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40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2.07.03 11:38
조회
14
추천
0
글자
7쪽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8)

DUMMY

“뭐가 제일 맛있어? 난 이게 제일 괜찮던데.”


“저는 다 맛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다행이다.”


왕자는 흐뭇한 얼굴로 잘 먹는 에드윈을 바라보며 말을 붙였다. 에드윈은 과자를 먹으면서도 열심히 고개를 주억거렸고, 가끔은 대답했다. 참으로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그때였다.


“....!”


“안 돼!”


“왕자님?”


- 쨍그랑!


“에드윈!”


어린 왕자의 비명과, 성장한 왕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


과자를 담았던 접시와, 과자들이 엉망진창으로 부서져 땅에 굴렀다. 에드윈은 괴로운 듯 목을 감싸 쥔 채로 컥컥거렸다.


“에드윈!”


어린 시절의 왕자는 에드윈을 붙잡은 채 새파랗게 질려 허둥댔고, 청년기의 왕자는, 다급하게 에드윈을 향해 손을 뻗었으나, 그 손은 허공을 휘저었다.


“왕자님. 이건,”


정호기는 말을 고르다 조용히 대답했다.


“이게 맞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건 저장된 영상 같은 거예요. 과거나 미래의 일부분을 담은 영상이요.

실제로,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저희는 어떠한 영향도 끼칠 수가 없습니다.”


“제법 자질구레한 것까지 조사했군. 성녀께서는 무고하신가?”


“?”


[[종교. 성녀.]]


[[그랬었죠?]]


[[아마도 왕자는 저희를 특정 종교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판단한 모양입니다.]]


“저희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왕자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종교적 세력이 아닙니다.”


“대단하군. 고작 나 하나를 현혹하기 위해 기원을 부정하는가?

자네의 믿음은 고작 그 정도인가?

성녀께서 무척 실망하시겠군.”


“자네들마저 믿음의 근간을 저버린다면, 누가 이단(異端)을 심판하겠는가?


“?”


“....?”


왕자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물었다.


“자네들은 정말로, 혹한의 광신도들이 아닌가?”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닙니다.”


왕자는 무언가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교국의 끄나풀이 아니라면, 자네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말씀드렸던 대로입니다. 저희는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이방인 혹은 신의 사도와, 그의 계약자입니다.”


- 파앗.


“당신의 소원을 이뤄드리겠습니다.”


“당신의 소원을 이뤄드리겠습니다.”


“당신의 소원을 이뤄드리겠습니다.”


배경은 달라지었을지언정, 찍어낸 것처럼 감흥 없는 얼굴로 계약을 제안하는 가젠의 얼굴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당신의 소원을 이뤄드리겠습니다.”


그라플로의 얼굴도,


“당신의 소원을 이뤄드리겠습니다.”


라야의 얼굴도,


“당신의 소원을 이뤄드리겠습니다.”


정호기의 얼굴도 스쳐 지나갔다. 왕자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가젠을 한 번, 정호기를 한 번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조용히 곁을 지키고 서 있던 가젠이 조용히 말을 보탰다.


“왕자님께서는 마력의 파동을 감지하실 수 있으신 걸로 압니다.”


가젠이 왕자의 목 근처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고, 왕자는 더욱 당혹스러워했다. 가젠은 품에 손을 넣더니 다시 물었다.


“느껴지십니까.”


왕자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정호기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지금까지 보았던 것들이, 마력으로 꾸며 낸 것들이 아니었단 말인가?”


“정확히 무슨 힘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법은 아니에요.”


왕자는 도통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정말로 신의 사도와 그의 계약자라면, 여기에는 왜 온 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요.”


정호기는 조금 흐린 얼굴로 말했다.


“가젠의 전 계약자 중 한 명을요.

그리고, 전 계약자 중 한 명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기도 했고요.”


정호기는 천천히 말했다.


“만나고 싶은 분을 좇다 보니, 저희의 목적과 라야의 목적, 그리고 이름 모를 관조자의 목적이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는 것을 알아차렸어요.

악몽을 끝내는 것. 저희의 공동 목표는 그거에요.”


“그럼, 나에게 접근한 이유는 뭐지?”


“....”


정호기는 말을 골라 대답했다.


“저희에게 도움을 주는 관조자께서, 왕자님의 비극적인 미래에 대해 경고했거든요.”


“나의?”


“왕자님의 비극적인 미래가 악몽의 촉발점 중 하나인 모양이에요. 아닐지도 모르고요.

어쨌든 관조자께서 왕자님을 특별하게 생각하시는 건 확실해요. 이렇게 도와주신 일이 없으시거든요.”


정호기가 주변을 휘둘러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촉발점, 이라고...”


잠시 멈칫하던 왕자가 물었다.


“내 비극적인 미래는 ...어땠는가?”


