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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11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1.12.1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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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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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9)

DUMMY

”죄송하지만, 이름을 알려 주실 수 있으실까요, 부끄럽지만 기억을 모두 잃어서.“


그녀가 정호기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천천히 말했다.


”마누아. 라야. 마누아라고 해.“


”마누아...“


정호기는 그녀의 이름을 소리 내어 혓바닥 위에서 굴려 보았다. 어쩐지 낯설지 않은 이름이었다.


*


‘마누아.. 마누아...’


정호기는 그녀의 이름을 속으로 되뇌며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길드 건물 앞에 서 있던 둘이, 정확히 말하자면 루올이 반색하며 다가왔다.


”볼일이 있다더니, 별일은 없었지?“


”그럼요.“


정호기는 루올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자 루올이 무슨 일이냐는 듯 조금 퉁명스럽게 시선을 맞췄다.


”루올. 혹시... 라야의 동료 중에 ‘마누아’ 라는 사람이 있었나요?“


”마누아?“


루올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말했지만 정말 모른다니까.“


정호기는 시선을 옮겨 루올 너머의 가젠에게 시선을 옮겼다. 가젠도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정호기는 가젠에게 물었다.


[[루올에게 뭐라고 둘러대셨어요?]]


[[정호기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만날 사람이 있어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전했습니다.]]


[[아하. 그러셨군요.]]


정호기는 루올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가젠에게 물었다.


[[루올에게 사실대로 말해도 괜찮을까요?]]


[[정호기의 뜻대로.]]


[[그럼 이야기할게요. 앞으로 몇 번 더 이런 일이 있을지도 모르고... 이 정도는 루올이 알아도 괜찮을 것 같아서요.]]


[[언제나 정호기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십시오. 온전히 당신을 위한 계약입니다.]]


[[....알았어요.]]


”루올. 사실, 방금 나갔다 온 건, 라야의 동료를 만나러 간 거예요.“


”그래? 별일 없었다니, 됐어. 문제 생길 것 같으면 얘기하고.“


”네?“


정호기는 예상과 다른 루올의 반응에 당황해 되물었고, 루올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물었다.


”왜? 더 궁금해해야 해?“


”아니요, 그냥...“


”궁금해하면 알려줄 거야?“


루올이 씩 웃었지만 정호기는 마주 웃지 못했다. 정호기의 어정쩡한 얼굴을 본 루올이 정호기의 어깨를 툭 쳤다.


”그냥 해 본 말이야. 나도 공사는 구별할 줄 안다고.“


정호기는 루올이 생각보다 뾰족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는 생각을 했다.


‘하기야, 이렇게 젊은 나이에, 용병일을 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정호기는 생각을 이어 가다 멈칫했다.


‘어? 그러고 보니, 라야는 왜 용병일을 하고 있지?’


정호기는 라야가 보고 싶어졌다.


‘물어봐야 할 것이 많네. 마누아에 대해서도 물어봐야 하고, 왜 용병을 하게 되었는지도 물어보고 싶고...’


- 삐!


정호기는 호주머니에서 머리를 불쑥 치켜든 설탕의 머리 깃을 슥슥 쓰다듬어 주며 가젠을 바라보았다.


[[가젠. 스스로를 라야의 동료라고 지칭하는 그녀는 라야의 능력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어요.]]


[[그렇습니까.]]


[[그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마누아는 정말로 라야의 동료 같았어요. 라야는 능력을 드러내고 다니는 타입이 아니었으니, 라야의 능력을 알고 있을 정도면 정말로 라야와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한 사람이겠죠.]]


[[타당한 생각이십니다.]]


[[타당하기는요. 그 생각에 혹해서 마누아에게 계약 사실을 말해버릴 뻔했는걸요.]]


[[왜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말하길 원하셨어요?]]


[[그건 아닙니다만, 정호기께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정호기가 어물거리자 가젠이 침착하게 뜻을 전했다.


[[편히 말씀하십시오.]]


[[한 세계의 멸망을 논하는, 아니, 한 세계를 넘어 세계와 세계를 넘나드는 이 이야기는, 나고 자랄 때까지 하나의 세계만 알아 온 사람들에게 지나친 혼란을 주지 않을까 해서요.]]


정호기는 루올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받아들이기 쉬운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루올의 경우만 해도 그랬고요.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세계에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지 않았어요.]]


가젠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마음가짐이십니다.]]


[[잘은 모르지만, 그리고... 세계에 큰 영향력을 끼칠수록 큰 반발을 사잖아요.]]


[[....]]


[[피할 수 있다면 위험한 길은 피해 가야죠.]]


[[그게 정호기께서 원하시는 바라면.

하지만 늘 기억해 주십시오. 제가 당신의 창이자 방패라는 것을.]]


[[아.. 하하...

그보다 가젠. 가젠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마누아에게 알리는 것이 좋을까요?]]


[[제 사견을 말씀드리자면, 굳이 알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음...]]


[[결정을 내리기 힘든 모양이시군요. 전 계약자를 만나 보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라야를요? 그럴 생각이긴 했는데...]]


[[마누아라는 여성이 전 계약자와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 몰라 망설이고 있지 않으십니까.]]


[[맞아요. 라야에게 마누아라는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라면...]]


정호기는 가젠을 바라보았다.


[[가젠은, 제가 라야를 만나지 않고, 마누아에게 알리지 않으시길 바라시나요?]]


[[사사로운 의견이었을 뿐입니다. 저는 언제나 정호기의 뜻을 우선해 따르고자 합니다.

전 계약자를 만나보고자 하시지 않습니까. 그녀를 만나보십시오.]]


