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5 [각자의 전투]
파지직!
미코의 부적이 위험한 소리를 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띠링.
[주인공의 공격이 빌런에게 필중합니다.]
보정을 받은 부적이 자아가 생긴 것처럼 공중에서 방향을 틀었다.
"서로 알 건 다 알면서 계속 똑같은 공격만 하실 건가요?"
부적의 목표, 미코의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는 루시아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부적을 보며 중얼거렸다.
루시아의 비행 속도보다 빠른 부적은 금세 그녀의 근처에 도달했다.
루시아는 날개를 접으며 급선회를 했고, 부적 또한 마찬가지로 루시아를 계속 따라붙었다.
그리고 부적이 마침내 루시아에게 맞기 직전.
팔랑.
루시아의 깃털이 2, 3개 정도 떨어지더니 그대로 부적에 닿았다.
마치 호밍 미사일을 방해하는 전파 교란기처럼.
콰우웅...!
깃털을 루시아라고 판단한 부적이 그대로 터졌다.
루시아는 이미 폭발 범위 밖으로 피한 후였다.
"미래 예지를 하실 수 있다고 들었는데요. 제가 그런 공격에 맞을 리 없다는 건 모르시나요?"
"......"
"아니면, '안' 보는 걸까요?"
미코가 루시아의 말을 무시하며 다시 부적을 날렸다.
'선지의 눈'을 통해 자신에게 날아오는 부적의 동선을 파악한 루시아가 다시 하늘을 우아하게 날며 부적을 무력화시켰다.
그녀의 눈은 자신의 시야에 1~5초 사이에 일어날 일을 미리 볼 수 있는 능력으로 팔계시와 달리 매번 정신을 집중할 필요가 없어 순간순간의 대처가 뛰어났다.
그렇다고 선지의 눈이 팔계시에 비해 고성능은 아니기에 이미 확정된 미래에 포함된 움직임일 뿐, 사실은 딱히 유리한 상황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주인공이란 존재도 별거 아니네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루시아는 운룡에게 했던 것처럼 미코를 도발했다.
"... 착각하지 마세요. 저희가 당신들을 쓰러트리지 못하는 게 아니에요. 쓰러트리지 않고 있을 뿐이지."
"흐응? 일부러 그러실 필요는 없지 않나요?"
"있어요. 이건 '이야기'니까. 싸우자마자 전부 쓰러트리면 '이야기'가 안 되잖아요?"
미코가 아무 문제 없다는 듯이 말했다.
"잠운룡이라는 자가 예상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천아라는 여자가 대응 불가능할 정도의 사기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한들, 아무 문제 없어요."
미코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으며 담담히 말했다.
"저희는 '주인공'이고, 이건 저희가 이기는 '이야기'니까."
"... 그거참, 굉장한 자신감이네요. 그런데 이건 모르시나 보네요."
루시아는 환하게 웃어 보이며 미코에게 말했다.
"당신이 그렇게 믿는 '이야기'의 '주인공'을 4번이나 막아낸 것이 바로 제 의연 씨라는걸."
****
여의도 한강공원.
수많은 엑스트라와 일반인들이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공간.
그 한가운데에 갑자기 커다란 결계가 나타났다.
"뭐, 뭐야?"
"누가 이런 곳에서 이렇게 매너없이 마법을 쓰는 거야!"
결계의 내부에는 두 명의 남녀가 서 있었다.
"어... 저 남자, 주인공 아니야?"
"맞는 거 같은데? 오로치 파티였나? 말을 전혀 안 하는..."
"여자 쪽은 메리 메모리 아니야? 살인마의 딸인."
사람들이 2명의 정체를 알아봤다.
척.
무사시가 자신의 일본도 2자루를 뽑아들며 메리를 보고 전투 준비를 끝마쳤다.
그에 비해 메리는 전투 준비는커녕, 자신의 옷매무시를 고치는 것에 혈안이 되었다.
"......"
무사시는 메리를 보며 전투 자세 그대로 가만히 서 있었다.
툭. 툭.
"음- 이 정도가 최선이겠네요."
메리가 치맛자락에 묻은 먼지를 다 털어내며 만족했다.
"음!"
그녀의 정돈이 끝난 걸 확인한 무사시가 그녀를 향해 질풍처럼 쇄도했다.
사라락.
메리는 방금 정돈을 끝낸 치맛자락을 손가락으로 살짝 들며 무사시를 향해 만들어진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민의연의 자랑스러운 딸, 메리 메모리라 합니다. 이명은 절망공녀라고 해요."
콰즈즈즉!
메리의 인사를 본 무사시가 급히 브레이크를 걸며 멈춰 섰다.
