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0 [떨고 있는 거 같았는데...]
같은 시간. 남산 타워.
"여유는 다 사라진 거 같구나. 허나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건대 분명 악마를 더 소환할 수 있을 텐데."
세이메이가 긴장감이 풀린 목소리로 아담에게 말했다.
"뭐라는 거야. 네까짓 게 왕의 진의를 이해할 수 있을 리 없지."
아담은 여전히 권좌에 앉은 채 느긋하게 쉬면서 답했다.
세이메이가 말했던 여유가 없는 자는 아담을 제외한 나머지. 이브와 다른 로드들이었다.
칸나의 결계 내부에 있던 나찰 령식왕과 언령 월희가 야마토의 힘을 받은 세이메이의 통제에 들어가며 5마리의 식신을 상대하게 된 이브의 몸에 크고 작은 상처기 끝없이 늘어났다.
더군다나 결계의 바깥의 로드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우박과 갑자기 나타난 언데드 대군에 원래 목적인 세이메이와 칸나의 처리는커녕, 공격을 막기에 급급했다.
<아버지! 아이들을 이곳으로 부를 수 있도록 허가를!>
"안 돼."
거기다 아담은 언데드보다 훨씬 많은 수의 악마들이 마계에서 불러주길 기다리고 있음에도 그 허락을 해주지 않았다.
<어, 어째서 허락해 주지 않으시는 겁니까!>
"이 새끼 또 대드네? 내가 하라면 해야 할 거 아니야. 니들끼리 정리 못 해? 로드라는 것들이? 이브는 혼자서 거기 있는 뼈다귀들이랑 다르게 훨씬 귀찮은 것 5마리나 상대하고 있는데. 이거 물갈이를 해야 하나?"
<그, 그렇지 않습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럼 그냥 니들끼리 해. 안 그러면 진짜 잘라버릴 거니까."
루시퍼는 결국 더 말하지 않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다른 로드들과 힘을 합쳐 열심히 언데드들을 상대했다.
그리고 아담이 굳이 악마들을 소환하지 않는 건, 정말로 로드들만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고, 너무 많은 수의 악마가 중간계로 넘어오다 이상한 '명분'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의연의 말대로라면, 생각해야 할 건 오로치 파티와 전투가 아니라 그 후. 오로치 파티를 쓰러트린다 해도 악마의 힘을 이용해 이겼다는 소문이 퍼져버리면 말짱 꽝이야. 최소한으로, 그리고 악마가 대중의 생각과 다르게 마냥 쓰레기들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야 해.'
아담은 뜻밖에 진지하게 현 상황을 파악하며 최대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행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남산 타워에도 공의회의 인물이 나타났다.
지이잉.
허공에 마법진이 만들어지더니 이치공과 광기공이 나타났다.
"아아. 언데드들의 움직임이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너희가 모여 있는 곳으로 간 거였나."
"뭐야, 악마 녀석들이잖아."
마법진 위에서 아래를 쭉 둘러보건 이치공과 아담의 시선이 마주쳤다.
"여어. 아담이었나? 오랜만이네?"
"이치공이냐."
이치공이 손을 살짝 들어 아는 척 하자 아담도 대충 손을 흔들어 주었다.
뿌드득!
<뭐야 저 여자... 갑자기 나타나서 아담에게 친한 척 말을...!>
한창 싸우고 있는 와중에도 아담에게 계속 신경을 쓰고 있었는지 이브가 입술을 잘근거리며 하늘에 떠 있는 이치공을 노려봤다.
"흐음~"
아담이 그런 이브를 보며 살짝 웃었다.
"뭐야. 둘이 아는 사이야?"
그리고 이치공의 옆에 있던 광기공은 설마 서로 아는 척을 할 줄 몰랐는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저 녀석 소환 재료 모으는 거 내가 도와줬거든."
"어... 민의연이 중간계에 악마 소환하는 걸 네가 도왔다고?"
"어. 어쩌다 보니. 아무튼, 아담! 좀 도와줄까!! 힘들어 보이는데?!"
이치공은 옛 친분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밀리고 있는 쪽이 불쌍해 보여선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무적공의 뜻이 이쪽에 있어서인지 아담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걸 가만히 듣고 있을 세이메이와 칸나가 아니었다.
"칸나."
"방해꾼. 배제할 거야."
이치공은 이미 세간에 유명한 대마법사로 특기인 공간이동 마법은 이브의 게이트만큼 무조건 견제해야 할 능력이었다.
칸나는 즉시 이치공과 광기공에게 '불가능 결계'를 만들어 그들의 난입을 방해하려 했다.
"됐어. 지금 우리한테 신경 쓸 상황 아니잖아."
