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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미상의 서재입니다.

전 세상에서 가장 긴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작자미상.
작품등록일 :
2022.05.14 17:28
최근연재일 :
2024.02.26 21:00
연재수 :
3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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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02
추천수 :
1,863
글자수 :
2,099,473

작성
23.11.07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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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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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9쪽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3 [마지막 게스트]

DUMMY

의연의 숙소.


"다녀왔어~"


"다녀왔습니다~"


문을 열고 론, 운룡, 크리스, 독설화가 방송을 끝내고 함께 돌아왔다.


"오늘 방송은 평소보다 재밌었네요. 그런 경험은 정말 처음이었어요. 설화는 어땠나요?"


"본녀는 그대가 걱정되는구나. 몸의 떨림은 사라졌느냐."


전투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크리스는 처음에는 두려워하기도 했지만 운룡의 힘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 즐거웠다는 마음이 더 컸고 설화는 그에겐 너무 강한 충격이 아니었는지 걱정하며 몸 상태를 확인했다.


"본인이 괜찮다면 괜찮은 거지. 거기다 내가 무슨 저주를 거는 것도 아니고 그냥 불안해서 떤 것뿐이니까 떨림은 사라졌을 거다."


"오? 운룡? 말을 해도 되는 건가요...?"


운룡이 평범하게 말을 하자 크리스가 당황하며 론을 쳐다봤다. 그러나 방송을 할 땐 난리를 치며 절대로 말을 못하게 했던 론도 딱히 운룡이 말하는 건 막지 않았고, 애초에 운룡의 목소리를 들어도 크리스와 독설화는 뭔가 위험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어서 오세요. 오늘 다들 고생하셨어요. 숙소에서도 말을 못하는 건 너무 불쌍해서 론에게 부탁해서 상태 이상을 완전히 없애는 지역으로 만들었어요. 대신, 오후 9시부터는 잠을 자야 해서 론의 마법이 꺼지니까 운룡도 주의해 주셔야 해요."


숙소로 돌아온 일행을 맞이하러 온 의연이 크리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었다.


"걱정하지 마. 지금 내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확실하게 인지했으니까."


운룡은 그렇게 말하며 곧장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를 잠시 바라보던 의연이 크리스에게 고개를 돌리며 방송이 어땠는지에 대해 물었다.


"예상과 다르게 운룡이 나가서 반발이 좀 있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땠나요?"


"당연히 반발이야 있었죠. 사실은 의연이 나오는 게 맞았으니까요. 그래도 그렇게 심하게 싫어하는 시청자들은 별로 없었어요. 워낙 임팩트가 컸잖아요."


"운룡도 스포트라이트를 좀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지명도가 올라간다고 싫어할 엑스트라는 없죠. 그런데 의연 파티는 이제 상대가 전혀 없겠는데요?"


"......"


의연이 말없이 웃고 있는 사이에,


띵~동~

현관 벨 소리가 울렸다.


"응? 누구 올 사람이 남았나요?"


"아니요. 다른 분들은 전부 숙소에서 쉬고 계시는데..."


의연도 모르는 예정되지 않은 손님이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여. 오랜만이구나. 짐의 제자는 안에 있느냐."


의연은 숙소를 찾아온 이를 보며 활짝 웃으며 안으로 안내했다.


"어서 오세요. 물론, 운룡은 숙소에 있답니다.'


찾아온 이는 중국의 지배자. 황룡이었다.


****


숙소 거실.


"여기, 에너지 드리..."


"메리? 그건 아닌 거 같아."

"내가 보리차 가져왔어."

"말씀 나누세요~~"


접대를 위한 간단한 마실 것만 전하고 메리와 천아가 거실을 나가고 운룡과 황룡만 남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스승님. 제가 먼저 찾아뵀어야 했는데,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몸이 돼버려서..."


운룡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깍듯하게 인사를 건넸고 황룡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를 쳐다봤다.


