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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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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03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1.10.17 20:01
조회
23
추천
1
글자
8쪽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2)

DUMMY

정호기는 문득 시야가 어둑해지는 것을 느꼈다. 눈, 혹은 비라도 오려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정호기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든 청년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을 목격했다.


”응?“


고개를 갸웃한 정호기가 청년을 따라 고개를 쳐드려는 순간이었다.


”왕자님!“


비명 같은 누군가의 부름이 들렸다.


- 콰쾅!


”꺄악!“


”으아아악!“


”!“


일순간 닥쳐온 강한 뒤흔들림과 귀가 먹을 것만 같은 엄청난 소음, 시야를 가리는 흙먼지.

바닥에 엎드러진 정호기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아무것도 보이는 것은 없었다.


”흐윽, 흐아악...“


”사, 살려주세요...“


”무...무슨...“


운석이라도 떨어졌나? 그러나, 흙먼지 사이로 드러난 것은...


”.....이카로스?“


정호기는 오래 전 읽었던 신화 속의 인물을 입에 올렸다. 그랬다. 흙먼지가 조금 걷히고 드러난 것은 신화 속의 인물을 저절로 떠올리게 할 만한 모습이었다.

무슨 수로 만들었는지 거대한 두 장의 선홍빛 날개를 달고 있는 남자는 한 쪽 날개를 접었다 폈는데, 그 움직임이 몹시 부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까, 생명체의 움직임이 아니라,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의 동작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 콰장창!


”에드윈!“


정호기는 기겁했다. 꿈에서 항상 보았던 청년이 왕자라면, 항상 곁을 지키고 있었기에 왕자의 호위쯤으로 추측되는 남자는 어깨 위로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청년, 아니 왕자는 피와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망연히 망자의 이름을 불렀다.


”왕자님! 피하셔야 합니다!“


그의 호위는 하나뿐이 아니었는지 다른 호위 여럿이 다급하게 왕자 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정호기는 그 때, 소름끼치는 웃음소리를 듣고 날개인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크으흐하하핫! 이렇게 즐거울 데가!“


정호기는 검붉은 로브를 뒤집어쓴 날개인간을 바라보았다. 날개인간은 뜬 채로 날갯짓했는데,


- 후웅!


정호기는 심상치 않은 바람에 눈을 부릅떴다.


”무슨, 날개가!“


날개가 컸다고 이해할 만한 수준의 바람이 아니었다. 성인 남성이 휘청거릴 만큼 위협적인 바람이었다.


”무엇으로 만들어서?“


그러나 날개괴물은 대답하는 대신 시험해보듯 두어 번 날갯짓하더니 날개를 휘둘러 바닥을 내리쳤다. 그러자,


- 쾅! 콰장창!


정호기는 저것이 일반적인 날개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날개인간이 길고 커다란 날개를 휘두르자 놀랍게도 바닥이 이기는 게 아니라 날개가 이겼다. 정호기는 방금 전의 충격이 저 날개 때문에 비롯되었음을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마치, 중장비로 충격을 주는 것처럼 강한 충격에 깨지고 으스러지며 파편을 뱉어 내는 바닥을 바라보는 정호기의 얼굴에는 점점 핏기가 가셨다. 계속되는 뒤흔들림에 속이 울렁거렸다.


‘저것도 괴물인가?’


정호기는 날개 곳곳에 박혀 있는 빛나는 붉은 보석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젠 아주 익숙해져 버린 보석, 괴물의 심장...


‘하지만... 지금까지 봐 왔던 괴물과는 형태가 다른데? 검붉은 통옷을 뒤집어쓴 자들은 괴물이 아니라, 괴물을 조종하던 자들이 아니었나?’


- 후우웅!


정호기는 날개소리가 아니라, 숫제 예리한 날붙이로 허공을 가르는 소리를 듣고 기겁했다. 날개를 휘두르자 썰려 나가는 사람들을 보고는 입을 틀어막았다. 비명소리에 귀가 멍멍해졌다. 아직 숨이 붙어있는 사람들의 처참한 비명소리가 점차 잦아들었다.


”....우욱...“


저건 흉기였다. 정호기는 왕자 측을 바라보았다. 왕자는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지 피에 젖은 망연한 얼굴로 호위에게 끌려 물러나고 있었다.


”흐아압!“


그 때였다. 왕자의 호위 하나가 비장한 얼굴로 검을 치켜든 채로 괴물의 날개를 공격했다.


- 까앙!


”저게... 날개...와 쇠붙이가 부딪혔을 때 날 수 있는 소리인가?“


호위는 같은 생각이었는지 저릿저릿한 충격을 견디며 망연한 얼굴로 검과 날개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비웃듯 날개를 휘둘렀고, 호위는 간신히 검으로 막아내긴 했지만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멀리 날아가 나동그라졌다.


‘저게 괴물이라면...’


정호기는 이를 악물었다. 지성을 가진 괴물.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괴물...


”어딜?“


”!“


왕자의 호위는 드리워진 그림자를 보고 황급히 왕자를 밀쳐내고 검을 치켜들어 괴물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예상보다 더한, 바위를 내려치는듯한 충격에 검을 놓치고 저 멀리로 나동그라졌다.


”크으윽!“


- 콰직


”크아악!“


괴물은 이 상황이 재미있는지 큭큭큭 웃음을 흘리며 나동그라진 호위가 몸을 일으키려 하자 호위에게 다가가 날개 끝으로 호위를 내리찍었다. 호위의 한 팔이 으스러졌고, 정호기는 정말 토할 것만 같았다.


