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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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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17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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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8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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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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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5)

DUMMY

‘....?’


정호기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변을 바라보았다.

이곳은 루시예인 왕자의 방 같았다. 정호기는 주변을 휘 돌아보았다.


지나치게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조용한 방 안에서 루시예인은 혼자서 차를 즐기고 있었다.

늘 궁지에 몰린 왕자의 모습만 봐 오던 정호기는 느슨해진 루시예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걸 왜 보여주는 거지? 시뻘겋고 끔찍한 장면을 보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이걸 보여줄 필요가 있나?

이건 누가 내게 보여주는 무언가가 아니라, 단순한 내 꿈일까?’


정호기는 고개를 갸웃하며 차를 즐기는 루시예인을 내버려 둔 채로 방안 이곳저곳을 천천히 살폈다.


‘특별한 건, 없는데? 이건 단서든 뭐든, 아무것도 될 만한 게...’


무심코 루시예인을 바라보던 정호기는 덜컥, 멈춰서서 루시예인을 바라보았다. 루시예인의 곁에서, 익숙한 냄새가 났다.


비릿하고 매캐한 냄새가 희미하게 섞인 화려하고 달콤한 향기.


”...그랍?“


정호기는 황급히 왕자에게 다가갔다. 정호기는 루시예인의 눈동자를 살폈다.


”보라색....“


루시예인의 짙은 푸른색 눈동자는 붉은색이 스며들어 짙은 보라색으로 변한 상태였다.


”...왕자님까지 그랍을...? 이건 꿈인가?“


루시예인은 매우 평온해 보였다. 정호기는 작게 신음했다.


”...무척이나 익숙해 보이시는군요. 왕자님...

이게 꿈이 아니라면, 루시예인. 당신은... 그랍을 즐겨 드셔 왔던 겁니까?

**** 국민 기호식품! 안 끼는 데가 없군요!“


정호기는 눈가를 문질렀다. 참담한 심정이었다.


”....그랍이 어떤 건지는 모르고 드시는 겁니까...

그랍은 자의로 드시는 겁니까, 타의로 드시는 겁니까.“


루시예인은 평온한 얼굴로 차를 잘도 마셨다.


”그 꽃잎엔 무슨 의도가 담긴 피가 떨어졌을까요...“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정호기는 평온하게 차를 즐기는 루시예인의 얼굴이 점점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루시예인 뿐만 아니었다. 정호기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단순한 꿈인가...?‘


정호기는 다음에 왕자를 만난다면, 확인 해 보기로 했다.


*


”그동안 특별한 일은 없으셨는지요?“


”그렇습니다. 당신께서 마음 써 주신 덕분에, 평소보다 더욱 조용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호기. 당신께서는 평안한 시간 보내셨는지요.“


”네. 저도 덕분에 별 탈 없이 시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악몽을 꾸지는 않으셨습니까?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언제든 부담 없이 말씀해 주십시오.“


악몽. 정호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가젠을 바라보았다. 가젠은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품 안에서 부스럭거리며 종이봉투를 꺼냈다.


”가끔은 악몽이 아닌 평화로운 장면을 보여주기도 하더군요.“


”제가 평화롭게 생활하는 장면을 보셨습니까?“


루시예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작게 웃었다.


”그거 왠지 부끄럽군요. 항상 멋진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은데 말입니다. 그래도, 악몽보다는 훨씬 보기 좋은 모습이었겠지요.“


”루스 님께서는 혹시, 차를 즐겨 드십니까?“


”제가 휴식하는 장면을 보셨던 모양이시군요. 예. 제법 즐깁니다.“


”특별히 즐기는 차라도 있으신지요?“


”음... 그렇습니다.“


루시예인이 살짝 웃었다.


”저 친구가 가져다주는 차를 즐깁니다.“


’에드윈이?‘


정호기는 가젠과 시선을 교환했다. 정호기는 온 힘을 다해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가장했다.


