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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미상의 서재입니다.

전 세상에서 가장 긴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작자미상.
작품등록일 :
2022.05.14 17:28
최근연재일 :
2024.02.26 21:00
연재수 :
374 회
조회수 :
52,500
추천수 :
1,863
글자수 :
2,099,473

작성
23.06.06 19:23
조회
79
추천
4
글자
18쪽

5장 에필로그 03 [1장]

DUMMY

다음 날 아침.


"저 졸려요..."


"멍청한 소리 하지 말고 빨리 일어나!"


메리와 함께 꿈나라에 있던 나를 단절공이 신경질적으로 깨웠다.


"네 말대로 간호사가 있었어. 그런데 그 여자는 안 잡아도 되는 거야?"


"오늘 잡아야죠. 광신살은 준비가 철저한 자라서 한꺼번에 일망타진 해야 해요... 일단 좀 씻고 나올게요."


"빨리 나와."


"네에."


나는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며 깔끔하게 씻고 방을 나서자 이미 거실에는 일행들과 크리스 씨, 무적공의 가족, 그리고 제레온 파티도 와있었다.


나는 즉시 전 회차와 마찬가지로 전력 배분을 시작했다.


광신교를 믿는 마을에 마룡제와 심판교의 성기사들, 단절공과 루시아, 아가씨를.

광신살의 안전가옥은 론과 잠운룡.

넘버즈가 근무하는 병원에는 제레온 파티를.

그리고 공의회 본부에 있을 광기공에게는 무적공과 메리와 내가 간다.


"혹시라도 계획과 다른 일이 생기면 제게 연락 주세요. 모두 출발~"


"오오오~!!"


"의욕이 너무 많잖아."


"긴장하는 것보단 괜찮겠죠. 저희도 흩어져야 하네요. 두 분 다 힘내세요."


"후우~"


"아가씨? 이렇게 모두 모인 자리에서 담배는 좀... 콜록!"


****


계획에 따라 모든 일행이 흩어졌다.


나는 메리, 무적공과 담소를 나누며 공의회 본부로 산책을 나갔다.


"무적공. 부탁드릴게요."


"걱정하지 말렴. 안 그래도 최근에 광기공이랑 대련을 한 지 오래돼서 오랜만에 한 번 하려던 참이었거든."


본부에 도착하고 무적공이 휴대 전화로 건물 내부에 있을 광기공을 불러냈다.


"뭐야. 갑자기 왜 부르는 건데. 나 바쁘다고. 좀 이따 나가야 하는데?"


아마도 넘버즈가 근무하는 병원에 갈 예정이었겠지만, 절대 안 될 말이지.


"오랜만에 대련 좀 할까?"


"하? 뭔 소리야. 내가 그렇게 하자고 할 땐 거절하더니 이제 와서?"


"응."


무적공은 그가 답을 하는 건 상관이 없다는 듯이 흑철을 뽑아들었다.


"야. 잠깐만. 지금 여기... 왓!"


그리고 그대로 광기공에게 달려들었다.


"야! 너무 갑작스럽잖아!"


"원래 대련이란 그런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억지부리는 무적공을 상대로 광기공도 급히 자신의 검을 빼 들며 응수했다.


광기공과 무적공의 실전을 방불케 하는 대련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넘버즈로 보이는 간호사도 한 명 존재했다.


지금쯤이면 분명 여기저기서 소식이 전해져 광기공을 폭주시키려고 했을 테지.


하지만 이미 늦었다.


무적공과 싸우고 있는 그에게 접근할 수 있을 리 없지.


그건 그렇고 대련이 생각보다 좀 오래 걸리네.


"무적공!!"


나는 한창 광기공과 검을 나누고 있는 무적공을 불렀다.


"힘내세요! 광기공 정도는 순살 해버리라고요!!"


그리고 손을 흔들며 그녀를 응원했다.


"뭐야 저 꼬마는. 무적공, 네가 데려... 왁!"


내 응원이 조금은 도움이 됐는지 무적공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자, 잠깐만! [무아경]?! 야! 너무 심하잖...아!"


조금 더 빠르면 좋겠는데.


"메리. 무적공 응원하자."


"웅!"


"잠깐만. 내가 하라는 대로 해볼래?"


"웅?"


내 머리 위에 있는 메리에게 무적공을 힘내게 할 마법의 주문을 알려 줬다.


"무적공~!"


내가 다시 한 번 무적공을 불렀다.


