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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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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26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1.12.19 23:07
조회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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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6쪽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0)

DUMMY

루올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럼 악착같이 붙어있어야지. 아쉬운 쪽은 나니까...“


하지만 말을 마칠 때쯤 루올의 얼굴은 무척 쓸쓸해 보였다. 정호기는 루올의 속내를 읽기 위해 루올의 얼굴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았지만 루올의 속내를 읽을 수는 없었다.


*


- 휘익, 착.


정호기는 나른한 얼굴로, 동화를 던졌다 잡아채는 루올을 바라보았다. 동화가 허공으로 치솟았다 루올의 손아귀로 빨려 들어갔다.

정호기는 반복되는 루올의 행동을 지켜보다 어느 순간 스르륵 잠들었다.


- 살랑.


”어?“


정호기는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광경에 무심코 중얼거렸다.


”나무?“


”마음에 드세요?“


”어...네.“


정호기는 솜털같이 하얀 꽃이 돋아난 나무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라야를 닮았네요.“


”색이요?“


”아니, 단순히 그런 얘기는 아니고, 그냥 왠지 모르게...“


”어쨌든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정호기는 몸을 일으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나무에 손을 짚고 기대 하얗게 웃고 있는 라야가 보였다.


”오랜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시 만나뵙게 되어 무척 기뻐요.“


정호기는 그녀가 괜찮아 보여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마주 웃어 보였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만나 뵙고 싶었어요. 라야.“


정호기는 라야에게 마누아를 알고 있는지 바로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라야의 평온해 보이는 얼굴에 목 끝까지 치고 올라오는 말들을 삼키며 라야의 눈치만 보았다. 그러자 라야가 말했다.


”하실 말씀이 있지 않으신가요?“


”...그게 보였어요?“


라야가 작게 웃었다. 정호기는 머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라야. 혹시 마누아라는 여성을 아시나요?“


라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혹시 그녀를 만나셨나요?“


”네. 사실... 그래요. 가젠의 용병 자격 취득을 위해 용병 길드 본부에 갔다가 그녀를 맞닦뜨렸어요.“


정호기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짧게 자른 약간 붉은빛 도는 갈색 머리카락과 담홍빛 눈동자, 주근깨 박힌 얼굴. 자신이 마누아라고 주장하는 여성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그녀는 그녀가 라야와 각별한 사이라고 주장하던데요.“


”맞아요. 그녀는 제 동료에요.“


정호기는 약간 안심했다.


”예상은 하고 있었어요. 그녀가 라야의 능력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 다행이네요.“


정호기는 우물쭈물하다 말했다.


”마누아에 대해 이야기하러 온 거에요. 라야.“


”마누아에 대해서요?“


”네.“


정호기는 바람에 흩날리는 그녀의 하얀 머리카락과 하얀 옷자락을 보며 천천히 말했다.


”마누아는 라야에게 어떤 사람인가요?“


”마누아는...“


라야는 답변을 준비해 둔 사람처럼 막힘 없이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마누아는 제 소중한 동료에요.“


”그렇다면 라야, 라야는 마누아에게 우리의 비밀을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라야는 조금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정호기께 해가 되는 일은 아닐 거에요. 그녀는 이미 제가 계약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거든요.“


[믿는다고 했잖아!]


정호기는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런 말을 했던 걸까?


”실례가 아니라면,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라야는 조금 머뭇거리더니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사실, 사도님과 계약하기는 했지만, 사도님을 온전히 신뢰할 수 없었어요.“


‘응?’


정호기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잠자코 이야기를 들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이방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소원을 빌기는 했지만, 그것만 믿고 있을 수는 없었어요.“


”충분히 그럴만해요. 그랬겠죠.“


”그래서 저는 나름대로 노력하기 시작했어요.“


정호기는 입을 다문 채 조용히 그녀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방인님께서 환상처럼 사라져버린 이후에도 제 꿈은 계속되었어요. 저는 그전에도 그랬지만, 이방인님을 만나 뵌 이후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제 꿈을 이야기했어요.

온 땅이 불탈 거라고, 이 땅에 살아있는 생명체라고는 괴물들밖에는 남지 않게 될 거라고.“


”-그래서요?“


”아무도 제 얘기를 믿어 주지 않았어요. 저는 미친 사람 취급받았죠.“


라야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었어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거의 매일, 몇십 년간 되풀이된 불길한 꿈은 아무리 생각해도 예사롭지 않았거든요. 저는, 이것이 누군가가 보내는 계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어요.“


라야는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쓸쓸해 보였다.


”저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 꿈을 전하기 위해, 나고 자란 곳을 벗어나 자유롭게 돌아다니기 위해 용병 자격을 취득했어요.“


”!“


‘아. 그래서 용병이 된 거였어?’


”처음부터 용병 자격을 취득한 건 아니에요. 저는 칼 쥘 줄도 모르는 작은 시골 소녀였을 뿐이었거든요. 그래서 몇 번이고 도전했죠. 잡일을 해 돈을 벌면서요. 그러던 와중 고마운 분의 도움을 받아 여러 가지 잡기를 익혀 용병 자격을 취득하게 되었어요.“


그녀는 차분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어요. 정호기께서도 알고 계시겠지만, 용병은 의뢰를 통해 먹고사는 직업이니까요.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이었지만, 저는 꼭 용병 자격을 유지해야 했어요. 그래서 악착같이 의뢰에 뛰어들었어요.“


라야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많은 일이 있었어요. 정말로.“


정호기는 말없이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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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8) 22.10.23 11 0 9쪽
13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7) 22.10.13 12 0 4쪽
13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6) 22.10.09 15 0 13쪽
12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5) 22.09.18 15 0 9쪽
12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4) 22.09.04 14 0 6쪽
12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3) 22.08.21 15 0 6쪽
12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2) 22.08.07 14 0 8쪽
12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1) 22.07.31 15 0 6쪽
12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0) 22.07.24 12 0 6쪽
12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9) 22.07.17 18 1 7쪽
12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8) 22.07.03 14 0 7쪽
12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26 16 0 9쪽
12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12 15 0 8쪽
11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6) 22.06.05 19 0 7쪽
11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5) 22.05.29 25 0 9쪽
11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4) 22.04.29 18 0 7쪽
11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3) 22.04.27 17 0 5쪽
11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2) 22.04.20 16 0 7쪽
11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1) 22.04.03 30 0 10쪽
11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0) 22.04.02 31 0 12쪽
11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9) 22.03.13 21 0 5쪽
11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8) 22.03.06 19 0 7쪽
11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7) 22.02.27 19 0 8쪽
10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6) 22.02.20 22 0 10쪽
10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5) 22.02.06 17 0 8쪽
10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4) 22.02.01 19 0 11쪽
10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3) 22.01.23 19 0 6쪽
10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2) 22.01.16 17 0 7쪽
10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1) 22.01.09 21 0 6쪽
»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0) 21.12.19 18 0 6쪽
10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9) 21.12.12 20 0 9쪽
10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8) 21.12.05 19 0 10쪽
10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7) 21.11.28 20 0 10쪽
9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6) 21.11.21 25 0 12쪽
9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5) 21.11.07 17 0 10쪽
9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4) 21.10.31 23 0 9쪽
9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3) 21.10.24 17 0 9쪽
9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2) 21.10.17 24 1 8쪽
9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1) 21.10.11 30 0 7쪽
9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0) 21.10.03 23 0 8쪽
9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9) 21.09.26 16 0 9쪽
9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8) 21.09.19 29 0 7쪽
9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7) 21.09.12 24 1 9쪽
8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6) 21.09.05 31 1 8쪽
8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5) 21.08.22 1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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