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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미상의 서재입니다.

전 세상에서 가장 긴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작자미상.
작품등록일 :
2022.05.14 17:28
최근연재일 :
2024.02.26 21:00
연재수 :
374 회
조회수 :
52,504
추천수 :
1,863
글자수 :
2,099,473

작성
23.09.13 21:24
조회
61
추천
3
글자
17쪽

6장 에필로그 03

DUMMY

한바탕 소란이 있던 점심 식사 후.


어머니의 저택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뒷마당으로 나와 모두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히잉~ 의연 님~ 저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 주세요~"


교태? 아니, 이젠 애교라고 해야 할까.


첫 만남에서 보였던 고혹적인 자태는 거의 보이지 않게 된 욕망공이 내 옆자리를 차지하고 말을 걸어왔다.


"언제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욕망공. 욕망공이 없었다면, 저는 아마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예요."


나는 언제나 마음속에 품고 있던 감사인사를 그녀에게 전했다.


"아으~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를 전했는데 반대로 감사 인사를 받네...


"저도요! 저도 열심히 했어요!"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내게 과분한 사랑을 보내주시는 루시아도 반대쪽에 앉아 자신에게도 말해 달라는 눈빛을 보내왔다.


"루시아도 저를 지탱해주는 가장 큰 기둥이에요. 언제나 감사해요. 루시아가 없었다면, 저도 없었을 거예요."


"헤, 헤헤헤헿."


당연한 소리 했을 뿐인데 우시아가 몸을 베베 꼬며 엄청 좋아했다.


콰가강!!!

그러는 사이에 뒷마당 한가운데에선 엄청난 폭음이 들려왔다.


"천아도 이쪽으로 오세요."


"나? 나는 보고 있는 걸로도 충분해."


"직접 의연에게 말을 듣는 건 더 행복하다고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폭음에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콰광! 콰앙!

아까부터 계속 나고 있던 소리였으니까.


"하아... 마룡제, 죄송하지만 좀 더 강력한 타격계 마법은 없습니까?"


"없어요. 다른 마법들은 규모가 커서 뒷마당에선 사용할 수 없는 마법들뿐이에요."


이 소리는 바로 운룡이 마룡제, 샤린 누나의 마법에 뚜드려 맞는 소리였다.


팅!

퍼어억!


아, 이번엔 카린 누나의 '찰나의 방울 소리' 검집 버전이다.


쿠당탕!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휘두른 찰나에 운룡이 뒷마당 저 끝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끄으으... 조금 풀리는 거 같긴 한데..."


운룡이 작게 신음하고 몸에 묻은 먼지를 털며 일어났다.


"괴물이냐? 웬만한 몬스터는 몸이 뜯어져 나갈 속도와 힘으로 후려친 건데?"


카린 누나가 혀를 내두르며 감탄을 자아냈다.


"언니, 진심으로 그럴 생각으로 후려친 거예요?"


"아니, 네 대인용 마법에 생채기도 안 나잖아. 힘 빼면 의미 없을 거 같으니까."


누나들은 운룡의 부탁으로 그의 근육통을 풀어주기 위해서 이런 일을 벌이고 있었다.


그의 근육통은 '반 개화'가 실패해서 생긴 것으로 보이며 실패 원인은 운룡에게 직접 들은바, 명상 도중에 잠들어 버린 게 원인인 거 같았다.


원래는 감각만 일깨울 예정이었던 '반 개화'가 실패해 감각은 제대로 깨어나지 못하고 몸만 튼튼해진 거 같다.


그런데 '찰나의 방울 소리'에 얻어맞아도 신음 한 번 흘리고 끝이라니... 말도 안 되는 튼튼함이네. 그럴 수밖에 없긴 하지만.


"나도 한 번 해볼까?"


결국 상황을 보고 있던 어머니까지 나섰다.


카린 누나처럼 자신의 애검인 흑철을 검집에 넣은 채 이미 후려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부탁드립니다."


운룡은 감사하다는 듯이 고개 숙이며 부탁했다.


어머니의 검은 극쾌검으로 바꾼 카린 누나와 다르게 강검과 쾌검을 모두 담고 있다.

아무리 운룡이라도 어머니의 검에 맞는다면...


