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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미상의 서재입니다.

전 세상에서 가장 긴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작자미상.
작품등록일 :
2022.05.14 17:28
최근연재일 :
2024.02.26 21:00
연재수 :
374 회
조회수 :
52,563
추천수 :
1,863
글자수 :
2,099,473

작성
23.05.27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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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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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8쪽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6 [이어서]

DUMMY

검은 공간.

민의연에게 있어서 매우 익숙한 이계의 틈새.


"의연!"


절멸이 미리 보냈던 천아가 도플갱어와 함께 의연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괜찮아?"


천아가 걱정스레 그의 안부를 물었다.


"아아... 나는..."


그리고 천아의 생각대로 의연의 반응은 평소에 틈새에 왔을 때와 달랐다.


몸은 사시나무처럼 떨었고 눈은 초점조차 잡히지 않고 끝없이 방황했다.


그의 상태가 어떤지 깨달은 천아는 그의 머리를 꽉 끌어안았다.


"괜찮아. 모두 괜찮아. 다시 돌아가니까 괜찮아."


그녀의 행동은 앞으로 민의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어 보였다.


"아아아아!!"


의연이 절규하기 시작했다.


중간계와는 다르게 감정이 되살아나는 이계의 틈새.


그리고 틈새로 오기 전에 했던 행동이나 말로 생기는 극도의 자괴감과 괴리감.


그런데 이번에 틈새로 오기 전에 의연에게 있었던 일은 모든 일행과 가족의 죽음. 그리고 자기 자신의 죽음이다.


"아아아~!!"


머리가 망가진 상황에서도 억눌리지 못하고 넘쳐 흘렀던 의연의 부정적인 감정이.

죽기 전에 시간을 들여 정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던 부정적인 감정이 틈새에 도착하자 폭발하듯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모두가!!"


"아니야! 의연 때문이 아니야!"


절규하는 의연을 꽉 붙들며 천아는 의연이 미치려는 걸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지금까지 천아가 만나 왔던 회차가 끝난 민의연은 대부분 그래 왔다.


아무리 꿋꿋하게 자기 죽음과 동료의 죽음을 받아들이려 해도 그 순간이 찾아오면 버티지 못했다.


편지로 봐왔던 광경과 똑같은 동료의 죽음.

하지만 편지와 다르게 코끝을 찌르는 비릿한 피 냄새는 전신을 전율시키고 얼음장같이 차가운 피부는 그의 손끝에 있는 온기마저 뺏어갔다.


어디에도 없었던 하나뿐인 소중한 딸.

언제나 자신을 향해 활짝 웃어주고 안겨왔던 딸이.

사랑한다고 말해도. 미안하다고 말해도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머리로는 분명히 알고 있었던 회차의 끝.

언제나 죽을 수도 있다는 각오로 살아왔었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모조리 처음으로 되돌아간다는 허무와 이미 자신이 수십만 번의 회차를 모두 잊고 살았던 것처럼 자신도 완전히 사라질 거라는, 나는 이미 '내'가 되어버렸단 원초적인 공포가 전신을 옥죄였다.


한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미쳐버릴 일을 한꺼번에 겪었다.


천아는 그런 민의연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필사적으로 보듬었다.


"의연은 사라지지 않아. 걱정하지 마. 언제나 의연은 의연이야. 기억을 잠깐 잃을 뿐이야. 동료도 다시 만날 수 있어. 모두와 다시 만날 수 있어. 동료는 물론, 메리도 만날 거야! 걱정하지 마. 내가 다시 만날 수 있게 도와줄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면 내가 전부 이야기해줄게. 그러니까...!"


"아아아!!"


"그러니까 제발...!"


지금까지 셀 수 없는 '민의연'이 존재했다.


광신살을 잡지 못했던 '민의연'도 있고,

이브와 싸웠던 '민의연'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런 '민의연'들 중,

이 만큼 많은 일을 해왔던 민의연은 없었다.

이 만큼 많은 인연을 쌓아온 민의연은 없었다.

그렇기에,

이 만큼 많은 죽음을 한꺼번에 목격한 민의연은 없었다.


창에 찔려 죽는 순간에 눈이 마주친 루시아.

자신을 구하다 폭발에 휘말리면서도 언니와의 만남을 부탁하던 독화향.

그리고 자신이 너무 무력하여 구하지 못한 고통스럽게 죽어가던 딸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너무 많은 일을 해왔기에, 그가 받은 충격은 다른 '그'와 비교할 수 없었다.


