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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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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12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2.07.31 22:51
조회
14
추천
0
글자
6쪽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1)

DUMMY

* * *



- 치링


’이번엔 또 뭐지?‘


- 치링, 칭.


’꿈인가? ...라야의 꿈은 아닌 것 같은데.‘


눈을 뜨기도 전에 인식된 것은, 혹독한 추위와 맑고 청명한 소리였다. 정호기는 눈을 떴다.

...눈뜬 공간은, 온통 새하얀 설원이었다.


- 차랑, 치링.


”.....아.“


정호기는 눈밭에 가만히 선, 눈만큼이나 새하얀 사람을 보았다.

무척이나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아름답지만 보온 능력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얇디얇은 하이얀 예복을 갖춰 입은 여자는, 얼음처럼 차가운 무표정으로 어딘가를 응시할 뿐이었다.


칼타스도 분명, 온난한 동네는 아니었지만, 어딘지 모를 이곳만큼 춥지는 않았다. 정호기는 살이 베일 듯한 차디차고 날카로운 바람에 덜덜 떨며, 바람에 나부끼는 여자의 옷 장식을 바라보았다.


’내가 들은 것은 아마, 저 옷 장식 소리였나 보네.‘


정호기는 덜덜 떨며 여자를 바라보았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춥지도 않은가?‘


여자의 하나로 땋아 늘어뜨린 기다란 하얀 머리칼이 바람에 나부꼈다.


”어?“


정호기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라야의 하얀 머리카락과 같이, 단순한 하얀 머리카락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분명 반짝거리고 있었다.


”...시나..세타?“


정호기는 잊혀진 일족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그러자, 그녀가 부름을 들은 것처럼 돌아섰고, 정호기는 소스라치게 놀라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성녀님.“


”...성녀(聖女)?“


’성녀라고?‘


그것이, 눈앞의 그녀를 지칭하는 단어인가? 정호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고정관념일지도 모르겠으나, 정호기가 생각하는 성녀의 이미지는 눈앞의 인물과는 전혀 달랐다.

햇볕처럼 따뜻하고 온화한 자애(慈愛)의 화신. 그러나 눈앞의 여성은 온기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 그녀는 얼음으로 이루어진, 잘 벼려진 칼날 같았다.


- 반짝.


그녀의 눈동자가 신비롭게 빛났다. 그녀의 눈동자를 홀린 듯 바라보던 정호기가 고개를 갸웃했다.


’성녀...? 시나세타는 높으신 님네들의 희귀한 수집품으로 전락했다고 하지 않았나?

아.‘


정호기는 고개를 기울였다.


’눈앞의 성녀라고 불리우는 존재가, 예외인가?

그래, 상식적으로 마법사가 희귀한 동네에서 마법사는 극진한 대우를 받아야 마땅하지.

수집품 취급을 받을 게 아니라.‘


”형평의 구도자시여.“


그녀는 대답 없이 차게 웃었다. 보는 사람이 섬뜩해질 만큼 차게 웃은 그녀는 물었다.


”그래. 내가 나설 일이 생긴 모양이지.“


그녀와는 다르게, 온몸을 꽁꽁 싸매 눈사람처럼 보이는 자가 고개를 조아렸다. 그 극명한 차이가 그녀를 더욱 비현실적인 존재로 보이게 했다.


그녀가 한 발짝, 한 발짝 느릿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치링. 치링. 그녀의 옷에 달린 장식이 맑고 아름다운 소리를 냈다.


”우리의 절대적이고 완전한 믿음을 위해서.“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거친 바람에 그녀의 옷자락과 머리카락이 거칠게 나부꼈다.


”오늘은 날이 좋군.“


’이 날씨가?‘


정호기가 넋 나간 얼굴로 성녀를 바라보고 있을 때, 눈앞의 풍경이 점차 흐릿하게 변해갔다.


’꿈...인가?‘


정호기는 시야가 흐려지는 것을 느끼며 생각했다.


’꿈이 아니라, 누군가가 내게 일부러 보여주는 거라면...

시나세타는 세계 멸망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거지?‘


’도저히 모르겠어...‘


시야가 점차 흐려지고, 의식도 점차 흐려졌다. 정호기는 저항하지 못한 채로 눈을 감았다.



* * *



...왕자님과의 재회는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왕자는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광장에 나타났다.


”안녕하십니까, 아가... 아니.“


왕자가 머뭇대자, 정호기는 잠시 고민하다 이름을 밝혔다.