그런데 뜻밖에도, 아담이 이치공이 내민 손길을 거부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언데드라니, 평범한 인간들은 아마 패닉에 빠져있을 텐데 그런 녀석들이나 구하러 가."
악마인 아담이 인간을 걱정했다.
"... 네가 사람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거야?
너무 의외의 말에 이치공이 멍한 표정으로 재차 물었다.
"왜. 악마가 인간 걱정 좀 하면 안 되나? 할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인간인 너랑 이렇게 이야기도 하고 있는데."
"흐음~"
이치공이 정확히는 모르지만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걸 느꼈다.
"뭐, 네 말이 맞아. 위험한 사람이 있다면 그쪽 걱정을 하고 그쪽을 도우러 가는 게 맞겠지. 우리 갈게. 가자. 광기."
"이 언데드들 다 놔두고 간다고? 괜찮은 거 맞아?"
"당사자가 괜찮다는데 말 들어야지. 우리 간다."
"어, 잘 가라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보자고."
아담이 이치공에게 손을 흔들어보였다.
이치공과 광기공은 그런 아담의 손 인사를 같은 손 인사로 화답하고 그의 말대로 다른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 후회할 텐데?"
도움을 주러온 이치공과 광기공을 스스로 돌려보낸 아담을 보며 세이메이가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말했다.
"왕은 후회하지 않아."
아담은 세이메이에게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답했다.
"거기다 이치공이 왔다 간 것만으로 이미 나는 충분히 도움을 받았거든."
빠드득!
결계 내부에서 탁한 분홍빛의 끈적한 기운이 바닥을 채우기 시작했다.
<아담에게 친한 척 말을 나누고 인사를 나누는 여자가 있다니...! 감히 내 아담한테...!>
원죄의 로드이기 이전에 질투의 로드였던 이브가 의연 파티와 지내면서 한동안 까먹고 있던 감정이 표면으로 떠올랐다.
"니들이 '주인공'이건 뭐건 알 바 아니야."
여전히 아담은 권좌에 앉아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세상엔 주인공보다 강한 존재들은 넘쳐나는 법이거든. 바로 네놈들이 상대하고 있는 이브랑 나처럼."
****
여의도 한강 공원.
"후으... 아빠의 검을 자신하면서 이런 몰골이라니... 부끄럽네요."
마나를 거의 다 소진해 진이 빠진 메리가 바닥에 다소곳이 주저앉으며 혼잣말을 했다.
"야."
"평소에 할머니랑 좀 더 같이 지내면서 마나를 더 많이 받았다면, 이러진 않았을 텐데."
그녀는 자신의 나태함을 후회했다.
"야."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저도 저를 위한 안배를 구해봐야겠네요. 마나를 담을 수 있는 안배를요."
그리고는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야! 말 씹지 마!"
그런 메리의 앞에서, 10m가 넘는 크기로 변해 있는 거신공이 신경질적으로 메리를 불렀다.
"왜 부르세요?"
"왜 부르세요? 지금 왜 부르세요?라고 한 거냐?"
"네."
메리는 거신공을 올려다보며 순진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아니라고! 뭐냐! 어째서 언데드랑 저 남자를 전부 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거냐고!"
메리의 앞에 있는 거신공은, 메리가 상대하고 있던 무사시와 수천이 넘어가는 언데드 대군을 막아내고 있었다.
"저랑 거래하셨잖아요. 저를 도와주기로. 저 지금 너무 힘들어요. 쉴 시간이 필요해요."
"아까 만들었던 변신하는 인간은 왜 쉬는데?!"
"거신공의 움직임에 방해될 거 같아서 좀 쉬라고 했어요."
"이 년이... 나를 이런 식으로 부려 먹다니! 나중에 정산할 때 두고 보라고!"
****
5분 전.
무사시는 다른 오로치 파티와 마찬가지로 야마토의 힘과 쿠사나기의 검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무사시 본인의 본업이 검을 다루는 것 때문인지 '기억의 돌'을 압도하기 시작.
설상가상으로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메리를 노리고 언데드 대군이 나타났고 그걸 거신공이 쫓아왔었다.
"음... 싸움엔 끼지 말라고 했는데 말이지."
메리와 접점이라곤 과거에 악마 침공 때 무적공이 부탁해서 한 번 싸워준 것뿐. 딱히 연이라는 것이 없던지라 굳이 그녀를 도와줄 생각을 하지 않고 근처에선 이미 일반인들도 전부 도망친 후라 거신공은 싸움에 끼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거래해요! 거신공!"
그리고 그런 거신공을 이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던 메리가 그를 붙잡았다. '이야기' 속으로 억지로 끌어당겼다.
