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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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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699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1.09.19 22:18
조회
28
추천
0
글자
7쪽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8)

DUMMY

”열쇠 조각이 도대체 뭔데?“


”기적의 증거.“


”?“


정호기가 도통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지만 설탕은 더 입을 열지는 않았다.


”기적은 뭔데?“


”....“


”지금까지 심장 많이 구해다 줬잖아. 응?“


”.....“


‘내가 기상천외한 먹이들을 가져다 바쳤건만!’


긴 침묵에 정호기가 서운해 할 때 쯤 설탕이 부리를 열어 대답했다.


”궤멸(潰滅)을 저지해.“


”....??“


”무슨 소리하는 거냐?“


”저도 모르겠는데요...“


[[가젠은 아시겠어요?]]


[[아니요. 답을 도출해내기엔 가진 정보가 부족합니다.]]


”힌트를 달랬더니 또 다른 수수께끼를 내는 거야? 힌트를 줘. 도저히 모르겠다고...“


”.....“


설탕은 정호기의 애원에도 부리를 굳게 닫고 입을 열지 않았다. 서비스 제공자라면 별점테러를 받았을 만큼 불친절한 태도였다.


”네 밥을 주려는 거잖아.“


그래도 설탕은 입을 열지 않았다.


*


설탕의 힌트는 매우 불친절했다. 궤멸을 저지해. 기적을 일으켜. 열쇠조각을 내게 줘. 물어봐도 앵무새처럼 했던 말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정호기는 앵무새처럼 재잘대는 설탕을 어깨에 얹고 안과 그리오를 찾아가 보았다. 하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 안과 그리오는 설탕처럼 정호기의 물음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는 말이라곤, 주인님께서 내리신 선물이 주인님께 가는 길로 이끌 것입니다. 뿐이었다.


[[이번에도]]


가젠이 정호기와 시선을 맞추었다.


[[시간이 해결해줄까요?]]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하하...“


정호기가 힘없이 웃었다.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고 믿고, 이토록 많이 기다려 본 건 처음이에요.]]


[[그러십니까.]]


[[아니. 그것도 아닌가.]]


정호기는 그늘진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처음은 아니고... 아니, 그냥...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 때였다. 설탕이 불쑥 소리를 냈다.


”가자!“


”억!“


”...!“


정호기는 깜짝 놀라 짧게 숨을 삼켰고, 옆에서 책을 들여다보던 루올은 소리를 지르는 대신 들고 있던 책을 떨궜다.

심장을 부여잡은 정호기는 설탕에게 물었다.


”...어디로?“


”밖으로 가자! 영지 밖으로.“


”영지 밖으로...?“


”그래!“


”왜?“


”열쇠 조각이 없으니까.“


설탕은 매우 간단하게 대답했다. 매우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설탕을 보자니 몹시 허탈해졌다.


”왜 지금까지는 말 안 해줬는데?“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니까. 원래 말하면 안 되는데,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왜 말해주는데?“


”너무 갈피를 못 잡는 것 같아서.“


”그러니까, 모르는 게 아니라 다 알고 있었다?“


”다는 아니야. 창조자께서 일러주신 만큼만 알고 있어.“


”창조자? 그라플로?“


”그래.“


”창조자와는 계속 연락하고 있어?“


”아니. 안내는 내게 전적으로 맡기셨어. 그분께선 몹시 바쁘시니까.“


설탕은 순순하게 대답했다. 정호기는 고개를 갸웃했다.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면서. 이런 건 알려줘도 괜찮아?“


”스스로 알아내야 하는 건 창조자께서 주인님께 내린 수수께끼이자 시험에 관한 것뿐. 그것 외에는 전적으로 주인님께 협조할 것을 명령받았어. 나는 틀림없이 명령을 잘 수행하고 있다.“


정호기는 설탕의 뒤로 두 사람의 모습이 어른거리는 착각을 받았다.

아니, 정말로 안과 그리오 같잖아?


”아무튼 이 영지엔 열쇠조각이 없다 이거지. 나가야 한단 말이지.“


”맞아.“


”그래....“


*


”....“


정호기는 물끄러미 소파를 바라보았다. 저택에 머무르는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가구였다. 조금쯤은 저 안락함이 그리워질 것 같았다.... 아니. 많이 그리울 것 같았다.


저택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후 정호기와 가젠은 루올을 잠시 심부름 보내고 그리오에게 안을 만날 수 있겠냐고 물었고, 그리오는 흔쾌히 당장 자리를 만들었다.

안과 그리오를 만난 정호기와 가젠은 저택을 떠날 것이라고 고했고, 그리오와 안은 아무런 의심도, 의문도 없이 순순히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안과 그리오는 주인님께서 내린 선물이라며 조그마한 주머니를 건넸고, 더 필요하신 것은 없는지 물었다.

정호기와 가젠은 의논 끝에 말을 세 필 받기로 했다.