광기공과 한창 검을 나누고 있던 무적공의 눈동자가 나와 메리를 향했다.


"할무니~! 화이팅!!"


"할머니? 뭔 소, 크헉!"


광기공이 또 다시 급변한 무적공의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했다.


쿠와앙!!


그 결과 광기공은 무적공의 발차기에 공의회 본부 외벽에 그대로 처박혔다.


"와아!! 멋져요. 무적공!"


"와아아~ 할무니~!"


나와 메리의 감탄사에 무적공이 환하게 웃어 보였다.


****


광기공을 전투 불능으로 만든 후, 무적공을 곧바로 광신살의 저택으로 보내고 나는 곧장 광신살이 사용할 마법진이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띠리리리!


"응? 누구지?"


전 회차와는 다르게 누군가가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확인해 보니 론이었다.


"네. 전화받았습니다. 론, 무슨 일 있나요?"


-아, 의연. 조금 큰일이 생겼는데.


"큰일이요? 무슨 일이죠?"


-네가 말한 '알파'가 없어. 비밀 통로를 지키는 알파가 없어서 나머지 일행은 전부 광신살을 쫓으러 들어갔어.


"알파가 없다고요?"


확실히 예상 외의 일이다.

한 달간 광신살을 괴롭힌 결과가 이렇게 나오는 건가.


알파의 정신개조를 맡은 넘버즈들의 시간을 허비시켰더니 아무래도 개조를 완벽하게 끝내지 못한 거 같다.


그렇다면 분명 알파는 저택 더 깊은 곳에 잡혀 있을 터.


"제 말 잘 들으세요. 그 방을 나와서 좀 더 깊은 곳으로 가면 다른 방들과 다르게 철문인 방이 하나 있을 거예요. 그곳에 알파가 있을 거예요."


-알았어... 알파는 아직 적이 아닌 거야?


적이 아니다...


"그 말은, '알파 연구 진행 총본'을 보신 건가요?"


-응...


알파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됐다면 이야기는 빠르지.


"이미 그녀의 아비는 죽고 육체 개조도 끝났을 거예요. 하지만 아직 배치가 안 된 걸 보면 정신 개조는 안 끝났을 확률이 높아요. 그렇다면 아직 구할 수 있어요. 론이라면 구해낼 수 있을 거예요."


-오, 오오! 알았어! 그럼 내가 꼭 구해낼게!


"화이팅이에요. 론."


이번 회차는 어쩌면 구하지 못했던 존재도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메리. 한 번 더. [영원 굴레의 낙인]"


쿠아아앙!


"다시."


쿠아아앙!


"고생했어. 메리. 이제 돌아오렴."


나는 메리의 공격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구덩이로 미끄러지듯 들어가서 광신살이 죽었는지 마지막 확인을 했다.


이번에는 그와 별다른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이미 전 회차에서 할 말은 다했으니까 말이지.


구덩이 안에서 광신살이 완벽히 죽었다는 걸 확인한 나는 몸에 묻는 먼지를 털어내며 구덩이 밖을 향해 소리쳤다.


"아가씨~! 나가는 것 좀 도와주세요~!"


... 불쑥.


아가씨의 머리가 나타났다.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이냐."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요~"


"... 돌아가겠다."


"아아~! 죄송해요! 다 말씀드릴게요! 약속했잖아요! 나중에 전부 말씀드리기로! 그러니까 도와주세요~!"


아가씨에겐 장난을 치면 안 될 거 같다.


****


광신살을 처리한 후.

전 회차와 똑같이 뒷정리했다.


무적공, 단절공, 마룡제와 입을 맞춰 최대한 나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게 했고 대신 커다란 숙소를 얻었다.

크리스 씨에게는 방송을 권해 이단교의 규모를 늘렸다.


물론, 전 회차와 다른 것도 있다.


"의연~! 제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만능성'. 알파는 만능성 말밖에 안 듣잖아요."


전 회차는 물론, 지금까지 있던 무수한 회차에서는 나의 계획이 늦어서 구할 수 없었던 알파를 만능성이 구해냈다.


비록 육체 개조와 정신 개조의 후유증으로 말을 못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은 자신을 구해준 만능성에게 착 달라붙어 있다.

만능성이라면 알아서 잘 보살펴 줄 거다.


그리고 전 회차에서는 구하기엔 이미 늦은 알파를 편하게 해주면서 얻었을 만능성의 이명을 알파를 구하기 위해서 광신살의 부하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 걸 계기로 얻게 되었다.


