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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미상의 서재입니다.

전 세상에서 가장 긴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작자미상.
작품등록일 :
2022.05.14 17:28
최근연재일 :
2024.02.26 21:00
연재수 :
374 회
조회수 :
52,545
추천수 :
1,863
글자수 :
2,099,473

작성
24.02.26 21:00
조회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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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36쪽

종장 에필로그 05.

DUMMY

백은교 신전.


평소에는 백은교의 신자밖에 없어 그럭저럭 한산하던 장소였으나 오늘만큼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이유는 당연하게도 오늘 있는 론과 라니의 결혼식 때문.

둘의 결혼식은 지인들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신원만 확인하고 참가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백은교는 그야말로 과포화 상태였다.


"역시 아는 사람들 전부 부른 건 좀 무리였을까요?"

"론의 인지도는 대단하니까~

이 정도 사람이 몰리는 건 당연해!

저 인파 사이로 들어갔다간 몸도 가누지 못할 거야."

"론이 아니라 우리 파티의 누가 결혼식을 올린다 하더라도 똑같아. 너도 마찬가지고. 그치? 메리."

"아무래도 그렇죠. 저희는 '주인공' 파티니까. 물론, 저는 딱히 생각이 없지만요. 화향 언니도 이런 식으로 화려하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난 싫어. 한다 하더라도 지인들만 모아서 조촐하게 할 생각이야."

"결혼식인가~

나는 역시 화려하게 하고 싶네!

의연과 함께 백은교에서 결혼~"

"아빠라면 분명히 들어주실 거예요."


결혼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신전 내부에서 모여 있던 일행들은 안으로 못 들어오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아~! 아!! 잠시 안내 말씀 있겠습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신랑 론과 신부 라니 양의 결혼식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오늘 결혼식에 참석해 주신 하객 여러분께서는 지정된 좌석에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아쉽게도 자리를 구하시지 못한 분들도 최대한 예식에 방해되지 않도록 정해진 위치에 자리 잡으시기 바랍니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중앙홀에서 이제 막 10대 중반이 된 앳된 소년, 크리스가 준비된 단상으로 올라가 마이크를 통해 안내했다.


그의 안내를 들은 일행은 잡담을 멈추고 각자의 자리로 이동했고 그 외의 사람들은 검은 정장을 입은 결혼식 도우미, 탐욕의 악마들의 도움으로 방금까지 시끌벅적하던 홀은 순식간에 정리되고 조용해졌다.


잠시 후, 도우미 한 명에게 준비가 다 끝났다는 말을 전해 들은 크리스가 다시 마이크를 쥐었다.


[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지금부터! 신랑 론과! 신부 라니 양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간단하게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의 진행자를 맡은 크리스입니다!!]


크리스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하객들에게 인사했다.

이 세상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기에 하객들은 익숙하다는 얼굴로 박수를 보냈다.


[네~ 환대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의 주례를 맡아 주신 분의 소개도 해야겠죠? 제게 했던 것보다 훨씬 큰 박수로 맞아 주시기 바랍니다~ 백은교의 교황, 지상 유일의 천사! 루시아 디 아렌디아 교황님입니다~!]


크리스의 말에 주례에 대해 아무런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던 하객들이 술렁였다.


"진짜 루시아 교황이 나오신다고?"

"백은교의 교황이 된 이후로 집무실에서 거의 나온 적이 없다고 들었는데."

"역시 전 동료의 결혼식이니 말이야. 일보단 역시 이쪽이 더 중요하겠지."


사람들은 잠시 잡담을 나누다가 크리스가 서 있는 단상 뒤쪽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루시아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아름다운 백은의 날개와 커다란 광륜. 그리고 은은하게 퍼지는 후광.

사람들은 자신들과 같은 인간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루시아의 분위기에 잠시 압도되어 숨조차 쉬지 못했다.


짝짝짝짝!!


정적 속에서 크리스가 홀로 루시아에게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멍하니 루시아를 바라보고 있던 하객들도 하나둘 박수를 쳤다.


"장말로 나왔네... 결혼식 주례라니..."

"왜. 교황쯤 되면 주례는 할 수 있잖아."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루시아 교황도 연인이 있잖아. 지금은 행방불명인 그 사람. 자기 연인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다른 동료는 결혼하는 걸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해서."

"으음~ 그것도 그러네."


루시아는 크리스가 서 있는 단상을 지나 중앙홀의 가운데에 있는 주례단상으로 올라선 후 결혼식을 찾아온 하객을 쭉 둘러보며 간단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네에~ 감사합니다! 개식선언과 소개는 이것으로 간단하게 마치고, 이어서! 화촉점화가 있겠습니다~]


크리스의 말과 함께 주변 불빛이 살짝 어둡게 변하며 버진 로드와 이어진 중앙홀의 문이 도우미들에 의해 천천히 열렸다.


[제가 태양계 지구에서 살 때도 결혼식 사회자나 주례를 맡은 경험이 꽤 있답니다? 그런데 중간계의 결혼식은 태양계의 결혼식과 다른 점들이 많더라고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화촉점화 입니다. 태양계에선 화촉점화를 양가의 어머님께서 함께 해주셨었지만, 이 세상엔 부모님께서 안 계시는 엑스트라 분들이 많다 보니 인연이 깊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문이 활짝 열리며 나타난 존재는 푸른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한복을 입은 무적공, 나이아 베로니카였다.


[오늘은 론과 라니의 미래를 축복해 주기 위해서 공의회의 나이아 베로니카 님께서 화촉점화를 해주시겠습니다~ 모두 박수~!]


짝짝짝짝!

"무적공인가~ 하긴, 전능공인 론과 그의 연인의 결혼이니, 오히려 무적공 정도 되는 사람이 아니라면, 화촉점화를 해줄 수 있는 사람도 없겠다."