"... 청출어람이란 말로는 충분치 못하구나. 설마하니 짐이 진정한 용을 살아서 볼 수 있을 줄이야."


"확실히, 산 채론 볼 수 없는 경지였습니다. 실제로 죽었다가 살아났으니까요."


운룡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자신이 벌였던 짓을 황룡에게 이야기했다. 황룡도 웃으면서 듣기 힘든 운룡의 자살극을 맞장구를 쳐가며 들어주었다.

꽤 오랜만에 만난 둘이지만, 함께 바빌론을 올랐을 때처럼 서로 스스럼없이 대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후훗, 이젠 짐은 중국의 지배자보단 진룡의 전 스승이라고 말하고 다녀야겠구나."


그러다 갑자기 황룡이 아쉽다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 왜 전 스승님입니까?"


"이젠 짐에게 더 배울 것이 없지 않느냐. 너는 이미 누군가에게 배움을 받을 존재가 아니다. 이미 짐 같은 것은 네가 보기엔 다른 인간과 똑같아 보이겠지."


완전히 개화한 운룡에겐 황룡의 격은 다른 인간들과 똑같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운룡에게 황룡은 자신이 스승이라고 말할 최소한의 자격도 이젠 되지 않는다 생각했다.


"무슨 소린가 했더니, 전혀 스승님답지 않습니다. "


"어허, 짐은 분명히 인간들 사이에선 최강이지만 그렇다고 용을 가르치려 들 정도로 어리석지 않느니라."


"스승님의 이명의 힘은 '최선의 결과가 나오게 하는 행동과 생각을 알 수 있다.' 아니었습니까?"


"그렇지. 짐의 행동은 언제나 옳다. 짐의 행동은 언제나 짐이 최선을 향해 가지."


"그런데 그런 답이 나왔습니까? 제 스승을 그만둬야 한다고? 아닐 텐데요."


자신의 능력을 당당하게 밝히는 황룡보다 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운룡이 아니 거라 말했다.

그도 그럴게 운룡 본인이 황룡을 스승 외의 존재로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 솔직히 짐의 능력은, 네게 아직 스승으로서 남아있어야 한다 생각하고 있느니라. 허나 그건 불가능하지. 말도 안 되는 일이니라. 짐은 네게 가르칠 것이 없다. 아니, 애초에 무의미하다. 어떠한 것을 가르쳐도 네 주먹질 한 번이 훨씬 뛰어나다. 아마 짐의 능력이 너처럼 차원이 다른 힘을 본 것은 처음이기에 바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이겠지. 너도 이제 너보다 약한 짐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이 불쾌하지 않느냐."


"아니요."


그런대로 일 리 있어 보이는 황룡의 이유에 운룡이 즉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저같이 재능도 없는 놈의 가능성을 봐주신 유일한 분이십니다. 스승님과 만나지 않았다면 저는 아직도 못난 놈이었을 겁니다. 게다가 한 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입니다. 저 운룡, 진룡의 스승은 황룡입니다. 전 아직 배워야 할 게 있습니다."


계속해서 부탁하는 운룡의 모습에 황룡이 정말로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볼을 긁적였다.


"... 말은 고맙지만 짐은 네게 정말로 가르칠 것이..."


"있습니다. 저는 아직 제힘을 제어 할 수가 없습니다. 단순하게 일행을 쳐다보는 것도 못합니다. 저는 무에 전혀 재능이 없어 지금까지 이리 살아왔지만, 이제는 저 자신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저 같은 멍청이를 가르칠 수 있는 건 스승님밖에 없습니다."


"... 뭐? 잠깐, 제어를 못 해?"


너무 어이없는 말에 황룡이 당황하며 되묻자 운룡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방송 못 보셨습니까? 말도 평범하게 하지 못해서 상당히 난리를 치면서 방송했는데."


