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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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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37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1.11.07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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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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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5)

DUMMY

“보잘 것 없는 제게 갑자기 보이는 악몽, 갑자기 주어진 힘. 하얀 나비와 하얀 나비를 닮은 붉고 푸른 나비들...”


“....아?”


“저는 이것들이 왜 제게 찾아왔는지 항상 고민해왔어요. 그런데 이것이 신께서 내리신 힘이라고 한다면 모든 게 맞아떨어지는 것만 같아요.”


“모든 게 맞아떨어진다고요?”


정호기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생각을 정리하니 라야의 말이 타당해 보였다.


‘가젠의 존재 자체가 신의 존재를 증명해. 잘 모르지만, 분명 신은 있어. 이 세계에 신이 있다고 한다면, 분명 신은 자신이 창조한 이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걸 원하지 않겠지. 그래서, 자신의 피조물을 선택해 계속해서 미래를 경고하고, 자신의 힘을 담은 힘을 내려줬다고 한다면...’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그런 절대자가 개입되었다고 한다면, 그 외에도 많은 것이 맞아떨어져요.”


“....”


왜일까? 정호기는 라야가 기뻐 보인다고 생각했다.


“라야는 기분 나쁘지 않나요?”


“예?”


“라야의 말대로, 모든 게 신의 뜻대로 이루어졌다라고 한다면, 라야의 인생은 라야의 것이 아닌 게 되잖아요.”


“저는 기뻐요.”


“네?”


“이 보잘것없는 저라도 써 주신다면, 감사할 따름이에요.”


“....”


정호기가 대답하지 못하자 라야가 정호기의 표정을 보더니 작게 웃었다.


“사실 저는 이것이 필연이 아니라 우연에 의한 것이라도, 감사했어요. 그런데 제게 주어진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니라 필연에 의한 것이라니 더 감사하죠.

...이 땅이 버려지지 않았다는 증거이고, 이 땅을 만드신 분께서 이 땅을 살리고자 하신다는 증거이잖아요.”


“어....”


정호기는 말을 고르다 결국 고개를 흔들고 말았다. 라야는 이해한다는 듯 작게 웃었다.


“이해가 안 된단 얼굴을 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요, 제 생각이 맞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그래요.”


정호기는 라야를 바라보았다. 라야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루올이 생각이 났다.


“라야는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에요?”


“무엇을요?”


정호기는 가슴에 손을 얹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왜 모르는 사람을 목숨 걸어 가며 돕고, 자기 인생을 바쳐도 아무렇지 않은 건가요?”


“원하는 것이 있어서예요.”


라야는 여전히 고요한 얼굴로 차분히 말했다.


“악몽이 그저 꿈으로만 남기를 바라요. 원하는 건 그것뿐이에요.”


“.....”


정호기는 눈을 질끈 감았다. 라야의 말이 무게감 있게 다가왔다.


“저는 이 세계를 사랑해요.”


“음...”


“알아요. 이 세계가 빈말로라도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는 거. 특히나 제가 밟고 선 이 땅은 더욱 그렇죠... 모순과 불의, 악의. 온갖 선하지 못한 것들로 가득해요.

하지만 동시에, 많지는 않지만 그 모든 것을 잊어버릴 만큼 아름다운 것들도 분명 존재해요. 눈이 시릴 만큼 깨끗하고 아름다운 하늘과 눈 덮인 고요한 숲, 제게 웃어주는 선한 사람들의 따뜻한 미소...”


정호기는 눈을 뜨고 라야를 바라보았다. 라야는 행복한 얼굴로 웃었다.


“후자가 전자를 감내할 만큼 소중하고 값졌기 때문에 저는 이 땅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어요.”


“저는....”


정호기는 한참을 망설였다. 수많은 장면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한참 고민해봤지만. 사실 아직도 저는 잘 모르겠어요.

이 세계가 무너져 버리는 걸 원하는 건 아니지만 라야가 그 많은 대가들을 감내할 만큼 아름다운 곳이라는 건,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이해해요. 정호기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정말로 그럴 만 했는걸요.”


“그렇지만 라야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아니요...”


라야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는 절대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마음에 둔 걸 놓지 못하는 보잘것없는 욕심쟁이일 뿐이지.”


