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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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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22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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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0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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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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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4)

DUMMY

”함께할지도 모른다고?“


”맞아요.“


”라야가 그걸 원했어? 네가 갑자기 모르는 사람을 동료로 들이고자 했을 리는 없고, 목석같은 네 동료가 그랬을 리는 더더욱 없으니까.“


”식사하면서 이야기하실까요?“


”내가 들어도 되는 이야기야?“


”그럼요. 루올도 지금은 우리 동료잖아요.“


루올이 픽 웃었다. 두 사람은 아래로 함께 내려갔다.


*


- 달그락


아래로 내려가서 함께 이야기하자고 했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식사가 나오고 한참을 지나서야 느지막하고도 갑작스럽게 시작되었다.


”라야가 무엇을 바라고 계시는지, 정확히 알고 계시나요?“


루올은 고개를 저었다.


”정확히는 몰라.“


루올이 턱을 괸 채로 비스듬히 정호기를 바라보았다.


”내가 아는 건 라야가 쥔 저울이 항상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것뿐이야.“


루올이 쓸쓸하게 중얼거렸다.


”라야는 이 세계를 사랑한다고 했지?“


루올의 물음에 정호기가 긍정하자 루올이 쓰게 웃었다.


”아하. 그래서.“


조금 침묵하던 루올이 물었다.


”라야는 계약의 대가로서 네게 몸을 빌려주고 있다고... 했지?“


”맞아요.“


”라야가 맺은 계약이라는 건, 이 세계와 관련된 어떤 것이고?“


정호기가 움찔하자 루올이 픽 웃었다.


”이래 보여도 용병 일 하면서 밥 벌어먹고는 살잖아. 그 정도 눈치는 있어야지.“


정호기는 티나지 않게 몸을 조금 붙이며 은밀히 물었다.


”라야의 악몽을 아세요?“


”조금은.“


”라야의 악몽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항상 같았어요.“


루올은 눈을 조금 크게 떴다가 고개를 저었다.


”무슨 꿈인데?“


”모든 것이 불타는 이 땅에 살아있는 생명체라고는 광신도들과 괴물들만 남는 꿈이요.“


”...내가 이런 걸 들어도 되는 거야?“


”그럼요.“


정호기가 루올의 눈을 올곧게 바라보았다. 루올의 눈에 어렴풋이 자신이 뒤집어쓴 라야의 상이 비쳤다.


”루올은 저희가 어딜 가든 함께하실 거잖아요. 제가 잠시 빌린, 이 몸의 주인을 위해서요.“


”당연하지.“


정호기는 팔짱을 끼고 있는 루올을 바라보고 눈짓했다. 루올은 망설임 없이 일어섰고, 정호기도 일어섰다.


- 삐걱.


정호기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루올은 창가 옆 벽에 기댄 채 정호기를 바라보았다.


”어디서부터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 말솜씨는 없지만, 최대한 차근차근히 말씀드릴게요.

라야는 가젠에게 소원을 빌었어요. 불길한 꿈을 꾸어 불안하니, 꿈이 현실이 되지 않게 지켜봐 달라고요.“


루올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얼굴을 찌그러뜨렸다.


”계약의 대가로 제가 왔고 라야는 계약의 대가로서 몸을 제게 빌려주고 스스로는 음...“


정호기는 가슴께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깊숙한 곳에 잠들어계셨던 것 같아요.“


루올은 가만히 정호기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정호기는 조용히 말했다.


”저는 하나의 이야기, 하나의 책으로서 가젠과, 그라플로의 이야기를 접했어요. 저는 두 사람에게 이입되었고 이왕 다른 곳으로 도망치는 거라면, 두 사람을 직접 보고 싶었어요. 저는 그렇게 표면적으로는 다른 곳을 여행하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고, 실질적으로는 그라플로를 만나기로 했어요.“


루올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물었다.


”그럼 네가 찾는 게 물건이 아니라 그, 사람이야?“


”네. 그렇죠.“


”라야가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것도 알고 계시나요?“


”능력?“


”잠깐만 손을 빌려주시겠어요?“


루올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잠자코 다가와 정호기의 손 위에 손을 얹었고, 세상이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정호기는 회색빛 세계에서 회색빛으로 굳어 있는 루올을 깨웠다. 깨어난 루올은 겁에 질린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라야가 운이 좋다고 말씀하셨었죠. 저는 처음에 그 소리가 무슨 소리인 줄 몰랐어요.“


”무슨 소리야? 갑자기, 여긴, 뭐고?“


”라야는 운이 좋았던 게 아니에요. 다만 남들은 보지 못하는 특별한 것들을 보았죠.“


정호기는 시야로 팔랑거리며 날아오는 푸른 나비를 보며 말했다.


