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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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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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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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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글자수 :
529,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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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6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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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DUMMY

그때였다. 나비가 시야를 어지럽히며 날아갔다. 붉은 나비가, 언뜻 보면 붉은 구름처럼 보이는 붉은 나비 떼가 몰려왔다.


“도와주는 걸까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정호기는 당황한 얼굴로 허공에 헛손질하는 왕자를 바라보았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이 몸에 내려진 능력을 구성하는 조각 중 하나일 뿐입니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세 사람은 붉은 나비 떼에 삼켜졌다. 채 끝내지 못한 말까지 모조리 삼켜졌다.


*


“...여기로?”


정호기는 익숙한 죽음의 냄새를 맡았다. 언제 맡아도, 참으로 불쾌한 냄새였다.


“답하라. 어찌하여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지?”


왕자는 푸르게 질린 얼굴로 애써 위엄을 지키려 애썼다. 재 냄새가 나는 더운 바람이 훅 불어왔다. 정호기는 양순하게 웃었다.


“저희가 데려온 것은 아니고,”


말을 고르던 정호기는 신중히 대답했다.


“당신을 돕고자 하는 누군가께서, 당신께 보여 드릴 것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설명은 차근차근히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단은 눈앞의 광경에 주목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왕자는 더욱 경계하는 태도였다. 정호기는 일부러 왕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악몽은 여전히 건재했다.


“이건, 몇, 아니 몇십 년간 이어져 온 악몽입니다.”


바짝 마른 나무가 타오르는 소리 사이로 처절한 비명이 섞여들었다. 그 기묘한 어우러짐은 악몽을 더욱 끔찍하게 만들었다.


“이, 개인의 몸에 국한해서 계속해서 내려진 악몽이죠...”


정호기는 라야의 가슴께에 가만히 손을 얹으며 말했다.


“당신을 돕고자 하는 누군가는, 당신께 라야의 꿈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


조금 침묵하던 왕자가 말했다.


“꿈을?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의 악몽을 내게 보여줄 필요가 있나?”


“...아마 있을 겁니다.”


정호기는 가라앉은 얼굴로 왕자를 바라보았다.


“여기가 어디인지 아시겠습니까.”


“모르겠네.”


“여기는 칼타스입니다. 왕자님.”


“.....뭐?”


왕자는 황당한 얼굴이었다. 정호기는 담담하게 가슴께에 손을 얹은 채 말을 이어갔다.


“이 몸의 주인은, 계속해서 칼타스가, 이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꿈을 꿔 왔습니다.”


왕자는 눈썹을 찡그렸다. 정호기가 조용히 말했다.


“...저도 처음에는 단순한 악몽이리라 생각했습니다. 왕자님처럼요.”


정호기는 눈에 힘을 주고 왕자와 눈을 맞췄다.


“하지만 저희는 이것이 단순히 악몽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이것이, 예지, 혹은 계시에 가깝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계시?”


왕자가 조금 불쾌한 얼굴로 눈썹을 찡그렸다.


“예. 왕자님을 돕고 싶어 하는 누군가께서 내린 계시요.”


침묵하던 왕자가 냉소적인 얼굴로 물었다.


“내가 자네들의 출신을 잘못 넘겨짚은 모양이군.”


“...네?”


“칼타스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할 것이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무슨 소리지?’


“내게 무슨 짓을 하더라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네.”


왕자는 단언했다. 정호기는 당황한 얼굴로 가젠을 바라보았다.


[[저게 무슨 소리죠?]]


[[결론을 도출해 내기엔 정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정호기는 눈앞의 왕자를 살폈다. 왕자는 어깨를 더 펴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왕자의 눈에는 어떠한 결연함이 서려 있었다.


‘내가 뭔가 잘못 말했나?’


황급히 왕자와 나눴던 대화를 되짚어보았으나, 정호기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왕자님?”


“자네가 행해야 할 일을 속히 하게.”


“...왕자님?”


정호기는 마른침을 삼키고 조심스레 말했다.


“왕자님께서 정확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희는 왕자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어떠한 세력 아래 속한 자들이 아닙니다.”


가젠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정호기께서 처음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는 이 세계에 속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 세계를 넘어선 다른 세계에서 왔습니다.”


왕자는 당황한 얼굴이었다. 정호기는 낭패감 어린 얼굴로 가젠을 보았다.


[[왕자님께서 이방인에 관한 이야기만 들어 보셨어도 이야기가 매끄럽게 진행되었을 텐데요...]]


[[그렇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라플로도 잘 몰랐기도 했고, 나중에 관련 자료를 찾으려고 해도 몇 없긴 했었더랬죠...]]


정호기는 고민했다.


[[왕자님을 설득하는 일은, 불가능한 걸까요?]]


그 순간이었다, 이번엔 푸른 나비가 나타났다.


[[...대놓고 도와주네요?]]


정호기는 다시 나타난 나비 떼에 당황하는 왕자를 보며 뜻을 전했다.


[[왕자님께서 정말로 중요한 인물이긴 한 모양이에요.]]


“왕자님. 푸른 나비는 과거를 보여줍니다. 이 몸에 능력을 내려 주신 누군가께서

왕자님을 설득하고자 하시는 모양이에요.”


왕자는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대체 나와 뭘 하고 싶은 겐가?”


“설득...이요? 협력관계 구축이라든가?”


푸른 나비 떼가 훅 밀려 들어와 세 사람을 집어삼켰다.