"그러게 말이야."


살짝 긴장한듯한 무적공은 준비된 버진로드를 천천히 걸어갔다.

버진로드의 끝에 있는 주례 단상 앞으로 서자 루시아가 공손히 인사를 건넸고 무적공도 마찬가지로 그녀에게 인사했다.

이어서 루시아가 무적공에게 주례단상의 자리를 권했고 무적공은 그녀가 권한 주례단상의 자리에 올랐다.


무적공이 준비되어 있던 촛대를 들어 올리자 촛대에 자동으로 불이 붙었고 그녀가 단상 한가운데에 있는 초에 조심스레 불을 붙이자 초가 은은하게 빛을 내며 양쪽으로 갈라지더니 단상의 끄트머리에 놓였다.


무적공은 단상에서 내려와 하객들에게 인사를 건네곤 박수갈채를 받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무적공의 바로 옆자리인 메리가 웃으며 그녀를 반겼다.


"고생하셨어요. 할머니."

"나 너무 뻣뻣하지 않았니?"

"아니요. 전혀요. 평소처럼 예쁘고 멋지셨어요."

"그럼 다행인데..."


[자아~ 드디어! 모두가 기다리시던 이번 결혼식의 주인공들을 불러볼 때가 됐습니다~]


홀의 불빛이 차례대로 소등되기 시작하더니 홀의 문으로 스포트라이트가 모였다.

그에 따라 하객들의 시선도 문으로 모였다.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도우미 2명이 문을 천천히 열었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샛별에서, 불가능을 지배하는 하늘이 된 남자~!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2개의 이명을 지니고 있으며, '이야기'를 끝낸 주인공의 동료!]


<아담, 저희가 움직일 순서에요.>


크리스의 신랑 소개를 보며 홀의 문 근처에서 서성이고 있던 이브가 곁에 있는 아담에게 말을 걸었다.

아담은 똥 씹은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젠장... 좀 적당히 나댔어야 했는데... 밖에 나가는 것만 생각하다가 이런 귀찮은 부탁까지 들어주게 되다니..."

<아담, 더 늦으면 안 돼요. 식에 문제가 생겨요.>

"알았어. 알았다고."


이브의 독촉에 아담은 신경질을 부리면서 질투의 권능을 사용해 게이트를 만들었다.

그 수는 6개.

일정한 간격을 두며 버진 로드의 양 옆에서 나타난 게이트 속에서 격식 있는 옷으로 차려입은 여섯의 악마 로드가 걸어나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하객들은 깜짝 놀라며 웅성거렸다. 그러나 게이트에서 나타난 로드는 그들에겐 관심도 없다는 듯이 그저 묵묵하게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서 있었고 그들과 마찬가지로 비어있는 자리에 선 아담과 이브를 보며 사람들은 이것이 연출이라는 걸 깨달았다.


[만능성이라 불리었고, 전능공이라고 불리고 있는,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녀의 신랑이라고 불리고 싶은 남자~ 론~~!]


크리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활짝 열린 문 앞에 론이 나타났다.

짧은 황금빛 머리칼과 사파이어 같은 푸른 눈동자, 새하얀 웨딩 슈트를 입고 있는 그는 전혀 긴장하지 않은 듯 얼굴에 상큼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신랑! 입장!]


크리스의 말과 함께 홀 한켠에서 준비하고 있던 악단이 연주를 시작했다.

상쾌하면서도 힘 있는 음악 소리와 함께 론이 악마 로드들이 대열해 있는 버진로드를 나아갔다.

그가 걸어감에 따라 로드들의 몸에서 각각의 검은 기운이 울컥거리며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로드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하객들이 순간 당황했지만, 론은 로드의 행동을 보곤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그들의 검은 기운을 집어삼킬 듯이 거대한 황금빛 기운을 뿜었냈다.

악마들은 자신들의 기운이 힘없이 밀리는 걸 보고 미련없이 기운을 거둬들이며 론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은 뭔가 기이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을 줬다.


"으으... 안 무섭나? 난 아직도 대침공 때가 생각나는데."

"야. 뭘 이제 와서 쫄고 있어. 방금 전에 자리 안내해준 도우미도 악마였는데. 그리고 어차피 이젠 악마들도 침공할 이유도 없고, 애초에 이곳만큼 안전한 곳이 어디 있겠어."

"... 하긴, 그렇긴 하지. 애초에 악마의 왕도 파티의 일원인데."


론이 루시아가 서 있는 주례 단상의 앞에 도착하자 버진로드에 대열해 있던 로드들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다음은! 이 세상에서 남자친구, 남편으로 하고 싶은 남자 순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론의 마음을 사로잡은 신부를 만나볼 시간입니다!]


"그러고 보니 신부는 누구야? 언젠가부터 소문을 듣긴 했는데, 바빌론을 같이 오르던 파티 동료는 아니잖아?"

"글쎄? 나는 파티의 숨겨진 동료라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래? 나는 그냥 평범한 여자라고 들었어."

"으음... 나는 론이 목숨을 구해준 소녀라고 들었는데 말이야."

"나는 괴물이라고 들었어."

"그건 또 뭔 소리야."

"아무튼, 카더라가 너무 많아서 정확히 모르겠네."

"뭐, 이제 직접 보니까 알 수 있겠지."


[불가능을 지배하는 남자의 마음을 지배해버린 수수께끼의 그녀는 누구인가!]


크리스의 외침에 수군거리던 하객들이 론이 나올 준비를 할 때보다 더 강렬한 눈빛으로 문을 쳐다봤다.


[사악한 악당에게 부모를 잃고 도망칠 수 없는 마수에 의해 고통과 공포로 점철된 시뻘건 인생사~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던 저주받은 인생에서 한 줄기의 황금빛이 날아와 그녀를 구했으니, 비련의 여인과 황금의 기사. 이것은 그야말로 운명!]

