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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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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41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1.10.03 22:17
조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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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0)

DUMMY

정호기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런데 왜? 내게 이런 걸 보여주는 거지?’


정호기의 의문에 대답하듯, 찰칵거리고 지나가던 장면은 뚝 끊겼다. 정호기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까만 공간에 홀로 남았다.


‘뭐지? 꿈인가? 그냥 내 꿈?’


정호기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였다. 온통 까맣던 공간이 점차 어둠이 걷히고 새벽이 찾아오듯 일렁이며 밝아지고 있었다.


‘꿈이라면 갑자기 이런 꿈은 왜 꾸는 거지? 어, 그러고 보니 꿈이라면... 꿈에서 꿈이라고 자각할 수 있던가? 이건 자각몽(自覺夢)인가?’


정호기는 속절없이 일렁거리며 밝아 오는 공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완연히 드러난 공간은,


”....와...“


정호기는 저도 모르게 감탄하고 말았다. 휘황찬란한 침실이었다. 무언가 더 표현하고 싶어도 문외한인 정호기로서는 그렇게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라플로의 저택도 충분히 화려하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구나.’


몇 가지 색상이 더 섞이긴 했으나, 대체로 금색과 푸른색, 하얀색이 주를 이루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시선을 둘 곳을 찾지 못해 정처 없이 시선을 옮기던 정호기는 자연스럽게 이 화려하기 그지없는 공간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가구로 시선을 돌렸다.

성인 남자 세 명은 누워서 굴러다녀도 될 것 같은 거대하고 화려하기 그지없는 침대와, 침대를 반쯤 가리고 있는 캐노피를 살펴보던 정호기는 침대로 더 다가가 캐노피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 스윽.


”전하.“


”.......“


”전하?“


‘전하?’


정호기는 호기심을 느꼈다.


‘왕?’


”.......“


‘왜 저러는 거지?’


왕으로 추정되는 나이 든 남자는 벽에 바싹 등을 붙인 채로 몸을 웅크리고 온통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남자는 옆에서 왕비로 추정되는 아름다운 여인이 부르는데도 대답하지 않고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 그리고, 졸도할 것 같은 얼굴로 휙 휙 순간적으로 고개를 틀며 불규칙적으로 사방을 바라보았다.


‘뭐가 보이나?’


정호기는 의아한 얼굴로 왕의 시선을 따라 시선을 옮겨 보았으나, 특별한 것을 찾아내지 못했다.


‘왜 저러지?’


혹시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도 있을까 해서 왕처럼 고개를 돌려가며 침실을 샅샅이 살폈으나 아무리 살펴봐도 아무 것도 없었다. 살펴보기를 단념하고 다시 캐노피 안쪽으로 고개를 들이민 정호기는 왕의 얼굴을 뜯어보다가 숨을 삼켰다.


”-!“


바다처럼 깨끗하고 청명한 푸른색이 천천히 보랏빛으로, 보랏빛에서 붉은 빛으로 물들었던 것이다.


”.....그랍? 진짜? 진짜로?“


- 스윽.. 스윽.


”?“


천이 스치는 것 같은 소리에 시선을 옮긴 정호기는 소리를 질렀다.


”으악!“


- 스으으...


캐노피 아래로 창백한 얼굴이 뱀처럼 스르르 내려오고 있었다. 하나가 아니었다. 둘, 셋, 넷.....


”이게, 무슨...“


정호기는 뒷걸음질 치다 옆을 보고 기겁해 옆으로 몸을 물렸다. 뱀처럼 흐느적거리는 피로 젖은 손이 침대 끄트머리로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 스르르..


”도대체 뭐야!“


정호기는 사방에서 꾸역거리며 침대로 기어오는 끔찍한 몰골의 인간들을 바라보았다.


”혹시 이게, 왕이 봐 오던 무언가..인가?“


정호기는 왕을 바라보았다. 새하얗다 못해 새파랗게 질린 왕은 도저히 못 견디겠는지,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때였다.


[눈을 떠!!!!!!]


”으악!“


우렁우렁한, 비명에 가까운 고함에 정호기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네가 감히 우릴 외면해?]


[우릴, 우릴. 우리를!]


[눈을 떠!!!]


정호기는 아연한 얼굴로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사람인지, 아니면 그 외의 것인지 모를 그것들은 잔뜩 분노한 얼굴로 침대 주위로 몰려들어 떠들어 댔다.


[죽어! 죽어! 죽어!]


[아파, 아아...아프다...아파...]


[내 것이었는데! 그건 내 것이었는데!]


‘꿈인가?’


정호기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왕을 향해 손을 뻗는, 헛손질하는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저건 뭐지? 나는 왜 저걸 보고 있는 거지? 도대체 뭐지?’


정호기가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있자, 침실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밤이라도 찾아온 것처럼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정말로 꿈인가?’


새카만 공간에 혼자 남겨진 정호기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자, 또 다시 새카만 공간이 부옇게 밝아지기 시작했다.


‘또 뭘 보여주려고? 아니, 이게 내 꿈이면.. 내가 보고 싶어 한 건가? 그런 적 없는데?’


