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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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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36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1.09.12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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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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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7)

DUMMY

정호기는 손바닥에 쓰러진 설탕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꿈이라도 꾸는 건지 쓰러진 설탕이 미약하게 바르르 떨었다.


‘일어나면 이번엔 뭘 달라고 할 거야?’


손끝에 와 닿는 감촉은 여전히 몹시 보드라웠다.


‘도대체 무엇을?’


이번엔 괴물의 심장을 먹였는데 다음엔 과연 무얼 달라고 할까. 정호기는 한숨을 내쉬었다.


*


일어나면, 설탕이 또 배고프다고 조를 거라고. 괴물의 심장을 능가하는 먹을거리를 가져다달라고 조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설탕은 며칠 째 죽은 듯이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정말 죽은 거 아니야?“


루올의 말에 가젠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정호기와 루올은 가젠을 바라보았다. 가젠이 설탕을 바라보더니 무심하게 말했다.


”분수에 넘치는 힘을 가장 안정적으로 흡수하는 중입니다.“


”괴물의 심장을..?“


”그렇습니다.“


”소화 한 번 무식하게 시키는군.“


설탕을 조심스레 쓰다듬던 정호기는 새삼스레 설탕을 뜯어보다가 깜짝 놀랐다.


”어!“


”왜 그래?“


”좀 많이 자란 것 같지 않아요?“


”뭐?“


루올은 저번처럼 티도 안 날 만큼 근소한 차이를 들이대려는 거냐고 핀잔을 줄 기색으로 설탕을 바라보다 기가 찬 듯 헛웃음을 지었다.


”새라는 게 원래 이렇게 빨리 자라나? ...아니지? 그렇지?

진짜로 자랐는데?“


그랬다. 설탕은 정말로 눈대중으로도 확인 가능할 만큼 확연하게 조금 자라있었다. 한... 손가락 한 마디 정도.


”진짜로 그 심장을 먹고 소화시키는 모양인데요...“


”그렇습니다. 새가 가졌던 기운이 조금씩 강해지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얼마나 커질까요?“


”지금 몸집에서 확연한 변화를 보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뜻밖에도 가젠이 대답했다.


”그래요?“


별 생각 없이 대답했던 정호기는 문득 드는 생각에 덧붙였다.


”다시 생각해보니 다행이네요. 뭘 먹을 때마다 설탕이 무럭무럭 자란다면... 감당하기가 힘들 거예요.“


”뭐! 한계를 모르고 커진다는 소리야?“


”그건 모르겠어요.“


”그.. 그럼.“


정호기는 루올을 바라보았다. 루올은 무얼 생각했던 건지 얼굴이 아주 창백해져 있었다.


”사람을 달라고 하면 어떡하지? 마을을 달라고 하면? 도시를 달라고 하면...?“


”설마요. 그럴 리가...“


”우리가 봐 온 괴물을 떠올려 봐...“


루올이 마른침을 삼키며 떠듬떠듬 말했다.


”우리는 어쩌면 또 하나의 괴물을 만드는 게....“


”설탕은 저희가 봐 왔던 그런 괴물들하고는....“


다른가? 정호기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설탕을 바라보았다.


”다를 거예요... 우선은 생긴 게 다르고... 그라플로가 가젠에게 괴물을 줄 리 없어요.“


”....영주, 가?“


”그렇..죠?“


루올은 이해가 전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어쨌든 우리가 방향을 잡기 위해선 설탕이 꼭 필요해요. 괴물은... 설탕은 괴물이 되지 않을 거예요. 설탕이 깨어나서 인간을 달라 한다면. 그 때는 제가...“


- ..삐이.


‘와. 어쩜 이 순간에.’


어물거리던 정호기는 설탕 쪽을 바라보았다. 실컷 자고 일어난 설탕은 조금 비틀거리더니 몸을 일으켜 정호기가 반사적으로 뻗은 손 쪽으로 총총 다가왔다. 그리고 아프지 않게 부리로 정호기의 손을 쪼았다.


- 삐이.


고개를 살짝 비튼 설탕은 몹시 귀여운 데가 있었다.


”봐요. 이렇게 귀여운 괴물을 보신 일이 있으신가요?“


”아니...“


정호기가 확신 없는 어조로 말하자 루올도 확신 없는 어조로 대답했다. 두 사람은 몽롱한 얼굴로 설탕을 감상했다.


”배고프다.“


”응?“


”배고프다. 배고파.“


”....“


정호기는 묘하게 말이 길어진 설탕을 바라보았다.


”패치 되거나, 업데이트 된 사전마냥... 묘하게 사람 말투에 가까워졌군요.“


정호기는 설탕에게 말을 걸었다.


”또 배가 고파?“


”늘. 배고프다.“


”이번엔 뭘 먹고 싶은데?“


정호기는 루올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말했다. 설탕은 고개를 갸웃했다.


”열쇠조각. 달라.“


‘열쇠...조각?’


정호기는 가젠과 눈이 마주쳤다.


[[설탕이 깨어나기 전에, 안이 열쇠를 언급하지 않았어요?]]


[[그렇습니다. 정호기.]]


조금 침묵하던 가젠이 말했다.


[[열쇠 조각이라면... 열쇠라는 전체의 부분.

앞으로 새는 열쇠 조각이라는 것들을 요구할지도 모릅니다. 하나의 열쇠를 완성하기 전까지.]]


”설탕.“


설탕이 자리공처럼 새까맣고 반질거리는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앞으로는 열쇠 조각만 먹을 거야?“


”아니.“


”?“


”그전에, 괴물의 심장을. 심장을.“


”괴물의 심장을?“


”더 줘. 더 줘.“


”괴물의 심장을 몇 개 더 먹겠다고?“


”좋아. 좋아.“


정호기는 재잘대는 설탕을 빤히 바라보다 물었다.