퍼어억!!!


"크악...!"


단말마와 함께 운룡이 이번에도 날아갔다.


콰아앙!!


벽에 그대로 꽂힌 운룡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분명히 즉사할 거 같은 모습이었다.


"끄으윽...! 가, 감사합니다... 조금 풀린 거 같습니다..."


어머니의 일격을 맞고도 운룡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정말 괴물이라고 할 몸이 돼버렸네.


"이익! 칼로 베면 안 돼?"


"언니, 상처를 입힐 생각으로 하는 게 아니잖아요."


"아니! 멍도 안 들잖아! 베도 안 베일 거 같은데?!"


"그러다 정말 크게 다치면 어쩌려고요."


생각보다 운룡의 개화의 문제가 커 보였다.

근육통을 해소할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야 할 듯했다.


****


이른 저녁.


어머니와 누나들께 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숙소로 돌아왔다.


"하, 무적공께서 도와주셨는데도 풀리지 않다니, 어디까지 쓸모없는 몸이 되어버린 건지..."


반나절을 두드려 맞았음에도 운룡의 몸은 풀리지 않았다.


"아빠, 오라버니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할머니의 힘으로도 풀리지 않는 걸 보면 방법이 없어 보이는데요."


"그러게... 좀 고민해보고 있는 중이야."


운룡의 개화는 분명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그의 개화는 론, 전능공과 마찬가지로 필수.


하지만 아직 시간은 있다. 여유가 있다.

그러니 지금 해결해야 하는 건,


철컥.


"다녀왔습니다."


"아! 의연! 이 나쁜 사람! 나한테 일이란 일은 다 떠맡기고 놀러 갔다 오다니!!"


크리스 씨의 분노를 잠재우는 게 먼저다.


앳된 얼굴로 정말로 화가 난 걸 보여주겠다는 듯이 얼굴을 억지로 구기며 눈을 크게 뜨고 노려보는 크리스 씨.


"다녀왔습니다! 교황님!"


"피곤하구나. 먼저 실례하겠다."


"안녕하세요. 교황 성하."


가벼운 인사와 함께 크리스 씨를 스쳐 지나간 일행들은 분명히 그의 행동을 귀엽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도 그러니까.


"너무 화내지 마세요. 크리스 씨를 위해서 음식도 싸왔어요. 좋아하시는 과자랑 에너지 드링크도 사왔고요."


"에너지 드링크?"


아직 옆에 있던 메리가 에너지 드링크에 먼저 반응했지만, 아쉽게도 이건 크리스 씨 거다.

우리 딸은 다음에.


내 뜻이 전해졌는지 메리는 아쉽다는 표정으로 방으로 먼저 들어갔다.


"고작 먹을 것으로 제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요! 그건 큰 오산이에요!!!"


크리스 씨는 입을 삐죽 내밀며 그렇게 소리쳤다.


***


"우물우물... 그래서 제가 의연이 말해준 대로 오로치 파티한테 사실대로 전부 다 말해버렸단 말이에요. 그때의 죄책감이란... 우물... 듣고 있나요!"


"그럼요. 듣고 있어요. 죄송해요. 제가 그런 걸 부탁드릴 분이 크리스 씨밖에 없잖아요."


"음음. 그렇긴 하죠. 제가 아니라면, 다들 의연에게 폐를 끼칠 수 없다며 오히려 오로치 파티와 싸우다 큰일이 났을 수도 있죠. 전 상황판단을 아주 잘하거든요."


"덕분에 크리스 씨가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의연을 믿으니까요... 우물우물. 제가 다칠 일이 어딨겠어요. 이거 진짜 맛있네요!"


나는 크리스 씨의 곁에서 그가 하는 말을 열심히 경청했다.


애초에 크리스 씨는 삐칠 사람이 아니다. 상황을 잘 파악하고 언제나 깊게 생각하시는 분. 지금 화를 내는 것도 죄책감을 줄여주려고 일부러 조금 삐친 척하고 금세 기분을 풀 생각이었을 터.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과 함께 잡담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리라.


"고생하셨어요. 크리스 씨."


"고생은 제가 뭘 했겠어요. 언제나 도움받을 뿐인 걸요."


