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7)

”몰라서는 안 될 만큼, 중대한 사안입니까? 우리의 일에 있어서요.“

”.....“

정호기는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루시예인은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정호기는 참담한 얼굴로 고쳐 말했다.

”아니요. 중요합니다. 아주...

루스 님. 정말로, 눈동자가 한순간 붉게 물드는 사람들을 목격한 일이 없으십니까?“

루시예인은 미간을 구기더니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애석하게도, 없습니다. 저는 눈동자가 붉은 사람도, 눈동자가 붉게 변하는 사람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왕자의 호위는 여전히 태연합니다. 그가 표정을 꾸미는 일에 대단한 재능이 있는 게 아니라면, 그도 모르는 일인 듯싶습니다.]]

[[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랍을 섭취한 사람들의 눈동자가 일순간 붉어지는 현상을, 저와 가젠이 함께 똑똑히 목격했잖아요. 그걸, 다른 사람들은 못 본다고요?]]

[[두 사람의 증언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

정호기는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그래. 우리는 확실히 그랍을 섭취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이현상을 목격하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 현상을 목격할 수 있는지는 확인해 보지 못했어.

아니, 그런데... 가젠과 나만 그 현상을 목격했다고? 왜지? 우리 두 사람 사이에 공통점은 거의 없는데.

가젠은 마법사고, 나는 아니고... 라야도 아니지.

음... 교집합이 될 만한 건 전혀, 아. 다른 세계에서 건너왔다는 거? 그걸 교집합이라고 볼 수 있을까?’

정호기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굽슬거리는 하얀 머리카락이 스르르 흘러내렸다.

‘계약을 했다는 거? ...그건 라야도 그랬었는데?’

[[그러고 보니, 루올도 그랍에 대해 조금 알고 계셨었죠.]]

[[그에게 묻고자 하십니까.]]

[[네.]]

[[좋은 생각이십니다.]]

[[일단 손댈 수 있는 것부터 손대기로 해요.]]

정호기는 에드윈을 한 번, 루시예인을 한 번 바라보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긴 엄두가 안 나네요.]]

[[정호기의 뜻대로.]]

*

”루올. 루올도 목격하신 적이 없으시다고요?“

”그래.“

”들어본 일도 없으시고요?“

”그렇다니까.“

”으음...“

정호기는 작게 신음을 뱉었다. 루올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루올. 그랍이 뭔진 대충 아시죠?“

”마약이잖아.“

”.....그래요. 마약이죠. 섭취한 사람들의 이성을 흐리고, 마약을 만든 사람의 의도대로 행동하게 하는...

어쨌든, 저희는 그랍을 먹은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이 반응을 목격했어요.“

”그게 한순간 눈이 붉어진다는 그거야?“

루올은 놀랍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랍쟁이와 함께 일해본 적도 있었는데 전혀 그런 건 없었는데?“

”그래요?“

정호기는 가젠을 바라보았다. 잠시 침묵하던 가젠이 조용히 말했다.

”아무나 그 특이 반응을 목격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하긴.“

정호기가 얕게 한숨을 내쉬었다.

”누구나 그 반응을 목격할 수 있다면, 안 됐겠죠. 그는 아무나 원하지 않았고, 자신의 특별한 기적을 바랐으니...“

”무슨 소리야?“

”적절한 조치였다고요.“

”...무슨 소린지.“

”그보다, 어떤 사람들만이 목격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저번에도 생각해봤지만 가젠과 저 사이에는 접점이 거의 없다고 생각해서.“

”다른 세상에서 왔다는 거?“

의외였다. 루올이 말을 보탰다.

”특별한 힘을 가졌다는 거?“

”아. 그러고 보니. 마법은 아니어도, 확실히...“

”....“

”네 동료도 뭔가 짚이는 바가 있는 모양인데.“

”가젠?“

정호기는 가젠을 바라보았다. 침묵하던 가젠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작가의말

그랍 먹은 사람들이 보이는 특이 현상, 약물유해반응을 [적목 현상] 혹은 [적안 현상]이라고 이름붙이려고 했는데 이미 존재하는 용어더라고요? 그래서 걍 관뒀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