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15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2.04.03 16:23
조회
29
추천
0
글자
10쪽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1)

DUMMY

”여기 있어.“


”!“


정호기는 깜짝 놀라 설탕을 붙들고 여러 가지를 잔뜩 묻고 싶었지만, 여기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여기 있대요.“


”먹이 말이야?“


”네.“


[[가젠.]]


[[네.]]


[[혹시 마법을 쓸 수 있나요?]]


[[그건 어렵겠습니다.]]


[[왜요?]]


[[제법 강한 마력석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이곳에 마법사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섣불리 마법을 쓰다가는 쓸데없이 주목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력석이요? 그렇다면, 그래야죠.]]


[[새와 대화하고자 그러십니까.]]


[[맞아요.]]


잠깐 침묵하던 가젠이 뜻을 전했다.


[[그러시다면, 잠깐 이리로 그 새를 건네주시겠습니까.]]


가젠은 설탕을 받아들더니 한 손을 품에 넣었다 뺐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요. 마법의 기운이 서린 물건들이 돌아다녔으니.]]


[[뭘 하셨어요?]]


[[새의 목소리를 조금 왜곡했습니다.]]


가젠은 담담한 얼굴로 설탕을 어깨에 앉혔다. 설탕도 순순히 가젠의 어깨에 앉았다.


[[제가 새가 말하는 대로 입을 움직일 테니, 편하게 대화하십시오.]]


‘새가 말한다는 사실만 숨기면, 사실 대화 내용은 누가 듣더라도 알아듣지 못할 내용이니까.’


[[감사합니다.]]


”여기 네 먹이가 있어? 열쇠 조각 말이야?“


”맞아. 여기 있어.“


정호기는 ‘반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가젠’을 잠시 묘한 눈으로 바라보다 계속해 설탕과 대화했다.


”정확히 어디?“


”알려줄 수 없어.“


”기적의 증거가 무엇인지, 열쇠 조각이 무엇인지도?“


”응. 알려줄 수 없어.“


설탕은 순순하면서도 완고한 태도였다.


”온전한 열쇠 조각을 다 모으면 어떻게 되는지도? 온전한 열쇠를 다 모으고 나면 그라플로를 만날 수 있는 건 맞아?“


설탕은 고개를 왼쪽으로 한 번, 오른쪽으로 한 번 갸웃하더니 대답했다.


”맞아. 열쇠가 완성되면 나는 나를 만든 분께 가는 길을 안내할 거야.“


정호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확답을 들으니 마음이 아주 조금 놓였다.


”열쇠 조각이 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찾아? 네 주인께서는... 가젠이 아무런 단서 없이도 열쇠 조각을 모두 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신 거야?“


”그래.“


설탕은 너무나도 쉽게 긍정했다. 입 모양을 흉내 내는 가젠의 낯이 조금 흐려졌다.


”....어떻게? 가젠이,“


정호기는 자신의 가슴께를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라야를 만나지 않았다면? 라야의 능력을 사용하지 못했더라면? 그라플로는, 일이 이렇게 될지 전혀 몰랐던 거잖아?“


”나의 주인께서는, 주인님께 도달하실 그분이야말로 기적임을 믿어 의심치 않아.“


정호기는 문득, 궁금해져 설탕에게 물었다.


”지금 우리 말고도, 그에게 도달하려는 사람이 있었어?“


”나는 알지 못해.“


정호기는 생각에 잠겼다.


”만약, 가젠이,“


말을 꺼내던 정호기는 갑작스레, 아주 찰나 동안 스치고 지나간 섬뜩한 느낌에 몸을 굳혔다.

날카로운 날붙이가 뒷덜미에 겨누어진 것만 같은 강렬한 위기감. 정호기는 굳은 얼굴로 속삭였다.


”이게, 그건가요?“


”그래. 네 동료가 사실대로 말했다면, 이번이 두 번째겠군. 아주 대놓고, 숨길 생각도 없이.“


루올이 혀를 찼다.


”주변에 이걸 눈치챌만한 감 좋은 사람들이 없어서 망정이지. 수도 한복판에서 난리가 났을 수도 있겠어. 운이 안 좋았다면, 죄 지은 수도 사람들이 생활하는 방식을 몸소 체험해 볼 수 있었겠지.“


[[또 가젠을 향해 ‘살기’라는 걸 비친 건가요?]]


[[그렇습니다.]]


[[저번 상황과 뭔가 겹치는 부분이 없나요? 그 어떤 사소한 것이라도요.]]


곰곰이 생각하던 가젠이 딱딱하게 말했다.


[[제 이름에 반응하는 듯싶었습니다.]]


[[이름에요?]]


