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29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2.03.06 23:19
조회
19
추천
0
글자
7쪽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8)

DUMMY

”다른 동료를 찾는 방법도 저를 찾는 방법과 다르지 않습니다.“


‘어?’


정호기는 마누아가 품 안에서 목걸이를 꺼내는 것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목걸이?’


”마누아 씨는 귀걸이를 선호하지 않으시나 봐요?“


정호기의 말에 마누아의 표정이 또 흔들렸다. 정호기는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별다른 대답 없이, 설명을 시작했다.


”두 번째 두드리는 횟수만 달리하시면 됩니다. 한 번 두드리고, 한 번에서 아홉 번까지, 아니...“


그녀는 부연 표정으로 말을 흐렸다.


”라야는 한 번, 저는 두 번...“


이름 모를 사람들의 이름과 함께 부여되는 번호를 듣던 정호기는 멈칫했다. 1부터 시작해 차례로 이어진 숫자가 갑자기 7에서 9로 넘어가 끝났기 때문이다.


‘1,2,3,4,5,6,7,9? ...생략된 8은 그렇다 치고, 일곱 명인데?’


”라야가, 라야의 동료는 아홉 명이라고 했는데요?“


”아. 일정한 곳에 계속 머무르는 동료가 두 분 계신 데, 그 두 분께서는 항상 같은 곳에 머무르고 계셔서 위치를 파악할 필요가 없어서 번호를 생략했습니다. 그분들께서는 저희가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게끔 훈련한 전서구도 관리하고, 이런저런 일들도 도맡아 해주고 계신답니다.“


”8...번은요? 어째서 8번을 건너뛴 건가요?“


마누아는 멈칫하더니 한숨을 내뱉고 당부했다.


”8번은, 절대 안 됩니다. ...저희 중 한 명이 저희 중 누군가의 위치를 확인하면, 상대방에게도 신호가 갈뿐더러, 위치도 확인되거든요.“


마누아는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동료들끼리 더 쉽게 연락하고, 만나기 위해 설정한 기능이었지만...“


정호기는 조심스레 물었다.


”8번이 혹시... 아이클루라는 성을 가진 남자입니까?“


”!“


마누아는 사무적인 태도를 집어 던지고 정호기를 붙들고 다급히 물었다.


”라야가 이야기해 준 겁니까? 아니면, 그 남자를 만났습니까!“


마누아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직접 만나진 않았겠네요. 여기 있는 걸 보면.“


”...무슨 소리인가요?“


마누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요. 당신께서도 아실 필요가 있겠어요. 맞아요. 8번은 당신께서 알고 계시는 아이클루가 맞습니다.“


마누아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르낙 아이클루.“


”!“


정호기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나는 공포반응을 견뎌야만 했다.

이름을 듣자마자, 심장이 쿵 떨어지는 듯하고, 온몸의 피가 얼어붙은 것처럼 온몸이 서늘해졌다.


”도대체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했던 겁니까?“


”.......“


마누아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간단히 대답했다.


”그는 애초부터 우리와는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이 세계를 지키는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겠죠.“


마누아는 뒤틀린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는 라야를 손에 넣고 싶어 했어요.“


”손에 넣고 싶어 했다고요? ...라야를 사랑했다는 이야기인가요?“


”글쎄, 그걸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붙잡아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하게 잡아두려고 하는 게?

반복되는 악몽을 끝내기 위해 용병까지 된 사람을 상대로?“


”어......“


정호기가 우물쭈물하자 마누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 귀걸이 말이에요,“


정호기는 반사적으로 귓불로 손을 가져갔다.


”아이클루님께서 손수 달아 주신 거랍니다. 잘 어울리겠다면서요.“


”혹시, 다른 사람들은 전부 목걸이 형태로 가지고 계신 건가요?“


”그럼요.“


정호기는 눈을 가늘게 떴다. 전에 보았던 남자의 뱀 같은 눈동자가 떠올랐다. 소름이 끼쳤다. 뱀 같은 남자가, 잘 어울리겠다며 라야에게 손수 귀걸이를 달아 주는 음험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속이 조금 울렁거렸다.


”굉장히도 불순한 의도가 느껴지는군요.“


마누아는 부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본 건 아니에요. 라야의 능력을 통해 보았을 뿐이에요.“


”다행이군요. 만약 그를 맞닥뜨렸다면, 그 속이 시커먼 귀족 나으리께서는 이번에야말로 라야를 수집했을 거예요.“


정호기는 조금 등골이 오싹해졌다.


”어쩌다 그런 사람을 동료로 들인 겁니까?“


마누아는 어깨를 으쓱했다.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그는 뱀 같은 남자예요. 처음엔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고요.“


마누아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라야에게 호감이 있는 건 확실해 보였지만, 자금도, 권력도... 아무것도 없었던 저희에게 굉장한 도움을 준 사람이었으니까, 모두가 묵인한 거죠. 그랬으면 안 됐는데.