"못 봤지. 애초에 이번 방송엔 그 남자가 나올 거라 생각했으니까. 거기다 네가 바빌론을 무너뜨렸다는 소식을 듣고 하던 일을 전부 억지로 떠넘기고 오는 길이란 말이다."


"아무튼, 저는 스승님께서 생각하시는 완벽한 존재가 아닙니다. 제어 못 하는 힘 때문에 인생 망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 풋! 카하하핫!"


스승에게 부탁하는 제자와 그런 제자를 보고 웃음보가 터져버린 스승.


"당당하게 말할 게 아니지 않느냐."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평소엔 말 한마디도 못하고 다니는 못난 놈입니다."


"무술이란 젊었을 때부터 해야 대성하기 쉬운 법이다. 너는 이미 한참 늦었지. 각오는 되었느냐."


"전생보다 오래 살 테니, 딱히 문제는 없을 거 같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저 독종입니다."


"... 크큭! 그런 뜻이 아니었다만. 뭐, 상관없겠지."


****


거실 밖.

문틈 사이로 몰래 운룡과 황룡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걸 지켜보고 있던 의연, 론, 크리스가 문을 조심스레 닫으며 현장에서 벗어났다.


"의연. 황룡 님이 운룡을 가르치면 평범하게 지낼 수 있게 되는 거야?"


"글쎄요. 저도 무에 대해서 아는 게 전혀 없다 보니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하지만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황룡도 불가능하다고 말하지 않는 걸 보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물론,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요."


"그럼 큰 문제 하나는 해결된 거네요? 남은 건 뭐죠?"


"남은 거... 방송밖에 없네요."


"오! 의연, 시간 좀 괜찮으시면 같이 방송 대본 만들까요?"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요. 저 생각해둔 게 있었거든요."


"좋아요!"


론은 크리스에게 오늘 고생했다는 말을 남기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고 크리스는 의연과 함께 그의 방으로 들어가 마지막 한 편만 남은 특집 방송을 어떻게 할지 이야기를 나눴다.


****


'진룡'을 소개한 크리스의 방송이 있고 3일이 지났다.

예정대로라면, 의연 파티는 이미 100층을 등반하고 민의연이 크리스의 방송에 나와 100층 돌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야 했지만 딱히 특별한 공지도 없이 크리스의 방송은 3일 내내 다른 방송으로 대체되었다.


마지막 층을 남겨두고 일부러 뜸을 들이느냐며 욕을 먹고 협회나 의연의 숙소 근처를 배회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의연 파티의 바빌론 등반은 그만큼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크리스의 방송이 시작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그리고 때마침 협회에서 볼일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혹시라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직원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벌써 100층을 올랐나요?"

"이제 오르는 거죠? 설마 마지막 층인데 아무 공지도 없었잖아."

"이번엔 드디어 구원망이 방송에 나오나요?"

"방송 견학은 혹시 못하나?"


"지, 진정하십시오. 여기서 이렇게 물어보셔도 아무런 답을 해드리지 못합니다!"


"에이, 좀만 알려주지. 어차피 그쪽도 다 알고 있잖아?"

"맞아. 여기 있는 사람들만 좀 알려주세요!"


"저, 저도 모릅니다! 애초에 이단 교황님과 구원망 파티는 이곳에 안 계십니다!"


****


새하얀 공간.


"방송한다는데? 너희 안 볼 거야?"

"방송... 볼 필요가 있나...?"

"딱히 필요는 없지... 어차피 이미 주인공은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잖아."


오로치 파티가 구원망과 전능공에게 완전히 패한 후, 신들의 의욕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바빌론 안에서 잠운룡이라는 녀석이 우리의 축복도 없이 이명을 얻었다고 했지?"

"그게 말이 되냐고... 솔직히 그 녀석은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녀석이었잖아? 왜 갑자기 그렇게 된 거야?"

"구원망에 전능공에 진룡... 이미 중간계 전부가 덤벼도 그 세 명은 못 이길 거야."