"그러지 말고~ 뭔가 좀 건실한 조언 같은 거 없을까?"


"무슨 조언이요."


"그게... 그~ 여자가 상처 받지 않게 밀어내는 방법 같은...?"


바보같은 소리를 하네.


"연애랑 연이 없는 제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요. 떨굴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불안하지 않게 만능성이 계속 곁에 있어주면 되잖아요. 그리고 저 데이트 하러 가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요."


"잠깐?! 지금 말이 좀 이상하지 않아? 연애에 연이 없는데 데이트를 간다고?"


"네. 사실은 데이트를 빙자한 심문을 받으러 가는 거예요. 아무튼, 화이팅."


나는 그렇게 대충 말하고는 방에서 아가씨와 데이트를 나갈 준비를 했다.


똑! 똑! 똑!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무엇을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또 오해했는지 루시아가 얼굴을 붉히며 나를 찾아왔다.


"의연 씨! 제가 좋은 거 알려 드릴게요!"


"좋은 거요. 뭘까요."


"설화는 생각보다 달콤한 걸 좋아해요. 나가시면 꼭 디저트 카페에 가세요. 싫어하는 척해도 속으론 좋아하니까 튕겨도 꼭 끌고 가세요."


이번에도 루시아는 내게 정말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이미 알고 있지만, 마음만은 정말 고맙다.


"감사해요. 루시아는 정말 친절하시네요."


"꼭 좋은 결과 있길 바라요!"


데이트가 아니지만 말이지.


... 생각해보니까 저번엔 정말로 아가씨만 맛있는 걸 사다 주고 속옷을 샀었네.


일행 모두가 도와줬었는데.


"루시아 것도 사올게요."


"네? 제 것을요?"


"네. 루시아도 싫어하지 않잖아요. 달콤한 거."


"아, 괜찮아요! 저보다 설화에게 더 신경 써 주세요!"


그건 좀 싫은데.

차별하는 거 같잖아.

둘 다 내겐 소중한 동료다.


"그러지 말고 받아주세요. 저는 아가씨만큼 루시아도 좋아하니까요."


"... 예?!"


음...?


전 회차에도 비슷한 느낌으로 루시아에게 말을 하지 않았나?


생각보다 반응이 이상하네.


"노, 농담도 잘하시네요. 아하핫! 자, 잘 놀다 오세요!"


루시아가 얼굴을 붉히며 인사를 건네고 뛰어갔다.


뭐, 상관... 있으려나?

모르겠다.


****


"여기부터, 여기까지. 전부 다 주세요."


"... 뭐 하는 것이냐."


"이렇게 주문하려고 하셨잖아요? 반은 제 거에요."


나는 메뉴판에 있는 모든 메뉴를 주문하며 아가씨의 질문에 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다 먹고 다른 곳도 가죠. 아가씨는 충분히 드실 수 있잖아요."


"너는 본녀의 위가 무슨 블랙홀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느냐."


"아가씨께선 제게 '디저트는 원래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것이니라.'라고 했었죠."


"본녀가 언제...!"


소리를 지르려던 아가씨가 기차처럼 줄줄이 나오는 디저트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나는 디저트 중에 아가씨가 가장 좋아하는 에클레어를 내밀었다.


"이건 아가씨 다 드세요. 좋아하시는 거잖아요."


아가씨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내가 건넨 에클레어를 받아 입에 넣었다.


아가씨의 표정이 아주 약간 풀어지는 게 보였다.

미소가 절로 나왔다.


"후회하게 해주마."


"네~ 많이 드세요."


아가씨의 의심은 전 회차보다 더 컸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그때보다 더 풀어진 분위기로 내 비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


****


"전 회차랑 다르시네요. 그땐 제가 돈이 없어서 멈춰 달라고 해도 절대 멈추지 않으셨는데요."


"이미 해본 적 있다고 본녀를 농락하는 것이냐."


"제가요? 왜요? 전 오늘 각오하고 온 겁니다. 아가씨가 평생 입을 수 있을 정도의 속옷을 사드릴 각오로요."


나는 관능적인 속옷 차림의 아가씨에게 건넬 속옷들을 한 아름 품에 안은 채 말했다.


"... 이제 되었다. 이만하면 충분하니라. 이미 하루에 3벌씩 갈아입어도 한 달 동안을 넘게 입을 양이지 않느냐."


너무 많이 갈아 입었는지 피곤한 기색으로 아가씨가 말했다.


"그런가요? 그럼 잠시만요."