”이번엔 뭐가 보일지 모르겠네요.“


루올은 시야를 어지럽히는 푸른 나비에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그리고 점점 나비가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아지자 당황해 소리 질렀다.


”이 나비는 다 뭐야?“


”이게 라야의 ‘행운’이에요.“


”?!“


”정확히 말하자면 라야의 특별한 힘이에요.“


푸른 나비가 두 사람을 뒤덮고, 나비들은 루올의 비명까지 삼켜버렸다.


- 팔랑.


”뭐, 뭐야?“


”어?“


- 쿵! 쿵!


두 사람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지축이 뒤흔들리는 강한 진동에 중심을 잃고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뭐야?!“


- 키이이이이익! 키이이이이익!


”?!“


정호기는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온갖 소음들을 뚫고 고막까지 또렷하고 온전하게 도달한 날카로운 소음에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


”이게 뭐야?“


”저도 몰라요!“


- 휘이이이이


정호기와 루올은 갑자기 훅 끼쳐오는 강한 바람에 정신 차릴 새도 없이 뒤로 밀려 굴러갔다.


‘도대체 이번엔 또 뭐지?’


- 키이이이이이이!!!


정호기는 머리가 깨질 만큼 날카롭고 뾰족한 소음에 눈살을 찌푸린 채로 귀를 틀어막았다.


‘저 소리는...?’


정호기는 소음이 어쩐지 낯이 익다고 생각했다. 날카로운 소리와 거센 바람이 잦아들자 정호기는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주변을 살펴보았다.

주변은 아수라장이었다.


”이건...“


- 콰앙!


”어서 방어막을 전개해!“


”랑 청람(狼 淸覽)! 7시 방향, 7시 방향입니다!“


”랑, 모두 들었지! 7시 화력 집중!“


정호기는 그 아수라장 가운데 어떠한 존재에 시선을 빼앗겨 감히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릴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멍하니 그 거대한 존재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저건 또 뭐야? 저것도... 괴물...이야?“


”....아닌 것 같.. 아니, 저도 잘...“


‘저건 뭐지?’


정호기는 눈처럼 하얗게 반짝거리는 거대하고 위압적인 생명체를 우러러보았다. 그것의 생김새는 분명 ‘새’였지만, 정호기는 살면서 저렇게 크고 반짝거리는 하얀 새를 본 일이 없었다.


”영물(靈物)...?“


정호기는 단 한 번도 영물이라는 걸 본 적이 없지만, 정말로 영물이란 게 있다면, 눈앞의 생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저게 괴물일까요? 괴물 같지는 않은...“


”주변을 닥치는 대로 부수고 있는데?!“


”그런가요? 생김새만 그럴듯한 걸까요?!“


- 키이이이이이이이이!!!!


”으윽!“


정호기는 귀를 틀어막았다. 정호기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소리 질렀다.


”제가 새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어!“


”화 난 것 같지 않아요?“


”난 미쳐있는 거 같은데!“


- 키이이이이이이익!


”그게 조금 더 설득력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


루올은 다급한 얼굴로 물었다.


”그보다 이게 보는 거라고?“


”맞아요!“


”언제까지 ...보는 건데?“


”나비가 원하는 만큼이요!“


루올이 황당한 얼굴로 정호기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눈앞의 거대한 새가 공격적으로 날갯짓했고, 정호기와 루올은 볼썽사납게 바람에 떠밀려 바닥을 굴렀다.


”저주받을 약탈자의 후손들이여! 겁박과 볼모로 비롯된 거짓된 계약은 이제 깨졌으니!“


”말도 해?“


루올은 기가 막힌 얼굴로 정호기를 바라보았고 정호기는 대꾸했다.


”설탕보다 잘하는데요?“


‘진짜로 영물인가?’


생각하던 정호기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보다 무슨 소리지?’


”우린 더 이상 너희의 방패가 아닐 것이다!“


”도대체 무슨 소리야?“


”저도 모르겠는데요?“


정호기는 주변을 살폈으나 이름 모를 그들도 당황스러워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 팔랑.


정호기는 날아오는 나비를 보고 얼굴을 구겼다.


”여기까진가 보네요.“


”무슨 소리야?“


”처음으로 나비가 나타나면, 시작되는 거고, 두 번째로 나비가 나타나면, 끝이라는 이야기거든요. 여기까지만 보여주겠다는 소리예요.“


- 팔랑. 팔랑.


”도대체 어디서 날아오는 거야?“


”소용없어요.“


정호기는 달라붙는 나비를 떼어내기 위해 팔을 휘두르는 루올을 바라보며 말했다.


”물리적인 존재는 아닌 것 같거든요.“


”어?!“


루올이 당황하거나 말거나, 어디선가 날아온 나비들은 두 사람을 덮쳤고, 두 사람은 현실로 돌아왔다.


