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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04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1.10.31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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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4)

DUMMY

[[정호기.]]


[[네?]]


[[혹시 꿈에서 전 계약자를 자주 만나십니까?]]


[[아니요.. 그러고 보니 라야를 만난 지도 오래 됐네요. ...그건 왜요?]]


[[전 계약자와 이야기를 해 보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하긴 했어요. 라야와 이야기 해보는 게 제일 빠르겠죠.]]


정호기는 덧붙였다.


[[제 의지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자기 전에 항상 라야의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잠들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감사할 일인걸요.]]


정호기는 어깨에 앉아 고개를 갸웃거리는 설탕을 바라보며 뜻을 이어갔다.


[[그보다, 아직도 진척이 없네요.]]


“설탕.”


“왜 불러?”


“하얀 나비를 알아?”


“아니.”


“당연히 그렇겠지.”


“배가 고파.”


“괴물의 심장은 다 떨어졌는데. 배가 고프면 네 먹이가 정확히 어디 있는지 알려달라니까.”


“그건 안 돼.”


“열 번 찍으면 된다더니, 스무 번도 더 넘게 찍었는데,”


정호기 일행은 소득 없이 또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


“드디어!”


자기 전, 라야의 꿈을 꾸겠노라 열심히 되뇐 덕분인지 이틀만에 정호기는 익숙한 까만 공간에 도달할 수 있었다.


“내 꿈은... 아닌 것 같지?”


정호기는 저 멀리 보이는 빛나는 공간을 발견하고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휘적휘적 걷기 시작했다.


“라야!”


“아. 오셨군요.”


라야가 싱긋 웃었다. 여전히 보는 사람의 마음을 물들일 만큼 깨끗한 웃음이었다.


“보고 싶었어요.”


“저도 그랬답니다.”


라야가 물고기가 하늘거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물론 이 공간은 너무나도 평화롭고 적막하고 편안해 생각을 정리하기에 좋지만,”


라야는 고개를 내려 정호기를 보며 웃었다.


“가끔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도 하거든요.”


“그거,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라야는 옆 자리를 툭툭 손짓하며 물었다.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앉으시겠어요?”


“기꺼이요.”


정호기는 라야 옆에 앉았다. 풀밭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고 있자니 이곳이 꼭 별세계처럼 느껴졌다. 이를테면, 무릉도원이라든가.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궁금하세요?”


“답하기 어려우시면 말씀해 주지 않으셔도 되지만, 괜찮으시다면 말씀 해 주세요. 듣고 싶어요.”


잠깐 고민하던 정호기는 기억을 되짚어 가며 지금까지 있던 일을 천천히 이야기 해 주었다. 떠듬떠듬 이야기를 시작하던 정호기는 점점 신나 매끄럽게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이야기를 조용히 경청하고,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는 좋은 청중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


“라야?”


라야는 조금 심각한 얼굴이었다. 정호기가 라야를 부르자 라야는 깜짝 놀라 대답했다.


“아. 죄송해요.”


“무슨 일 있어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안색이 나쁜데....”


“.....”


라야는 무언가 입을 달싹거리더니 입을 다물고 고개를 두 번 저었다. 더 캐묻는다고 대답할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정호기는 그만두고 라야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라야. 라야의 능력은 푸른 나비와 붉은 나비를 동반하잖아요.”


“네.”


“혹시 그것 말고도 라야의 능력이 더 있었던 거예요?”


“네?”


라야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제 능력은 두 가지 뿐이에요.”


라야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물었다.


“왜 그러시나요? 설마 제가 없는 동안 또 다른 능력이 깨어난 건가요?”


“라야는 하얀 나비를 모르신단 말씀이에요?”


“...하얀 나비요?”


라야는 의아한 얼굴이 되더니 고개를 갸웃한 채로 생각에 잠겼다.


“하얀 나비를 보신 적이 있나요?”


“하얀 나비요. 음....”


한참 동안 고민하던 라야가 힘들게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꿈에서 보았던 것 같아요.”


“꿈에서요?”


“세계가 황폐화되는 꿈을 꿀 때, 그래요... 분명 그랬어요. 하얗게 반짝거리는 나비를 가끔 본 기억이 나요.

모든 것이 불타고 재로 얼룩진 가운데, 그것만 홀로 반짝거렸기 때문에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라야가 물었다.


“정호기도 그 하얀 나비를 목격하셨나요?”


“네.”


“꿈에서만 나왔기에, 꿈의 일부라고 생각했는데....”


라야는 조금 그늘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정호기도 그늘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라야의 능력을 알고, 몸소 체험해 본 바로서는... 새로운 능력일지도 모르는 게 부담스럽고 달갑지 않았다.


‘하얀 나비가 세 번째 능력이라면, 대가로 무엇을 빼앗아갈지. 아니. 이미 빼앗겼나.’


“라야는 꿈에서만 하얀 나비를 보셨나요?”


“맞아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면, 정호기는 그렇지 않았나 보군요...”


“...맞아요.”


정호기는 지금까지 하얀 나비가 보여준 것들을 설명했다. 라야는 당황한 얼굴로 대답했다.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하얀 나비를 목격하셨다고요? 푸른 나비나, 붉은 나비처럼?”


“애석하게도 그래요.”