"......"
"......"
메리가 무사시의 반응을 기다리듯, 그 자세 그대로 가만히 기다렸다.
"......"
잠시 메리를 쳐다보던 무사시가 양손에 들고 있던 일본도를 다시 넣고는 메리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사무라이. 젠 무사시. 이명은 삼기.대도三岐.大刀."
"야마타노 오로치의 검이로군요. 당신과 싸우게 되다니 기쁘네요."
"나 역시, 예를 아는 자와 겨룰 수 있어 기쁘다."
메리가 치맛자락을 내리며 말을 이었다.
"저도 당신처럼 아빠의 가장 강력한 검을 자신하고 있는 몸. 제가 검을 뽑을 시간을 주실 수 있겠죠?"
끄덕.
무사시가 메리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감사해요."
메리의 능력은 의연의 기억 공유와 그 기억을 이용한 '기억체'를 만드는 것뿐.
만약에 무사시가 그대로 메리를 공격했다면, 메리는 저항도 못하고 그대로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의 성향이 어떤지 알고 있던 메리는 자연스럽게 이런 상황을 유도한 것이다.
"[잊고 싶지 않은 그날을, 다시금 돌이켜봅니다.]"
메리의 영창과 함께 그녀의 검은 촉수가 거대한 알을 만들어냈다.
"[추억의 기억]"
알의 껍질을 깨고 나온 것은 파티의 방패.
"[가디언 - 루시아 디 아렌디아]"
다른 회차의 루시아였다.
스르릉.
루시아가 기억체를 만들어낼 때까지 기다려준 무사시가 자신의 일본도를 다시 뽑아들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간다."
무사시가 메리를 향해 다시 쇄도했다.
그를 본 가디언이 메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었다.
"[수호의 방패]"
카앙!!
빛으로 이루어진 방패가 생기자마자 무사시의 검이 방패를 후려쳤다.
추가적인 보정이 없기 때문인지 방패가 무사시의 공격을 잘 막아냈다.
띠링.
[주인공의 무기에 신비한 힘이 깃듭니다.]
[방어 무시의 피해를 추가합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보정이 발동되며 가디언의 방패가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잊고 싶지 않은 그날을, 다시금 돌이켜봅니다.]"
메리가 다시 한 번 영창을 시작했다.
"[추억의 기억] [만능성 - 론]"
쩌억.
빠른 속도로 알에서 나온 만능성은 이미 무슨 상황인지 알고 있는지 방금 막 가디언을 베어 넘어트린 무사시에게 절검제를 소환하며 막아섰다.
띠링.
[주인공의 감각이 날카로워지며 위험을 예측하기 쉬워집니다.]
그러나 만능성 역시 보정을 받은 무사시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인지 여러 가지 마법을 사용하며 저항해봐도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잊고 싶지 않은 그날을, 다시금 돌이켜봅니다.]"
또다시 영창을 시작한 메리.
그녀가 서 있는 한강 공원은 주변에 일반인들과 엑스트라가 너무 많아 평소에 메리가 자주 만들어내던 하늘 고래나 베헤모스같은 초대형 몬스터나 우로보스로스를 만들었다간 혼란이 생기고 공격을 받을 위험이 있었다.
거기다 '희생양'같은 다른 회차의 의연은 메리의 마력량으론 무방비하게 만들다간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메리가 이 상황에서 만들 수 있는 건 다른 회차의 동료들. 그리고,
"[추억의 기억]"
다른 회차의 자신.
쩌적. 쩌저적.
다른 알들과 달리 메리의 머리 크기만 한 알 3개가 금이 가며 깨졌다.
"[기억의 돌]"
안에서 나온 것은 새하얀 푸딩의 모습을 한 다른 회차의 메리.
인간이 되지 않았던 회차의 메리.
무기로서 삶을 살았던 회차의 메리.
그리고, 천자문에게 이용됐었던 메리까지.
만들어진 메리의 형태가 변하기 시작했다.
폭발적인 피지컬을 지니고 있는 잠룡의 모습을 베이스로 언제든지 다른 동료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메리.
무적공의 상징인 흑철, 련과 단절공의 상징인 찰나. 그리고 의연이 사용하던 용포와 비슷한 모양의 대구경 라이플과 하늘을 날아다니는 수십 개의 칼날.
마지막으로 영혼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장난감 칼, 소울 이터까지.
메리 메모리이기 때문에 완성할 수 있는 기적과도 같은 조합.
아아----!!!
저 멀리 남산 타워 쪽에서 여자의 비명이 한강 공원까지 울려 퍼졌다.