”정호기입니다. 호기라고 불러주세요.“


”호기. 다시 만나 뵙게 되어 무척 영광입니다.“


”별말씀을요. 저야말로 영광이지요.“


”루시예인입니다. 성은 아실 테니, 생략하겠습니다.“


”...?“


정호기는 눈을 크게 뜨고 왕자를 바라보았다.


”루스라고 불러 주십시오.“


”그...“


정호기는 머뭇대며 물었다. 왕자는 빠르게 눈치채고 사람 좋은 얼굴로 웃어 보였다.


”은인에게 허락하지 못할 만큼 무거운 이름은 아닙니다. 편하게 불러 주세요.“


”알겠습니다. ...루스 님.“


”그냥 루스라고 부르셔도 됩니다만, 그쪽이 편하시다면 어쩔 수 없지요. 모쪼록 편한 대로 부르십시오.“


루시예인은 가젠을 바라보더니 물었다.


”이방인께서는?“


”가젠입니다.“


”멋진 이름들이군요.“


”많이 이질적인가요?“


”그렇게까지 이질적인 편은 아닙니다.“


정호기는 에드윈을 바라보았다. 에드윈은 이전과 달리 조금 더 가까이에서, 조금 더 노골적으로 경계하고 있었다.


”루스 님의 동료분께는 잘 말씀드렸나요?“


”예. 제 능력껏 설명했지요.“


왕자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러나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나 보더군요. 그도 저처럼, 평탄한 길을 걸어오지 않았던지라.“


루시예인이 속삭였다. 의심하지 않으면 죽는 겁니다.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정호기는 과거의 루시예인과 에드윈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라도, 그 입장이었더라면 의심했을 거예요.“


작가의말

작중 등장인물 중 왕자의 이름과 호위기사의 이름이 제일 착착 붙네요
훨씬 더 고민해서 지은 건 정호기/가젠/그라플로/라야/시나세타/기타등등인데
루시예인과 에드윈은 별로 고민해서 지은 이름이 아닌데 제일 맘에 듭니다.
참고로 루시예인은 광명의 신 루에서 착안한 이름입니다.
루시 엗윈엗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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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한 독자님의 의견을 반영해 전체적으로 조금 수정하였습니다. 20.04.18 88 0 -
13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8) 22.10.23 10 0 9쪽
13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7) 22.10.13 12 0 4쪽
13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6) 22.10.09 15 0 13쪽
12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5) 22.09.18 14 0 9쪽
12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4) 22.09.04 14 0 6쪽
12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3) 22.08.21 14 0 6쪽
12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2) 22.08.07 14 0 8쪽
»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1) 22.07.31 15 0 6쪽
12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0) 22.07.24 12 0 6쪽
12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9) 22.07.17 18 1 7쪽
12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8) 22.07.03 14 0 7쪽
12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26 16 0 9쪽
12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12 15 0 8쪽
11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6) 22.06.05 18 0 7쪽
11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5) 22.05.29 24 0 9쪽
11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4) 22.04.29 17 0 7쪽
11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3) 22.04.27 17 0 5쪽
11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2) 22.04.20 16 0 7쪽
11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1) 22.04.03 29 0 10쪽
11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0) 22.04.02 31 0 12쪽
11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9) 22.03.13 21 0 5쪽
11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8) 22.03.06 19 0 7쪽
11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7) 22.02.27 19 0 8쪽
10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6) 22.02.20 22 0 10쪽
10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5) 22.02.06 16 0 8쪽
10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4) 22.02.01 18 0 11쪽
10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3) 22.01.23 18 0 6쪽
10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2) 22.01.16 17 0 7쪽
10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1) 22.01.09 21 0 6쪽
10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0) 21.12.19 17 0 6쪽
10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9) 21.12.12 20 0 9쪽
10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8) 21.12.05 19 0 10쪽
10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7) 21.11.28 19 0 10쪽
9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6) 21.11.21 25 0 12쪽
9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5) 21.11.07 17 0 10쪽
9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4) 21.10.31 23 0 9쪽
9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3) 21.10.24 16 0 9쪽
9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2) 21.10.17 24 1 8쪽
9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1) 21.10.11 30 0 7쪽
9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0) 21.10.03 23 0 8쪽
9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9) 21.09.26 15 0 9쪽
9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8) 21.09.19 29 0 7쪽
9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7) 21.09.12 24 1 9쪽
8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6) 21.09.05 31 1 8쪽
8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5) 21.08.22 1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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