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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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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14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2.05.29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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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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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5)

DUMMY

“***** *** **** ** *** *** *** *******.”


“...이번엔 뭘 하신 거예요?”


“아주 좁은 공간에 가뒀다고 생각하십시오.”


정호기는 가젠의 손에서 꿈틀거리는 설탕을 내려다보았다. 설탕은 몸을 움찔거리는 정도로만 움직이는 주제에 기세가 매우 험악했다.

처음에는 미친 듯이 푸드덕거리더니, 점차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가뒀다고?’


정호기는 여전히 꿈틀대는 설탕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가둔 공간이 점점 좁혀져서 움직이지 못하게 된 건가?’


정호기는 아주 좁은 공간에 갇혔다고 생각해보았다. ....몹시 끔찍했고, 설탕의 움직임이 이해가 갔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저희의 행동을 목격한 사람들에게 암시를 덧씌워야겠습니다.”


“설탕은, 제가 들고 있을까요?”


가젠은 무심하게 말했다.


“아니요, 위험합니다. 혹시 모르니 제가 들고 있겠습니다. 정호기는 그곳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네.”


정호기는 돌아선 가젠과 설탕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정호기가 생각에 잠겨 있을 즈음 상황을 정리하고 온 가젠이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아직도 기운이 넘치는 모양입니다.”


정호기는 가젠의 손안에서 움찔대는 설탕을 내려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설탕의 몸부림이 묘하게도 숨이 끊기기 전 온 힘을 다해 헐떡이는 동물들의 움직임을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실상은 전혀 다르게도, 어떻게든 덤벼들기 위해 발악하는 거지만.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모르겠어요. 여태까지 아무렇지도 않다가, 요즘 들어 갑자기, 어?”


설탕이 움직임을 멈추고 발간 눈동자로 정호기를 한 번, 가젠을 한 번 바라보았다.

정호기는 가젠을 바라보았다. 가젠은 눈을 가느스름하게 뜬 채로 설탕을 주시하고 있었다.


“.....”


“.....”


또다. 정호기는 눈앞에 있는 게 자그마한 새가 아니라 사람처럼 느껴졌다. 정호기는 물끄러미 자신을 응시하는 눈동자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설명할 수 없는 위기감이 느껴졌다. 정호기는 온몸의 털이란 털은 모조리 일어서는 것을 느꼈다.


- 픽.


그 순간, 설탕이 쓰러졌다. 정호기는 황급히 설탕에게 손을 뻗었고, 가젠은 말없이 힘을 거둬들였다. 정호기는 축 처져 있는 설탕을 더듬어보며 물었다.


“살아 있나요?!”


“예. 살아 있습니다. 잠시 정신을 잃은 것처럼 보입니다.”


“죽지 않았다니 다행이긴 한데...”


정호기가 복잡한 얼굴로 물었다.


[[아직도 함께 행동하자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신가요?]]


잠시 고민하던 가젠이 대답했다.


[[예. 이 정도의 위협은 제 선에서 충분히 막아 낼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여전히 저는 함께 행동하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야 당연히 그렇기야 하겠지만요.]]


정호기는 고개를 저었다.


[[앞으로 추적도 피하면서, 설탕도 견제하면서...]]


말을 잇던 정호기는 말을 흐리고 물었다.


[[그나저나, 저희를 이끌어주는 초월적인 존재의 뜻대로...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일은 막았는데... 이게 궁극적인 저희의 목표에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네요.

설탕은 쓰러졌고. 왕자님은 사라지셨고. 저희는 쫓기게 되었고. 뭐 딱히 보이는 것도 없고. 여전히 그라플로는 만나지 못했잖아요.]]


[[....]]


[[아무리 생각해봐도 왕자님을 구해낸다고 해서 라야의 꿈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왕자님이 생각보다 엄청 대단한 분이셔서, 왕자님이 세상의 멸망을 막아주시는 건가?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아니, 아닌가.

왕자님이 돌아가시면, 칼타스에 거대한 혼란이 찾아오니, 그 틈을 비집고 그 이상한 괴물들과 광신도들이 창궐하는 거점이 되기 때문일까요?]]


정호기는 머리를 쥐어짜 여러 가지 가정을 끄집어냈다. 하지만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저희가 옳은 길을 가고 있다면 ‘기적의 증거’라는 것도 맞닥뜨려야 했을 텐데... 그런 건 보지도 못했고...]]


끙끙 앓던 정호기는 가젠을 보았다.


[[이번에도 그럴까요?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일까요? 기다릴 수밖에는 없는 문제일까요?]]


[[정호기의 말씀대로, 현재 저희로서는,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는 듯합니다.]]


[[제가 너무 조급했나 봐요.]]


정호기는 조금 고개를 떨구고 손 안에 창백하게 누워 있는 설탕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맞아요. 차분히 기다려봐야겠어요. 많은 일들을 시간이 해결해줬잖아요. 시간이 아니라 저희를 이끄는 어떤 존재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요.

설탕의 상태도 살펴야 하고, 숨죽이며 주변 상황도 살펴봐야 하고. 생각해보니 기다리며 해야 할 일이 많네요.]]


정호기가 웃었다. 가젠이 고개를 끄덕였다.


[[새는 괜찮을 겁니다.]]


[[그런 것도 느껴지세요?]]


[[....새는 정호기께서 생각하시는 것만큼 연약하지 않습니다. 결정을 집어삼키고 보인 반응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곧 깨어날 겁니다.]]


[[그거 다행이네요. 설탕은 저희 길잡이니까요. 어쨌든, 저희는 그라플로를 꼭 만나봐야 하니까...]]


정호기는 열없이 웃었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


정호기는 나비든, 조력자든 간에 누군가가 자신에게 새로운 단서를 보여주리라는 것을 믿었다. 여태까지 항상 그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보여주는 것은 정호기의 예상과는 다른 것들이었다.