"이제 그만 포기하죠. 어차피 민의연이 100층을 등반하면 주인공으로 선택하지 않을 수도 없어요."


모든 신의 의욕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아니다. 다른 신들을 회유하며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이단신은 계속 불안에 떨던 예전과 달리 걱정이 많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그녀 역시 오로치 파티가 지는 순간에는 완전히 죽을상이었지만, 그 후에 의연 파티의 행보를 보니 신을 적대할 생각도 없고 그냥 평범하게 주인공이 되기 위한 길을 걷고 있는 걸 보고 마음 졸이고 있던 걸 조금 푼 상태였다.


"하아...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상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지."

"됐어. 이미 이렇게 된 거, 그냥 마지막 방송이나 하는 거 구경하자고."


미적대며 움직인 신들은 다시 중간계를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전 세계에 계신 여러분~ 이단 교황인 크리스입니다! 오늘은 아쉽게도 설화 양은 개인적인 일로 하루 쉬기로 했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크리스는 평소에 방송하던 협회의 방송실이 아닌, 새하얀 벽으로 이루어진 공간에서 오프닝을 시작했다.


"으응? 뭐야, 오늘은 독설화가 없네."

"그런데 어디서 하고 있는 거지?"

"다른 구도로 볼 수 없어?"


-오늘은 드디어~ 여러분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지막 게스트! 구원망 파티의 리더! 빌런이라 몰렸지만, 결국엔 자신의 무죄를 증명한~ 이제는 가장 주인공에 근접한 남자~ 민의연~! 드디어 나왔습니다~ 짝짝짝~!


크리스의 소개와 함께 화면이 옆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 뭐야. 왜 저 십자가만 보이는 건데."

"신비주의 컨셉하는 거야?"

"하긴, 열심히 잡은 컨셉을 무너뜨리긴 아쉽긴 하겠지."


의연의 배후에 날아다니던 '순교의 십자가'가 그의 몸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다른 방향으로는?"

"안 보이는데?"

"굳이 볼 이유는 없지만, 일부러 숨어있는 걸 보니 괜히 뭐 하고 있는지 궁금하네."


-우선, 자기소개 한 번 해볼까요?


십자가와 마주 본 것처럼 자리를 잡은 크리스가 미소 지은 채 의연에게 부탁했다.


-아. 아아. 안녕하세요. 민의연입니다.


의연은 구원망을 연기할 때가 아닌, 본인의 말투와 어조로 가볍게 인사했다.


"뭐야, 연기 그만 하는 거야?"

"그런데 뭐하러 십자가 뒤에 숨어있는 거지."


-오오. 오늘은 평소의 모습으로 진행하시려나 보네요? 다행이다. 저는 이쪽이 훨씬 익숙하거든요. 서울에 살고 계시는 분들도 예전의 그의 모습을 봤다면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그의 평소 성격은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 똑같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살고 계시며 영상으로만 의연을 접하신 분들은 많이 생소하시겠죠. 평소에 영상으로 그가 보이는 모습은 언제나 '구원망의 메시아'의 모습이니까요.


-간단히 말하자면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네요. 평소에 영상으로 남는 제 모습이 약간 그렇잖아요. 사람들을 구하는... 저랑은 정말 어울리지 않는 이명이라고 생각하지만, 맡은 바 책무를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가요? 평소의 의연 모습도 충분히 사람들을 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미 아실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많이 달라졌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야 할 입장이었으니까요.


-그렇긴 하죠. 뭐, 그 이야기는 이미 많이 했었으니까 넘어가도록 하죠. 오늘은! 바빌론 100층 등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부른 거니까요!


-그렇네요. 100층 등반이랑 앞으로의 저의 행보에 대해 궁금하실 분들이 참 많을 테니까요.


"맞아. 궁금하긴 해."

"저 녀석 100층 등반하고 뭐 하려나?"

