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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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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20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2.08.21 23:05
조회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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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6쪽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3)

DUMMY

”고민해 보았는데, 역시 루스 님께 알려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어떤 것을요?“


”.....제가 목격했던, 악몽들을 말입니다.“


루시예인은 가젠을 한 번, 정호기를 한 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었죠. 요즈음, 악몽을 자주 꾸신다고 하셨었죠.“


”괜찮다면, 제 꿈 이야기를 조금 들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당신께 무례가 되지 않는다면, 기꺼이요.“


루시예인은 웃는 얼굴로 물었다.


”저를 위해 마음 써 주시는 겁니까?“


”....“


정호기는 잠깐 멍하니 서 있다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악몽은 악몽으로만 끝나야 하니까요.“


루시예인은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물었다.


”제 친구도 함께 들어도 괜찮겠습니까?“


”그야 물론입니다.“


루시예인은 잠깐 에드윈에게 눈짓했다.


‘가젠과 나는 비밀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수단이 있지만... 왕자님과 호위기사님은 긴급 상황이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해야 할 때 어떻게 소통하시는 걸까? 다, 방법이 있겠지?’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늘 만나던 곳으로 가 앉았다. 정호기는 미묘하게 가까워진 에드윈과의 거리를 깨닫고 작게 웃었다.


”알고 보면 귀여운 구석도 있는 친구입니다.“


”..........아. 그렇군요.“


‘왕자님 눈에만 그래 보이는 게 아닐까요?’


정호기는 조금 떨떠름한 얼굴로 대답했고 왕자는 웃음을 터뜨렸다. 정호기는 루시예인 왕자의 웃음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신이 지금까지 목격했던 악몽을 천천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이어갈수록 왕자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걷혔고, 왕자의 표정은 조금 흐려졌다.


”그렇습니까.“


정호기는 흘긋 에드윈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에드윈의 얼굴은 가젠의 얼굴과 닮아있었다.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무심한 얼굴.


”무서우셨겠네요.“


고개를 저으려던 정호기는 멈칫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무섭다기보다는, 끔찍했죠.

끔찍한 악몽이었어요.“


”악몽. 그래요.“


루시예인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시선을 맞췄다.


”두려워하거나 끔찍해 할 필요는 없어요. 그것들은, 그저 악몽일 뿐이니까.“


”...두렵지 않으신가요?“


루시예인은 작게 웃었다. 루시예인의 웃음에선 많은 감정이 느껴졌다.


”두렵지 않습니다. 이렇게,“


”....“


”든든한 제 편께서 함께해 주시는걸요.“


‘솔직한 대답은 아니로군.’


정호기는 조금 머뭇대다 입을 열었다.


”확실치 않습니다. 어떤 것도 확실치 않아요. 일어날지, 아닐지. 그때는 언제일지.“


정호기는 머언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까지 일어나지 않았으니, ‘앞으로 일어날 일’이라고 추측할 뿐...“


정호기는 다시 루시예인과 시선을 맞추었다.


”그래도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 모르는 것보다는, 알고 있는 편이 대비하기 쉬울 테니까.“


에드윈이 이쪽을 바라보았다. 정호기는 모른 체 하며 루시예인만을 바라보았다. 루시예인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당신의 상냥함에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호기의 말대로, 모르는 것보다는 알고 있는 편이, 대비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겠지요.“


정호기는 조금 머쓱한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받아들여 주니, 오히려 조금 부담스러운데...

...그래도 이렇게 털어놓으니 속은 편안하네.’


”또 악몽을 꾸게 되면, 이곳으로 오십시오. 저라도 괜찮다면, 함께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도록 해요.“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처음으로 루시예인과 시선이 어긋났다. 정호기는 루시예인의 시선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루시예인은 조용히 에드윈을 바라보고 있었다. 에드윈 역시 조용히 루시예인을 바라보더니, 시선을 돌리고 아주 천천히, 사람들 사이로 사라져갔다.


‘...도대체 어떻게 수신호하는 거지? ...의사소통이 되기는 하나?’