”.....“


”.......“


두 사람은 한참 동안을 침묵했다. 무거운 침묵을 깬 것은 루올이었다.


”뭐였어?“


”말씀드렸잖아요. 라야의 행운이라고. 라야가 가진 특별한 힘이라고요.“


”.......“


정호기는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짐작하건대, 붉은색 나비는 미래를, 푸른색 나비는 과거를 보여주는 것 같더라고요.“


”........“


루올은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더니 떠듬떠듬 말했다.


”그러면... 과거를 보고, 미래를 보면... 지금까지 운이 좋아 보였던 건... 그래서...“


루올은 이마를 짚은 채 비틀거렸다. 정호기는 말없이 곁에 앉을 것을 권했고, 루올은 거절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방금 본 건 뭐야?“


”저도 모르겠어요. 단서가 너무 부족해서.“


정호기는 고개를 기울였다.


”...어?“


”왜 그래?“


”루올도 아까 보셨죠? 그, 새 말이에요.“


”...그거? 봤...지?“


”이 동네엔 그렇게 하얗고 반짝거리는 새가 흔한가요? 크기는 저렇게 크지 않더라도 말이에요.“


”아니, 그럴 리가... 하얀 새는 있을법하지만 그렇게 보석처럼 반짝이는 새는 한 번도 보지 못했고, 들은 적도 없어.“


”그렇죠...?“


정호기는 고개를 기울였다.


”근데 루올. 제가 예전에 체모가 하얗게 반짝거리는 사람에 대해 여쭤본 적 있었죠?“


”어...?“


루올이 의아한 얼굴로 정호기를 바라보았다.


”방금 본 새도 그랬었지?“


”맞아요. 그 사람처럼 하얗게 반짝거렸어요...“


”뭐? 그런 사람을 직접 봤단 말이야?“


”나비가 보여줬었어요.“


”......“


조금 침묵하던 루올이 말했다.


”나 지금 머리가 터질 것 같아.“


”네?“


”내가 받아들이기엔 너무... 모르겠다.“


루올은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그건 잠깐 접어 두고, 라야는 이런 걸 보고 있었다는 거잖아, 그걸 보여주려고 했던 것 맞지?“


”맞아요.“


정호기는 자세를 바로 했다. 하던 이야기를 마저 끝마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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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수정 관련 기록 (수정 시 갱신) 21.04.12 23 0 -
공지 서재에 가끔 등장인물 그림 올립니다. +2 20.05.18 145 0 -
공지 한 독자님의 의견을 반영해 전체적으로 조금 수정하였습니다. 20.04.18 88 0 -
13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8) 22.10.23 10 0 9쪽
13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7) 22.10.13 12 0 4쪽
13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6) 22.10.09 15 0 13쪽
12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5) 22.09.18 15 0 9쪽
12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4) 22.09.04 14 0 6쪽
12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3) 22.08.21 15 0 6쪽
12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2) 22.08.07 14 0 8쪽
12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1) 22.07.31 15 0 6쪽
12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0) 22.07.24 12 0 6쪽
12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9) 22.07.17 18 1 7쪽
12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8) 22.07.03 14 0 7쪽
12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26 16 0 9쪽
12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12 15 0 8쪽
11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6) 22.06.05 19 0 7쪽
11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5) 22.05.29 25 0 9쪽
11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4) 22.04.29 18 0 7쪽
11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3) 22.04.27 17 0 5쪽
11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2) 22.04.20 16 0 7쪽
11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1) 22.04.03 30 0 10쪽
11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0) 22.04.02 31 0 12쪽
11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9) 22.03.13 21 0 5쪽
11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8) 22.03.06 19 0 7쪽
11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7) 22.02.27 19 0 8쪽
10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6) 22.02.20 22 0 10쪽
10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5) 22.02.06 16 0 8쪽
»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4) 22.02.01 19 0 11쪽
10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3) 22.01.23 19 0 6쪽
10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2) 22.01.16 17 0 7쪽
10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1) 22.01.09 21 0 6쪽
10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0) 21.12.19 17 0 6쪽
10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9) 21.12.12 20 0 9쪽
10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8) 21.12.05 19 0 10쪽
10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7) 21.11.28 20 0 10쪽
9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6) 21.11.21 25 0 12쪽
9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5) 21.11.07 17 0 10쪽
9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4) 21.10.31 23 0 9쪽
9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3) 21.10.24 16 0 9쪽
9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2) 21.10.17 24 1 8쪽
9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1) 21.10.11 30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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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8) 21.09.19 29 0 7쪽
9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7) 21.09.12 24 1 9쪽
8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6) 21.09.05 31 1 8쪽
8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5) 21.08.22 1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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