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9)

‘그렇게까지? 라야는 지금 자신의 신변을 걸고 위험천만한 숨바꼭질을 하는 거야?’

”그러니 당신께서도 꼭, 하르낙 아이클루라는 남자를 항상 피해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남작의 새장에 갇혀 평생 바깥 구경도 못 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면요.“

”명심하겠습니다.“

”....하르낙에 대한 이야기도 알고 계시니, 나머지 기능들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마누아는 목걸이의 기능을 설명했다. 목걸이는 말하자면, 무선 호출기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위치 추적기에 가까웠다.

‘진짜로 위치 추적기였는데?’

정호기는 찜찜한 얼굴로 귀걸이를 만지작거렸다.

‘범죄....’

”왜 그러세요?“

”자꾸 그 사람의 음험한 눈동자가 생각나서요.“

마누아는 애매한 얼굴로 웃었다. 정호기도 마누아를 따라 애매하게 웃었다.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아니요. 충분히 도움이 됐습니다.“

정호기는 귀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꼭 말씀하신 대로 사용하도록 할게요.“

”...예. 부탁드립니다.“

마누아는 작별 인사를 하려는 정호기를 제지하고, 목걸이를 두드렸다.

- 톡. 톡.

‘위치조회, 1번?’

정호기는 그 순간 강렬한 진동을 느꼈다. 귀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정호기는 반사적으로 귀걸이를 만졌다. 귀걸이가 강하게 몸을 떨고 있었다.

짧게 두 번 끊기더니 계속되는 진동에 정호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신호가 온다, 이거군요. 2번인 마누아께서 제 위치를 확인하셨다고.

마누아를 찾을 때는 끊기지 않고 계속 진동하던데. 장치의 반응이 조금 다르네요.“

”이 감각을 똑똑히 기억해두세요. 앞으로도 몇 번 더, 신호를 보내겠습니다.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감각을 기억해두세요.“

”......“

”아시겠지만, 하르낙은 꼭 피하셔야 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정호기는 굳은 얼굴로 다짐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주세요. 라야에게 들으셨겠지만, 저희의 목적을 위해 저희는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아, 하하... 네. 그렇게 할게요.“

정호기와 가젠은 마누아를 뒤로하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모두가 저희처럼 대화 가능한 특수한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여러모로 무척이나 유용한 수단이긴 한데...]]

정호기는 조금 껄끄러운 얼굴로 말했다.

[[어쩐지 찜찜하네요. ...하르낙이라는 사람과도 연결되어 있어서.]]

귀걸이가 다시 울었다. 짧게 두 번. 길게 계속. 정호기는 아까보다 아주 조금 약해진 진동을 느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보다 진동이 아주 조금 약해졌네요. 이제 대충 알 것 같아요.]]

정호기는 가젠에게 불쑥 물었다.

[[사랑하면, 누군가를 무척이나 많이 사랑하면....]]

[[네. 정호기.]]

[[저는 그냥, 평생 사랑이라는 걸 못 할 것 같아요.]]

가젠이 걸음을 멈췄다. 정호기는 가젠을 바라보았다. 가젠도 정호기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왜인지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

정호기는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감당할 만한 것이 아닌 것 같아서요.]]

[[정호기께서 지금까지 지켜봐 온 ‘사랑’은 그런 것입니까.]]

정호기는 대답 대신 쓰게 웃었다. 가젠은 조용히 대답했다.

[[어쩌면 그것이 최선의 선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은 동시에 같은 사람을 떠올리고 입을 다물었다.

*

개인적인 볼일을 마친 루올이 합류하고, 세 사람은 미련 없이 공작령을 벗어나 수도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수도로 가면, 뭐가 달라질까?“

- 삐?

정호기는 먼 곳을 바라보며, 설탕에게 말을 걸었다.

”네 먹이는 있을 것 같아?“

- 피이?

”너, 다 알아듣고 그러는 거지?“

정호기는 영악한 얼굴로 시치미를 떼는 설탕을 흘겨보았다. 설탕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만 갸웃했다. 정호기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쟤는 확실히 내 머리 꼭대기에 있는 게 확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