정호기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모르시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왕자는 시선을 돌려 몰려든 사람들과, 사람들에 가려진 에드윈, 젖은 얼굴로 발을 구르는 어린 시절의 자신을 가라앉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건 나에게만 국한되는가?”


왕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아, 정호기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매번 달랐습니다.”


“그런가.”


정호기는 왕자의 그러쥔 손이 조금 떨리는 것을 목격하였으나,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저희는 왕자님께 접근한 겁니다. 왕자님의 비극적인 미래를 막기 위해서요.”


왕자가 정호기와 시선을 맞추었다.


“그럼 그때, 그 날개 달린 괴물이 나타났던 때.”


“네. 왕자님.”


“그것도 내 비극적인 미래 중 하나였던가.”


정호기가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왕자는 오른손으로 눈을 감쌌다. 왕자가 눈을 가리고 있는 사이, 주변은 까맣게 물들었다.


“고맙군.”


“네?”


“신세를 졌어.”


왕자는 얼굴을 들고 정호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정호기는 조금 더듬거렸다.


“아닙니다... 저희 목적을 위해 행동한 것뿐인데요.”


“자네도. 고맙네.”


왕자는 가젠을 보고 감사를 표했고, 가젠은 말없이 고개를 조금 숙여 보였다.


“나는 내 은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무례를 저질렀군. 정말로 미안하네.”


정호기는 뺨을 긁적거리며 말했다.


“아니요, 뭐, 누구라도 쉽게 받아들이기는 힘든 이야기이니까요. 왕자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머리 숙여 사죄하고 싶네만, 나는 온전히 내 생각대로 행동할 수 없는 몸이라는 걸 이해해 줄 수 있는가?”


“그럼요.”


‘일국의 왕자씩이나 되는 사람이 아무한테나 머리 숙이고 다니면 안 되지. 이곳에 우리밖에 없긴 하지만.’


“대가라고 하긴 뭐하지만, 뭔가 원하는 것이라도 있는가?”


왕자는 말하던 도중 황급히 덧붙였다.


“물론 값을 치러 무마하려는 것은 아니고, 내 마음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뿐이니 부담 없이 말해주게.”


정호기는 가젠을 바라보았다. 가젠도 조용히 정호기를 바라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2023-01-01) 잠시 휴재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22.11.16 11 0 -
공지 앞으로는 자유롭게 연재하겠습니다. 22.04.20 32 0 -
공지 수정 관련 기록 (수정 시 갱신) 21.04.12 24 0 -
공지 서재에 가끔 등장인물 그림 올립니다. +2 20.05.18 145 0 -
공지 한 독자님의 의견을 반영해 전체적으로 조금 수정하였습니다. 20.04.18 88 0 -
13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8) 22.10.23 11 0 9쪽
13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7) 22.10.13 13 0 4쪽
13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6) 22.10.09 15 0 13쪽
12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5) 22.09.18 15 0 9쪽
12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4) 22.09.04 15 0 6쪽
12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3) 22.08.21 15 0 6쪽
12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2) 22.08.07 15 0 8쪽
12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1) 22.07.31 15 0 6쪽
12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0) 22.07.24 13 0 6쪽
12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9) 22.07.17 18 1 7쪽
»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8) 22.07.03 15 0 7쪽
12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26 16 0 9쪽
12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12 15 0 8쪽
11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6) 22.06.05 19 0 7쪽
11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5) 22.05.29 25 0 9쪽
11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4) 22.04.29 18 0 7쪽
11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3) 22.04.27 17 0 5쪽
11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2) 22.04.20 16 0 7쪽
11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1) 22.04.03 30 0 10쪽
11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0) 22.04.02 31 0 12쪽
11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9) 22.03.13 22 0 5쪽
11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8) 22.03.06 20 0 7쪽
11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7) 22.02.27 19 0 8쪽
10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6) 22.02.20 23 0 10쪽
10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5) 22.02.06 17 0 8쪽
10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4) 22.02.01 19 0 11쪽
10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3) 22.01.23 19 0 6쪽
10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2) 22.01.16 17 0 7쪽
10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1) 22.01.09 21 0 6쪽
10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0) 21.12.19 18 0 6쪽
10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9) 21.12.12 20 0 9쪽
10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8) 21.12.05 20 0 10쪽
10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7) 21.11.28 20 0 10쪽
9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6) 21.11.21 26 0 12쪽
9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5) 21.11.07 18 0 10쪽
9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4) 21.10.31 23 0 9쪽
9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3) 21.10.24 17 0 9쪽
9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2) 21.10.17 24 1 8쪽
9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1) 21.10.11 31 0 7쪽
9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0) 21.10.03 23 0 8쪽
9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9) 21.09.26 16 0 9쪽
9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8) 21.09.19 29 0 7쪽
9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7) 21.09.12 25 1 9쪽
8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6) 21.09.05 31 1 8쪽
8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5) 21.08.22 19 1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