"아니에요. 언제나 도움받는 건 저였어요."


병원의 병실에 처박혀 떨고 있을 때 나를 이끌어준 것은 크리스 씨다.

크리스 씨가 없었다면, 나는 시작도 하지 못했을 테지.


"그럼 서로 상부상조했다는 걸로 하죠!"


크리스 씨가 입에 양념을 잔뜩 묻힌 채 웃었다.

나도 똑같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할까요?"


"좋아요! 그렇게 하죠! 그런 의미에서!"


크리스 씨가 내가 가져왔던 에너지 드링크를 하나 건넸다.


"짠! 할까요?"


"그거 좋죠."


크리스 씨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리고 나도,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해,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평화로운 이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재잘재잘...


통로 쪽에서 누군가가 혼잣말을 하며 지나가고 있었다.


"내일은 오랜만에 같이 쇼핑이나 갈까? 최근에 너무 바빠서 같이 어디 나가보지도 못했잖아."


"...! ...!"


알파와 론이였다.


"흠... 알파 양이 참..."


지나가는 둘을 본 크리스 씨가 약간 측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파나 론의 생각을 읽고 있는 걸까.


"뭔가 문제가 있나요?"


나는 궁금증을 참지 않고 크리스 씨에게 물었다.


"아니요. 문제라고 할 건 없죠. 론이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다만... 알파 양이 살짝 죄책감을 가지고 있어서 문제지만요."


"죄책감? 무슨 죄책감이요?"


"뭐겠어요. 론은 이 나라, 이 세상에서 손꼽히는 엑스트라잖아요. 그에 비해 자신은 아무런 힘도 없는... 아니, 평범한 인간조차 아닌 존재니까요. 아무래도 자신이 론과 사귀어도 되는 건지 걱정을 하고 있네요."


아아. 알파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 직접 확인해보라고 하죠."


"네?"


"안 그래도 론에게 물어볼 게 있었는데 잘 됐네요."


나는 거실 소파에서 일어나 통로도 뛰어갔다.

아직 방으로 들어가지 않은 론과 알파의 뒷모습이 보였다.


"론!"


내 부름에 론과 알파가 뒤를 돌아봤다.


"잠깐 와보실래요~!"


내 부름에 론이 알파에게 먼저 방에 들어가 있으라는 말을 하고 내게 걸어왔다. 나는 다시 거실로 돌아와 소파에 앉아 거실로 들어온 론에게 자리를 권했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론이 내가 권한 자리에 앉고 크리스 씨가 권한 에너지 드링크를 받으며 물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물어보고 싶은 거?"


"의연, 제가 말한 대로 그대로 말할 생각은 아니죠?"


"아니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


알파의 고민은 내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지. '말하는 건 알파'여야 한다.


"알파가 말을 못하게 된 이유는, 광신살에 의해 육체를 개조당하다가 수술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절대 자의로 말을 하지 않는 게 아니에요."


"어... 그렇지...? 그건 갑자기 왜?"


"혹시라도 알파가 말을 안 하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물어봤나요?"


"... 물어봐? 뭘 물... 어..."


내 말이 무슨 소린지 이해하지 못 해 반문하려던 론, 전능공이 무언가 깨달은 듯 입을 벌렸다.


"아."


옆에서 듣던 크리스 씨도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


쿠당탕!!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려던 론이 허둥대다 소파 앞에 있던 탁자에 무릎을 부딪쳤다.


"미, 미안! 좀 이따 치울게!!"


고통도 느낄 시간도 아까운지 사과를 하며 자신의 방으로 뛰어갔다.


"따라가죠. 크리스 씨."


"예? 왜요?"


"아마 둘이선 해결이 안 될 거예요."


****


론과 알파의 방문은 열려 있었다.


"알파, 네가 원한다면... 네 목소리를 되돌릴 수 있을 거야. 물론, 예전 목소리가 그대로 나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아니, 분명히 될 거야. 나라면 분명히 가능해."


론은 이미 알파에게 자신의 능력으로 잃어버린 알파의 목소리를 되돌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떨려오는 론의 목소리.

떨리는 알파의 눈동자.


똑같아 보이는 둘의 상태.

하지만 느끼는 감정은 전혀 상반될 거다.