점점 하르낙, 아니, 아이클루 남작께선 라야에게 비정상적으로 집착했어요.“


”....얼마 되지 않았어요. 이 년쯤 됐을까. 수집을 그렇게도 좋아하던 그 남자는 라야를 정말로 수집하려고 했고, 라야는 간신히 도망쳤어요.“


‘나비의 능력으로? ...우리에게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초월적 존재가 도와준 건가?’


”지금도 도망 다니고 있는 셈이죠. 어떻게 보면. 상대는 어찌 되었든 간에 귀족이고, 저희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으니까요.“


”하르낙이라는 남자는 아직도 그, 연락 도구를 가지고 있는 건가요?“


”당연하죠. 하르낙이 아니었으면 구경도 못 했을 물건인걸요.“


마누아는 우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마누아는 그가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으면 한대요. 일이 성사되기 전까지, 잡히지 않게 잘 도망 다니면 된다면서.“


”예?“


”하르낙이 흥미를 잃으면, 우린 더 이상 아무것도 지원받을 수 없으니까요.“


‘그렇게까지? 라야는 지금 자신의 신변을 걸고 위험천만한 숨바꼭질을 하는 거야?’


”그러니 당신께서도 꼭, 하르낙 아이클루라는 남자를 항상 피해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남작의 새장에 갇혀 평생 바깥 구경도 못 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면요.“


”명심하겠습니다.“


”....하르낙에 대한 이야기도 알고 계시니, 나머지 기능들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마누아는 목걸이의 기능을 설명했다. 목걸이는 말하자면, 무선 호출기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위치 추적기에 가까웠다.


‘진짜로 위치 추적기였는데?’


정호기는 찜찜한 얼굴로 귀걸이를 만지작거렸다.


‘범죄....’


”왜 그러세요?“


”자꾸 그 사람의 음험한 눈동자가 생각나서요.“


작가의말

남작 이름을 예-전에 썼던 로판 남주 이름을 갖다붙였다가 영 안 어울려서 바꿨습니다. 너무 건실한 이미지여서...


남작들에게 내려진 땅들이 춥고 별볼일 없는 땅이어서, 나름 아이우드(icy wood) 아이클루(icy cloud) 이렇게 맞춰 줬는데, 아이우드는 괜찮은데 아이클루가 조금 이상한 것 같습니다. 어감이... 아이허스트 (icy hurst) 로 뜯어고칠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2023-01-01) 잠시 휴재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22.11.16 11 0 -
공지 앞으로는 자유롭게 연재하겠습니다. 22.04.20 31 0 -
공지 수정 관련 기록 (수정 시 갱신) 21.04.12 23 0 -
공지 서재에 가끔 등장인물 그림 올립니다. +2 20.05.18 145 0 -
공지 한 독자님의 의견을 반영해 전체적으로 조금 수정하였습니다. 20.04.18 88 0 -
13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8) 22.10.23 11 0 9쪽
13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7) 22.10.13 13 0 4쪽
13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6) 22.10.09 15 0 13쪽
12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5) 22.09.18 15 0 9쪽
12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4) 22.09.04 14 0 6쪽
12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3) 22.08.21 15 0 6쪽
12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2) 22.08.07 14 0 8쪽
12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1) 22.07.31 15 0 6쪽
12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0) 22.07.24 13 0 6쪽
12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9) 22.07.17 18 1 7쪽
12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8) 22.07.03 14 0 7쪽
12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26 16 0 9쪽
12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12 15 0 8쪽
11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6) 22.06.05 19 0 7쪽
11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5) 22.05.29 25 0 9쪽
11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4) 22.04.29 18 0 7쪽
11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3) 22.04.27 17 0 5쪽
11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2) 22.04.20 16 0 7쪽
11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1) 22.04.03 30 0 10쪽
11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0) 22.04.02 31 0 12쪽
11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9) 22.03.13 21 0 5쪽
»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8) 22.03.06 20 0 7쪽
11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7) 22.02.27 19 0 8쪽
10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6) 22.02.20 22 0 10쪽
10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5) 22.02.06 17 0 8쪽
10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4) 22.02.01 19 0 11쪽
10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3) 22.01.23 19 0 6쪽
10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2) 22.01.16 17 0 7쪽
10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1) 22.01.09 21 0 6쪽
10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0) 21.12.19 18 0 6쪽
10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9) 21.12.12 20 0 9쪽
10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8) 21.12.05 19 0 10쪽
10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7) 21.11.28 20 0 10쪽
9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6) 21.11.21 25 0 12쪽
9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5) 21.11.07 17 0 10쪽
9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4) 21.10.31 23 0 9쪽
9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3) 21.10.24 17 0 9쪽
9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2) 21.10.17 24 1 8쪽
9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1) 21.10.11 30 0 7쪽
9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0) 21.10.03 23 0 8쪽
9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9) 21.09.26 16 0 9쪽
9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8) 21.09.19 29 0 7쪽
9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7) 21.09.12 24 1 9쪽
8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6) 21.09.05 31 1 8쪽
8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5) 21.08.22 18 1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