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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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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696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2.06.12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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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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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DUMMY

설탕과도 한 차례 대화를 나누고, 가젠과도 한 차례 대화를 나눈 정호기는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별다른 소식을 얻지 못하고 하염없이 기다렸으나, 나비는 나타나지 않았고, 이름 모를 초월적 존재는 익숙한 악몽만을 되풀이해 보여줄 뿐이었다.

정호기는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상황을 살피기 위해 외출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물론, 안전을 위해, 최소한의 조치는 한 채로 말이다.


그런데,


“아가씨?”


혹시 광장에 왕자님이 계실까. 계시면 좋겠다. 막연한 기대를 품은 정호기는 가젠과 함께 광장으로 갔으나, 정말로 왕자님을 맞닥뜨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황급히 가젠의 옷자락을 잡은 채 뜻을 전했다.


[[저희 변장이 형편없었나요? 제가 보기엔 굉장히 그럴듯했는데?]]


정호기와 가젠은 변장한 상태였다. 마력에 내성 있는 자들이 추적해 오는 것을 고려해 물리적으로 변장을 마친 상태였다.

정호기는 눈에 띄는 하얀 머리카락을 물들인 채로 짧게 쳐 낸 후 소년의 옷을 입어 어린 소년처럼 가장했고, 가젠 역시 눈에 띄는 머리카락을 물들이고 평소와는 다른 옷을 입은 상태였다.


“주인님.”


항상 그림자처럼 그의 곁에 머물러 있던 에드윈이 무섭도록 경직된 얼굴로 왕자의 앞을 막아섰다.


‘진짜 형편없는 변장이었나?’


‘아니, 그보다... 가젠의 마법을... 목격했나? 도망치느라 목격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했는데...’


정호기는 당황한 얼굴로 가젠의 옷자락을 끌어당겼다.


[[가젠, 가젠! 에드윈의 기억을!]]


[[알겠습니다.]]


가젠은 신속하게 조치했고, 에드윈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가젠. 이젠 왕자님을 부탁드려요!]]


[[정호기의 뜻대로.]]


“...아가씨?”


정호기는 왕자가 에드윈처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허둥대는 대신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보고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가젠! 왜 아직도, 왕자님께서 저를 알아보시는 거죠?]]


[[....그의 마력 내성이 제 얄팍한 정신 간섭을 뛰어넘을 만큼 강한 모양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죠?!]]


정호기는 다급하게 물었다.


[[....]]


잠깐 침묵하던 가젠이 대답했다.


[[...마력을 퍼부으면 해결될 문제지만, 그렇게 하면 저희를 추적하는 자들이 알아차릴지도 모릅니다.]]


[[무, 물리적인 충격을?]]


정호기는 지금까지 보았던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따위의 클리셰를 떠올리며, 되는대로 지껄였다.


[[보통,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 기억을 잃곤 하던데...]]


[[그런데, 기억을 잃지 않고 그 충격으로 왕자님이 돌아가시면 어떡하죠?

아니, 그보다 왕자님한테 그런 짓을 하면, 잘은 모르지만,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게...]]


[[목격자들의 기억을 조작하면 됩니다. 정호기. 말씀하신 대로 행할까요.]]


[[아뇨, 아뇨! 자, 잠시만요.]]


정호기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눈앞의 왕자를 바라보았다. 왕자를 계속 보고 있자니, 다양한 방식으로 무너져내린 왕자의 모습이 자꾸만 겹쳐 보였다.


그 때,


“아!”


정호기는 회색으로 물든 세상을 바라보며 조금 안도했다.


‘시간을 조금 벌었군.’


정호기는 고민에 잠겼다.


‘....무엇을 볼지는 둘째치고, 어떻게 해야 하지?’


정호기는 일단 익숙하게 가젠을 깨웠다. 가젠은 익숙하게 깨어나 덤덤한 얼굴로 정호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호기께서는 생각해둔 바가 있으십니까.”


“어.”


“....”


정호기는 어느새 날아온 붉은 나비들이 왕자의 몸 위에 내려앉은 것을 보았다.


“무슨 뜻일까요?”


가젠은 정호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정호기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나비들이 저러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저 나비들이, 라야의 능력이 이름 모를 관조자가 부여한 능력이라면

반드시 무슨 의도를 담은,”


그 순간, 정호기의 눈앞으로 붉은 나비가 팔랑거리며 날아들었다. 발간 빛을 흘리며 팔랑팔랑 정호기의 시야를 날아다니던 나비는 가젠의 주변을 빙빙 돌다, 왕자의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나비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은 정호기가 중얼거렸다.


“혹시,”


정호기는 가젠과 눈을 맞췄다. 가젠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호기도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젠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존재가 제시한 길을 따라가려면, 그와 계속 맞닥뜨려야만 할 테니까요.

그의 협조를 얻는 편이 일을 원활하게 진행하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왕자님께서, 믿어 주실까요?”


