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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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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35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1.08.22 21:07
조회
18
추천
1
글자
7쪽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5)

DUMMY

정호기는 인적 없는 거리를 눈으로 살피며 부러 조금 소리를 높여 대화했다.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꼭꼭 닫힌 창과 문들은 그럼에도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작은 대화소리라도 들릴 법도 한데. 아무 소리도 안 들려.’


정호기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다들 집 안에 틀어박혀 숨죽이고 있는 건가? 괴물이 무서워서?’


세 사람은 계속해서 걸어 나갔다.


‘...안개까지 깔렸다면,’


“아, 아무 말이라도 해 보라니까. 정말 아무 말이라도.”


도저히 침묵을 견딜 수가 없는지 루올이 창백한 낯으로 입을 열었다.


“적어도 안개는 깔리지 않아 다행이에요.”


“잘 보이니까?”


“안개는 ...이런저런 것들을 많이 불러오니까요.”


정호기는 흐려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딱, 설탕을 위해 필요한 괴물 한 마리만을 보고 싶다고.


“....어?”


“뺙!”


- 우당탕.


정호기는 걸어가던 도중 갑자기 무언가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정호기는 곁에 아무 일 없었다는 것처럼 앉아 있는 설탕부터 살폈다. 머리, 부리, 날개, 다리까지 만지며 살펴보았으나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아마 날갯짓해 바닥으로 안전히 착지한 모양이다. 한시름 놓은 정호기는 바닥으로 시선을 옮겼다 깜짝 놀라 엉덩이걸음으로 물러섰다.


“헉!”


정호기에게 손을 내밀었던 가젠도, 바닥을 구르는 정호기의 랜턴과 파드득 날아 달아난 설탕을 살펴 들던 루올도, 숨을 삼키는 소리를 듣고는 정호기의 시선을 따라갔다.


“이건 도대체 뭐죠...?”


정호기는 바닥에 붙은 채 끄트머리만 뱀처럼 살짝 치켜들어 꿈틀거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았다.


“생긴 건 나뭇가지인데. 아니. 덩굴에 가까운가?”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나뭇가지가 발끝을 톡톡 두드리자 정호기는 기겁하고 발을 뺐다.


“식물이잖아요. 식물이 어떻게 이렇게...”


정호기는 조금 창백해진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가 조심스레 다시 입을 열었다.


“아이우드의 괴물은 이거였던 모양이군요...”


“....아마.”


“이런 게 돌아다닌다면 사람들이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안 나올 법도-”


정호기는 순식간에 신발을 타고 올라 발목을 쥐어 채 잡아당기는 힘에 휙 끌려갔다. 질질 끌려가는 순간, 오만 가지 생각을 하고 만 정호기는 희게 질렸다.


“억! 악!”


“정호기. 가만히 계십시오.”


발목을 단단히 얽어 맨 나무덩굴을 풀기 위해 땅바닥을 구르며 몸을 접은 채로 고군분투하던 정호기를 바라보던 가젠은 조용히 말했다.

정호기는 가젠의 말에 저항을 멈추고 조용히 질질 끌려갔다. 하늘을 본 채 끌려가던 와중, 시야를 훅 스치고 지나가는 조그맣지만 강렬한 빛을 목격해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고, 급작스레 발목을 죄는 힘이 사라지자 얼떨떨한 얼굴로 슬쩍 몸을 일으켰다.


“꼭... 고통이라도 느끼는 것처럼...”


루올이 말을 흐렸다. 정호기는 루올의 시선을 따라 꿈틀거리는 나무 덩굴을 바라보았다. 가젠의 마법에 불이 붙은 덩굴은 불을 끄려는 듯 꿈틀거리며 바닥을 굴렀다. 그 모습은 루올 말대로, 불붙은 고통에 살고자 몸부림치는 생명체의 발버둥을 닮았다.


- 스르륵...


겨우 몸에 붙은 불을 끈 덩굴은 뱀처럼 스르륵 뒤로 물러났다. 물러가는 덩굴을 찜찜한 얼굴로 바라보던 정호기는 루올이 건네주는 랜턴을 받아든 후 얼굴을 찌푸렸다.


“가젠. 혹시 넓은 범위를 비출 수 있는 마법이 있으신가요?”


“이곳을 보고 싶으신 겁니까.”


“네. 부탁드릴게요.”


가젠은 조심스레 보석을 꺼내 한손에 들더니 나머지 한 손은 하늘을 향해 뻗은 채 계약 때 들었던 것처럼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읊조렸다.

그러자 가젠의 손끝에서 빛이 모여들더니 주먹 만 한 눈부신 광원이 만들어졌다. 가젠이 그 광원을 가볍게 튕겨 올리자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윽.”


“왜 그러세요?”


“좀... 징그러운데.”


온통 나무덩굴이었다. 바닥에도, 건물에도, 성벽에도.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뻗쳐 나가는 나무덩굴은 뱀 같기도 했고, 혈관 같기도 했다.


“숲 속에서부터 시작했나본데요.”


정호기는 성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정호기의 말에 광원이 성벽 쪽으로 이동했다.


“감사합니다.”


