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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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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02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1.09.05 20:57
조회
30
추천
1
글자
8쪽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6)

DUMMY

“가젠. 아이우드의 괴물은 단일체가 아닌 것 같은데요.”


“옳은 말씀이십니다.”


“이 숲 전체가 전부 괴물일까요?”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수가 변질된 생명체입니다.”


“...그래요?”


“약한 기운들이 산재되어 있습니다.”


“어쩐지...”


고개를 끄덕이던 정호기는 조금 당황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어, 그럼 뭘 먹여야 하죠? 괴물들이 이렇게 바글거린다면.”


- 후웅!


“새에게 직접 여쭤보십시오.”


“역시 그러는 게 좋겠죠?”


정호기는 입을 다문 채 조용히 앉아 있는 설탕을 바라보았다. 묘하게... 그리오와 안의 태도를 닮은 태도였다. 답하고 싶은 거만 답하고, 묻지 않으면 미리 알려주는 법이 없다. 정말로 벽에 부딪힐 때에만 단서를 던져주고.


“설탕.”


자기 이름이라고 받아들인 모양인지 고개를 갸웃하며 쳐다본다.


“무슨 심장이 먹고 싶어?”


“가장. 빛난다.”


“가젠. 개중 강한 기운을 가진 나무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실 수 있겠어요?”


“물론입니다.”


세 사람은 한 줄로 붙어서 전진하기 시작했다. 가젠이 길을 내며 앞장섰고, 중간에 정호기가, 마지막으로 루올이 뒤를 살피며 걸은 것이다.


- 파삭...


몸체에서 잘려 바닥으로 곤두박질치자마자 생명력을 잃어버리는 가지를 바라보던 정호기가 말했다.


“그래도 잘린 이후엔 움직이지 않아 다행이네요.. 잘린 부분이 움직이며 공격하려 들었다면... 훨씬 힘든 일이 되었을 거예요.”


“맞아. 억-!”


“루올!”


- 퍼억


루올은 갑작스레 손목을 붙든 가지를 쳐 내려다가 갑자기 폭발한 가지를 보고 깜짝 놀라 손목에 남은 잔해들을 털어냈다.


“나중을 위해 마력석을 아껴두려고 했습니다만, 무기는 많은 편이 좋겠습니다.”


가젠은 루올에게 검을 건넸다. 루올은 검을 받아들어 자세를 갖췄다.


- 펑. 펑.


가젠이 마법을 쓰자 전진은 더욱 수월해졌다.


“아직 한참 남았나요?”


“조금만 더 가시면 됩니다.”


세 사람은 말없이 전진했다. 괴물 나무의 꿈틀대는 팔들을 열심히 쳐 내다 보니 가젠이 목적지에 도달했음을 조용히 알렸다.


“정말... ‘개중’이었네요.”


개중 기운이 강한 나무는 다른 나무와 별다를 것이 없었다. 조금 더 크고, 조금 더 공격적으로 움직인다는 것뿐이었다.


“가젠. 붉은 보석을 부수지 않고 꺼내 주실 수 있으신가요?”


가늠하듯 나무를 지그시 바라본 가젠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루올. 잔가지들을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맡겨 둬.”


“심장! 심장!”


설탕이 흥분했는지 목소리를 높였다. 가젠은 잔가지들을 루올과 함께 대충 정리한 후 루올을 내버려두고 무언가를 가늠하듯 나무를 훑었다. 가젠은 아까 잔가지를 터뜨리던 방법을 나무에도 똑같이 사용했다. 주변을 둘러 파낼 작정인 것 같았다.


- 퍼엉. 펑. 팡. 펑.


마치 나무 내부에 화력이 약한 폭탄을 연쇄적으로 터뜨리는 듯한 소리가 이어지고, 괴물나무는 가슴이 뻥 뚫려야만 했다. 심장이 뽑히자마자 움직임을 멈추는 나무를 바라보던 정호기는 가젠에게 시선을 옮겼다.


- 뿌드득. 빠득. 바각.


나무껍질을 벗겨낸 가젠은 안에 들어있던 붉은 보석을 꺼냈다. 언제 봐도 불길하기 짝이 없는 꺼림칙한 보석이었다.


“작네요. 미약한 기운이라더니.”


가젠이 정호기에게 보석을 건넸다. 보석을 받아든 정호기는 그것을 조심스레 설탕의 입가로 옮겼다. 설탕은 고개를 갸웃하는 가 싶더니,


- 덥석.


그것을 기꺼이 답삭 집어삼켰다.


“작다고는 해도 못 삼킬 줄 알았는데 그걸 홀랑 삼키네요. 배가 많이 고팠던 건가.


”목에 걸리는 거 아냐?“


”먹을 수 있으니까 저렇게 욕심껏 집어삼키는 거 아닐까요?“


”이게 평범한 생명체가 아니다보니... 아무것도 모르겠네.“


그 순간이었다. 붉은 보석을 달게 삼킨 설탕이 갑자기 픽 넘어졌다.


”설탕!“


정호기는 황급히 설탕을 눈가로 가까이 가져왔다.


”죽었어?“


루올이 낭패감 어린 얼굴로 물었다.


”보석이 너무 커서 죽은 거야?“


”그.. 모.. 모르겠어요.“


”쪼개 줄 걸!“


”걱정하지 마십시오.“


”살아 있어?“


”예, 기운이 약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멀쩡하게 느껴집니다.“


”죽은 줄 알았네...“


”저도.. 허기를 달래고 나면 잠드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는데도 조는 것처럼 꾸벅거리는 게 아니라 픽 쓰러져버리니 죽은 줄 알았어요.“


”안 죽었다니 다행이다. 헛짓거리를 한 건 아니잖아.“


”하하...“


- 퍼엉!