정호기는 고개를 기울였다.


[[궁극적으로 저 새의 주인은 그라플로니까, 그라플로가 지켜보고 있다고 하면, 가젠에게 살기를 비칠 이유가 없잖아요? 그라플로는 가젠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 이런 짓까지 벌인 사람인데.]]


[[....]]


[[그라플로가 명색이 마왕이라고 한다면, 직접 보지 않고 자신의 수하들을 부려 관찰하게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왜 가젠에게만? 방금 느낀 것이 살기라면, 저는 설탕에게 저런 섬뜩한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어요.]]


[[결론을 내기에는 저희가 가진 정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한숨을 내쉰 정호기가 물었다.


[[조금 떨어져 다닐까요? 설탕이 가젠에게 위해를 끼칠지도 모르잖아요.]]


[[정호기께서 괜찮으시다면, 저는 함께 다니고 싶습니다.]]


[[왜요?]]


[[제게는 무기도 있으니, 충분히 대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 새가 지금은 저에게만 적의를 보이고 있지만, 혹시라도 정호기께 적의를 품고 위해를 가하려고 할 수도 있으니, 곁에서 당신을 지키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루올도 있기는 한데, 그래요. 저희가 처한 상황도 그렇고, 가젠도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루올이 팔뚝을 톡톡 두드렸다.


”그거 진짜 부럽다.“


”루올도 함께할 수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요.“


루올이 어깨를 으쓱했다. 어깨를 으쓱한 루올이 물었다.


”그래서, 수도에는 왔는데 말이야...“


”네.“


”그분은 어떻게 만나 뵈어야 하지?“


정호기가 섣불리 대답하지 못하자, 루올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


”......“


정호기는 분수대에 앉아 멍하니 사람들을 관찰했다.


[[....정말 이대로 이 분수대에서 무작정 왕자님을 기다리면, 왕자님이 오실까요?]]


정호기는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뜻을 전했다. 수도는 평화로웠다. 온갖 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 쑥대밭 오지와는 다르게 정말로 평화로웠다.


‘이게 정말로 로판이었다면, 이런 데서 이야기가 진행되었겠지. 아마.’


정호기는 가젠을 바라보았다.


‘가젠의 신분만 놓고 본다면, 무척 특수하고 높다면 높은 신분인데. 나름 신의 대리자 아니야.’


정호기는 턱을 괴었다.


‘그런데 너무 특수한 신분이라 써먹을 수가 없네. 하다못해 낮은 작위라도 하나 가지고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가진 게 없으니...’


정호기는 아이허스트를 잠깐 떠올려 보았으나 화들짝 놀라 고개를 저었다.


‘사람 하나 만나자고 라야를 호랑이굴에 갖다 바칠 수는 없지.’


[[조금 막막하네요.]]


[[....]]


가젠이 조금 고민하더니 물었다.


[[제가 마법사라는 것을 이용해볼까요?]]


정호기는 화들짝 놀랐다.


[[아니, 그건...]]


[[무엇을 걱정하시는지 압니다.]]


[[아.. 하하.]]


[[최후의 수단으로서 고려해주십사, 말씀 올리는 겁니다.]]


최후의 수단. 정호기는 조금 어두워진 낯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렇게는 안 됐으면 좋겠네요.]]


정호기는 가정을 해 보았다. 골치가 아팠다. 만약 가젠이 마법사라는 게 밝혀진다면, 마력석은 어디서 얻었느냐. 마법은 어떻게 익힌 것이냐. 어느 수준의 마법을 구사하느냐. 제국 사람이 아니냐....


[[진짜로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호기는 몸을 틀어 뒤돌아 멋지게 솟구쳐 오르는 분수대를 바라보았다.


[[목격했던 광경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기는 한데요, 목격했던 때가 정확히 언제인지 알지를 못하니.]]


정호기는 다시 몸을 바로 해 가젠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일단은 이러고 있어 봐요. 달리 방법도 없으니.]]


정호기는 머리 꼭대기에 앉은 설탕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손바닥에 얹히는 가벼운 무게를 느끼며 다른 손으로 포개 받쳐 들고 손을 조심히 내렸다. 그때였다.


”실례합니다.“


정호기는 시선을 옮겨 말을 건 사람을 바라보았다. 정호기의 눈동자가 둥그래졌다.


”손바닥에 올려두신 그 새는, 기르고 계시는 애완조이신가요?“


믿기지 않게도, 왕자였다. 정호기는 조금 당황하다 주변을 바라보았다. 좀 떨어진 장소에서 일행이 아닌 척 뒷짐을 지고 서 있는 ‘에드윈’과 시선이 마주쳤다.