”저는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먼저 자리를 떠야겠습니다. 일이 많아서요.“


”그럼요. 어서 가보십시오.“


”다시 만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저 역시도요.“


정호기는 사람들 사이로 섞여드는 루시예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가젠. 가젠은...“


”말씀하십시오.“


”.....아니에요.“


[[왕자님께, 완벽한 신뢰를 얻어내지는 못한 것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


[[정호기의 말씀대로입니다.]]


[[뭐, 그래도 반쯤은 신뢰하는 것 같긴 하니까 상관은 없지만요. 오히려 왕자님께서 저희를 완전히 신뢰하신다면, 그게 더 이상한 상황일 것 같긴 하네요.]]


[[정호기는 지금까지 어떤 사람을 자주 만나셨나요?]]


[[이방인을 불러들일 만큼, 강렬한 염원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왕자님이나, 공주님도요?]]


[[그런 적도 있었습니다.]]


생각에 잠겨 있던 정호기는 설원의 성녀를 떠올리고 가젠에게 뜻을 전했다.


[[아. 가젠.]]


[[왜 그러십니까.]]


[[또 다른... 시나세타를 봤어요. 꿈에서...]]


가젠은 조용히 정호기와 시선을 맞추었다. 정호기는 계속 뜻을 전했다.


[[그녀가, 왕자님께서 말씀하셨던 예외인 것 같아요. 성녀라고 불리더군요.]]


[[성녀...]]


[[그라플로와 함께할 때, 성녀의 존재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아니요.]]


가젠이 조용히 덧붙였다.


[[정호기께서도 아시겠지만, 저는 저택에만 머무르며 그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저택 바깥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지 못했습니다.]]


[[네. 그랬죠. 혹시 그라플로의 저택까지도 소식이 전해질 만큼 유명인이신가 해서요.]]


정호기는 설원의 성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뜻을 전했다. 치링. 치링 거리던 맑은 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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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8) 22.10.23 10 0 9쪽
13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7) 22.10.13 12 0 4쪽
13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6) 22.10.09 15 0 13쪽
12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5) 22.09.18 15 0 9쪽
12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4) 22.09.04 14 0 6쪽
»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3) 22.08.21 15 0 6쪽
12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2) 22.08.07 14 0 8쪽
12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1) 22.07.31 15 0 6쪽
12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0) 22.07.24 12 0 6쪽
12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9) 22.07.17 18 1 7쪽
12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8) 22.07.03 14 0 7쪽
12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26 16 0 9쪽
12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12 15 0 8쪽
11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6) 22.06.05 19 0 7쪽
11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5) 22.05.29 25 0 9쪽
11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4) 22.04.29 18 0 7쪽
11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3) 22.04.27 17 0 5쪽
11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2) 22.04.20 16 0 7쪽
11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1) 22.04.03 30 0 10쪽
11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0) 22.04.02 31 0 12쪽
11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9) 22.03.13 21 0 5쪽
11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8) 22.03.06 19 0 7쪽
11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7) 22.02.27 19 0 8쪽
10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6) 22.02.20 22 0 10쪽
10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5) 22.02.06 16 0 8쪽
10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4) 22.02.01 18 0 11쪽
10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3) 22.01.23 19 0 6쪽
10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2) 22.01.16 17 0 7쪽
10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1) 22.01.09 21 0 6쪽
10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0) 21.12.19 17 0 6쪽
10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9) 21.12.12 20 0 9쪽
10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8) 21.12.05 19 0 10쪽
10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7) 21.11.28 20 0 10쪽
9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6) 21.11.21 25 0 12쪽
9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5) 21.11.07 17 0 10쪽
9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4) 21.10.31 23 0 9쪽
9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3) 21.10.24 16 0 9쪽
9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2) 21.10.17 24 1 8쪽
9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1) 21.10.11 30 0 7쪽
9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0) 21.10.03 23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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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8) 21.09.19 29 0 7쪽
9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7) 21.09.12 24 1 9쪽
8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6) 21.09.05 31 1 8쪽
8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5) 21.08.22 1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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