"다른 나라의 탑 등반한다 거나?"

"딱히 재미없을 거 같은데."


-100층 등반이라~ 100층에는 뭐가 있을까요? 저 너무 기대돼요! 혹시 의연은 100층에 뭐가 있는지 알고 계신가요?"


크리스가 눈을 반짝이며 의연에게 물어보자 의연은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에 대답했다.


-100층에는 제단이 있어요. 90층에 있던 제단과 마찬가지로 90층 대를 클리어한 파티를 위한 보상으로 존재하는 제단이에요.


"저 녀석 또 미래 예지를 이용한 건가?"

"사기다 사기."

"100층에 뭐가 있는지 알고 있어서 이렇게 시간을 질질 끌었구나."

"그래도 뭐, 굳이 말하면 사실은 사실이니까."


-엥? 90층이랑 100층이 똑같다니. 이건 너무 실망스러운데요? 대망의 바빌론 완등의 결과가 이미 90층에서 봤던 결과라니.


-그렇게 생각하실 수밖에 없을 거예요. 실제로 지금 방송을 보고 계신 분들도 별거 아니네, 재미없네, 설마 정말 차이가 없는 건가?... 그리고 '굳이 말하면 사실은 사실이다.'라고 생각하고 계실 거예요.


"... 응?"

"... 잠깐만."


신들이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런데 사실은 전혀 달라요. 90층의 제단과 100층의 제단은, 만든 존재가 다르거든요. 90층은 '천사'가, 100층은 '신'이 만든 제단이에요.


의연의 말에 방송을 보고 있던 신... 이격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저건 미래를 안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어떻게 안 거지?"

"저 녀석 도대체 정체가 뭐야."

"어이, 이단! 저 녀석 도대체 뭐하는 놈이야!"


"어, 어떻게... 아무리 그래도 저건..."


이단신 역시 그가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는 건 어림풋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런 것까지 알고 있을 줄은 몰랐는지 무척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들어줄 수 있는 소원의 범위가 달라요. 90층의 제단은 천사가 들어줄 수 있는 범위 내로 멋대로 해석해서 들어주거든요. 가령, 90층의 제단에서 '신을 만나게 해줘.' 라고 빌면 천사는 신이 아닌 자신들을 만나게 해주죠.


"... 저 인간, 방금 선을 넘었어."

"어떻게 아는 거지?"

"진짜 이상하잖아. 저 녀석 뭐냐고."


"저, 저도 잘..."


"이단."


멀리서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검은빛이 다가와 이단을 불렀다. 그의 표정 역시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아래로 내려가서 그를 확인하고 와라."


"네? 지, 지금이요...?"


"뭔가가 있다. 화면의 시점에 그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도, 자신의 상징물로 모습을 감춘 것도, 분명히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이다. 크리스라는 인간은 여전히 네 아이이니 현신을 통해 그를 직접 보고 와라."


검은빛의 명령.

상당히 무리한 명령이었지만, 이단이 생각하기에도 그것만큼 확실한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의 두 눈으로 저 순백의 십자가 뒤에 숨어서 아무도 몰라야 할 비밀을 마구 떠벌리는 남자를 확인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 네."


이단신은 무리하게 중간계로 내려가기로 했다.


****


"뭔가 이상하네요. 천사의 권한으로 신을 만날 수 없다면, 그냥 안 된다고 말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어째서 신을 만나게 해준다는 소원에 자신들..."


띠링!


열심히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있던 크리스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응? 뭐지?"


[시스템 알림.]

[신 - '이격을 관찰하는 이단'이 교황 -크리스의 몸을 빌려 현신합니다.]


"예? 지금? 어, 자, 잠깐...!"


크리스의 머리 위로 황금빛의 빛 기둥이 쏟아져 내리더니 그에게 후광이 생겨났다.

이단신이 크리스의 몸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 호오."