[운명의 그녀가 황금의 기사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것은 당연한 이치! 세상의 진리!]


"오오. 이단교... 크리스의 말대로라면 신부는 론이 구한 여자라는 소문 쪽이 사실이라는 거지?"

"백마 탄 왕자님인가~ 여자라면 한 번쯤은 꾸는 꿈이라고 하잖아."

"근데 반한 쪽이 론쪽이라는 건가?"

"웃으면서 고백을 거절하기로 유명한 론이 첫눈에 반할 상대라니, 어떻게 생겼을까."


크리스의 소개와 하객들의 잡담을 조용히 듣고 있던 화향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 론이 라니의 백마 탄 왕자님이라는 건 이해하겠지만, 딱히 첫눈에 반한 건 아니지 않아?"


화향의 옆에 있던 천아가 그녀의 혼잣말에 답했다.


"첫눈에 반한 건 아닐지라도 론이 라니에게 반한 건 맞잖아.

좀 더 극단적인 묘사를 하고 싶었나보지.

딱히 틀린 말은 아닐걸? 론이 언제 반했는지 누구 들은 사람도 없잖아?

정말로 첫눈에 반했을지도."

"으음~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도 모르면서 반하다니. 남자라는 건 이해가 안 되네."

"아하하핫!"


홀의 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자는 라니가 아니라 보호 고아원의 어린 소년,소녀들이었다.


[신부! 입장~!]


크리스의 말에 새하얀 옷을 입고 손엔 꽃바구니를 들고 있던 아이들은 근심 하나 없는 순수한 미소와 함께 바구니에 있는 붉은 장미를 버진로드에 뿌리며 나아갔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의 뒤로 새하얀 웨딩 드레스와 베일을 쓴 라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으음~ 예쁘긴 하네."

"그런데 모든 고백을 다 거절하면서까지 만날 정도인가?"

"바보야. 전능공이 넌 줄 아냐? 평생을 함께할 여잔데 외모만 볼 리 없잖아. 분명히 뭔가가 더 있겠지."

"새, 생각한 거랑 좀 다르니까 그렇지!"


짝짝짝짝!

누군가의 박수소리를 시작으로 중앙홀이 떠나갈 정도로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린 아이들은 꽃을 다 흩뿌린 후에는 재빨리 좌우로 흩어지며 뽈뽈뽈 사라졌다.


버진 로드를 걸어오며 하객들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걸 들은 라니는 론의 옆에 도착하곤 부끄러움을 참지 못했는지 고개를 푹 숙였다.


[이야~ 누가 봐도 너무 잘생기고 아름다운 신랑 신부가 이 자리에 섰습니다~ 다음으로 신랑 신부가 맞절을 하는 순서인데~ 긴장하지 마시고 두 분, 서로 마주 봐 주시기 바랍니다.]


정면의 주례단상을 보고 서 있던 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돌려 라니에게 향했고 라니 역시 고개를 숙인 그대로 몸을 천천히 돌렸다.


[이제는 부부가 될 두 주인공의 첫 인사가 있겠습니다. 신랑 신부 맞절~]


크리스의 말에 론과 라니가 서로에게 고개를 숙였다. 여전히 라니는 긴장을 억누르지 못하고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라니."

"...?"


눈을 질끈 감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던 라니를, 론이 나직이 불렀다.


"고개 살짝 들고 여기 봐봐."


라니는 론의 말에 사람들이 보고 있기 때문에 그래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살짝 고개만 들어 앞에 있는 론을 향했다.

그녀의 앞에 있던 론 역시 고개만 살짝 든 채로 그녀를 보며 웃고 있었다.


"너무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 모두가 널 비웃으러 온 게 아니야. 축복하고 부러워하러 온 거지."

"론..."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해. 내가, 네 것이라는 것을."


[이어서! 이곳에 계신 여러분 앞에서 신랑 신부의 결혼을 약속하는 혼인서약이 있겠습니다~!]


론과 라니가 몸을 세우며 서로를 바라봤다.

론은 라니에게 한 발짝 다가가 그녀의 양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론의 따스한 손길과 눈빛에 라니도 심호흡을 하며 진정하기 시작했다.


중앙홀 내부는 라니를 기다려 주는 것처럼 아주 조용했다.

라니의 상태가 괜찮아진 걸 확인한 론이 먼저 입을 땠다.


"나, 론은 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그대를 신부로 맞이합니다.

지금까지 꿈을 향해 앞만 바라보며 멈추지 않고 달렸던 저는, 이제는 제 옆에선 당신만을 바라보며 그 순간이 영원해지도록 함께 걷고 싶습니다."


이어서, 라니도 준비해뒀던 혼인 서약을 입에 올렸다.


"나, 라니는... 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당신을 신랑으로 맞이합니다...

나의 칠흑 같던 삶에 찾아와준 유일한 빛. 행복을 깨닫게 해준 당신의 곁에서... 영원히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어서, 루시아 교황님의 주례사와 성혼선언문낭독이 있겠습니다.]


주례단상에서 론과 라니를 부러운 듯 바라보고 있던 루시아가 크리스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준비해 놓은 성혼선언문을 읽어나갔다.


"오늘은, 참으로 경사스러운 날이 아닐 수 없네요... 바보처럼 앞만 바라보며 위태롭게 나아가던 소중한 동료가, 이제는 자신의 곁에 있는 꿈을 꼭 붙잡고 걸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삶에 미련이 없을 정도로 불우한 시간을 보내왔던 친우는, 이제는 흘러넘칠 정도의 사랑과 행복을 품에 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둘이 함께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이곳에 계신 많은 분들의 상상과 다르게 정말로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는 걸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진심으로 이 둘의 결혼을 축복하고 영원히 행복해지길 기원합니다.