”믿을 수 있는 맛있는 차거든요. 저 친구가 겉보기엔 저래 보여도, 차를 맛있게 우려내는 재주가 있답니다.“


”그거 놀랍네요.“


정호기는 에드윈이 가젠 만큼이나 무뚝뚝한 얼굴로 섬세하게 차를 우려내는 장면을 상상했다. 정호기의 얼굴이 떨떠름해졌다.

상상이 이어졌다. 에드윈 옆에 가젠이 서서 더욱 무뚝뚝한 얼굴로 섬세하게 차를...


[[가젠도 차를 우리는 재주가 있으신가요?]]


[[아닐 겁니다.]]


가젠이 덧붙였다.


[[아무도 제게 그런 명령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해 본 적 없는 일입니다.]]


[[가젠도 의외로 그곳에 엄청난 재능이 있을지도...]]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무것도 아니에요.]]


정호기는 부스럭거리며 봉투를 살짝 열어 루시예인에게 건넸다. 정호기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얼굴과 목소리를 가장하며 말했다.


”저도 차에 관심이 꽤 많아서, 차를 수집하고는 한답니다. 향이 좋은 차를 조금 구했는데, 루스 님께도 나눠드리고 싶어서 조금 가져왔습니다.“


”호기께선 정말 다정하시군요.“


’!‘


정호기는 하르낙의 목소리가 떠올라 잠깐 움찔했다 고개를 저었다. 봉투를 받아 든 루시예인은 조금 놀란 얼굴로 물었다.


”호기께서도 이 차를 좋아하십니까? 저도 즐기는 차인데요.“


”....!“


정호기는 루시예인을 바라보는 대신 에드윈을 바라보았다. 바라보자마자 시선이 마주쳤다.


[[언제부터 보고 있던 걸까요? 처음부터?]]


[[그렇습니다. 그는 왕자가 저희와 접촉한 순간부터 계속해서 저희를 주시해왔습니다.]]


[[가젠. 어떻게 생각해요.]]


정호기는 덤덤해 보이는 에드윈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는 특별히 당황하거나 분노하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에드윈이 동요하는 것 같으세요?]]


”네. 저도 이 차를 정말 좋아해요. 불안하고 초조할 때 마시면 마음을 많이 안정시켜 주거든요.“


”맞습니다. 몇 안 되는 제 기쁨 중 하나죠.“


[[이상할 정도로 태연하군요.]]


[[....!]]


[[왕자의 충직한 호위가 보일 법한 반응은 아닙니다. 왕자도, 왕자의 호위도. 아직 저희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저희가 건넨 정체불명의 물체에 경계 태세를 갖추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기쁘군요.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이런 이야기를 하셔도 되는 겁니까?“


루시예인이 옅게 웃었다. 정호기도 함께 옅게 웃었다.


[[그렇네요. 확실히......]]


정호기는 망설이며 물었다.


[[그는 혹시 저희가 무엇을 건넸는지, 알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모르는 걸까요...]]


[[어느 쪽이든, 그가 수상하다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루시예인은... 에드윈을 가리켜 믿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라고 했는데...]]


정호기는 루시예인을 바라보았다. 루시예인은 즐거워 보였다.


”제 생각이 짧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루스 님께서는 모든 것을 조심해야 하니까요. 저희가 루스 님께 완전한 믿음을 드린 건 아니잖습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니, 조금 서운하군요. 그래요. 저는 특수한 신분 때문에 그 어떤 순간에도 모든 것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두 분을 상당히 신뢰하고 있습니다. 완전히는 아닐지라도요. 적어도, 여러분께서 제게 선물해 주신 차가 해롭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만큼은 신뢰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면 굉장히 신뢰해 주는 거 아닌가요? 그건 다행인데.

....에드윈도 주인을 따라 저희를 신뢰하고 있는 걸까요?]]


[[그렇다고 해도 부자연스럽습니다. 주인이 경계하지 않더라도, 그는 최소한의 경계 반응이라도 보였어야 합니다. 그것이 그의 사명이니까요.]]


[[맞아요. 한순간의 방심도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으니까...

...에드윈은... 수상해요.]]