‘어?’


정호기는 라야의 말에서 기시감을 느꼈지만 대수롭잖게 여기며 라야와의 대화에 집중했다.


“아뇨, 충분히 대단해요. 전 항상 부러워만 하고 아무것도 손에 넣지 못했는데 라야는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소망했고, 가젠을 만나 계약을 했잖아요.”


“....”


“라야?”


라야는 입술을 문 채로 조금 머뭇거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듣기 좋게 예쁘게 가장한 대답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을래요.”


“네?”


“왜 당신께서 이방인님의 마지막 계약자이신 건가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아니요....”


라야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잘못한건 저예요. 정호기는 아무 잘못도 없어요. 정호기가 너무 좋은 사람이라, 입 다물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입을 여는 거예요.”


“라야가 뭘 잘못했어요? 라야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어요.”


라야가 작게 웃었다.


“저는 정호기가 생각하는 것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라야는 정호기에게 몸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라야의 푸른 눈동자가 눈에 들어왔다.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선명한 푸른빛이었다.


“아직도 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럼요. 라야는 좋은 사람이에요.”


그 순간 고요한 호수가 거세게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입술을 문 라야는 이해할 수 없게도 고통스러워 보였다.


“라야?”


“.....”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으니 제발 울지 마세요...”


소리 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던 라야는 정호기의 말에 정신을 차리더니 거칠게 눈물을 비벼 닦고는 환하게 웃었다.


“그래요. 저는 정호기에게 좋은 사람이에요.”


“정말 그렇다니까요?”


“예. 정말 그래요.”


정호기는 뭔가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었지만 기분 탓이려니 하고 넘겨버렸다.


“슬슬 돌아갈 때가 되지 않으셨나요?”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네요. 이만 가 봐야겠어요.”


“정호기.”


“네. 라야.”


“또 오세요. 기다릴 테니. 정호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그럼요. 항상 자기 전에 라야를 생각할게요.”


‘뭐였을까?’


정호기는 꿈의 끝을 향해 걸어 나가며 라야의 눈물을 생각했다.


‘이전에도 라야는 자기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며 얼굴에 그늘을 드리웠어. 이번에도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괴로워했고.’


정호기는 고개를 기울였다.


‘무슨 비밀이라도 숨겨 둔 걸까? 도대체 내게 왜 죄책감을 가지는 거지.

비밀은 이제 없지 않나? 능력에 대한 것도 다 이야기해 줬고, 그 외의 것은... 내가 알아도 의미 없는 것들이 아닌가? 아닌가? 의미가 있나?’


빛이 가까워졌다. 정호기는 빛으로 접어들기 전까지도 생각을 거듭했다.


‘좋은 사람?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그럴 리가.’


정호기는 귓가에 선한 욕설을 상기하며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빛이 다가왔다.


*


- 피이. 삑삑!


낭랑한 새 소리와 함께하는 아침은... 썩 나쁘지 않았다. 정호기는 일어나 앉아 기지개를 폈다. 설탕은 무릎에서 삑삑거리며 무언가를 어필했다.


- 삐. 삑삑!


“아침부터 뭐야? 말로 해.”


“배가 고파.”


“.....그건 말하지 않아도 알아. 그냥 지저귀어. 그게 낫겠다. 해결해 줄 수 없는 걸 자꾸 요구하면 어떡해.”


설탕은 정호기의 의견을 받아들여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지저귀기 시작했다. 정호기는 가젠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덕분에. 잠자리는 편안하셨습니까.”


“그럼요. 그 덕분인지 라야도 만났거든요.”


“라야를 봤어?!”


정호기는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 루올을 보고 깜짝 놀라 긍정했다. 루올은 반짝거리는 눈으로 정호기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으나 그다지 소득을 얻지 못하자 풀이 죽은 얼굴로 물러났다.


[[하얀 나비에 대해 여쭤보셨습니까.]]


정호기는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려고 라야를 만나려고 한 거였으니까요.]]


[[무언가 소득은 있으셨습니까.]]