신랑 론과 신부 라니. 둘은 연인이라는 관계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 앞에서 영원을 함께할 부부가 되기를 굳세 맹세했습니다.

이에 저는, 이 혼인이 원만하게 이루어진 것을 여러분 앞에 엄숙히 선언합니다."


루시아의 선언과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라니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어깨를 움츠렸고 론은 그녀의 행동이 마냥 사랑스럽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이 분위기를 이어서~ 예물교환이 있겠습니다~]


결혼식에서 가장 중요한 순서 중 하나.

론과 라니의 곁으로 아담과 이브가 게이트를 통해 나타나선 미리 받아 놨던 그들의 결혼반지를 건넸다.


"... 축하해. 나처럼 잡혀 살진 마라."

"아핫. 그건 무리라고 생각하는데. 난 라니가 하는 말은 절대로 지키는 주의라서."

"... 뭐, 네가 그걸로 괜찮다면 상관없겠지."


<라니, 정말로 축하해요. 당신도 꼭 저처럼 행복해지세요.>

"아... 이브 님... 감사합니다..."

<만약에 밤일에 대해서 궁금한 게 있다면 제게 오세요. 많이 알려 드릴게요.>

"읏... 으, 네, 네에..."


각자 진심을 담은 말을 건네고 사라진 아담과 이브를 뒤로하고 론과 라니가 다시 서로를 마주 봤다.


론은 라니의 왼손을 보물 다루듯이 아주 조심스레 들어 올렸다.

그리곤 그녀의 약지에 딱 맞춰 준비해뒀던 결혼반지를 조심스레 끼웠다.


하객들의 작은 환호와 박수 소리가 퍼졌다.


라니도 마찬가지로 론의 커다란 손을 들어 올리곤 그의 반지를 약지에 천천히 끼웠다.


이번엔 더욱더 커다란 환호와 박수 소리가 퍼졌다.


예물 교환까지 끝나자 이제는 크게 걱정할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 라니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반지가 끼워진 론의 손을 한 번 꼭 움켜쥐고 내려놓았다.


아니.

내려놓으려 했다.


꽉...!

"에,"


론이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던 라니의 손을 반대로 붙잡아 끌어당겼다.


그리고,


"에, 으웁?!"


론이 라니의 머리를 양손으로 잡아당겨 예정에도 없던 입맞춤을 했다.

그의 돌발 행동에 라니는 거의 공황에 가까운 패닉에 빠지며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목격한 하객들은,


[모두~ 박수~~!!!!]

크리스의 유도에 따라 열광하며 론과 라니를 축복해줬다.


****


예물 교환 후.

결혼식 축하 연주와 축가, 그리고 신랑 신부의 행진을 끝으로 결혼식이 끝이 났다.


폐식을 한 후에는 곧바로 신전 야외에서 피로연이 열렸다.


탐욕의 악마들이 준비해놓은 음식과 론과 라니의 결혼 축하를 위해 일행들이 준비해 놨던 축하 공연들이 진행되었다.


"무서워하지 마. 난 널 구하러 왔을 뿐이야."

"...! ...!"

"걱정 마.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널 구해낼 테니까."


축하 공연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메리가 자신의 능력을 활용한 일인 전역의 연극, '론과 라니의 첫 만남' 이었다.


"이게 바로 내 전력, [절검제]다!"

"...! ...!"


메리의 능력을 이용해서 론과 라니는 물론, 론과 싸우고 있는 광신살의 부하들까지 전부 표현하고 있는 연극은 너무나 리얼하고 화려했다.

구경하는 관객들 사이를 자유롭게 누비며 피 터지게 싸우는 메리의 기억체들에 사람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 메리? 정말로 론이 저렇게 싸웠어?"


연극을 지휘하고 있는 메리의 곁으로 화향이 다가와 의심스럽다는 듯이 질문을 던졌다.


"그야 저도 모르죠."

"모른다고?"

"네. 아빠가 없던 장소의 일은 그냥 아빠가 들은 대로만 알고 있을 뿐이니까요.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으로 각색한 거예요."

"... 그럼, 당사자에게 물어봐야겠네. 라니, 어때? 정말로 론이 저렇게 화려하게 날아다녔어?"


화향은 지인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론과 라니까지 불러 연극과 실제의 차이를 물었다.

라니는 곁에 있는 론과 잠시 귓속말을 주고받더니 살짝 고개를 저었다.


"어어... 큰 틀은 비슷하지만 세세한 건 많이 달라요... 저는 마지막 실험이라면서 실험대에 묶여 있었으니까..."

"좀 부끄럽지만, 그때의 난 많이 약했거든. 수술 준비하던 넘버즈도 쓰러트리지 못했으니까. 할 수 있는 거라곤 라니를 엎고 도망치는 게 최대였고. 절검제도 마력이 모자라서 완벽하게 구현도 못 했었어. 그나마 이명이 생긴 덕분에 이길 수 있었지."

"흐응~"


론과 라니의 말을 듣고 있던 메리가 잠시 고민하더니 연극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아주 멋지게 괴물들과 싸우던 론의 위세가 줄어들더니 점점 밀려나다가 결국, 못 버티겠다 싶으니 라니를 안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음, 좀 더 비슷해 보이네. 이렇게 보니까 나 너무 없어 보이는데? 아하하핫!"


스토리가 바뀐 연극을 보던 론은 실제로 있었던 그날을 회상하며 웃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라니가 론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기며 그를 부르더니,


"내, 내겐... 그 누구보다 멋있었어..."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그에게 고백했다.