‘에드윈이라는 사람은 왕자의 호위 기사인 모양이군.’


정호기는 의심을 사지 않게끔 일부러 주변을 휘- 돌아보다 왕자를 다시 바라보았다.


”네. 맞아요.“


”실례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아가씨와 아가씨 머리에 앉아있는 새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우셔서요.“


정호기는 어색한 얼굴로 감사를 표했다. 진짜 몸 주인은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는 일이지만, 속 알맹이가 남자인 자신으로서는 기분이 미묘해졌다.


”새 이름이 무엇인가요?“


”설탕입니다.“


왕자가 기분 좋게 웃었다.


”그것참 굉장히 잘 어울리는 이름이로군요!“


정호기도 조금 어색하게 마주 웃어주었다.


”설탕은 무얼 좋아하나요?“


정호기는 어색한 얼굴로 말을 흐렸다. 괴물의 심장을 좋아한답니다! 하고 발랄하게 대꾸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음...뭐든... 잘 먹죠?“


”그렇습니까?“


왕자는 부스럭거리며 곁에 두었던 종이봉투를 건넸다. 정호기는 얼떨떨한 얼굴로 종이봉투를 받아들었다.


”실은, 빵을 샀는데 조금 많아서요.“


정호기는 봉투를 열어 안을 들여다보았다. 갓 구운 듯한 따끈한 빵이 들어 있었다. 고소한 냄새가 났다.

정호기는 고소한 빵 냄새를 맡으며 왕자를 바라보았다.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길 바랍니다. 아름다운 아가씨.“


‘오늘은 아닌가?’


정호기는 멀어져가는, 바람에 흩날리는 왕자의 옅은 갈색 머리를 바라보며 망연히 생각했다. 그 때였다.


”!“


시야가 어둑해졌다.


작가의말

하르낙 아이클루 > 하르낙 아이허스트로 변경합니다. 한글은 바꿨는데, 본문은... 시간내서 바꿔야겠네요.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되십시오. 한 주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2023-01-01) 잠시 휴재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22.11.16 11 0 -
공지 앞으로는 자유롭게 연재하겠습니다. 22.04.20 31 0 -
공지 수정 관련 기록 (수정 시 갱신) 21.04.12 23 0 -
공지 서재에 가끔 등장인물 그림 올립니다. +2 20.05.18 144 0 -
공지 한 독자님의 의견을 반영해 전체적으로 조금 수정하였습니다. 20.04.18 88 0 -
13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8) 22.10.23 10 0 9쪽
13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7) 22.10.13 12 0 4쪽
13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6) 22.10.09 15 0 13쪽
12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5) 22.09.18 14 0 9쪽
12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4) 22.09.04 14 0 6쪽
12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3) 22.08.21 14 0 6쪽
12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2) 22.08.07 14 0 8쪽
12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1) 22.07.31 15 0 6쪽
12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0) 22.07.24 12 0 6쪽
12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9) 22.07.17 18 1 7쪽
12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8) 22.07.03 14 0 7쪽
12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26 16 0 9쪽
12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12 15 0 8쪽
11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6) 22.06.05 19 0 7쪽
11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5) 22.05.29 25 0 9쪽
11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4) 22.04.29 17 0 7쪽
11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3) 22.04.27 17 0 5쪽
11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2) 22.04.20 16 0 7쪽
»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1) 22.04.03 30 0 10쪽
11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0) 22.04.02 31 0 12쪽
11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9) 22.03.13 21 0 5쪽
11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8) 22.03.06 19 0 7쪽
11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7) 22.02.27 19 0 8쪽
10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6) 22.02.20 22 0 10쪽
10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5) 22.02.06 16 0 8쪽
10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4) 22.02.01 18 0 11쪽
10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3) 22.01.23 18 0 6쪽
10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2) 22.01.16 17 0 7쪽
10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1) 22.01.09 21 0 6쪽
10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0) 21.12.19 17 0 6쪽
10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9) 21.12.12 20 0 9쪽
10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8) 21.12.05 19 0 10쪽
10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7) 21.11.28 19 0 10쪽
9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6) 21.11.21 25 0 12쪽
9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5) 21.11.07 17 0 10쪽
9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4) 21.10.31 23 0 9쪽
9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3) 21.10.24 16 0 9쪽
9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2) 21.10.17 24 1 8쪽
9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1) 21.10.11 30 0 7쪽
9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0) 21.10.03 23 0 8쪽
9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9) 21.09.26 15 0 9쪽
9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8) 21.09.19 29 0 7쪽
9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7) 21.09.12 24 1 9쪽
8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6) 21.09.05 31 1 8쪽
8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5) 21.08.22 18 1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