"아, 이런..."


옆에서 크리스 씨가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다.


"알파 양이 론의 행동을 너무 부담스러워 하는데요."


"......"


역시.

안 그래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을 느낀다고 했는데 목소리까지 고쳐준다고 하니, 그럴 수밖에.


도리도리.


알파가 고개를 저어버렸다.


"아... 그, 래...?"


알파가 거부할 거라 생각지 못한 론은 당황하면서도 더 권하지 않았다.


이럴 거라 예상했다.

서로를 너무 배려하는 둘이 이 상황을 해결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할 거다.


"알파."


"...? ...!"


"아, 의연."


그걸 앞당기려면, 외부의 도움이 필요할 거다.

나나, 크리스 씨의 도움이.


"세상엔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동료와 합을 맞추거나, 가족이 눈빛만으로 서로의 뜻을 이해하는 거나, 연인이 얼마나 서로를 위하는지... 마지막 예시는 제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긴 하지만요."


간단히 말해서 유대紐帶라고 하는 것.


"하지만 오히려 너무 당연해서 직접 물어보지 않는 한,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도 있어요."


"...?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의연."


론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딱히 상관없다. 애초에 알파에게 한 이야기니까.


"직접 물어보세요. 당신의 생각을 직접."


"... ..."


알파의 눈동자는 더 크게 흔들렸다.

... 그 말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는 거겠지.


알파의 시선이 론, 나, 크리스 씨를 계속 방황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나는 모른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 결국, 선택은 알파의 몫이다.


"알파 양."


크리스 씨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알파를 불렀다.


"이럴 땐 자신의 욕심대로 행동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랍니다."


"... ..."


"이래 봬도 인생 2회차의 선배의 조언이라고요?"


크리스 씨의 말에도 알파의 불안은 줄어들지 않았는지 떨림이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꾸욱...


그런 상태에서 알파가 론의 팔을 붙잡았다.


"알파... 괜찮아?"


... 끄덕.


알파가 목소리를 고치기로 했다.


알파의 허락, 부탁을 받은 론이 그녀의 목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눈을 감았다.

론의 손을 타고 황금빛의 기운이 알파의 몸으로 퍼졌다.


"후우. 시작할게."


론이 깊게 숨을 고르자 알파의 몸에 퍼져 있는 황금빛 기운이 더욱 거대해졌다.


띠링.

['타인의 절대 개념'에 간섭을 시도합니다.]


이미 자신과 세상의 개념에 간섭할 수 있는 론에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터.


"... ...아."

움찔!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알고 있던 목소리가 조금 들렸다.

광신살의 걸작이라 불리던 알파가 완성되었을 때의 그 목소리.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알파가 입을 꾹 다물고 론이 말을 해줄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10분... 20분... 30분.


평소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오래 걸린 시간.

상대가 알파다 보니 아주 신중하게 간섭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얼마 후, 알파의 전신에 퍼져 있던 황금빛 기운이 점차 사그라졌다.


"후우..."


석상처럼 미동도 하지 않던 론이 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그리곤 알파의 목을 감싸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외적으로는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바뀌었을 거다. 그에겐 불가능은 없으니까.


"이제... 이제 말할 수 있을 거야."


론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긴장한 표정으로 알파를 바라봤다.

알파는 아직도 불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다.


"... 화이팅."


옆에 있던 크리스 씨가 내게 겨우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알파를 응원했다.


알파가 덜덜 떨리는 양손을 마주 잡고 힘겹게 숨을 고르고,


"... 저, 저어..."


드디어 알파가 자신의 목소리로 말을 했다.


"제... 제 이름은..."


론의 표정에 기쁨과 기대가 가득 차 있었다.


"제 이름은, '라니'... 입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회차를 거쳐오며, 처음 알게 된 알파의 이름.


론은 알파의 자기소개에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와 반대로, 라니의 표정은 두려움과 불안에 잠식 되었다.


"... 화이팅."


나도 크리스 씨처럼 라니를 응원했다.


"론... 론 님."


"왜 그래? 혹시 어디 아파?"


계속 표정이 좋지 않은 라니를 보고 뭔가 문제가 있는 거라 생각한 론도 표정이 안 좋아졌다.