소름 돋는 목소리에 아직 근처에 있던 일반인들이 몸을 떨었고 메리는 비명이 들린 방향을 살짝 쳐다봤다.
"이브 언니."
그리고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다시 무사시를 쳐다봤다.
그 사이에 메리가 만든 만능성이 무사시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고 그를 대신하듯 '기억의 돌'이 메리의 앞으로 나왔다.
"저쪽도 시작한 거 같으니, 저희도 제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볼까요?"
****
남산 타워 전망대.
"아, 악마..."
"악마가 나타났다!"
한창 휴양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전망대는 갑자기 나타난 아담과 이브 때문에 혼돈의 도가니였다.
<아담, 괜찮아요?>
"그냥 이동됐을 뿐이잖아. 문제없어."
정작, 이 상황을 만든 아담과 이브는 일반인들에겐 아무 관심도 없는지 둘이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둘을 세이메이와 칸나가 쳐다보며 계획을 짰다.
"칸나, 기왕 이렇게 같이 모이게 됐으니 악마들을 묶어두는 게 아니라 처리를 목표로 하는 게 어떤가."
"칸나는 좋아."
죽지 않는 악마인 아담은 세이메이가, 질투의 권능으로 게이트를 만드는 이브는 칸나가 묶어두려 했지만, 둘이 모였으니 그 이상의 것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담과 이브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칸나가 만들어놓은 '불가능 결계'의 크기를 줄여 결계 밖으로 나감과 동시에 결계 안쪽에 '절대 불가파 결계'를 하나 만들었다.
띠링.
[주인공의 능력이 더욱 증폭됩니다. 결계가 눈에 띄게 견고해집니다.]
칸나의 결계에 신비한 기운이 깃들며 더욱 단단해졌다.
"이번에야말로 절~~대로 안 부서질 거야!"
민의연에게 허무하게 파괴당한 결계를 아직도 신경 쓰고 있는 듯했다.
"아예 갇힌 거 같네."
<부숴볼까요?>
"됐어. 아무리 봐도 쓸데 없는 짓이야. 굳이 멍청한 힘 싸움할 필요 없지."
보정 알림창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자신들이 완벽하게 갇혔다는 걸 깨달은 아담과 이브가 결계 벽을 주먹으로 살살 쳐보며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식신 소환]"
그 사이에 세이메이가 양손으로 수인을 맺으며 식신 소환을 준비했다.
칸나의 결계 안쪽으로 나타난 3개의 음양진.
"[무외경無外鏡], [갈사渴蛇], [금언동자禁言童子]"
음양진에서 나타난 3마리의 식신.
저편이 보이지 않는 거울.
끝없이 갈증 하는 뱀.
말을 봉인 당한 아이.
띠링.
[주인공의 완벽한 컨디션으로 지금까지 실패했던 소환에 성공합니다.]
소환을 끝내고 손을 내리던 세이메이가 알림창을 보더니 진심이냐는 표정으로 다시 한 번 수인을 맺으며 소환을 준비했다.
"보정이라... 확실히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길 원하는 이유가 있구나."
이미 소환된 3마리의 식신 뒤쪽에 거대한 음양진이 2개 나타났다.
"[식신 소환 - 나찰 령식왕], [식신 소환 - 언령 월희]"
영혼은 잡아먹는 타락한 귀신들의 왕.
어떠한 소원이든 이루어 주는 달의 공주.
앞서 소환한 3마리의 식신도 충분히 위험해 보이건만 그것보다 몇 배는 더 위험해 보이는 식신이 2마리나 더 소환되었다.
"질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구나."
5마리나 되는 식신을 소환하고도 피곤하지 않은지 세이메이가 즐겁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보정으로 인해 언제든지 추가 대응을 할 수 있는 칸나와 세이메이.
보정으로 강화되어 도망칠 수 없는 결계.
위험해 보이는 5마리의 식신.
지극히 편파적이고 절망적인 상황.
"이브. 저것들 처리할 수 있겠어?"
<아담의 명령이라면.>
"명령이야."
그런 상황에서 이브는 평소처럼 아담의 명령에 앞으로 홀로 나섰다.
"이브."
아담이 어디서 난 지 모를 화려한 권좌에 앉더니 다시 이브를 불렀다.
이브가 아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명령을 완수하면 합당한 보상을 줘야겠지."
<보... 상?>
"어. 원하는 소원 하나 들어줄게. 힘내라고."
<소원....>
아담의 말에 이브가 탐욕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후우... 아아----!!!>
그리고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기운을 거리낌 없이 폭사시켰다.
<전부 죽여버리겠어!!>
'원죄의 악마'가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5마리의 식신을 향해 짐승처럼 달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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