밝아지자, 드러난 공간은 사람이 붐비는 분수대였다. 정호기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분수대에 비스듬히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는 청년을 바라보았다. 바람에 하늘을 멀거니 올려다보는 청년의 옅은 갈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멀거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어?“


청년의 머리색과 눈 색이 천천히 변하기 시작했다. 누가 물들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청년의 머리는 더욱 옅어졌고, 눈 색은 더욱 짙어져갔다.


- 스으으...


정호기는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저것이 청년이 원래부터 가졌을 본질적인 색일 거라고. 아까의 모습은 위장이었을 거라고.

간단한 이유였다. 변하기 전보다 지금의 모습이 더욱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밀 빛 옅은 색의 머리카락과 바다처럼 푸르른 눈동자. 청년은 여전히 하늘을 닮은 눈동자로 하늘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왜?’


더 이상 보여줄 것은 없는지, 시야가 부옇게 변하기 시작했다. 눈앞의 청년도 부옇게 흐려지기 시작했다.


‘저게 누군데?’


그 때였다. 하늘만 올려다보던 청년이 시선을 내려 앞을 바라보았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청년과 눈이 마주친 듯한 착각이 들었다.


”.....“


”.....“


청년의 눈동자는 라야의 것과 닮았지만 달랐다. 심해처럼 짙고 어두운 푸른빛을 바라보던 정호기는 충동에 못 이겨 불쑥 물어보았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왜 제가 당신을 보고 있을까요?“


물론 대답이 돌아올 리 없었다. 모든 것이 멀어졌다.


*


”일어났어?“


”.....“


”왜 그래?“


”....으음.“


정호기는 고민하다 대답했다.


”굉장한 꿈을 꿨거든요.“


”무슨 꿈?“


”모르는 사람들이 잔뜩 나오는 꿈이요.“


정호기는 루올에게 물었다.


”루올. 혹시 이 동네 높으신 분들께선 붉은 눈을 가진 경우가 흔한가요?“


”아니.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 붉은 눈은 신분과 관계없이 드물어.“


”푸른 눈은요? 그럼 푸른 눈은 흔한가요?“


”라야처럼?“


”네. 라야처럼.“


”푸른 눈이 흔했다면 귀하게 여기지도 않았겠지.“


”귀하게 여기나요?“


”그래. 특히나 고귀한 혈통에 가깝다고 여겨 더욱 선망하고는 해. 귀족들 중에는 푸른 눈을 가진 사람이 꽤 있고, 특히 왕실 혈통의 상징과도 같은 색이니까...“


”왕족은 푸른 눈을 가진 경우가 많단 말씀이신가요?“


”다는 그렇지 않지만, 대부분은.“


루올이 차게 웃으며 말했다.


”금발에 푸른 눈이면 더할 나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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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한 독자님의 의견을 반영해 전체적으로 조금 수정하였습니다. 20.04.18 88 0 -
13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8) 22.10.23 11 0 9쪽
13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7) 22.10.13 13 0 4쪽
13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6) 22.10.09 15 0 13쪽
12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5) 22.09.18 15 0 9쪽
12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4) 22.09.04 15 0 6쪽
12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3) 22.08.21 15 0 6쪽
12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2) 22.08.07 15 0 8쪽
12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1) 22.07.31 15 0 6쪽
12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0) 22.07.24 13 0 6쪽
12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9) 22.07.17 18 1 7쪽
12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8) 22.07.03 15 0 7쪽
12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26 16 0 9쪽
12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12 15 0 8쪽
11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6) 22.06.05 19 0 7쪽
11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5) 22.05.29 25 0 9쪽
11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4) 22.04.29 18 0 7쪽
11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3) 22.04.27 17 0 5쪽
11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2) 22.04.20 16 0 7쪽
11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1) 22.04.03 30 0 10쪽
11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0) 22.04.02 31 0 12쪽
11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9) 22.03.13 22 0 5쪽
11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8) 22.03.06 20 0 7쪽
11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7) 22.02.27 19 0 8쪽
10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6) 22.02.20 23 0 10쪽
10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5) 22.02.06 17 0 8쪽
10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4) 22.02.01 19 0 11쪽
10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3) 22.01.23 19 0 6쪽
10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2) 22.01.16 17 0 7쪽
10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1) 22.01.09 21 0 6쪽
10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0) 21.12.19 18 0 6쪽
10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9) 21.12.12 20 0 9쪽
10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8) 21.12.05 20 0 10쪽
10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7) 21.11.28 20 0 10쪽
9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6) 21.11.21 26 0 12쪽
9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5) 21.11.07 18 0 10쪽
9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4) 21.10.31 23 0 9쪽
9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3) 21.10.24 17 0 9쪽
9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2) 21.10.17 24 1 8쪽
9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1) 21.10.11 31 0 7쪽
»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0) 21.10.03 24 0 8쪽
9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9) 21.09.26 16 0 9쪽
9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8) 21.09.19 29 0 7쪽
9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7) 21.09.12 25 1 9쪽
8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6) 21.09.05 31 1 8쪽
8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5) 21.08.22 19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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