[[살면서 이렇게까지 제 의견을 존중받아본 일이 없었는데...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부족해서 그런가.]]


[[저는,]]


무언가 더 이어질 말이 있을 것 같은데, 있어야만 할 것 같은데 가젠은 더 이상 뜻을 전해오지 않았다. 가젠은 말없이 정호기만 바라보았다. 정호기는 가젠의 말을 기다리며 한참 동안을 가젠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루올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었다.


”안에서는 무슨 대화를 나누셨어요? 꽤 심각해 보이던데.“


”심각해 보였다고? 심각한 이야기는 안 했는데. 그냥. 네 동료에게 용병 등록 절차에 대해 말해줬을 뿐이야. 주의할 점이라든지, 뭐 이런 자질구레한 이야기도 같이.“


”그럼 그냥 그게 루올의 평소 얼굴이었어요?“


”왜?“


”가젠만큼이나 말 붙이기 힘들어 보여서요. 하나도 살가워 보이지 않던걸요.“


”살가울 필요가 없었으니까. 필요도 없는데 뭣 하러.“


”그보다, 일은 잘됐어요?“


”대충. 이젠 네 동료에게 달렸지. 일이 잘될지 아닌지는.“


루올은 말을 끝내려다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아. 모르나? 대충 알려 주자면, 간단한 서류 제출 접수는 마쳤고. 이젠 간단한 입단 시험을 치를 거야.

쉽게 말하면 용병으로서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살펴서 쓸만한 놈들을 추려내고, 추려낸 놈들을 묶어 의뢰를 완수하게 하는 거지.“


”잘 될까요?“


”안 되면 이상하지. 알잖아?“


”그렇기는 해요.“


”나무패를 취득하는 건 무-척 까지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쉬운 편이니까. 별일 없을 거야.“


”그렇죠. 무려 신의 사도신데요. 그냥 제가 쓸데없이 걱정이 많아서 그래요.“


”그보다, 그동안 할 거 없으면... 아. 그랬지.“


”네?“


”돈도 벌 겸 의뢰라도 받자고 할 셈이었는데, 넌 라야가 아니니까.“


”아... 하하.“


”나라도 한 탕 뛰어 볼까.“


”어차피 가젠이 용병 자격을 취득할 때까지는 이곳에 발이 묶여 있어야 하니까, 그동안은 마음대로 행동하셔도 괜찮아요.“


”그리고 버려두고 가게?“


”그건 저희 의도로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니까요.“


”어쨌건 한 번 벌어진 일이 두 번이라고?“


루올이 픽 웃더니 물었다.


”이번에 같은 일이 벌어지면 찾으러 올 거야?“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라면요.“


”네 계획에 여전히 나는 들어있지 않은 거지, 그렇지?“


루올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럼 악착같이 붙어있어야지. 아쉬운 쪽은 나니까...“


하지만 말을 마칠 때쯤 루올의 얼굴은 무척 쓸쓸해 보였다. 정호기는 루올의 속내를 읽기 위해 루올의 얼굴을 주의깊게 들여다보았지만 루올의 속내를 읽을 수는 없었다.


작가의말

생각해 보니 나이를 먹어가면서 칭찬받아본 일이 없어요. 누가 숨쉬고만 있어도 숨 잘 쉬었다고 칭찬해줬으면...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뭘 하든 참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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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한 독자님의 의견을 반영해 전체적으로 조금 수정하였습니다. 20.04.18 88 0 -
13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8) 22.10.23 10 0 9쪽
13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7) 22.10.13 12 0 4쪽
13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6) 22.10.09 15 0 13쪽
12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5) 22.09.18 14 0 9쪽
12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4) 22.09.04 14 0 6쪽
12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3) 22.08.21 14 0 6쪽
12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2) 22.08.07 14 0 8쪽
12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1) 22.07.31 14 0 6쪽
12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0) 22.07.24 12 0 6쪽
12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9) 22.07.17 18 1 7쪽
12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8) 22.07.03 14 0 7쪽
12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26 16 0 9쪽
12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12 15 0 8쪽
11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6) 22.06.05 18 0 7쪽
11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5) 22.05.29 24 0 9쪽
11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4) 22.04.29 17 0 7쪽
11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3) 22.04.27 17 0 5쪽
11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2) 22.04.20 16 0 7쪽
11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1) 22.04.03 29 0 10쪽
11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0) 22.04.02 31 0 12쪽
11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9) 22.03.13 21 0 5쪽
11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8) 22.03.06 19 0 7쪽
11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7) 22.02.27 19 0 8쪽
10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6) 22.02.20 22 0 10쪽
10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5) 22.02.06 16 0 8쪽
10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4) 22.02.01 18 0 11쪽
10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3) 22.01.23 18 0 6쪽
10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2) 22.01.16 17 0 7쪽
10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1) 22.01.09 21 0 6쪽
10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0) 21.12.19 17 0 6쪽
»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9) 21.12.12 20 0 9쪽
10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8) 21.12.05 19 0 10쪽
10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7) 21.11.28 19 0 10쪽
9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6) 21.11.21 25 0 12쪽
9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5) 21.11.07 17 0 10쪽
9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4) 21.10.31 23 0 9쪽
9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3) 21.10.24 16 0 9쪽
9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2) 21.10.17 24 1 8쪽
9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1) 21.10.11 30 0 7쪽
9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0) 21.10.03 23 0 8쪽
9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9) 21.09.26 15 0 9쪽
9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8) 21.09.19 29 0 7쪽
9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7) 21.09.12 24 1 9쪽
8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6) 21.09.05 31 1 8쪽
8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5) 21.08.22 1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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