“모르겠습니다. 변수가 유리하게 작용한다면 그렇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겠지요.”


가젠은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실패로 인한 결과는 제가 감당하겠습니다.”


“.....”


가젠의 말에 호응하듯 붉은 나비들이 왕자의 몸 위에서 일어나 떼를 지어 왕자의 머리 위를 한 바퀴 작게 돌았다.


“취할 수 있는 조치들도 몇 가지 더 있으니,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


정호기는 천천히 다가가, 가젠을 깨웠던 것처럼 왕자를 깨웠다. 석상처럼 회색빛으로 굳어 있던 왕자에게 색이 깃들었고, 왕자는 가젠과 정호기가 있는 공간에서 눈을 깜빡였다.


왕자는 매우 당황스러운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더니 경계 어린 얼굴로 한 발짝 물러섰다.


“여긴 어디인가.”


“......”


정호기는 우물대다가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아까 왕자님과 저희가 만난 광장에서 파생된 공간이라고 말씀드려야 할까요?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


왕자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었다. 정호기는 어리둥절해하다 가젠이 일러준 말을 듣고 깨달았다.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저희를 경계하는 것 같습니다.]]


[[아, 하긴 알려준 적 없었으니까요.]]


“누가 보낸 거지? 아니, 물어볼 필요조차 없는 일인가.”


왕자는 지긋지긋하다는 듯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왕자님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세력의 정체를 아는 모양이네요?]]


[[아주 확실히 아는 듯합니다.]]


정호기는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오해를 풀어야 할 것 같았다.


“왕자님, 저희는 왕자님께 해를 입히려 왕자님께 접근한 것이 아닙니다.”


왕자는 답하지 않았다. 정호기는 왕자의 눈에 어린 부정적인 감정들을 읽으며 황급히 해명했다.


“왕자님께서는, 이방인. 혹은 여행자라고 불리는 존재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왕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경계 어린 태도로 한 발짝 더 물러섰을 뿐.


“다른 세계에서 건너와,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으십니까?”


왕자는 더욱 경계 어린 태도로 물러섰다. 정호기는 낭패감 어린 얼굴로 뜻을 전했다.


[[여긴 여행자에 대한 정보가 널리 퍼져 있지 않은 모양인데요.

...가젠이 사도라는 걸, 제가 계약자라는 걸. 라야가 전 계약자였다는 사실을 먼저 납득가게 해야 이야기를 원활하게 전달할 수 있을 텐데...]]


그때였다. 나비가 시야를 어지럽히며 날아갔다. 붉은 나비가, 언뜻 보면 붉은 구름처럼 보이는 붉은 나비 떼가 몰려왔다.


“도와주는 걸까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정호기는 당황한 얼굴로 허공에 헛손질하는 왕자를 바라보았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이 몸에 내려진 능력을 구성하는 조각 중 하나일 뿐입니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세 사람은 붉은 나비 떼에 삼켜졌다. 채 끝내지 못한 말까지 모조리 삼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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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8) 22.10.23 10 0 9쪽
13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7) 22.10.13 12 0 4쪽
13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6) 22.10.09 14 0 13쪽
12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5) 22.09.18 14 0 9쪽
12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4) 22.09.04 14 0 6쪽
12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3) 22.08.21 14 0 6쪽
12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2) 22.08.07 14 0 8쪽
12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1) 22.07.31 14 0 6쪽
12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0) 22.07.24 12 0 6쪽
12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9) 22.07.17 17 1 7쪽
12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8) 22.07.03 14 0 7쪽
12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26 15 0 9쪽
»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12 15 0 8쪽
11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6) 22.06.05 18 0 7쪽
11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5) 22.05.29 24 0 9쪽
11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4) 22.04.29 17 0 7쪽
11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3) 22.04.27 16 0 5쪽
11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2) 22.04.20 15 0 7쪽
11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1) 22.04.03 29 0 10쪽
11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0) 22.04.02 30 0 12쪽
11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9) 22.03.13 21 0 5쪽
11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8) 22.03.06 19 0 7쪽
11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7) 22.02.27 18 0 8쪽
10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6) 22.02.20 22 0 10쪽
10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5) 22.02.06 16 0 8쪽
10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4) 22.02.01 18 0 11쪽
10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3) 22.01.23 18 0 6쪽
10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2) 22.01.16 16 0 7쪽
10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1) 22.01.09 20 0 6쪽
10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0) 21.12.19 17 0 6쪽
10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9) 21.12.12 19 0 9쪽
10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8) 21.12.05 19 0 10쪽
10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7) 21.11.28 19 0 10쪽
9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6) 21.11.21 25 0 12쪽
9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5) 21.11.07 17 0 10쪽
9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4) 21.10.31 22 0 9쪽
9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3) 21.10.24 16 0 9쪽
9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2) 21.10.17 23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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