"저... 저는 론 님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부지한... 인간도 아닌 괴물이에요."


"... 어?"


"저 같은 게... 감... 감히, 론 님의 곁에 있어도 되는 걸까요...?"


주르륵.

라니가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저는, 저는 론 님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저따위가 론 님의 곁에 있어도 되는 걸까요...?"


언제부터 품고 있었을지 모를 라니의 고민.

전혀 생각도 해본 적 없는 그녀의 고민을 들은 론이 충격을 받은 듯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쿡쿡!


울고 있는 라니를 보며 굳어 있는 론의 옆구리를 세게 찔렀다.


내 찌르기에 정신을 차린 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크리스 씨처럼 생각을 읽진 못하지만, 아마 라니가 이렇게 큰 고민을 가지고 있는 걸 몰랐다는 죄책감 때문이 아닐까.


"전혀... 전혀 그렇지 않아. 네가 내 곁에 있어줘서 얼마나 기쁜데..."


론이 울고 있는 라니를 끌어안았다.


"저따위라니... 그런 말 하지 말아줘... 난 그저, 그저 진심으로 너와 함께하는 게 행복해서, 너무 즐거워서 네게 고백했던 거란 말이야... 네 몸이 어떻든, 네 목소리가 어떻든, 그런 건 전혀 상관없어... 자신을 너무 낮추지 말아줘. 내겐 라니 네가 필요해."


"흐윽... 흑!"


론의 진심을 들은 라니도 운룡을 끌어안으며 울음을 터트렸다.


"... 저흰 이제 나갈까요?"


끄덕.