”왕자님!“


저 멀리서 소리가 들려왔다. 정호기는 시선을 돌렸다. 걸레짝이 된 몰골로 호위가 달려오며 소리치고 있었다.


”아주, 조금, 만... 버텨주십시오! 어서, 가능, 한 한... 조금, 이라도 멀, 리 몸을, 피하십시오!“


- 카앙! 카앙!


호위는 자신의 숨이 끊어지더라도 괴물의 공격 수단을 없애려는 모양인지 이를 악물고 실핏줄이 터져 시뻘게진 눈을 한 채, 성한 팔로 단검을 쥐고 몇 번 날개를 내리찍어 보았지만 흠집도 나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 스으으...


괴물이 날개를 천천히 거두어 올리자 호위는 온 힘을 다해 이를 사리물고 몸을 반쯤 일으켜, 쥐고 있던 단검을 던졌고, 그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괴물이 날개를 접어 몸을 감싼 것이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정호기는 기가 막힌 얼굴로 중얼거렸다.


”...날갯짓, 필요 없는 거였어? 날갯짓 안 해도 떠 있을 수 있던 거야?“


그랬다. 괴물은 한쪽 날개는 접어 몸을 감싸고, 한쪽 날개는 반쯤 편 채로 멈춰 있었으나 분명히 허공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리고 호위는 에드윈과 운명을 같이했다.


”허억, 허억.“


정호기는 달려가는 왕자를 보았다. 이 끔찍한 광경을 더는 보기 싫었던 정호기도 왕자를 따라 달렸다.


- 탁탁탁탁


- 카앙! 카앙! 쿵! 콰쾅!


달리는 왕자의 머리카락이 어느 순간 금빛으로 물들었다. 왕자는 공포 때문인지, 숨이 차는 건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입술을 문 채 달렸다. 정호기도 왕자처럼 달렸다. 정호기는 이곳에 있지만 이곳에 있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왕자처럼 목숨을 걸고 달릴 필요가 없었지만, 정호기는 같이 쫓기는 사람처럼 왕자와 함께 달렸다.


- 스으으...


정호기는 어둑해지는 시야에 절망했다. 먹구름이 낀 것처럼 그림자가 두 사람에게 내려앉았다.


- 콰앙!


”....으?“


정호기는 눈을 질끈 감았지만 들려오지 않는 왕자의 비명소리에 의아함을 느끼며 눈을 조심스레 떴다. 그러자 드러난 것은...


”마법?“


- 콰장창...


유리가 깨진 것 같았다. 왕자의 주변으로 하얗게 반짝거리며 부스러지다, 이내 반짝거리며 사라져버리는 조각들을 바라보던 정호기는 가젠의 마법을 떠올렸다.


”왕자가 마법사인가? 아니, 마법사라면... 진작 마법을 썼겠지.“


”...쥐새끼처럼 주렁주렁 달아 두었구나!“


”아무래도 왕자니만큼, 보험을 몇 개 들어두었나 보군.“


왕자는 입술을 물고 말없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 쾅!


”아무것도 날 막을 수는 없다! 하등한 생물들아!“


‘날개 두 짝 달았다고 자신을 인간보다 고등한 생명체로 여기는 건가?’


정호기는 기가 찼다.


‘저건 괴물이 틀림없군...’


작가의말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여름에 가까울 만큼 덥더니 갑자기 겨울 날씨가 되어버렸군요... 가을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다들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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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한 독자님의 의견을 반영해 전체적으로 조금 수정하였습니다. 20.04.18 87 0 -
13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8) 22.10.23 10 0 9쪽
13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7) 22.10.13 12 0 4쪽
13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6) 22.10.09 15 0 13쪽
12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5) 22.09.18 14 0 9쪽
12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4) 22.09.04 14 0 6쪽
12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3) 22.08.21 14 0 6쪽
12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2) 22.08.07 14 0 8쪽
12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1) 22.07.31 14 0 6쪽
12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0) 22.07.24 12 0 6쪽
12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9) 22.07.17 17 1 7쪽
12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8) 22.07.03 14 0 7쪽
12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26 16 0 9쪽
12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12 15 0 8쪽
11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6) 22.06.05 18 0 7쪽
11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5) 22.05.29 24 0 9쪽
11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4) 22.04.29 17 0 7쪽
11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3) 22.04.27 16 0 5쪽
11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2) 22.04.20 15 0 7쪽
11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1) 22.04.03 29 0 10쪽
11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0) 22.04.02 31 0 12쪽
11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9) 22.03.13 21 0 5쪽
11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8) 22.03.06 19 0 7쪽
11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7) 22.02.27 18 0 8쪽
10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6) 22.02.20 22 0 10쪽
10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5) 22.02.06 16 0 8쪽
10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4) 22.02.01 1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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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2) 22.01.16 1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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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9) 21.12.12 19 0 9쪽
10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8) 21.12.05 19 0 10쪽
10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7) 21.11.28 19 0 10쪽
9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6) 21.11.21 25 0 12쪽
9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5) 21.11.07 17 0 10쪽
9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4) 21.10.31 22 0 9쪽
9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3) 21.10.24 16 0 9쪽
»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2) 21.10.17 24 1 8쪽
9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1) 21.10.11 30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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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8) 21.09.19 29 0 7쪽
9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7) 21.09.12 24 1 9쪽
8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6) 21.09.05 31 1 8쪽
8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5) 21.08.22 1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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