[[왕자는 한 번 믿음을 준 상대에겐 지나치게 물러지는군요.]]


정호기는 어쩐지 가슴 한구석이 뜨끔해 괜시리 머리를 긁적였다.


[[어쩌면, 루시예인이 에드윈에게 우리를 시험해보라고 했을 수도...

...아니, 왕자님의 목숨을 걸고 할 만큼 가치 있는 도박은 아니..]]


”어!“


”왜 그러십니까?“


”아니, 별것 아니에요. 지나가는 사람 중, 아는 사람이 섞여 있었던 것 같아서요. 잘못 본 모양이에요.“


[[가젠! 방금 보셨어요? 에드윈의 눈동자!]]


[[무엇을 보셨습니까?]]


[[붉은빛이 반짝였어요!]]


[[붉은빛 말씀이십니까.]]


정호기는 이제 붉은 것만 보면 자동반사적으로 그라플로를 떠올릴 지경이었다.


[[에드윈도 그랍을 먹는... 걸까요? 자기가 먹는 거면, 자기가 먹어서 이상이 없었다면 주인에게도 권할 만하죠. 권하지는 않더라도, 주인이 그랍을 섭취하는 걸 특별히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수도 있고...]]


정호기는 생각에 잠겼다.


[[지금까지 그랍은 마약 취급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모두가 그랍의 정체를 모른 채로 그랍을 전국적으로 소비한다면, 정말로 대중적인 국민 기호식품일 수도...]]


혼란스러웠다.


작가의말

저희 집 막내가 멈머별로 떠난지 얼마 안 됐습니다.. 힘들어 죽겠네요... 다들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랑하는 존재에게 잘 해주세요. 후회할 땐 늦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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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한 독자님의 의견을 반영해 전체적으로 조금 수정하였습니다. 20.04.18 88 0 -
13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8) 22.10.23 10 0 9쪽
13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7) 22.10.13 12 0 4쪽
13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6) 22.10.09 15 0 13쪽
»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5) 22.09.18 15 0 9쪽
12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4) 22.09.04 14 0 6쪽
12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3) 22.08.21 14 0 6쪽
12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2) 22.08.07 14 0 8쪽
12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1) 22.07.31 15 0 6쪽
12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0) 22.07.24 12 0 6쪽
12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9) 22.07.17 18 1 7쪽
12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8) 22.07.03 14 0 7쪽
12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26 16 0 9쪽
12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12 15 0 8쪽
11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6) 22.06.05 19 0 7쪽
11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5) 22.05.29 25 0 9쪽
11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4) 22.04.29 18 0 7쪽
11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3) 22.04.27 17 0 5쪽
11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2) 22.04.20 16 0 7쪽
11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1) 22.04.03 30 0 10쪽
11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0) 22.04.02 31 0 12쪽
11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9) 22.03.13 21 0 5쪽
11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8) 22.03.06 19 0 7쪽
11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7) 22.02.27 19 0 8쪽
10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6) 22.02.20 22 0 10쪽
10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5) 22.02.06 16 0 8쪽
10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4) 22.02.01 18 0 11쪽
10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3) 22.01.23 18 0 6쪽
10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2) 22.01.16 17 0 7쪽
10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1) 22.01.09 21 0 6쪽
10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0) 21.12.19 17 0 6쪽
10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9) 21.12.12 20 0 9쪽
10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8) 21.12.05 19 0 10쪽
10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7) 21.11.28 19 0 10쪽
9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6) 21.11.21 25 0 12쪽
9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5) 21.11.07 17 0 10쪽
9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4) 21.10.31 23 0 9쪽
9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3) 21.10.24 16 0 9쪽
9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2) 21.10.17 24 1 8쪽
9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1) 21.10.11 30 0 7쪽
9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0) 21.10.03 23 0 8쪽
9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9) 21.09.26 15 0 9쪽
9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8) 21.09.19 29 0 7쪽
9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7) 21.09.12 24 1 9쪽
8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6) 21.09.05 31 1 8쪽
8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5) 21.08.22 1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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