나는 크리스 씨와 함께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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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종장 에필로그 04 24.02.05 46 2 9쪽
372 종장 에필로그 03 24.01.31 46 2 10쪽
371 종장 에필로그 02 24.01.18 55 3 21쪽
370 종장 에필로그 01 24.01.04 53 2 14쪽
369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23. [또다른 선택지] 23.12.21 55 2 18쪽
368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22 [선택] 23.12.14 48 2 15쪽
367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21 ['이야기'의 끝?] 23.12.10 48 2 13쪽
366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20 [너를 저주한다.] 23.12.05 49 3 17쪽
365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9 [전력 차] 23.12.01 51 3 13쪽
364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8 [돌이킬 수 없는 죄] 23.11.28 55 2 12쪽
363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7 [나는 아직 놓아줄 생각이 없단 말이지.] 23.11.25 52 3 17쪽
362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6 [외전.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주인공의 후회일기] 23.11.19 60 3 38쪽
361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5 [약속이다.] 23.11.15 53 3 13쪽
360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4 [정당한 살의] 23.11.11 52 3 10쪽
359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3 [마지막 게스트] 23.11.07 55 2 19쪽
358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2 [진룡] 23.11.03 56 2 13쪽
357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1 [붕괴환향] 23.10.30 57 2 12쪽
356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0 [용] 23.10.27 52 3 9쪽
355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9 [만개화] +1 23.10.23 57 2 12쪽
354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8 [꽃봉오리] 23.10.20 55 2 12쪽
353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7 [마더 공략법2] 23.10.16 56 2 11쪽
352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6 [마더 공략법] 23.10.14 57 2 9쪽
351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5 [마더 우로보로스] 23.10.11 59 3 11쪽
350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4 [99층] 23.10.08 49 3 11쪽
349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3 [초고속 등반] 23.10.06 59 3 12쪽
348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2 [전형적인 탑 등반 스토리] 23.10.04 58 3 10쪽
347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1 [앞으로의 목표] 23.10.02 66 3 12쪽
346 6장 에필로그 09. 23.09.28 87 3 13쪽
345 6장 에필로그 08 23.09.26 58 3 17쪽
344 6장 에필로그 07 23.09.23 59 3 21쪽
343 6장 에필로그 06 23.09.21 61 3 11쪽
342 6장 에필로그 05 23.09.18 60 3 12쪽
341 6장 에필로그 04 23.09.16 62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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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5 [뒷정리2] 23.09.04 65 3 13쪽
334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4 [뒷정리] 23.09.03 67 2 13쪽
333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3 [그렇기에, 전능] +1 23.09.01 69 3 12쪽
332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2 [불가능을 지배하는 주인.] 23.08.31 72 5 13쪽
331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1 [만능. 허나 불가능.] 23.08.30 71 4 10쪽
330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0 [떨고 있는 거 같았는데...] 23.08.28 65 4 17쪽
329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9 [빠른 퇴장] 23.08.26 73 3 12쪽
328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8 [구조 신호] 23.08.24 75 5 12쪽
327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7 [괴물이냐.] 23.08.22 75 4 17쪽
326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6 [조연의 등장] 23.08.20 79 3 17쪽
325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5 [각자의 전투] 23.08.18 75 3 12쪽
324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4 [이제 막 시작된 전투] 23.08.16 75 4 11쪽
323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3 [전투 시작] 23.08.14 71 4 11쪽
322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2 [평소랑 전혀 다르거든요.] 23.08.12 80 4 11쪽
321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1 [주인공이니까요.] 23.08.10 83 3 11쪽
320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0 [제 2회 걸즈토크] 23.08.08 88 5 17쪽
319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9 [더 쉬고 계세요.] 23.08.06 74 4 9쪽
318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8 [선과 악의 사이] 23.08.04 82 5 15쪽
317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7 [거래인가 협박인가] 23.08.02 74 5 16쪽
316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6 [개화] 23.07.31 76 5 16쪽
315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5 [81층] 23.07.29 70 4 12쪽
314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4 [다음 스토리] 23.07.27 78 3 13쪽
313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3 [주인공과 빌런의 첫 만남] 23.07.25 79 4 14쪽
312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2 [이단이 몰랐던 것] 23.07.24 76 4 15쪽
311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1 [주인공과 빌런의 만남] 23.07.21 74 3 14쪽
310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0 [과거 덮어쓰기] 23.07.19 76 4 8쪽
309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9 ['이야기'의 시작] 23.07.17 80 3 15쪽
308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8 [무엇을 했는가...] 23.07.15 77 4 12쪽
307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7 [2번째 만남] 23.07.14 72 4 10쪽
306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6 [다음 일정] 23.07.13 87 4 11쪽
305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5 [완전 무장] 23.07.11 71 4 10쪽
304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4 [재회] 23.07.10 68 4 9쪽
303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3 [바빌론 등정] 23.07.09 78 4 11쪽
302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2 [그의 정체는 무엇인가] 23.07.08 76 4 15쪽
301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1 [구원망] +1 23.07.07 77 4 15쪽
300 5장 에필로그 16. [4장](수정) 23.06.26 87 4 11쪽
299 5장 에필로그 15 [4장] 23.06.25 82 3 12쪽
298 5장 에필로그 14 [4장] 23.06.24 81 4 10쪽
297 5장 에필로그 13 [4장] 23.06.23 75 3 11쪽
296 5장 에필로그 12 [4장] 23.06.22 83 4 16쪽
295 5장 에필로그 11 [4장] 23.06.19 83 3 12쪽
294 5장 에필로그 10 [4장] 23.06.18 87 4 13쪽
293 5장 에필로그 09 [4장] 23.06.17 74 4 9쪽
292 5장 에필로그 08 [막간] 23.06.15 80 3 12쪽
291 5장 에필로그 07 [막간] 23.06.15 78 4 13쪽
290 5장 에필로그 06 [막간] +1 23.06.12 85 4 13쪽
289 5장 에필로그 05 [3장] 23.06.11 83 3 15쪽
288 5장 에필로그 04 [2장] 23.06.09 86 3 13쪽
287 5장 에필로그 03 [1장] 23.06.06 80 4 18쪽
286 5장 에필로그 02 [1장] 23.06.05 80 4 12쪽
285 5장 에필로그 01 [프롤로그] 23.06.03 129 4 17쪽
284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8. [MESSIAH] 23.05.31 85 4 16쪽
283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7 [치킨런] 23.05.31 78 4 11쪽
282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6 [이어서] 23.05.27 127 4 18쪽
281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5 [끝] 23.05.25 77 4 10쪽
280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4 [상황 종료] 23.05.23 81 4 13쪽
279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3 [민의연?] +1 23.05.21 84 4 9쪽
278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2 [모두가 죽게 된 이유] 23.05.19 93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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