그녀의 예상치 못한 진심에 언제나 상큼한 미소로 칭찬을 받아내는 론도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자! 자자! 알겠어요! 꽁냥대는 건 잠깐 멈추시고! 어차피 여행 떠나면 아무도 안 막을 테니까! 빨리 사진 찍기로 한 사람들 모이세요! 준비 다 했어요!"


폐식을 한 후에도 피로연을 위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크리스와 그를 돕고 있던 독설화가 일행에게 다가왔다.


"사진인가...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다 같이 모여 사진을 찍어본 적이 한 번도 없군."


운룡이 황룡과 함께 사진을 찍을 준비가 된 곳으로 제일 먼저 걸어갔다.


"이것만 찍으면 이제 잡일도 끝이구나~"

<집으로 돌아가서 쉴 수 있겠네요~>

"... 집으로 돌아가서 쉴 수 있는 거 맞지?"


아담과 이브도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할머니, 이쪽으로 오세요."

"그래. 애들아 어서 오렴. 샬럿, 너도 빨리 와."

"네에~ 욕망공, 오늘은 말 잘 듣기로 했잖아요. 반항하지 말고 빨리 오세요."

"싫어~ 결혼식 끝났잖아~ 나 다시 의연 님 찾으러 갈 거라구~"

"사진만 찍고 가시라고요. 아, 법률공! 이치공도 어서 오세요."

"우리 말인가?"

"같이 찍어도 되나?"

"무슨 말씀이세요. 당연히 같이 찍어야죠. 사람은 많을수록 좋다고요."


메리는 무적공의 자리를 안내했고 단절공이 쓸데없이 힘을 빼게 하는 욕망공을 끌고 왔다.

마룡제는 자신들도 있어도 되는 게 맞는지 몰라 쭈뼛거리고 있는 법률공과 이치공을 안내했다.


"빨리빨리 움직이세요! 세리아 원장님~! 무리한 부탁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애들 좀 안 움직이게 잘 붙잡아 주세요~! 네~! 좋아요~ 그렇게~! 아! 제레온 파티 분들! 우물쭈물 거리지 말고 빨리 아무 자리나 잡으세요! 빨리!"

"크리스, 이제 거의 다 모인 거 같으니 이제 그만 부르고 우리도 자리를 잡도록 하자꾸나."

"응? 그럴까요?"


사진을 찍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자리를 지정해주던 크리스도 후일은 사진 기사에게 맡기고 독설화와 함께 자기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어디로 갈까요."

"... 엄청 자연스럽게 말하네? 난 네가 식이 끝나자마자 다시 집무실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으음~ 원래는 그럴 생각이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론과 라니의 결혼식이잖아요. 피로연까진 같이 있어야죠."

"... 그래. 다행이네."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화향."

"별로 걱정 같은 건 하지 않아. 안 그래도 매일 메리가 네 이야기만 해서 다 알고 있으니까."

"후훗."

"여기야 여기~! 이쪽으로 오면 돼~!"

화향은 이쪽~!

루시아는 이쪽~~!"


어느샌가 자리를 잡은 천아는 자신의 양 옆자리로 루시아와 독화향을 안내했다.


"근데~ 의연의 자리는 어떻게 할까?

역기 남겨둬야 하지 않을까?"

"지금 여기 없는데 그냥 내버려둬야지."

"에에. 루시아도 화향이랑 같은 생각이야?

혹시라도 나중에 오면 합성을 해서 같이 찍은 것처럼 만들면 좋을 거 같은데."

"... 후훗. 재미있는 발상이네요.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론과 라니잖아요. 둘의 결혼식 사진에 빈틈이 있으면 안 되겠죠. 어차피 의연이 오면 또 결혼식을 올릴 테니, 오늘은 내버려두죠."

"... 그것도 그러네!"


천아는 루시아의 말에 납득하며 의연의 자리를 남겨두는 것을 포기했다.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들의 중심에 설 론과 라니만 자리로 가면 준비가 끝이 난다.


"우리도 설까? 라니."


론이 라니의 손을 붙잡고 그녀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라니는 그런 론의 손길에 잠시 이끌려 가더니, 갑자기 제자리에 멈춰 섰다.


"잠, 잠깐... 잠깐만요..."


론은 갑자기 그녀가 왜 그러는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왜? 뭔가 아쉬운 거라도 있어? 혹시 부르고 싶은 사람이라거나?"

"아, 아니... 그건 아니지만..."


라니가 우물쭈물 거리며 말을 어물거렸다.

이미 사진을 찍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사람들은 라니가 왜 그러는 지 궁금해 전부 그녀만 쳐다보고 있었고 그런 사람들의 시선에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라니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소리쳤다.


"부, 부케 던지기 먼저 하고 싶어요!!"

"... 뭐?"


뜬금없는 라니의 말에 론이 당황했다.


"부케... 그것도 해야지. 안 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일단 사진 찍을 준비가 다 됐으니까 사진 먼저 찍는 건 어때?"

"부케... 부케 던지기 먼저 하고 싶어요!"


론은 그녀의 의미 모를 억지에 살짝 당황했다.


"라, 라니? 갑자기 왜 그러느,ㄴ"

"부탁해요... 부케 던지기 먼저 할래요..."

"어... 어어..."


떨리는 눈동자로 자신을 올려다보며 부탁하는 라니의 모습에 론은 어찌할 줄 몰라 했다.

그러나 그런 론과 라니를 도와주기 위해서, 사진을 찍을 준비를 하고 있던 여성진들이 먼저 움직였다.


"신부가 하고 싶다는데 해야지. 카린, 샤린. 엄마는 이제 너희가 결혼하는 걸 보고 싶구나. 어서 가서 부케를 받아오련?"

"에에... 전 딱히 생각ㅇ..."

찌릿!

"... 가자. 샤린."

"네. 다녀올게요. 엄마."