정호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처음에는 꿈인 줄로만 알았어요. 라야가 꾸었다는 세계가 멸망하는 꿈을 저도 꾸었고, 하얀 나비는 그 꿈을 꿀 때 나타났거든요.

그런데 그 이후로 제가 깨어났을 때에도 가끔 나타났어요. 깨어 있을 때보다는 잠들었을 때 더 많이 나타나긴 했지만.”


라야는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그래서 이게 라야의 숨겨진 세 번째 능력이 아닐까, 추측했던 거예요.”


“그 밖에, 하얀 나비에 대해 더 아는 것은 없으신가요?”


“없어요. 그게 다에요.”


“정호기의 말씀을 듣자니. 정호기의 말씀대로...”


라야가 천천히 말했다.


“저도 알지 못했던 숨겨진 세 번째 능력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죠.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아닐 수도 있지만, 라야가 능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두 가지나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나쯤 더 생기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요?”


“......”


“이 이야기에 대해 의견을 듣고 싶어서 라야를 만나러 온 거에요. 라야를 만나기 전에 가젠과 상담해봤는데, 가젠도 라야에게 의견을 구해 보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랬다면 죄송해요. 별로 도움이 되어 드리지 못했어요.”


“아니요. 충분히 도움이 됐어요. 많은 정보를 얻었는걸요.”


“그랬다면 다행이지만요.”


“라야는 혹시 하얀 나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예?”


라야는 뜻밖의 질문인지 푸른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물었다.


“아, 다른 뜻은 아니고. 라야에게 오기 전에 가젠과 이야기를 해 보았다고 했었잖아요. 두 명이서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런 가설이 나와서요.”


“어떤...?”


“하얀 나비는, 누군가가 의도를 갖고, 선택해 고른 것들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은 무슨 의도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지만, 누군가가, 어떤 ‘길’ 로 이끌기 위해 단서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요.”


“.....‘길’로 이끌기 위해서,요.”


라야는 일렁이는 푸른 눈동자로 정호기를 바라보았다.


“길로 이끌기 위해서라면, 의도를 가진다고 이끈다고 한다면...”


라야가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천천히 눈을 감았다.


“...신께서? 신께서 내린 계시에 가까운 무엇일까요?”


“네?”


“보잘 것 없는 제게 갑자기 보이는 악몽, 갑자기 주어진 힘. 하얀 나비와 하얀 나비를 닮은 붉고 푸른 나비들...”


“....아?”


“저는 이것들이 왜 제게 찾아왔는지 항상 고민해왔어요. 그런데 이것이 신께서 내리신 힘이라고 한다면 모든 게 맞아떨어지는 것만 같아요.”


“모든 게 맞아떨어진다고요?”


정호기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생각을 정리하니 라야의 말이 타당해 보였다.


‘가젠의 존재 자체가 신의 존재를 증명해. 잘 모르지만, 분명 신은 있어. 이 세계에 신이 있다고 한다면, 분명 신은 자신이 창조한 이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걸 원하지 않겠지. 그래서, 자신의 피조물을 선택해 계속해서 미래를 경고하고, 자신의 힘을 담은 힘을 내려줬다고 한다면...’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그런 절대자가 개입되었다고 한다면, 그 외에도 많은 것이 맞아떨어져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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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8) 22.10.23 10 0 9쪽
13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7) 22.10.13 12 0 4쪽
13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6) 22.10.09 15 0 13쪽
12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5) 22.09.18 14 0 9쪽
12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4) 22.09.04 14 0 6쪽
12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3) 22.08.21 14 0 6쪽
12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2) 22.08.07 14 0 8쪽
12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1) 22.07.31 14 0 6쪽
12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0) 22.07.24 12 0 6쪽
12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9) 22.07.17 17 1 7쪽
12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8) 22.07.03 14 0 7쪽
12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26 16 0 9쪽
12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12 15 0 8쪽
11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6) 22.06.05 18 0 7쪽
11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5) 22.05.29 24 0 9쪽
11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4) 22.04.29 17 0 7쪽
11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3) 22.04.27 16 0 5쪽
11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2) 22.04.20 15 0 7쪽
11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1) 22.04.03 29 0 10쪽
11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0) 22.04.02 31 0 12쪽
11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9) 22.03.13 21 0 5쪽
11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8) 22.03.06 19 0 7쪽
11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7) 22.02.27 18 0 8쪽
10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6) 22.02.20 22 0 10쪽
10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5) 22.02.06 16 0 8쪽
10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4) 22.02.01 18 0 11쪽
10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3) 22.01.23 18 0 6쪽
10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2) 22.01.16 16 0 7쪽
10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1) 22.01.09 20 0 6쪽
10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0) 21.12.19 17 0 6쪽
10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9) 21.12.12 19 0 9쪽
10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8) 21.12.05 19 0 10쪽
10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7) 21.11.28 19 0 10쪽
9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6) 21.11.21 25 0 12쪽
9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5) 21.11.07 17 0 10쪽
»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4) 21.10.31 23 0 9쪽
9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3) 21.10.24 16 0 9쪽
9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2) 21.10.17 24 1 8쪽
9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1) 21.10.11 30 0 7쪽
9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0) 21.10.03 23 0 8쪽
9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9) 21.09.26 15 0 9쪽
9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8) 21.09.19 29 0 7쪽
9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7) 21.09.12 24 1 9쪽
8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6) 21.09.05 31 1 8쪽
8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5) 21.08.22 1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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