나는 품에 들고 있던 속옷 중에 전 회차의 아가씨가 유독 마음에 들어 하던 것들을 골라냈다.


"이것까지만 사죠."


"또 입으라는 것이냐."


"아니요.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괜찮아요."


한 번 더 본다면야 내 눈이 호강하겠지만, 애초에 잊을 수 있는 광경도 아니지 않은가. 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괜찮다.


"... 입겠다."


아가씨가 왠지 모를 오기를 부리며 피팅룸으로 들어갔다.


정말 괜찮은데... 입어주신다면야 감사하지.


나는 아가씨가 갈아입고 나올 시간을 이용해 가져왔던 속옷들을 전부 정리하고 루시아에게 선물할 속옷을 골랐다.


****


"다녀왔습니다~"


숙소로 돌아온 나와 아가씨를 가장 먼저 반긴 건 루시아와 메리였다.


나는 달려드는 메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는 가져온 커다란 디저트 박스를 건넸다.


"메리, 가져가서 다른 분들이랑 같이 먹어."


"와아아~ 네에~~"


메리가 행복한 표정으로 박스를 들고 달려 들어갔고 루시아는 매우 기대 어린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다녀오셨나요! 즐거운 시간 보내셨나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어디를 다녀오셨나요? 손에 들고 있는 건 뭔가요?"


"이거요?"


나는 내 손에 남아있는 것을 루시아에게 건넸다.


"이거 루시아 선물이에요."


"에, 에? 예?!"


전혀 예상 밖이었는지 루시아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와 선물을 번갈아 쳐다봤다.


분명히 나가기 전에 사온다고 했는데 왜 그러지.


"의연 씨?! 왜, 왜 제 선물이 있는 거..."


"제가 선물 사오겠다고 말했잖아요."


"아니, 그렇지만 선물은 제가 아니라 설화에게..."


"본녀는 됐느니라. 이미 너무 많이 받았다."


아가씨는 자신의 양손에 있는 엄청난 양의 종이 가방을 살짝 보여주고는 피곤한지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 아하하... 그렇죠...? 설화의 선물을 하고 남은 거죠?"


"남은 건 아니에요. 제가 직접 열심히 고른 거예요. 아마 잘 맞을 거예요."


"잘 맞아? 옷인가요...?"


"네. 나중에 입어 보세요. 저도 이제 피곤해서 들어가 볼게요."


"네에..."


나는 루시아에게 손인사를 건네고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쾅!쾅!쾅!쾅!


누군가가 방문이 부서져라 두드리기 시작했다.


"의연 씨?! 의연 씨?! 이거 도대체 무슨 의민가요?! 왜, 왜 이런 걸 제게 선물하시는 거예요?!"


내게 천자문의 소설에 대해 이야기를 하러 온 크리스 씨와 무적공이라고 생각했는데 루시아였다.


방문을 열자 얼굴이 새빨개진 루시아가 새하얀 속옷을 들고 있었다.


"자, 장난은 좋지 않아요! 저를 놀리시는 건가요!!"


루시아가 왠지 모르게 마구 화를 냈다.


"제가 왜 루시아를 놀려요. 저는 정말 루시아에게 어울릴 거라고 생각해서 산 건데요."


이미 전 회차에서 루시아가 골랐던 속옷이 뭔지 알고 있으니 그녀의 취향이 아닐 리는 없는데.

왜 화를 내는 거지.


"하지, 하지만 이런 건 서, 설화에게 사주셔야죠!"


"네. 아가씨도 사드렸어요. 그리고 루시아에게도 선물하고 싶었어요."


"네? 둘 다...?"


루시아가 살기에 가까운 눈빛으로 더 크게 화를 냈다.


"뭐에요 그게! 저랑 설화를 가지고 노시는 건가요?!"


"가지고 논다니 저는 전혀... 아."


생각해보니까 너무 전 회차처럼 대했구나.

너무 생각 없이 행동했다.

속옷 같은 건 아무리 파티 동료라고 하더라도 선물할만한 게 아니잖아.

전 회차와 다르게 루시아는 내게 아무런 감정도 없으니 정말 변태 같은 짓이나 다름없었다.


이제서야 상황 파악을 끝낸 내가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처박았다.


