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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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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31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1.10.1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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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1)

DUMMY

”푸른 눈이 흔했다면 귀하게 여기지도 않았겠지.“


”귀하게 여기나요?“


”그래. 특히나 고귀한 혈통에 가깝다고 여겨 더욱 선망하고는 해. 귀족들 중에는 푸른 눈을 가진 사람이 꽤 있고, 특히 왕실 혈통의 상징과도 같은 색이니까...“


”왕족은 푸른 눈을 가진 경우가 많단 말씀이신가요?“


”다는 그렇지 않지만, 대부분은.“


루올이 차게 웃으며 말했다.


”금발에 푸른 눈이면 더할 나위 없지.“


”금발에 푸른 눈이라...“


”왜?“


”아니요. 그냥.“


정호기는 가젠을 바라보았다.


‘아까 본 건, 라야의 능력일까, 아니면 어떤 것이라도 붙잡고 싶은 내 간절한 소망이 부른 꿈이었을까.’


가젠은 무슨 일이냐는 듯 조용히 시선을 마주쳐왔다. 정호기는 말없이 가젠을 바라보았다.


‘라야의 또 다른 능력일까? 꿈에서 더 많이 보긴 했지만... 깨어 있을 때도 하얀 나비를 본 적이 있으니...

라야의 능력이라면 대체 또 무슨 능력이지? 과거를 보고, 미래를 보고... 푸른 나비와 붉은 나비... 과거와 미래... 현재? 현재를 보여주는 능력인가?’


정호기는 찰칵거리며 순간적으로 눈앞에 스쳐 지나가던 장면을 떠올렸다.


‘라야의 능력이라면, 현재를 보여주는 능력인지는 모르겠고, 무슨 능력인지는 제쳐두고... 일단은 형태가 달랐어. 푸른 나비와 붉은 나비는 특정한 공간으로 데려다줬지만... 하얀 나비는 슬라이드 쇼처럼 숱한 장면들을 보여 주... 아닌가? 하얀 나비도 특정한 공간으로 데려다줬었나? 그건 꿈이었던가?’


정호기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보다, 푸른 나비와 붉은 나비는 잠들었을 땐 본 적이 없는데... 하얀 나비는 정말로 라야의 능력 중 하나인건가?’


[[그...]]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정호기는 고개를 저었다. 확실해지면. 확실해지면 이야기하기로 했다. 지금은 더 집중해야 할 목표가 있었다. 이건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는 않았다. 아마도.


[[아니에요.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정호기의 뜻대로.]]


*


정호기 일행은 평화롭다면 평화로운 나날들을 보냈다. 밥 먹듯 노숙을 했으며, 밥 먹듯 설탕에게 조언을 구했고, 밥 먹듯 뜬구름 잡는 소리만 들어야 했다. 그리고 밥 먹듯...


”도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뭐지?“


”뭐?“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꿈을 꾸어야 했다. 정호기가 그동안 꾼 꿈은 두 가지 종류였다. 세상이 망해버리는 꿈을 꾸든가, 의미를 알 수 없는 꿈을 꾸든가.


‘이름 모를 귀족 도련님을 왜 자꾸 보는 거지?’


정호기는 생각에 잠겼다.


‘나는 사실 귀족 도련님이 되고 싶었던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그렇다, 아니다 명확하게 결론이 서질 않았다. 명확하게 귀족 도련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지만 소설 속 등장인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분명 여러 번 했던 것이다.


‘정말로 처음 보는 사람이었는데. 왜 자꾸 보이는 거지.’


정호기는 이름도 알지 못하는 밀 빛 머리카락을 가진 청년을 꿈에서 몇 번 마주쳤다. 때로는 거짓된 모습으로, 때로는 진실 된 모습으로.

청년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났으나 한 가지는 언제나 같았다. 청년은 쏟아지는 햇볕 아래에서도 숨길 수 없는 그늘을 항상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왜 그래?“


”...네?“


”얼굴이 영 안 좋아 보여서. 무슨 일이라도 있어?“


”제 얼굴이 안 좋아 보였나요?“


정호기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물었다. 루올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조금.“


”아. 그런가요. 그랬다니... 죄송합니다. 주의할게요.“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아니야?“


”아, 도움을 구할 만큼 대단한 일은 아니에요. 그냥. 꿈자리가 사나워서.“


”악몽을 꿔?“


”악몽 수준은 아니에요. 그냥 조금 신경 쓰이는 정도.“


”잠자리가 불편해서 그런가.“


”아마 그건 아닐걸요. 아마 다른 이유가 아닐까 해요. 무슨 이유인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 삐익.


가만있던 설탕이 갑자기 정호기의 말에 동조하듯 울었다.


”갑자기 왜. 배가 고파?“


- 삐익, 삐익!


”말 할 줄 알면서 왜 갑자기 새처럼 굴어? 변덕이 죽 끓는다니까...“


정호기는 설탕의 머리를 손끝으로 문지르며 물었다.