"원하는 대로 돈을 드릴게요!"
정이나 인연이 아닌, 돈을 이용한 정당한 거래.
"원하는 대로? 이봐 꼬맹이. 이 몸의 몸값이 얼마나 비싼지는 알고 하는 말이냐?"
거신공은 메리의 제안이 혹했는지 미끼를 물었다.
"알아요! 저, 무적공 할머니의 손녀거든요? 거신공을 고용할 정도의 돈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어요!"
"무적공의 손녀... 그것참, 구미가 당기는 말이긴 한데..."
"도와주시면! 지금 생각하시는 금액의 2배를 드릴게요!"
"나중에 딴말하면, 네가 아무리 무적공의 손녀라도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쿠구구궁...!
거신공이 돈을 벌 생각에 히죽거리며 몸을 키웠다.
이렇게 메리는 다른 일행들과 다르게 거신공을 '이야기'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에 성공했다.
****
다시,
지금 의연 파티 중 가장 위험한 상황인 서울 끄트머리.
"내가 루시아를 회생공한테 데려갈게!"
천아가 단절공이 말해준 타개책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일행에게 소리쳤다.
"... 저 언데드들을 전부 뚫고 갈 수 있겠느냐."
"아, 아마도?! 어차피 날 따라잡을 수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어디 있는 지 모르잖아."
"어... 공의회 본부에 계시지 않을까?"
"... 분열해서 간다는 말이냐."
"그래야지. 여기도 위험해 보이니까."
천아의 결정에 화향이 깊이 고민하며 루시아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그 수밖에 없겠구나."
화향의 허락에 천아가 루시아를 업으려 했다.
거대한 날개 때문에 성인 남성보다 조금 더 무거운 루시아를 혼자 업는 것이 불가능했기에 천아가 3명으로 분열하여 루시아를 들어 올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치지 않는 것이다. 무슨 상황인지 모른다 하더라도 위험하다고 느끼면 그 즉시 자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알겠느냐."
"응. 다녀올게!"
천아가 루시아를 업고 공의회 본부로 향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어딜! 놓치지 않소이다!"
위태로워진 의연 파티와 반대로 한층 여유로워진 오로치 파티가 천아를 막기 위해 공격을 쏟아 부었다.
뿌득!
"방해 하지 마!"
천아에게 오로치 파티의 시선이 쏠린 틈을 이용해 운룡이 다시 한 번 자신에게 날아드는 우박을 무시하며 불괴를 휘둘렀다.
카아앙!
이번에도 미코와 스즈란이 운룡의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그 충격에 천아를 향한 첫수가 살짝 늦어졌고, 그 사이에 천아는 한조와 마이의 공격이 쫓아올 수 없는 속도로 언데드 사이를 뚫고 공의회 본부를 향해 달려갔다.
****
천아가 공의회 본부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향해 뛰어간다.
그러다 자신에게 길이 보이지 않으면, 중간에 교대하고 다시 빠른 길이 보이는 천아가 자신의 길을 뛰어간다.
그렇게 교대를 30여 번. 시간상으론 고작 5분.
천아가 루시아를 등에 업은 채로 서울 끄트머리에서 공의회 본부까지 주파했다.
콰과가가가가!
투광! 콰앙!
퍼버벙!!
본부는 천아가 알고 있던 모습의 절반만 유지하고 있었다.
무적공과 욕망공. 불살공과 뽀삐, 철수가 살벌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 여기 너무 위험해 보이는데."
"무적공이랑 욕망공이 여기 있었구나."
"뭔가 물어볼 상황이 아닌 거 같은데?"
천아는 혹여나 눈먼 돌파편이라도 맞았다간 큰일이기에 본부의 외벽 뒤로 몸을 숨었다.
"어떻게 하지?"
"의연에게 들은 적 있어. 무적공도 회복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무조건 무적공에게 말을 걸어야 해."
'루시아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지, 회생공이 어딨는지 물어봐야 해.
일단 소리를 지르면서 가면 될까?
불살공이 공격하면 어떻게 하지?
불살공은 우릴 공격하진 않을 거야.
맞아. 불살공은 아무도 죽이지 않잖아.
죽이지 않고 언데드로 만들지.'
천아는 자신과 열띤 토론을 마치고 어떻게 할지 결정했다.
"루시아를 지키고 있어. 내가 무적공에게 갔다 올게."
"조심해."
"다치면 큰일이야."
천아가 무적공과 불살공의 싸움을 눈으로 쫓아 보았다.
'아무것도 안 보여.
저게 정말 빠르다는 거구나.
감탄할 때가 아니라고.