광원이 이동하자 성벽이 더욱 잘 보였다. 성벽을 타고 바닥으로, 벽으로 꿈틀거리며 이동하는 덩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루올이 썩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정말로. 본체는 저 숲에 있나본데?”


루올이 손바닥에 얹은 설탕을 가까이 한 채로 물었다.


“정말로 저 괴물이 가진 심장을 먹을 거야?”


“뺙!”


“먹을 거라고?”


“먹다. 먹다.”


“다른 걸 먹을 생각은 아직도 없는 거야?”


“심장! 심장!”


심장을 외치더니 배고프다고 빽빽거리는 설탕을 바라보던 루올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비위도 좋다.”


결국 설탕이 괴물의 심장을 먹기를 포기하지 않은 이상, 세 사람은 숲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숲 쪽으로 난 문에 도달하자 성문을 지키고 섰던 병사들이 세 사람을 맞이했다.

그리오와 안이 언질을 주었던 모양인지 병사들은 긴장감 가득한 뻣뻣한 얼굴을 하고서도 간단하게 출입 목적, 신원 같은 것들을 조사한 후 세 사람을 보내 주었다.


문을 통과하고, 바깥에서 문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을 지나치고, 숲 입구에 발을 걸쳤을 때쯤 급작스럽게 병사가 소리쳤다.


“....조심하십시오!”


‘저들도 아는 모양이군.’


정호기는 다양한 높낮이로 얽혀든 채 꿈틀거리는 나뭇가지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걸 원한 거야?”


“심장! 심장!”


- 스걱!


“아. 감사해요.”


“당연한 일입니다.”


가젠은 루올에게 검을 빌려들어 일행에게 달려드는 나뭇가지들을 쳐 내고 있었다. 사방에서 꿈틀거리는 가지를 눈으로 좇던 정호기가 가젠에게 물었다.


“가젠. 아이우드의 괴물은 단일체가 아닌 것 같은데요.”


“옳은 말씀이십니다.”


“이 숲 전체가 전부 괴물일까요?”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수가 변질된 생명체입니다.”


“...그래요?”


“약한 기운들이 산재되어 있습니다.”


“어쩐지...”


고개를 끄덕이던 정호기는 조금 당황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어, 그럼 뭘 먹여야 하죠? 괴물들이 이렇게 바글거린다면.”


- 후웅!


“새에게 직접 여쭤보십시오.”


“역시 그러는 게 좋겠죠?”


정호기는 입을 다문 채 조용히 앉아 있는 설탕을 바라보았다. 묘하게... 그리오와 안의 태도를 닮은 태도였다. 답하고 싶은 거만 답하고, 묻지 않으면 미리 알려주는 법이 없다. 정말로 벽에 부딪힐 때에만 단서를 던져주고.


“설탕.”


자기 이름이라고 받아들인 모양인지 고개를 갸웃하며 쳐다본다.


“무슨 심장이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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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한 독자님의 의견을 반영해 전체적으로 조금 수정하였습니다. 20.04.18 88 0 -
13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8) 22.10.23 11 0 9쪽
13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7) 22.10.13 13 0 4쪽
13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6) 22.10.09 15 0 13쪽
12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5) 22.09.18 15 0 9쪽
12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4) 22.09.04 15 0 6쪽
12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3) 22.08.21 15 0 6쪽
12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2) 22.08.07 15 0 8쪽
12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1) 22.07.31 15 0 6쪽
12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0) 22.07.24 13 0 6쪽
12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9) 22.07.17 18 1 7쪽
12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8) 22.07.03 14 0 7쪽
12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26 16 0 9쪽
12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7) 22.06.12 15 0 8쪽
11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6) 22.06.05 19 0 7쪽
11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5) 22.05.29 25 0 9쪽
11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4) 22.04.29 18 0 7쪽
11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3) 22.04.27 17 0 5쪽
11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2) 22.04.20 16 0 7쪽
11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1) 22.04.03 30 0 10쪽
11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0) 22.04.02 31 0 12쪽
11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9) 22.03.13 21 0 5쪽
11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8) 22.03.06 20 0 7쪽
11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7) 22.02.27 19 0 8쪽
10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6) 22.02.20 23 0 10쪽
10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5) 22.02.06 17 0 8쪽
10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4) 22.02.01 19 0 11쪽
10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3) 22.01.23 19 0 6쪽
10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2) 22.01.16 17 0 7쪽
10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1) 22.01.09 21 0 6쪽
103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0) 21.12.19 18 0 6쪽
10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9) 21.12.12 20 0 9쪽
10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8) 21.12.05 19 0 10쪽
10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7) 21.11.28 20 0 10쪽
99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6) 21.11.21 26 0 12쪽
98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5) 21.11.07 17 0 10쪽
9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4) 21.10.31 23 0 9쪽
9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3) 21.10.24 17 0 9쪽
9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2) 21.10.17 24 1 8쪽
9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1) 21.10.11 31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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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9) 21.09.26 16 0 9쪽
91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8) 21.09.19 29 0 7쪽
90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7) 21.09.12 24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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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5) 21.08.22 19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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