단절공, 마룡제는 무적공의 눈총을 버티지 못하고 억지로 이동했다.

그런데 무적공이 그녀들과 함께 움직이고 있는 욕망공을 발견하고 그녀의 뒷덜미를 붙잡았다.


"샬럿, 넌 가지 마."

"아? 잠, 무슨 짓이야~! 나도 부케 받고 싶다구~"

"넌 이미 늦었어."

"너! 무, 무슨 그런 심한 말을! 난 전혀 늦지 않았어! 요즘 애들이랑 비교해도 내가 압도적인데 그게 무슨 말이야!"

"괜히 애들이 즐기는 곳에서 나이에 안 맞게 끼어들지 말라고."

"으우~!"

"할머니, 너무 그러지 마세요. 욕망공, 저희도 가요."

"메리~ 어쩜. 의연 님을 닮아서 이렇게 착하다니~~"

"... 욕망 녀석. 설마 정말로 부케를 손에 넣을 생각을 하는 건가? 다른 창창한 애들이 노리고 있는 부케를?"

"그녀라면 충분히 그럴 생각으로 보이는구만."


욕망공도 메리와 함께 부케 던지기에 참가했다.

무적공도 메리가 그렇게 말하니 더는 만류하진 않았다.


"하아, 고작 꽃다발 던지는 게 뭐가 대수라고... 그냥 빨리 끝내지."

<그러게요.>


빨리 숙소로 돌아가고 싶었던 아담과 이브는 괜히 시간이 지체되는 것이 마냥 귀찮기만 했다.

그러나 이브의 반응을 본 설화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이브, 그대는 부케 던지기에 관심 없는 것이냐? 그대라면 절대로 관심이 있을 거라 생각했건만."

<제가 말입니까? 어째서죠? 그냥 꽃다발을 던지고 받는 거 아닙니까.>

"아아. 어쩐지. 그대는 부케 던지기에 대해서 아예 모르는구나. 신부가 던지는 부케를 받은 사람은 6개월 안에 결혼을 해야 한다는 속설이 있느니라. 그 안에 결혼하지 못한다면, 3년 동안 결혼을 못한다고 하지."

<...?>

"이해하지 못했느냐? 부케를 받으면, 그대의 낭군과 6개월 안에 무조건 결혼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


설화의 말에 이브가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


"뭐, 뭐 그런 바보 같은 이야기가 다 있어. 아무 근거도 없는 헛소리잖아."

<아담, 다녀오겠습니다.>

"이, 이브! 안 가도 돼! 너 아까는 결혼식 같은 건 관심 없다고 했잖아!! 이익...! 독설화!! 너 도대체 무슨 짓을...!"

"뭘, 그대들의 밝은 내일을 위해서 귀뜸해준 것이니라. 너무 고마워하지 않아도 괜찮느니라."

"전혀 고맙지 않아!!"


전의마저 불태우며 자리는 뜨는 이브와 그런 이브를 보며 설화에게 분노하는 아담.

그리고 그런 아담을 뒤로하며 자신도 부케 던지기에 참가하러 움직이는 설화였다.


"우리도 가자~

부케 던지기! 전생부터 해보고 싶던 거야!

로맨틱해~~"

"라이벌이 많네요. 받을 수 있을까요?"

"글쎄. 조금 힘들겠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부케를 받으려는 사람도 있는 거 같으니까."


천아, 루시아, 화향도 부케 던지기를 참가했다.


"그래도 노력을 해봐야죠. 혹시 모르잖아요? 부케를 받으면, 6개월 안에 결혼식을 하기 위해서 의연 씨가 돌아와 줄지."

"그 반대일 수도 있어. 6개월 동안 돌아오지 않으면, 3년 동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지."

"그렇다면, 화향은 잡지 않아도 괜찮아요. 제가 잡고, 제가 제일 먼저 의연 씨랑 결혼식을 올리도록 하죠."

"내가 언제 안 잡는다고 했나?"

"으응~ 둘 다 엄청 진지하네!

나도 있는데!

내가 잡아야지~"


부케와는 인연이 없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모두가 모였다.


라니는 3가지의 꽃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부케를 든 채

론에게 어떻게 던지면 되는지를 설명을 들었다.

그 후 론은 라니와 부케를 잡을 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한꺼번에 찍을 수 있도록 사진 기사에게 위치를 옮겨달라고 부탁했다.


'라니가 이런 억지를 부리다니, 의외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럴 애가 아닌데...'


라니가 무슨 생각이 있는 건가 싶어 그녀를 바라보니 라니도 론의 시선을 느끼고 그에게 수줍게 웃었다.


'... 뭐, 상관없겠지.'


****


"준비... 됐어요..."


라니가 뒤를 돈 자세로 부케를 던질 준비를 끝마쳤다.


"이쪽도 준비됐어요. 라니."

"평범한 사람들도 있는 전장이니라. 능력을 사용하는 비겁한 이들은 없겠지."

"혹시~ 조금 급한 사람에게 양보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니~ 애들아~?"

<상대도 없는 이들은 그냥 빠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나는 솔직히 말하면 빠지고 싶은데."

"엄마가 보고 있잖아요. 일단은 제대로 하자고요. 언니."

"이번 기회에 우리 순서를 정하는 게 어때요? 받은 사람이 제일 먼저 의연과 결혼하고, 그다음 부케를 받는 사람이 다음. 그다음 부케를 받는 사람이 마지막인 거죠."

"나보다 나중에 받아놓고 물리기 없이야."

"에에~! 잠깐만! 결정된 거야?!

난 다 같이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는데~!"


부케 던지기는 분명히 피로연의 즐거운 이벤트 중 하나일 뿐이었으나 부케를 받을 준비를 하고 잇는 여성들의 분위기는 가히 전장과 다름없었다.


"모두 힘내렴~!"