”열쇠 조각이 먹고 싶다면서.“


”그렇다. 그래.“


”괴물의 심장은 왜?“


”대화를 한다. 대화를.“


”아. 원활한 의사소통.“


”더 자라면. 쉽다.“


‘쟤도 불편한가?’


”다행히 인간을 달라고는 안 하네요. 루올.“


”그렇기는 하지만... 아직은 모르는 일이지.“


루올은 조금 찜찜한 얼굴로 팔짱을 껴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다 팔짱을 풀어 버리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하긴, 괴물이라 한들 네게 꼭 필요한 생물이라는데, 라야가 제 몸을 찾기를 바라는 나로서는 어쩔 도리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은.“


루올이 한숨을 쉬었다.


”그 괴물나무숲에 또 가야겠군.“


”일단은 괴물 심장보다 더한 걸 구해다 주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잖아요.“


”그렇긴 한데. 정말 일단이잖아.

...열쇠 조각은 또 뭐냐고. 뭘 구해다줘야 하는 건지 감도 안 잡힌다.“


”오늘 먹어야겠어? 괴물의 심장.“


”빠르면. 좋아.“


”...다른 걸 먹으면 안 되는 거야? 곡식 낟알이라든가. 빵도 있고. 설탕도 구해다 줄 수 있어.“


”열쇠조각. 심장.“


....새의 목소리에서 그런 걸 느끼다니 우습지만 단호함을 느끼고 만 정호기는 허탈하게 웃었다. 조금 더 말이 통하는 것 같았지만 말이 통하지는 않았다...


*


‘많은 일이 있었지...’


정호기는 상념에 잠겼다. 괴물나무 숲에 드나들 때마다 뜨악한 얼굴로 바라보던 병사들과... 괴물나무가 조금 줄어들어 정상적인 모습을 조금 찾은 숲의 모습과... 이젠 아무렇지 않게 정호기 일행을 내보내는 안과 그리오... 그리고 변한 설탕.


”설탕.“


”불렀어?“


”.....“


정호기는 위화감을 느끼고 입을 다물었다. 괴물의 심장을 더 달라던 설탕은 괴물의 심장을 받아먹을 때마다 죽은 듯 쓰러져 자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더니, 이젠 괴물의 심장을 받아먹어도 멀쩡히 눈 뜨고 있었다.

그리고 심장을 받아먹을 때마다 조금씩 몸을 키워 지금은 기러기 알만큼 커졌다. 그리고 무슨 구조인지는 모르겠지만, 성대라도 자랐는지 언어구사능력도 성장해, 이젠 대화하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이젠 괴물의 심장은 안 먹어도 돼?“


”주면 먹어. 거부하지는 않아.“


설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보다는 열쇠 조각을.“


”열쇠 조각이 도대체 뭔데?“


”기적의 증거.“


”?“


정호기가 도통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지만 설탕은 더 입을 열지는 않았다.


”기적은 뭔데?“


”....“


”지금까지 심장 많이 구해다 줬잖아. 응?“


”.....“


‘내가 기상천외한 먹이들을 가져다 바쳤건만!’


긴 침묵에 정호기가 서운해 할 때 쯤 설탕이 부리를 열어 대답했다.


”궤멸(潰滅)을 저지해.“


”....??“


”무슨 소리하는 거냐?“


”저도 모르겠는데요...“


[[가젠은 아시겠어요?]]


[[아니요. 답을 도출해내기엔 가진 정보가 부족합니다.]]


”힌트를 달랬더니 또 다른 수수께끼를 내는 거야? 힌트를 줘. 도저히 모르겠다고...“


”.....“


설탕은 정호기의 애원에도 부리를 굳게 닫고 입을 열지 않았다. 서비스 제공자라면 별점테러를 받았을 만큼 불친절한 태도였다.


”네 밥을 주려는 거잖아.“


그래도 설탕은 입을 열지 않았다.


작가의말

오늘 하루는 행복하셨나요? 하루에 한 개쯤, 적어도 일주일에 한 개쯤은 여러분께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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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8) 22.10.23 11 0 9쪽
13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7) 22.10.13 13 0 4쪽
13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6) 22.10.09 15 0 13쪽
12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5) 22.09.18 15 0 9쪽
12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4) 22.09.04 15 0 6쪽
12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3) 22.08.21 15 0 6쪽
12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2) 22.08.07 15 0 8쪽
12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1) 22.07.31 15 0 6쪽
12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0) 22.07.24 13 0 6쪽
12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9) 22.07.17 18 1 7쪽
12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8) 22.07.03 14 0 7쪽
12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26 16 0 9쪽
12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12 15 0 8쪽
11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6) 22.06.05 19 0 7쪽
11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5) 22.05.29 25 0 9쪽
11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4) 22.04.29 18 0 7쪽
11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3) 22.04.27 17 0 5쪽
11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2) 22.04.20 1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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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5) 22.02.06 17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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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9) 21.12.12 20 0 9쪽
10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8) 21.12.05 19 0 10쪽
10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7) 21.11.28 20 0 10쪽
9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6) 21.11.21 26 0 12쪽
9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5) 21.11.07 17 0 10쪽
9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4) 21.10.31 23 0 9쪽
9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3) 21.10.24 17 0 9쪽
9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2) 21.10.17 24 1 8쪽
9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1) 21.10.11 31 0 7쪽
9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0) 21.10.03 23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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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7) 21.09.12 2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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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5) 21.08.22 19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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