"죄송합니다. 루시아. 제가 너무 생각이 짧았습니다. 루시아가 좋아해 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 같은 놈이 속옷 같은 걸 선물하면 당연히 기분이 나쁘시겠죠. 정말 죄송합니다. 전혀 다른 뜻은 없었어요. 그저 정말로 루시아에게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죄송합니다. 루시아와 아가씨를 가지고 놀 생각 따윈 전혀 없습니다. 저 같은 놈이 두 분은 너무 과분하단 걸 알고 있어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속사포처럼 용서를 구하며 땅에 머리를 찧었다.


"저, 정말 나쁜 생각은 없었다는 건가요?"


"물론이죠. 저 따위가 감히 나쁜 생각을 할 리가요. 제 주제를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루시아도, 아가씨에게도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그...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는데... 일단 아니라고 하시니 용서해 드리긴 하겠지만..."


나는 용서하려는 분위기의 루시아가 들고 있는 속옷을 회수했다.


"너무 그렇게 자신을 낮추... 꺄아악! 왜, 왜 가져가는 거예요!!"


루시아가 비명을 지르며 내 손에 있던 속옷을 다시 낚아채 갔다.


설마 다시 뺏길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나는 손을 조물거리며 답했다.


"아니... 그야 싫어하실 테니까요. 제 딴엔 루시아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죄송합니다. 제가 정말 생각이 없는 짓을 했어요.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안 좋아지실 테니까 갖다 버리..."


"돼, 됐어요! 이미 입... 이 아니라! 포장 풀었으니까 그냥 받을게요!"


"네? 차라리 다른 거 드릴게요. 속옷 말고 그냥 옷은 어떠세요. 아니면 먹을 거는 어떠신가요?"


"괜찮아요! 이제 괜찮아요! 용서할게요! 저 갈게요!"


쾅!


루시아가 문을 강하게 닫으며 나가버렸다.


용서 받은 거 맞나?

미움받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똑.똑.똑.


이어서 누군가가 다시 방을 찾아왔다.


이번에는 예상대로 크리스 씨와 무적공이었다.


****


크리스 씨의 안내를 받아 그의 방에 도착하고 천자문이 쓴 소설을 확인했다.


이번에도 전 회차와 비슷하게 쓰여 있었다.


"문제없겠죠...?"


크리스 씨와 무적공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아마도요."


나는 두루뭉술하게만 답했다.


전부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전 회차보다 더 완벽하게 준비를 할 생각이긴 하다.


이미 아가씨에게 말도 해놨다.


그러니까.


[편지가 도착하였습니다.]

[편지가 도착하였습니다.]

[편지가 도착하였습니다.]

[편지가 도착하였습니다.]

[편지가 도착하였습니다.]

[편지가 도착하였습니다.]

[편지가 도착하였습니다.]

[편지가 도착하였습니다.]

.

.

.

.

.

.


한 동안 기절해 있어도 괜찮을 거다.


욱! 씬!


"크으윽?!"