이 순간이 마냥 즐겁기만 한 무적공은 손을 흔들며 모두를 응원했다.


"제자여, 네 녀석은 짝을 만들 생각이 없는 것이냐."

"제 몸 가누기도 바쁜데 뭔 소립니까."

"... 하아~"

"뭡니까. 지금 시비 거시는 겁니까?"


그리고 연애나 결혼에 인연이 없는 운룡과 황룡은 서로 투닥거렸고,


"크리스! 뭐냐고! 네 여자가 이브한테 괜한 불을 지펴서 상황이 이상해졌잖아!"

"자, 잠깐만요...! 진정하세요...! 설화는 정말 순수하게 이브 양과 당신을 위해서 말해준 거뿐이에요...!"

"어딜 봐서!"

"어, 어차피! 결혼식을 안 하면 당신은 이브와 방에 틀어박혀 정기나 쥐어짜 일 텐데! 차라리 결혼식 준비를 빌미로 밖으로 나와서 덜 짜이는 게 좋지 않겠어요?!?!"

"아아... 라고 할 거 같냐?!"


크리스는 아담에게 멱살을 붙잡힌 채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던질게요...!!"


어수선해지려는 사이에 라니가 큰 소리로 외치자 모두의 시선이 그녀의 부케로 집중됐다.

여성들은 부케를 잡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치열한 자리싸움을 계속했다.


그리고,


홱!!

라니가 부케를 있는 힘껏 던졌다.


라니의 머리를 넘기며 던져진 아름다운 부케.

그것은 매우 높은 포물선을 그리며 저 멀리 날아갔다.


"아!"

"쯧! 라니도 평범한 여자가 아니라는 걸 까먹고 있었느니라."

"아앙~너무 세잖아~!"


부케는 제일 앞 라인에 있던 메리, 설화, 욕망공을 가볍게 넘겼다.


<이 정도 높이는 점프로도 충분히!>

"언니! 빨리 점프하세요!"

"야, 야! 그렇게 억지로 밀지... 우앗!"

<읏?! 무슨 짓을...!>


마룡제가 무리하게 단절공을 밀다가 균형을 잃은 단절공이 넘어졌고 그 여파로 뛸 준비를 하던 이브도 제대로 뛰지 못하고 넘어지고 말았다.


남은 사람은 가장 뒤쪽에 있던 루시아, 독화향, 천아.


"부케는 제 것이에요!"


루시아가 자신의 거대한 날개를 활짝 펴 다른 이들이 하늘을 거닐고 있는 부케에 손조차 뻗지 못하게 방해했다.


"아아~!! 너무해~!

루시아 악랄해~!!

루시아 비겁해~~!"

"루, 루시아! 능력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잖아!"

"이건 능력이 아니라 제 신체의 일부에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그렇다면!"

"꺄악?!"

"아! 위험해!"


화향이 목표를 부케가 아니라 루시아를 방해하는 걸로 바꾸고 그녀에게 태클을 걸자 정말로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힘으로만 움직이고 있던 루시아가 화향과 자신의 날개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옆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천아는 둘이 위험해 보이자 허둥거리며 분열체를 만들어 그녀들을 구했다.


휘잉~


바람을 타고 계속해서 날아가는 부케.

이윽고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힘을 잃은 부케는 천천히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 상황을 지켜볼 수는 없었던 결국, 능력을 사용하려 했다.


.

.

.


떨어지는 부케 뒤쪽에 서 있는 남자를 보기 전까지.


탁.

떨어지던 부케는 처음부터 제 주인에게 날아갔던 것인 듯, 남자의 손안으로 도착했다.


남자는 부케를 잠시 쳐다보더니, 살짝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제가 부케 던지기 때 등장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는 했지만, 그건 피로연이 다 끝난 후에 나올 수 있게 해달라고 했던 건데 말이죠."

"... 저, 저는... 사진... 같이 찍고 싶었으니까..."

"음~ 그렇게 생각해주셨다니 제가 뭐라 하기 그렇네요."


라니와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눈 남자는 천천히 일행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따악. 따악.

한 손엔 부케, 한 손엔 지팡이.

그리고 결혼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먼지투성이의 허름한 옷차림.


그러나 그런 건 상관이 없다는 듯이, 론이 떨리는 목소리로 남자에게 물었다.


"왜... 왜 이제야 나타나는 거야..."

"왜긴요. 오늘 주인공은 론이랑 라니니까요. 괜히 시선 끌 수는 없죠."

"그런,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왜 하는데... 너무 늦었잖아...!"

"뭐, 조금 늦긴 했지만, 제가 감수해야죠. 그래서, 이것도 라니에게 부탁했던 거고요."


남자는 손에 들린 부케를 흔들어 보이며 미소를 일관했다.


곧이어 남자의 시선이 넘어져 있는 3명의 여인에게 향했다.


"... 늦었습니다."


누구 한 명이 아닌, 3명 모두에게 전한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


"하! 이제야 돌아와서 하는 말이, 늦었습니다. 고작 그것뿐이야? 2년 동안 아무 소식도 없이 우릴 내버려둬 놓고, 금방 돌아온다고 해놓고서. 이 거짓말쟁이."


화향이 몸을 일으켜 세우며 남자에게 마음에도 없는 질타를 날렸다.


"저, 너무 힘들었어요... 정말로 보고 싶고 보고 싶어서... 잊고 지내보려고 해도 머릿속에서 사라지질 않아서...! 매일 매일이 너무 힘들었어요!"


루시아가 비틀거리며 남자에게 한탄하며 자신의 숨겨왔던 진심을 토로했다.


"이젠 떨어지지 않는 거지?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거지?

우리도 이제... 우리도 이제 같이 행복해질 수 있는 거지?

그치? 그렇지...?!"