여전히 이어지는 악몽과, 새로이 이어지는 악몽. 전자는 그렇다 치고, 후자는...


“...으윽..”


“.......!”


정호기는 입을 막았다. 구역질이 치밀어올랐다.


- 철퍽


사람이 터져나갔다. 그 폭발은 날개 인간의 폭발보다는 규모가 작아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오히려 폭발이 크지 않기에 목격한 사람에게 더욱 큰, 정신적인 충격을 남겼다.

흔적도 남지 않게 폭발한 날개 인간은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지만, 눈앞의 사람은..


“우욱...”


인간이 폭발하면 어떤 형태가 되는지, 결코 알고 싶지 않았던 정호기는 치밀어오르는 구역감을 애써 꾹꾹 내리눌렀다.


“....”


같은 감상이었는지, 왕자는 창백한 얼굴로 에드윈의 부축을 받고 있었다. 정호기는 입을 틀어막은 채로 왕자와 에드윈을 바라보았다. 왕자는 보호 수단 덕에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말끔한 모습이었지만, 왕자의 주변은 아주 처참했다.


“왜?”


정호기는 멍한 얼굴로 물었다.


“왜 왕자님은 이렇게 위협받는 겁니까?”


대답은 없었다.


“그리고 왜 자꾸만 왕자님을 제게 보여주는 겁니까? 왜요?”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우리의 목적은 일치합니까?”


그 순간, 인식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수많은 장면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정호기는 휘청거리다 주저앉았다.


“....”


정호기는 멍한 얼굴로 허공을 응시했다. 정호기는 어느새 아무것도 없는 까만 공간에 홀로 남겨져 있었다.


“당신은 누구죠?”


대답은 없었다. 대답 대신, 서서히 또 다른 장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정호기는 이를 악물었다. 상당히 폭력적인 정보 전달 방식이었다.


이번에 보이는 것은, 역시 왕자였다. 정호기는 떨고 있는 왕자를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에드윈, 에드윈!”


“....예.”


정호기는 충격받은 얼굴로 왕자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왕자의 눈동자는 평소와 달리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랍?”


“에드윈, 자네도, 자네도 들리는가?”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정호기는 참담한 얼굴로 왕자의 붉은 눈을 바라보았다. 왕자는 미친 사람처럼 평화로운 공간에서 귀를 틀어막고 바들바들 떨었다. 정호기는 기시감에 눈을 가늘게 떴다.

분명, 어디선가 저런 모습을 목격했는데.


“에, 에드윈. 지금 당장 돌아가도록 하지. 몸이 좋지 않아. 오늘은 이만 들어가서 쉬어야겠어.”


“....예.”


에드윈은 할 말이 많은 듯 입을 달싹이다 그늘진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정호기는 작게 신음했다.


“....왕.”


그래. 조금 다르긴 해도, 왕의 모습이 꼭 저랬었다.


“에드윈. 가면, 내가 항상 먹던 걸 가져다주겠나?”


“....주인님, 하지만...”


“에드윈... 제발, 부탁이네.”


왕자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던 정호기는 생각했다.


‘도대체.......’


머리가 아팠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다보니 많이 늦었네요. 역시 돈버는 일은 더럽고 추잡하고 고됩니다.... 여러분은 꼭 좋은 직장 근무하시고 적성과 성향에 맞는 좋은 직업 가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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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한 독자님의 의견을 반영해 전체적으로 조금 수정하였습니다. 20.04.18 88 0 -
13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8) 22.10.23 10 0 9쪽
13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7) 22.10.13 12 0 4쪽
13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6) 22.10.09 15 0 13쪽
12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5) 22.09.18 14 0 9쪽
12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4) 22.09.04 14 0 6쪽
12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3) 22.08.21 14 0 6쪽
12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2) 22.08.07 14 0 8쪽
12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1) 22.07.31 15 0 6쪽
12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0) 22.07.24 12 0 6쪽
12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9) 22.07.17 18 1 7쪽
12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8) 22.07.03 14 0 7쪽
12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26 16 0 9쪽
12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12 15 0 8쪽
11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6) 22.06.05 19 0 7쪽
»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5) 22.05.29 25 0 9쪽
11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4) 22.04.29 17 0 7쪽
11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3) 22.04.27 17 0 5쪽
11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2) 22.04.20 16 0 7쪽
11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1) 22.04.03 29 0 10쪽
11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0) 22.04.02 31 0 12쪽
11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9) 22.03.13 21 0 5쪽
11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8) 22.03.06 19 0 7쪽
11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7) 22.02.27 19 0 8쪽
10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6) 22.02.20 22 0 10쪽
10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5) 22.02.06 16 0 8쪽
10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4) 22.02.01 18 0 11쪽
10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3) 22.01.23 18 0 6쪽
10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2) 22.01.16 17 0 7쪽
10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1) 22.01.09 21 0 6쪽
10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0) 21.12.19 17 0 6쪽
10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9) 21.12.12 20 0 9쪽
10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8) 21.12.05 19 0 10쪽
10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7) 21.11.28 19 0 10쪽
9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6) 21.11.21 25 0 12쪽
9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5) 21.11.07 17 0 10쪽
9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4) 21.10.31 23 0 9쪽
9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3) 21.10.24 16 0 9쪽
9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2) 21.10.17 24 1 8쪽
9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1) 21.10.11 30 0 7쪽
9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0) 21.10.03 23 0 8쪽
9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9) 21.09.26 15 0 9쪽
9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8) 21.09.19 29 0 7쪽
9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7) 21.09.12 24 1 9쪽
8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6) 21.09.05 31 1 8쪽
8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5) 21.08.22 1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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