크리스의 앞에 있던 의연이 재밌다는 듯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리고, 크리스의 몸을 빌린 이단신이 눈을 떴다.


「민의연, 당시ㄴ... 아...」


그리고 민의연을 본 순간, 그녀의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정체가 뭐냐고 직접 물으려던 그녀의 입이 벌어진 채 다물어지지 않았고 안 그래도 새하얗던 피부는 정말 죽은 것처럼 창백하게 변했다.


"내려올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방송 도중에 난입하다니... 그렇게 빨리 죽고 싶었나?"


이단신의 앞에 있는 것은 민의연이었다.


... '구원망의 메시아'가 아닌, '절멸의 짐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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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종장 에필로그 04 24.02.05 46 2 9쪽
372 종장 에필로그 03 24.01.31 46 2 10쪽
371 종장 에필로그 02 24.01.18 55 3 21쪽
370 종장 에필로그 01 24.01.04 53 2 14쪽
369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23. [또다른 선택지] 23.12.21 55 2 18쪽
368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22 [선택] 23.12.14 48 2 15쪽
367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21 ['이야기'의 끝?] 23.12.10 48 2 13쪽
366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20 [너를 저주한다.] 23.12.05 49 3 17쪽
365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9 [전력 차] 23.12.01 51 3 13쪽
364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8 [돌이킬 수 없는 죄] 23.11.28 55 2 12쪽
363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7 [나는 아직 놓아줄 생각이 없단 말이지.] 23.11.25 52 3 17쪽
362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6 [외전.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주인공의 후회일기] 23.11.19 60 3 38쪽
361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5 [약속이다.] 23.11.15 53 3 13쪽
360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4 [정당한 살의] 23.11.11 52 3 10쪽
»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3 [마지막 게스트] 23.11.07 55 2 19쪽
358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2 [진룡] 23.11.03 56 2 13쪽
357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1 [붕괴환향] 23.10.30 57 2 12쪽
356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0 [용] 23.10.27 52 3 9쪽
355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9 [만개화] +1 23.10.23 57 2 12쪽
354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8 [꽃봉오리] 23.10.20 55 2 12쪽
353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7 [마더 공략법2] 23.10.16 56 2 11쪽
352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6 [마더 공략법] 23.10.14 57 2 9쪽
351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5 [마더 우로보로스] 23.10.11 59 3 11쪽
350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4 [99층] 23.10.08 49 3 11쪽
349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3 [초고속 등반] 23.10.06 59 3 12쪽
348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2 [전형적인 탑 등반 스토리] 23.10.04 58 3 10쪽
347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1 [앞으로의 목표] 23.10.02 6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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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 6장 에필로그 08 23.09.26 58 3 17쪽
344 6장 에필로그 07 23.09.23 59 3 21쪽
343 6장 에필로그 06 23.09.21 61 3 11쪽
342 6장 에필로그 05 23.09.18 60 3 12쪽
341 6장 에필로그 04 23.09.16 62 3 13쪽
340 6장 에필로그 03 23.09.13 61 3 17쪽
339 6장 에필로그 02 23.09.12 67 2 15쪽
338 6장 에필로그 01 23.09.10 63 3 12쪽
337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7. [정리 끝] 23.09.07 69 3 12쪽
336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6 [다른 쪽 뒷정리] 23.09.05 68 3 10쪽
335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5 [뒷정리2] 23.09.04 65 3 13쪽
334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4 [뒷정리] 23.09.03 67 2 13쪽
333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3 [그렇기에, 전능] +1 23.09.01 69 3 12쪽
332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2 [불가능을 지배하는 주인.] 23.08.31 72 5 13쪽
331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1 [만능. 허나 불가능.] 23.08.30 71 4 10쪽
330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0 [떨고 있는 거 같았는데...] 23.08.28 65 4 17쪽
