이나 새하얀 사람을 보았다.

무척이나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아름답지만 보온 능력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얇디얇은 하이얀 예복을 갖춰 입은 여자는, 얼음처럼 차가운 무표정으로 어딘가를 응시할 뿐이었다.


칼타스도 분명, 온난한 동네는 아니었지만, 어딘지 모를 이곳만큼 춥지는 않았다. 정호기는 살이 베일 듯한 차디차고 날카로운 바람에 덜덜 떨며, 바람에 나부끼는 여자의 옷 장식을 바라보았다.


’내가 들은 것은 아마, 저 옷 장식 소리였나 보네.‘


정호기는 덜덜 떨며 여자를 바라보았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춥지도 않은가?‘


여자의 하나로 땋아 늘어뜨린 기다란 하얀 머리칼이 바람에 나부꼈다.


”어?“


정호기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라야의 하얀 머리카락과 같이, 단순한 하얀 머리카락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분명 반짝거리고 있었다.


”...시나..세타?“


정호기는 잊혀진 일족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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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8) 22.10.23 11 0 9쪽
13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7) 22.10.13 13 0 4쪽
13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6) 22.10.09 15 0 13쪽
12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5) 22.09.18 15 0 9쪽
12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4) 22.09.04 14 0 6쪽
12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3) 22.08.21 15 0 6쪽
12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2) 22.08.07 14 0 8쪽
12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1) 22.07.31 15 0 6쪽
»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0) 22.07.24 13 0 6쪽
12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9) 22.07.17 18 1 7쪽
12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8) 22.07.03 14 0 7쪽
12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26 16 0 9쪽
12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12 15 0 8쪽
11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6) 22.06.05 19 0 7쪽
11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5) 22.05.29 25 0 9쪽
11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4) 22.04.29 18 0 7쪽
11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3) 22.04.27 17 0 5쪽
11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2) 22.04.20 16 0 7쪽
11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1) 22.04.03 30 0 10쪽
11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0) 22.04.02 31 0 12쪽
11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9) 22.03.13 21 0 5쪽
11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8) 22.03.06 19 0 7쪽
11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7) 22.02.27 19 0 8쪽
10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6) 22.02.20 22 0 10쪽
10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5) 22.02.06 17 0 8쪽
10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4) 22.02.01 19 0 11쪽
10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3) 22.01.23 19 0 6쪽
10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2) 22.01.16 17 0 7쪽
10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1) 22.01.09 21 0 6쪽
10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0) 21.12.19 18 0 6쪽
10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9) 21.12.12 20 0 9쪽
10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8) 21.12.05 19 0 10쪽
10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7) 21.11.28 20 0 10쪽
9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6) 21.11.21 25 0 12쪽
9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5) 21.11.07 17 0 10쪽
9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4) 21.10.31 23 0 9쪽
9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3) 21.10.24 17 0 9쪽
9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2) 21.10.17 24 1 8쪽
9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1) 21.10.11 30 0 7쪽
9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0) 21.10.03 23 0 8쪽
9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9) 21.09.26 16 0 9쪽
9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8) 21.09.19 29 0 7쪽
9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7) 21.09.12 24 1 9쪽
8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6) 21.09.05 31 1 8쪽
8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5) 21.08.22 1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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