저 안으로 들어가야 한단 말이야.'
천아가 알 수 있는 건, 불살공이 타고 있는 뽀삐와 무적공이 싸우고 있다는 것과 철수와 욕망공이 싸우고 있다는 것.
그리고 불살공과 무적공은 호각이지만, 인간이 아닌 언데드를 상대하다 보니 계속에서 몸의 크기가 줄고 있는 욕망공은 좀 위험해 보인다는 것 정도였다.
촤아악!
방금 막 뽀삐와 접점을 벌였던 무적공이 뒤로 물러나며 땅에 착지했다.
'지금이다!
이것보다 좋은 순간은 없을 거야!
달려!'
천아가 무적공에게 뛰어갔다.
"무적공!"
혹시라도 자신을 알아채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그녀를 부르며 달려갔다.
움찔!
그러나 천아의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불살공과 전력을 다해 상대하고 있는 무적공에게 있어서 한순간의 방심은 치명적인 피해로 돌아올 상황.
뒤에서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갑자기 나타난 인기척. 그리고 천아의 부름이 단어로서 이해되기 전에 이미 무적공의 머릿속엔 뭔가가 자신에게 달려들고 있다는 판단이 끝난 후였다.
쎄에엑!
무적공의 애검. 흑철이 정확히 천아의 목을 노렸다.
이미 발걸음을 멈춘 천아는 반응하지 못할 속도.
"아."
하지만 다행히도 적을 포착한 속도만큼, 무적공이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자가 천아인걸 깨닫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우뚝.
흑철이 정확히 천아의 목의 피부를 살짝 베고 멈췄다.
"천아?"
"헤?"
천아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무적공은 그런 그녀를 짐 들듯이 옆구리에 끼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서 불살공과 뽀삐를 방해하기 위한 '검은 빛줄기'도 잊지 않고 사용했다.
"천아야. 네가 왜 여기 있는 거니?"
"아, 무적공! 루시아가 지금 많이 다쳐서 혹시 회복..."
주륵...
천아의 목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자신의 목이 조금 화끈거리는 걸 느낀 천아가 목에 손을 가져가려 하자 무적공이 그걸 막으며 미안한 표정으로 회복마법을 사용했다.
"루시아가 다쳤다고? 어디 있니?"
"어... 지금 데려왔어요! 날개에 구멍이 나고 옆구리랑 어깨에도 크게 구멍이 났어요! 화향의 주술로 피가 나지 않게 얼려두긴 했지만, 많이 위험해요!"
"구멍..."
"무적공~!"
"여기에요!!"
루시아를 지키고 있던 천아들이 무적공을 불렀다.
그 부름에 멀리서 루시아의 상태를 확인한 무적공의 안색이 안 좋아졌다.
"무리야. 난 저 정도 중상은 치료할 수 없어."
"네? 안... 되나요?"
"죽지 않을 정도로 상태를 유지하는 건 되지만, 저런 구멍이 나버리면, 회생공이나 치유교 병원을 가는 수밖에 없어. 난 여기서 움직일 수 없어. 불살공을 막아야 해."
"그럼, 회생공 어디 계시는데요?!"
천아의 물음에 무적공이 난감해했다.
"내가 언데드를 쫓으라고 말을 했는데... 다들 어디로 갔는진 몰라."
무적공도 결국 회생공이 어디로 갔는지 몰랐다.
크르르르!
불살공과 뽀삐가 무적공의 검은 빛줄기를 풀어버렸다.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미안, 미안해. 내가 지금 도울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회생공을 찾아가거나 치유교 병원을 찾아가야 해."
무적공의 말에 천아도 이곳에 더 있는 것이 오히려 루시아에게 좋지 않다는 걸 알았다.
곧장 무적공에게 고개를 숙이며 루시아를 다시 업었다.
"알았어요! 무적공의 말대로! 회생공을 찾아볼게요!"
천아는 어디에 있을지 모를 회생공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루시아, 조금만 더 참아줘... 금방 널 치료해 줄게!"
"응...?! 자, 잠깐만! 천아야!"
뭔가를 본 무적공이 급히 손을 뻗으며 천아를 불렀다.
하지만 이미 걸음을 옮긴 천아는 순식간에 무적공의 눈앞에서 사라진 후였다.
천아를 부르며 뻗었던 손은 허망한 허공만을 쥐며 다시 돌아왔다.
"... 저 아이, 떨고 있는 거 같았는데..."
자신이 한순간 본 천아의 모습에 대해 더 생각하고 싶었지만, 이젠 정말로 그럴 여유가 없었다.
무적공은 자신이 본 것이 부디 착각이길 빌며, 다시 불살공 상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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