329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9 [빠른 퇴장] 23.08.26 73 3 12쪽
328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8 [구조 신호] 23.08.24 75 5 12쪽
327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7 [괴물이냐.] 23.08.22 75 4 17쪽
326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6 [조연의 등장] 23.08.20 79 3 17쪽
325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5 [각자의 전투] 23.08.18 75 3 12쪽
324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4 [이제 막 시작된 전투] 23.08.16 75 4 11쪽
323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3 [전투 시작] 23.08.14 71 4 11쪽
322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2 [평소랑 전혀 다르거든요.] 23.08.12 79 4 11쪽
321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1 [주인공이니까요.] 23.08.10 83 3 11쪽
320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0 [제 2회 걸즈토크] 23.08.08 88 5 17쪽
319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9 [더 쉬고 계세요.] 23.08.06 74 4 9쪽
318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8 [선과 악의 사이] 23.08.04 82 5 15쪽
317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7 [거래인가 협박인가] 23.08.02 74 5 16쪽
316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6 [개화] 23.07.31 76 5 16쪽
315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5 [81층] 23.07.29 70 4 12쪽
314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4 [다음 스토리] 23.07.27 78 3 13쪽
313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3 [주인공과 빌런의 첫 만남] 23.07.25 79 4 14쪽
312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2 [이단이 몰랐던 것] 23.07.24 76 4 15쪽
311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1 [주인공과 빌런의 만남] 23.07.21 74 3 14쪽
310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0 [과거 덮어쓰기] 23.07.19 76 4 8쪽
309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9 ['이야기'의 시작] 23.07.17 80 3 15쪽
308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8 [무엇을 했는가...] 23.07.15 77 4 12쪽
307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7 [2번째 만남] 23.07.14 72 4 10쪽
306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6 [다음 일정] 23.07.13 87 4 11쪽
305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5 [완전 무장] 23.07.11 71 4 10쪽
304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4 [재회] 23.07.10 68 4 9쪽
303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3 [바빌론 등정] 23.07.09 78 4 11쪽
302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2 [그의 정체는 무엇인가] 23.07.08 76 4 15쪽
301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1 [구원망] +1 23.07.07 77 4 15쪽
300 5장 에필로그 16. [4장](수정) 23.06.26 87 4 11쪽
299 5장 에필로그 15 [4장] 23.06.25 82 3 12쪽
298 5장 에필로그 14 [4장] 23.06.24 81 4 10쪽
297 5장 에필로그 13 [4장] 23.06.23 75 3 11쪽
296 5장 에필로그 12 [4장] 23.06.22 83 4 16쪽
295 5장 에필로그 11 [4장] 23.06.19 83 3 12쪽
294 5장 에필로그 10 [4장] 23.06.18 87 4 13쪽
293 5장 에필로그 09 [4장] 23.06.17 74 4 9쪽
292 5장 에필로그 08 [막간] 23.06.15 80 3 12쪽
291 5장 에필로그 07 [막간] 23.06.15 78 4 13쪽
290 5장 에필로그 06 [막간] +1 23.06.12 85 4 13쪽
289 5장 에필로그 05 [3장] 23.06.11 83 3 15쪽
288 5장 에필로그 04 [2장] 23.06.09 86 3 13쪽
287 5장 에필로그 03 [1장] 23.06.06 80 4 18쪽
286 5장 에필로그 02 [1장] 23.06.05 80 4 12쪽
285 5장 에필로그 01 [프롤로그] 23.06.03 129 4 17쪽
284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8. [MESSIAH] 23.05.31 85 4 16쪽
283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7 [치킨런] 23.05.31 78 4 11쪽
282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6 [이어서] 23.05.27 127 4 18쪽
281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5 [끝] 23.05.25 77 4 10쪽
280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4 [상황 종료] 23.05.23 81 4 13쪽
279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3 [민의연?] +1 23.05.21 84 4 9쪽
278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2 [모두가 죽게 된 이유] 23.05.19 93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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