나는 심장의 통증에 맞춰 아픈 척 얼굴을 찡그리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고통과는 별개로 내 정신은 통증에 의해 강제로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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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종장 에필로그 04 24.02.05 46 2 9쪽
372 종장 에필로그 03 24.01.31 46 2 10쪽
371 종장 에필로그 02 24.01.18 55 3 21쪽
370 종장 에필로그 01 24.01.04 53 2 14쪽
369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23. [또다른 선택지] 23.12.21 55 2 18쪽
368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22 [선택] 23.12.14 48 2 15쪽
367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21 ['이야기'의 끝?] 23.12.10 48 2 13쪽
366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20 [너를 저주한다.] 23.12.05 49 3 17쪽
365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9 [전력 차] 23.12.01 51 3 13쪽
364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8 [돌이킬 수 없는 죄] 23.11.28 55 2 12쪽
363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7 [나는 아직 놓아줄 생각이 없단 말이지.] 23.11.25 52 3 17쪽
362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6 [외전.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주인공의 후회일기] 23.11.19 60 3 38쪽
361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5 [약속이다.] 23.11.15 53 3 13쪽
360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4 [정당한 살의] 23.11.11 52 3 10쪽
359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3 [마지막 게스트] 23.11.07 54 2 19쪽
358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2 [진룡] 23.11.03 5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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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6장 에필로그 05 23.09.18 60 3 12쪽
341 6장 에필로그 04 23.09.16 62 3 13쪽
340 6장 에필로그 03 23.09.13 61 3 17쪽
339 6장 에필로그 02 23.09.12 67 2 15쪽
338 6장 에필로그 01 23.09.10 63 3 12쪽
337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7. [정리 끝] 23.09.07 69 3 12쪽
336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6 [다른 쪽 뒷정리] 23.09.05 68 3 10쪽
335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5 [뒷정리2] 23.09.04 65 3 13쪽
334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4 [뒷정리] 23.09.03 67 2 13쪽
333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3 [그렇기에, 전능] +1 23.09.01 69 3 12쪽
332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2 [불가능을 지배하는 주인.] 23.08.31 72 5 13쪽
331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1 [만능. 허나 불가능.] 23.08.30 71 4 10쪽
330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0 [떨고 있는 거 같았는데...] 23.08.28 65 4 17쪽
329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9 [빠른 퇴장] 23.08.26 73 3 12쪽
328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8 [구조 신호] 23.08.24 75 5 12쪽
327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7 [괴물이냐.] 23.08.22 75 4 17쪽
326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6 [조연의 등장] 23.08.20 79 3 17쪽
325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5 [각자의 전투] 23.08.18 75 3 12쪽
324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4 [이제 막 시작된 전투] 23.08.16 75 4 11쪽
323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3 [전투 시작] 23.08.14 71 4 11쪽
322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2 [평소랑 전혀 다르거든요.] 23.08.12 79 4 11쪽
321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1 [주인공이니까요.] 23.08.10 83 3 11쪽
320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0 [제 2회 걸즈토크] 23.08.08 88 5 17쪽
319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9 [더 쉬고 계세요.] 23.08.06 74 4 9쪽
318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8 [선과 악의 사이] 23.08.04 82 5 15쪽
317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7 [거래인가 협박인가] 23.08.02 74 5 16쪽
316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6 [개화] 23.07.31 76 5 16쪽
315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5 [81층] 23.07.29 70 4 12쪽
314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4 [다음 스토리] 23.07.27 78 3 13쪽
313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3 [주인공과 빌런의 첫 만남] 23.07.25 79 4 14쪽
312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2 [이단이 몰랐던 것] 23.07.24 76 4 15쪽
311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1 [주인공과 빌런의 만남] 23.07.21 74 3 14쪽
310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0 [과거 덮어쓰기] 23.07.19 76 4 8쪽
309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9 ['이야기'의 시작] 23.07.17 80 3 15쪽
308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8 [무엇을 했는가...] 23.07.15 77 4 12쪽
307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7 [2번째 만남] 23.07.14 72 4 10쪽
306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6 [다음 일정] 23.07.13 87 4 11쪽
305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5 [완전 무장] 23.07.11 71 4 10쪽
304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4 [재회] 23.07.10 68 4 9쪽
303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3 [바빌론 등정] 23.07.09 78 4 11쪽
302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2 [그의 정체는 무엇인가] 23.07.08 76 4 15쪽
301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1 [구원망] +1 23.07.07 77 4 15쪽
300 5장 에필로그 16. [4장](수정) 23.06.26 87 4 11쪽
299 5장 에필로그 15 [4장] 23.06.25 82 3 12쪽
298 5장 에필로그 14 [4장] 23.06.24 81 4 10쪽
297 5장 에필로그 13 [4장] 23.06.23 75 3 11쪽
296 5장 에필로그 12 [4장] 23.06.22 83 4 16쪽
295 5장 에필로그 11 [4장] 23.06.19 83 3 12쪽
294 5장 에필로그 10 [4장] 23.06.18 87 4 13쪽
293 5장 에필로그 09 [4장] 23.06.17 74 4 9쪽
292 5장 에필로그 08 [막간] 23.06.15 79 3 12쪽
291 5장 에필로그 07 [막간] 23.06.15 78 4 13쪽
290 5장 에필로그 06 [막간] +1 23.06.12 85 4 13쪽
289 5장 에필로그 05 [3장] 23.06.11 83 3 15쪽
288 5장 에필로그 04 [2장] 23.06.09 86 3 13쪽
» 5장 에필로그 03 [1장] 23.06.06 80 4 18쪽
286 5장 에필로그 02 [1장] 23.06.05 80 4 12쪽
285 5장 에필로그 01 [프롤로그] 23.06.03 129 4 17쪽
284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8. [MESSIAH] 23.05.31 85 4 16쪽
283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7 [치킨런] 23.05.31 78 4 11쪽
282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6 [이어서] 23.05.27 127 4 18쪽
281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5 [끝] 23.05.25 77 4 10쪽
280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4 [상황 종료] 23.05.23 81 4 13쪽
279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3 [민의연?] +1 23.05.21 84 4 9쪽
278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2 [모두가 죽게 된 이유] 23.05.19 93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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