”이대로 가는 게 맞아?“


”그래!“


”우리가 방향성 없이 그저 발 닿는 대로만 가고 있는데도?“


”가다 보면 알아.“


”...언젠가는? 언젠가는 말이지?“


정호기는 피곤한 얼굴로 손을 내렸다. 손을 내린 정호기는 가젠을 보고 물었다.


”오늘도 바깥에서 자야겠죠?“


가젠은 조금 뜸을 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오늘은 그만 가고 잘 곳을 찾아보나요?“


”해가 지기 전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 있는 것으로 사료됩니다만, 오늘은 그만 일정을 마무리하고 싶으십니까.“


”그래도 될까요?“


”언제나 전적으로, 정호기의 뜻대로.“


”그럼 그렇게 해요. 오늘은요.“


정호기는 말고삐를 쥐고 힘없이 중얼거렸다.


*


꿈을 꾸지 않고 편안한 숙면을 취했으면 좋겠다는 정호기의 소박한 소원은 오늘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는 편안해져 버린 새까만 공간에 천천히 주저앉아 기다리고 있자니 어디선가 흰 나비가 팔랑거리며 날아왔다.


- 스윽


정호기는 손을 내밀었다. 흰 나비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내밀어진 검지손가락 끝에 앉아 날개를 접었다 폈다.


”너는 뭐지?“


정호기는 나비에게 말을 걸었으나, 나비는 대답 없이 천천히 날개만 접었다 펼 뿐이었다.


”라야의 새로운 능력이야?“


나비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손끝에서 날아올라 정호기의 시야를 어지럽히며 팔랑거릴 뿐.

정호기는 일렁거리며 부옇게 밝아지는 시커먼 공간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저번에 보았던...“


드러난 공간은 저번에 보았던 분수대였다. 눈부신 햇빛 아래, 웅성대는 소음. 반짝이는 수면. 분수대에 앉아 멍한 얼굴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귀족 도련님까지.

정호기는 거짓된 모습으로 멀거니 앉아있는 도련님을 바라보았다. 그 때였다.


”...어?“


정호기는 문득 시야가 어둑해지는 것을 느꼈다. 눈, 혹은 비라도 오려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정호기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든 청년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을 목격했다.


”응?“


고개를 갸웃한 정호기가 청년을 따라 고개를 쳐드려는 순간이었다.


”왕자님!“


비명 같은 누군가의 부름이 들렸다.


- 콰쾅!


”!“


일순간 닥쳐온 강한 뒤흔들림과 귀가 먹을 것만 같은 엄청난 소음, 시야를 가리는 흙먼지.

바닥에 엎드러진 정호기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아무것도 보이는 것은 없었다.


”무...무슨...“


운석이라도 떨어졌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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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한 독자님의 의견을 반영해 전체적으로 조금 수정하였습니다. 20.04.18 88 0 -
13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8) 22.10.23 11 0 9쪽
13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7) 22.10.13 13 0 4쪽
13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6) 22.10.09 15 0 13쪽
12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5) 22.09.18 15 0 9쪽
12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4) 22.09.04 15 0 6쪽
12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3) 22.08.21 15 0 6쪽
12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2) 22.08.07 14 0 8쪽
12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1) 22.07.31 15 0 6쪽
12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0) 22.07.24 13 0 6쪽
12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9) 22.07.17 18 1 7쪽
12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8) 22.07.03 14 0 7쪽
12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26 16 0 9쪽
12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12 15 0 8쪽
11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6) 22.06.05 19 0 7쪽
11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5) 22.05.29 25 0 9쪽
11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4) 22.04.29 18 0 7쪽
11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3) 22.04.27 17 0 5쪽
11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2) 22.04.20 16 0 7쪽
11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1) 22.04.03 30 0 10쪽
11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0) 22.04.02 31 0 12쪽
11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9) 22.03.13 21 0 5쪽
11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8) 22.03.06 20 0 7쪽
11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7) 22.02.27 19 0 8쪽
10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6) 22.02.20 22 0 10쪽
10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5) 22.02.06 17 0 8쪽
10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4) 22.02.01 19 0 11쪽
10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3) 22.01.23 19 0 6쪽
10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2) 22.01.16 17 0 7쪽
10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1) 22.01.09 21 0 6쪽
10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0) 21.12.19 18 0 6쪽
10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9) 21.12.12 20 0 9쪽
10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8) 21.12.05 19 0 10쪽
10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7) 21.11.28 20 0 10쪽
9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6) 21.11.21 25 0 12쪽
9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5) 21.11.07 17 0 10쪽
9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4) 21.10.31 23 0 9쪽
9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3) 21.10.24 17 0 9쪽
9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2) 21.10.17 24 1 8쪽
»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1) 21.10.11 31 0 7쪽
9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0) 21.10.03 23 0 8쪽
9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9) 21.09.26 16 0 9쪽
9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8) 21.09.19 29 0 7쪽
9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7) 21.09.12 24 1 9쪽
8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6) 21.09.05 31 1 8쪽
8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5) 21.08.22 1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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