천아가 주체하지 못하고 흘러넘치는 눈물을 손으로 닦으며 물었다.


"약속할게요... 이젠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거예요."


조연조차 되지 못했던 엑스트라.

해피 엔딩을 꿈꾸며 '이야기'를 끝없이 다시 시작했던 미치광이.

구원을 절망하고 마침내 끝에 도달한 남자.

수 많은 사람들을 오매불망 기다리게 만들었던 중간계의 '주인공'.


... 민의연이 자신에게 뛰어오는 이들을 보며 활짝 웃었다.


"다녀왔습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작자미상. 입니다.


드디어 글이 완결이 났습니다.

막판에 들어서 연재를 제대로 못 해서 죄송합니다.


저의 첫 글이 완결이 된다는 것이 싱숭생숭해서 그런지 제대로 손이 가질 않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참 아쉬운 게 많은 거 같습니다.

연재 속도도 딸리고, 표현력도 딸리고, 후회되는 것도 많고... 왜 이렇게 썼을까. 좀 더 잘 쓸 수 있었을 거 같은데. 너무 제멋대로 쓴 거 아닌가.


완결을 한 후에 하고 싶은 말은 분명히 많았는데.

막상 글로 쓰려니 또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전 세상에서 가장 긴 이야기.

작년 5월 공모전을 시작으로 쓴 글이니 약 1년 9개월 된 거 같습니다.


볼품없는 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ㅅ')7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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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 종장 에필로그 03 24.01.31 47 2 10쪽
371 종장 에필로그 02 24.01.18 55 3 21쪽
370 종장 에필로그 01 24.01.04 53 2 14쪽
369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23. [또다른 선택지] 23.12.21 55 2 18쪽
368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22 [선택] 23.12.14 48 2 15쪽
367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21 ['이야기'의 끝?] 23.12.10 48 2 13쪽
366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20 [너를 저주한다.] 23.12.05 49 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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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7 [나는 아직 놓아줄 생각이 없단 말이지.] 23.11.25 52 3 17쪽
362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6 [외전.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주인공의 후회일기] 23.11.19 60 3 38쪽
361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5 [약속이다.] 23.11.15 53 3 13쪽
360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4 [정당한 살의] 23.11.11 53 3 10쪽
359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3 [마지막 게스트] 23.11.07 55 2 19쪽
358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2 [진룡] 23.11.03 56 2 13쪽
357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1 [붕괴환향] 23.10.30 57 2 12쪽
356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0 [용] 23.10.27 5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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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6 [마더 공략법] 23.10.14 5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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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2 [전형적인 탑 등반 스토리] 23.10.04 58 3 10쪽
347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1 [앞으로의 목표] 23.10.02 6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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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 6장 에필로그 08 23.09.26 58 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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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7 [거래인가 협박인가] 23.08.02 74 5 16쪽
316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6 [개화] 23.07.31 76 5 16쪽
315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5 [81층] 23.07.29 70 4 12쪽
314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4 [다음 스토리] 23.07.27 79 3 13쪽
313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3 [주인공과 빌런의 첫 만남] 23.07.25 80 4 14쪽
312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2 [이단이 몰랐던 것] 23.07.24 77 4 15쪽
311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1 [주인공과 빌런의 만남] 23.07.21 74 3 14쪽
310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0 [과거 덮어쓰기] 23.07.19 76 4 8쪽
309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9 ['이야기'의 시작] 23.07.17 81 3 15쪽
308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8 [무엇을 했는가...] 23.07.15 77 4 12쪽
307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7 [2번째 만남] 23.07.14 72 4 10쪽
306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6 [다음 일정] 23.07.13 87 4 11쪽
305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5 [완전 무장] 23.07.11 71 4 10쪽
304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4 [재회] 23.07.10 68 4 9쪽
303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3 [바빌론 등정] 23.07.09 79 4 11쪽
302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2 [그의 정체는 무엇인가] 23.07.08 77 4 15쪽
301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1 [구원망] +1 23.07.07 77 4 15쪽
300 5장 에필로그 16. [4장](수정) 23.06.26 87 4 11쪽
299 5장 에필로그 15 [4장] 23.06.25 82 3 12쪽
298 5장 에필로그 14 [4장] 23.06.24 81 4 10쪽
297 5장 에필로그 13 [4장] 23.06.23 75 3 11쪽
296 5장 에필로그 12 [4장] 23.06.22 83 4 16쪽
295 5장 에필로그 11 [4장] 23.06.19 83 3 12쪽
294 5장 에필로그 10 [4장] 23.06.18 87 4 13쪽
293 5장 에필로그 09 [4장] 23.06.17 74 4 9쪽
292 5장 에필로그 08 [막간] 23.06.15 80 3 12쪽
291 5장 에필로그 07 [막간] 23.06.15 78 4 13쪽
290 5장 에필로그 06 [막간] +1 23.06.12 85 4 13쪽
289 5장 에필로그 05 [3장] 23.06.11 84 3 15쪽
288 5장 에필로그 04 [2장] 23.06.09 86 3 13쪽
287 5장 에필로그 03 [1장] 23.06.06 80 4 18쪽
286 5장 에필로그 02 [1장] 23.06.05 81 4 12쪽
285 5장 에필로그 01 [프롤로그] 23.06.03 129 4 17쪽
284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8. [MESSIAH] 23.05.31 86 4 16쪽
283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7 [치킨런] 23.05.31 78 4 11쪽
282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6 [이어서] 23.05.27 127 4 18쪽
281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5 [끝] 23.05.25 77 4 10쪽
280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4 [상황 종료] 23.05.23 81 4 13쪽
279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3 [민의연?] +1 23.05.21 84 4 9쪽
278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2 [모두가 죽게 된 이유] 23.05.19 93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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