- 팔랑.


나비 떼가 홀연히 나타났던 것처럼 홀연히 사라지고, 나타난 광경은...


“....!”


“?”


호화로운 곳이었다. 정호기는 왕의 침실을 떠올렸다. 왕의 침실과 온전히 같지는 않지만, 비슷하게 호화로운 공간. 정호기는 여기가 궁궐 중 특정한 공간이리라 생각했다.


“에드윈?”


특정한 공간, 그 중에서도 왕자가 머무르는 공간인 것 같았다.


“너 정말 많이 컸구나?”


앉아있던 어린 왕자가 일어나 마찬가지로 한참이나 어려 보이는 에드윈에게 다가갔다. 에드윈은 당황하면서 한 발짝 물러났고, 왕자는 한 발짝 붙어 서서 에드윈의 키와 자신의 키를 가늠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더 컸는데.”


에드윈은 어색한 얼굴로 눈을 굴렸고, 왕자가 물었다.


“비결이 뭐야? 따로 챙겨 먹는 것이 있어?”


“특별히 챙겨 먹는 것은 없습니다. 왕자님.”


에드윈이 조금 망설이다 대답했다.


“그냥... 음식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섭취할 뿐입니다.”


“그래?”


에드윈이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나도 음식은 가리지 않는 편인데....”


에드윈이 불합리하다는 표정으로 에드윈의 머리께를 힐끔힐끔 바라보자 에드윈이 왕자를 위로했다.


“사람마다 성장하는 속도는 다 다른 편이니까요. 저보다 왕자님께서 더 키가 크실지도 모릅니다.”


“그런가?”


정호기는 굳은 채로 과거의 편린을 지켜보는 왕자와 과거의 왕자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왕자도 어릴 때는 그냥 어린 아이네...’


“에드윈. 그것보다 여기 앉아 봐.”


“왕자님?”


에드윈은 당황한 얼굴로 왕자에게 이끌려 테이블에 앉아야만 했다. 왕자가 눈을 반짝거리며

에드윈에게 접시를 밀어주었다.


“같이 먹자.”


“왕자님?”


“에드윈. 네 성장의 비결은 모든 음식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섭취하는 거라고 하지 않았어? 이것도 네 성장에 보탬이 될 거야. 응? 한 입 먹어 봐.”


“......”


왕자는 에드윈의 손에 기어코 맛있어 보이는 과자를 하나 들려주었다. 머뭇거리던 에드윈이 물었다.


“왕자님은 안 드십니까?”


“응? 아. 난 많이 먹었거든... 많이 먹어서 배가 불러. 한 입도 못 먹겠어.”


말끝을 흐리던 왕자가 몸을 당겨 앉았다.


“에드윈이 먹어주면 안 될까? 특별하게 맛있는 과자인데. 에드윈이 먹지 않으면 손댈 사람이 아무도 없어. 이대로 버리면 너무 아깝잖아...”


망설이던 에드윈이 든 과자를 조심스레 맛보기 시작했다. 과자를 맛본 에드윈의 눈동자가 확장되더니, 과자가 줄어드는 속도에 점차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맛있어?”


“네. 왕자님!”


에드윈의 얼굴이 약간 상기됐다. 두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정호기는 문득 왕자를 바라보았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


왕자의 기색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왕자는 잔뜩 몸을 긴장시킨 채 굳은 얼굴로 두 아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왜...저런 얼굴이지?’


정호기는 이해하지 못했다.


‘왕자는 에드윈이라는 호위와 친밀한 사이가 아니었나? 친밀한 사람과 보낸 즐거운 한때를 추억하는 데 왜 저런 얼굴이지?’


“차도 마셔 가면서 먹어.”


“가, 감사합니다. 왕자님.”


“뭐가 제일 맛있어? 난 이게 제일 괜찮던데.”


“저는 다 맛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다행이다.”


왕자는 흐뭇한 얼굴로 잘 먹는 에드윈을 바라보며 말을 붙였다. 에드윈은 과자를 먹으면서도 열심히 고개를 주억거렸고, 가끔은 대답했다. 참으로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그때였다.


“....!”


“안 돼!”


“왕자님?”


- 쨍그랑!


“에드윈!”


어린 왕자의 비명과, 성장한 왕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작가의말

7장이 너무 길어지는군요... 새는 도대체 언제 클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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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8) 22.10.23 10 0 9쪽
13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7) 22.10.13 12 0 4쪽
13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6) 22.10.09 15 0 13쪽
12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5) 22.09.18 14 0 9쪽
12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4) 22.09.04 14 0 6쪽
12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3) 22.08.21 14 0 6쪽
12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2) 22.08.07 14 0 8쪽
12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1) 22.07.31 14 0 6쪽
12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0) 22.07.24 12 0 6쪽
12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9) 22.07.17 17 1 7쪽
12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8) 22.07.03 14 0 7쪽
»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26 16 0 9쪽
12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12 15 0 8쪽
11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6) 22.06.05 18 0 7쪽
11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5) 22.05.29 24 0 9쪽
11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4) 22.04.29 17 0 7쪽
11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3) 22.04.27 16 0 5쪽
11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2) 22.04.20 15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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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7) 21.11.28 19 0 10쪽
9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6) 21.11.21 25 0 12쪽
9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5) 21.11.07 17 0 10쪽
9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4) 21.10.31 22 0 9쪽
9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3) 21.10.24 1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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