[[음.. 별로요? 라야도 꿈에서 하얀 나비를 목격해왔다는 것과, 라야가 라야의 모든 능력은 절대자에게서 기인한 것은 아닌가 하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것 밖에는 그다지...]]


[[그렇습니까.]]


[[라야가 제시한 가설이 무척 신빙성 있더라고요. 절대자가 라야를 선택해 능력을 내렸다고 하는...

이 땅에는 제가 살던 곳처럼 ‘신비한 힘’이 일단은, 없는 상태잖아요. 라야만 특별한 힘을 가졌다는 게 이상했는데 그렇다고 한다면 설명이 되는 것 같지 않나요?]]


[[정호기의 말씀대로입니다.]]


[[일단은 가능성일 뿐이지만요. 그 외의 가능성은 무엇이 있을까요? 가젠은 혹시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셨나요?]]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무거나 가능성을 제시해보자면, 라야의 힘은 어쩌면 그라플로의 것 같은 힘은 아닐까요?]]


[[아니요. 그와 전 계약자의 힘의 근원은 같지 않습니다.]]


가젠은 조금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저었다.


[[저로서는 다뤄본 적 없는 미증유(未曾有)의 힘이라 뭐라 말씀드리기에는 어려우나 분명 두 힘은 근원도 다르고 성질도 달랐습니다.]]


[[어, 그러고 보니 이 땅에 마법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잖아요? 저희가 있는 땅 외에는 땅에 기운이 넘쳐흘러 마법사들이 융성했다든지? 그 사람들이 라야에게 구조요청을?

아니, 마법으로 그게 가능한가...?]]


정호기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보다 왜 여긴 마법사가 있는 거죠? 도대체? 괴물과 그라플로는 정상적인 경로를 벗어나 비정상적으로 힘을 얻은 경우라고 칩시다. 마법사는 또 뭘까요?]]


[[....]]


[[가젠, 전에 갑자기 마력석을 얻어오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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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한 독자님의 의견을 반영해 전체적으로 조금 수정하였습니다. 20.04.18 88 0 -
13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8) 22.10.23 11 0 9쪽
13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7) 22.10.13 13 0 4쪽
13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6) 22.10.09 15 0 13쪽
12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5) 22.09.18 15 0 9쪽
12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4) 22.09.04 15 0 6쪽
12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3) 22.08.21 15 0 6쪽
12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2) 22.08.07 15 0 8쪽
12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1) 22.07.31 15 0 6쪽
12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0) 22.07.24 13 0 6쪽
12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9) 22.07.17 18 1 7쪽
12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8) 22.07.03 14 0 7쪽
12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26 16 0 9쪽
12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12 15 0 8쪽
11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6) 22.06.05 19 0 7쪽
11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5) 22.05.29 25 0 9쪽
11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4) 22.04.29 18 0 7쪽
11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3) 22.04.27 17 0 5쪽
11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2) 22.04.20 16 0 7쪽
11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1) 22.04.03 30 0 10쪽
11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0) 22.04.02 31 0 12쪽
11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9) 22.03.13 21 0 5쪽
11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8) 22.03.06 20 0 7쪽
11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7) 22.02.27 19 0 8쪽
10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6) 22.02.20 23 0 10쪽
10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5) 22.02.06 17 0 8쪽
10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4) 22.02.01 19 0 11쪽
10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3) 22.01.23 19 0 6쪽
10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2) 22.01.16 17 0 7쪽
10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1) 22.01.09 21 0 6쪽
10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0) 21.12.19 18 0 6쪽
10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9) 21.12.12 20 0 9쪽
10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8) 21.12.05 19 0 10쪽
10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7) 21.11.28 20 0 10쪽
9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6) 21.11.21 26 0 12쪽
»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5) 21.11.07 18 0 10쪽
9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4) 21.10.31 23 0 9쪽
9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3) 21.10.24 17 0 9쪽
9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2) 21.10.17 24 1 8쪽
9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1) 21.10.11 31 0 7쪽
9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0) 21.10.03 23 0 8쪽
9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9) 21.09.26 16 0 9쪽
9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8) 21.09.19 29 0 7쪽
9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7) 21.09.12 25 1 9쪽
8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6) 21.09.05 31 1 8쪽
8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5) 21.08.22 19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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