[[마음먹기가 어려웠지... 마음먹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네요. 떠나는 게요.]]


[[아쉬우십니까.]]


[[계속 남아 있을 거냐고 물으시는 거예요? 아니라니까요.]]


정호기는 좀 망설이다 말했다.


[[그냥. 조금 막막해서요. 열쇠조각은 잘 찾을 수 있을까. 그라플로는 잘 만날 수 있을까.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잘 대처할 수 있을까...]]


정호기가 창가로 다가섰다.


[[이런 저런 것들이 막연하게 두려워서요.]]


[[제가 정호기 곁에 존재합니다.]]


[[..네?]]


[[망설임 없이 원하는 대로 행하십시오. 당신께서 행하신 일의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제가 당신의 방패이자, 창입니다.]]


[[...!]]


얼핏 들으면 몹시도 다정한 말 같았다. 어떻게 생각하면 로맨틱하게 들리기도 했고. 하지만 정호기는 얼굴을 굳혔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말이에요?]]


[[그렇습니다.]]


정호기는 입을 꾹 다물었다. 정호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저는 가젠을 도구처럼 쓰고 싶지 않아요. 좋은 것만 취하고 더럽고 추하고 지저분하고 어렵고 ... 하여튼 나머지 모든 것들을 가젠에게 떠넘겨버리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


가젠이 건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십니까.]]


[[가젠은 절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게 가젠은... 특별한 동료라고요.]]


[[여전히 사소한 것들에게 쉽게 마음을 주시는군요.]]


[[사소한 거라니요. 왜 가젠은 스스로를 그토록...]]


가젠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여전히 가젠의 눈동자는 물기 하나 없이 버석하기 그지없었다.


[[제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십니까? 제가 변할 것을 바라십니까.]]


정호기는 입 꼬리를 파르르 떨었다. 변화를 바란다? 가젠을? 켜켜이 쌓인 몇 십, 혹은 몇 백의 시간을 뛰어넘어?


[ 주제넘잖아. ** ]


들릴 리가 없는 이의 목소리가 정호기를 겁에 질리기 했다.


[ **. 겁쟁이 새끼.]


”제가 감히, 어떻게...“


가젠은 벌벌 떠는 정호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벌벌 떠는 정호기의 모습은 그랍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던 그 때와 몹시 닮아있었다.

감히. 어떻게. 도막도막 끊기긴 했지만 뜻을 전하기엔 충분한 그 두 단어는 무정하게 스스로를 도구 취급하는 가젠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가젠은 그늘진 눈으로 정호기를 바라보았다. 가젠은 한참을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정호기를 바라보았지만, 결국 말을 걸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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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한 독자님의 의견을 반영해 전체적으로 조금 수정하였습니다. 20.04.18 87 0 -
13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8) 22.10.23 10 0 9쪽
13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7) 22.10.13 12 0 4쪽
13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6) 22.10.09 15 0 13쪽
12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5) 22.09.18 14 0 9쪽
12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4) 22.09.04 14 0 6쪽
12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3) 22.08.21 14 0 6쪽
12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2) 22.08.07 14 0 8쪽
12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1) 22.07.31 14 0 6쪽
12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0) 22.07.24 12 0 6쪽
12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9) 22.07.17 17 1 7쪽
12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8) 22.07.03 14 0 7쪽
12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26 15 0 9쪽
12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12 15 0 8쪽
11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6) 22.06.05 18 0 7쪽
11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5) 22.05.29 24 0 9쪽
11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4) 22.04.29 17 0 7쪽
11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3) 22.04.27 16 0 5쪽
11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2) 22.04.20 15 0 7쪽
11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1) 22.04.03 29 0 10쪽
11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0) 22.04.02 30 0 12쪽
11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9) 22.03.13 21 0 5쪽
11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8) 22.03.06 19 0 7쪽
11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7) 22.02.27 18 0 8쪽
10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6) 22.02.20 22 0 10쪽
10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5) 22.02.06 16 0 8쪽
10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4) 22.02.01 18 0 11쪽
10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3) 22.01.23 18 0 6쪽
10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2) 22.01.16 16 0 7쪽
10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1) 22.01.09 20 0 6쪽
10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0) 21.12.19 17 0 6쪽
10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9) 21.12.12 19 0 9쪽
10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8) 21.12.05 19 0 10쪽
10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7) 21.11.28 19 0 10쪽
9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6) 21.11.21 25 0 12쪽
9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5) 21.11.07 17 0 10쪽
9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4) 21.10.31 22 0 9쪽
9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3) 21.10.24 16 0 9쪽
9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2) 21.10.17 23 1 8쪽
9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1) 21.10.11 30 0 7쪽
9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0) 21.10.03 23 0 8쪽
9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9) 21.09.26 15 0 9쪽
»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8) 21.09.19 29 0 7쪽
9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7) 21.09.12 24 1 9쪽
8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6) 21.09.05 30 1 8쪽
8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5) 21.08.22 1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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