”더 볼일이 있으십니까.“


가젠이 일행에게 꿈틀거리며 접근한 나뭇가지를 파괴하며 여상한 어조로 말했다.


”아니. 새도 배불리 먹였으니 빨리 돌아가자고.“


”.....“


”정호기.“


가젠은 머뭇거리는 정호기를 보고 물었다.


”하실 일이 남으셨습니까?“


”이 괴물들을 그대로 두고 가도 될까요?“


”이 숲을 전부 파괴하고 싶으십니까.“


”아뇨...“


정호기는 약간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에게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니 이런 곳에 쓸 여유가 없다는 건 알아요. 그냥 아이우드에서, 사람들이 영원히 공포에 떨 거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좀 이상해서요.“


루올은 심장이 파헤쳐진 죽은 나무와 주변에서 잘린 부분을 꿈틀대는 나무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자라면.. 똑같은 일들이 반복되겠죠.“


세 사람은 별 말 없이 왔던 길을 되짚어 가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길은 훨씬 수월했다. 아마도 미지에의 공포가 사라진 덕분이리라. 해야 했던 일도 마무리 지었고.


세 사람이 얼마 지나지 않아 멀쩡하게 돌아오자 병사들은 조금 동요했지만 의외로 침착하게 세 사람을 통과시켜 주었다.


- 저벅. 저벅.


성벽 안은 여전했다. 문은 전부 닫혀 있었고, 성벽을 타고 나무줄기들이 꿈틀거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머언 데서 어렴풋하게 종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우드의 병사가 울리는 걸까요?“


”아마 그렇겠지? 영지 사람들은 겁에 질려 문을 닫아걸고 숨소리도 못 내잖아.“


”....“


”왜 그래?“


”네?“


”왜 네가 죄책감 어린 표정을 짓는 거야?“


”...제가 그랬어요?“


”.....“


루올은 떨떠름한 얼굴로 지나가듯 툭 던졌다.


”너까지 라야를 닮지는 마.“


세 사람은 순탄하게 인적 없는 거리를 지나 저택까지 무사히 도달할 수 있었다. 대문에 다다르니 사용인이 기다렸다는 듯 일행을 맞이했다.

사용인의 조용한 안내에 따라 정원을 가로질러 저택에 다다랐다. 안으로 들어서니, 훈훈한 공기가 뺨을 감쌌다. 그리고..


”무탈히 돌아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과 그리오가 세 사람을 맞이했다. 안과 그리오는 그 인사가 목적이었다는 것처럼 세 사람에게 시간이 늦었으니 편히 쉴 것을 권했다.


‘정말 그것만이 목적이었나?’


정호기는 손바닥에 쓰러진 설탕의 몸에 잠시 머무르던 그리오와 안의 시선을 느꼈다.


‘그것 말고 딱히 다른 목적이 생각나지는 않지만...’


정호기는 손바닥에 쓰러진 설탕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꿈이라도 꾸는 건지 쓰러진 설탕이 미약하게 바르르 떨었다.


‘일어나면 이번엔 뭘 달라고 할 거야?’


손끝에 와 닿는 감촉은 여전히 몹시 보드라웠다.


‘도대체 무엇을?’


이번엔 괴물의 심장을 먹였는데 다음엔 과연 무얼 달라고 할까. 정호기는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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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한 독자님의 의견을 반영해 전체적으로 조금 수정하였습니다. 20.04.18 87 0 -
13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8) 22.10.23 10 0 9쪽
13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7) 22.10.13 12 0 4쪽
13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6) 22.10.09 15 0 13쪽
12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5) 22.09.18 14 0 9쪽
12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4) 22.09.04 14 0 6쪽
12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3) 22.08.21 14 0 6쪽
12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2) 22.08.07 14 0 8쪽
12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1) 22.07.31 14 0 6쪽
12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0) 22.07.24 12 0 6쪽
12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9) 22.07.17 17 1 7쪽
12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8) 22.07.03 14 0 7쪽
12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26 16 0 9쪽
12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12 15 0 8쪽
11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6) 22.06.05 18 0 7쪽
11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5) 22.05.29 24 0 9쪽
11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4) 22.04.29 17 0 7쪽
11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3) 22.04.27 16 0 5쪽
11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2) 22.04.20 15 0 7쪽
11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1) 22.04.03 29 0 10쪽
11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0) 22.04.02 31 0 12쪽
11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9) 22.03.13 21 0 5쪽
11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8) 22.03.06 19 0 7쪽
11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7) 22.02.27 18 0 8쪽
10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6) 22.02.20 22 0 10쪽
10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5) 22.02.06 16 0 8쪽
10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4) 22.02.01 18 0 11쪽
10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3) 22.01.23 18 0 6쪽
10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2) 22.01.16 16 0 7쪽
10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1) 22.01.09 20 0 6쪽
10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0) 21.12.19 17 0 6쪽
10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9) 21.12.12 19 0 9쪽
10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8) 21.12.05 19 0 10쪽
10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7) 21.11.28 19 0 10쪽
9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6) 21.11.21 25 0 12쪽
9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5) 21.11.07 17 0 10쪽
9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4) 21.10.31 22 0 9쪽
9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3) 21.10.24 16 0 9쪽
9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2) 21.10.17 23 1 8쪽
9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1) 21.10.11 30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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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7) 21.09.12 24 1 9쪽
»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6) 21.09.05 31 1 8쪽
8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5) 21.08.22 1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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