"실패한 게 아니야. 모두가 죽은 게 아니야. 다시 만날 수 있어."


그런 그가 얼마나 고통스러워 할지 알고 있었기에,


"나도 덕분에 전혀 다치지 않았어. 다시 시작하면 돼. 모두와 다시 만나면 돼. 그러니까 울지 마..."


천아는 그의 곁에서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그를 위로했다.


****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났다.


천아의 노력 덕분인지 아니면 영원히 울 수는 없어서 그런 것인지 의연이 비명은 점점 줄어들어 작은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이제 좀 진정 되셨습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곁에서 천아와 의연을 지켜보고 있던 도플갱어가 입을 열었다.


"생각을 정리해야 합니다. 그래도 천아 님은 다치지 않고 돌아올 수 있었지 않습니까. 이번 회차는 분명 앞으로 당신의 길에 큰 영향을 끼칠 회차였습니다."


"도플! 꼭 그렇게 말해야겠어?!"


천아가 너무 남 일처럼 말하는 도플갱어에게 도끼눈을 뜨며 소리쳤다.


"제가 아니면 누가 말하겠습니까. 몇 번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생을 큰 한 걸음으로 보고 다음 걸음을 준비해야 합니다. 어떤 정보를 남길지, 어떤 기억을 남길지 확실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의연은 지금까지 함께 해온 동료를 전부 눈앞에서... 잃어버렸단 말이야!"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슬플지 저도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이번만이 아닙니다. 천아 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모든 '민의연'이 지금까지 그래 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 온 것이지 않습니까."


도플갱어의 정론에 천아가 뭐라 반론을 하지 못했다.


그저 더욱 힘껏 의연을 끌어안을 뿐.


"... 편지."


그리고 도플갱어의 말에 조금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는지 의연이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제가 만들어진 이후로 지금까지 거의 모든 '당신'을 봐왔지만, 이렇게 많은 일을 해낸 민의연은 없었습니다. 확실하다고 하지 못하겠지만, 정말로 당신이 원하는 이야기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겁니다."


"끝... 낼 수 있을까."


힘없이 중얼거린 의연의 말에 도플갱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다시 한 번. 다음 회차를 시작하고 이번에 일어난 문제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편지를 써서 다음의 '당신'에게 보내줘야 합니다."


도플갱어의 말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의연의 앞에 새하얀 편지지와 펜이 나타났다.


"......"


천아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펜을 손에 쥔 민의연은 쉽게 편지에 글을 쓰지 못했다.


"왜 그러시는지 알고 있습니다.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리니 자기 자신이 완전히 사라진다고 생각하시고 계시겠죠. 하지만 분명하게 당신은 모든 회차가 당신입니다. 당신이 만들었던 제가 확신할 수 있습니다."


"맞아. 의연은 언제나 똑같이 의연이야. 언제나 날 구해 주려 노력하고 모두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의연이야."


도플갱어와 천아는 의연에게 열심히 위로의 말을 건넸다.


하지만 의연의 입에서는 전혀 다른 걱정이 흘러나왔다.


"독설화와 아가씨를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줄 수 있을까."


"... 어? 뭐라고?"


"약속했어. 꼭 만나게 해주겠다고. 둘이 웃으며 만날 수 있게 돕겠다고 약속했어. 죽게 되더라도. 다음 회차가 되더라도 꼭 만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어."


"그... 건 편지에 써야겠, 지...?"


"뭐라고 써야 하지? 독설화는 사실 독화향이라고? 독설화는 미국에 있다고? 독화향은 죽기 전에 꼭 언니를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고?"


독화향의 비밀.

독설화의 비밀.


그것은 의연이 봐온 엄청난 양의 편지의 산물이다.

무수한 연결 고리들이 맞물려 겨우 도달하게 된 결정체다.


"독설화는 사실 독화향이고, 둘은 서로 만나고 싶어한다고. 그렇게 적는 걸로 되는 걸까?"


"......"


결코.

글자 몇 개, 문장 몇 줄로는 전부 담아낼 수 없는 것이다.


"메리는. 메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의연."


"천아. 메리를, 다시 만날 수 있어? 나는 메리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거야? 확실히?"


"편지를 써야겠죠. 다시 메리가 당신의 딸이 될 수 있도록. 인간이 될 수 있도록."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천아를 대신해 도플갱어가 말했다.


"뭐라고... 뭐라고 써야 하지? 어떻게 남겨야 하는데?"


민의연은 모른다.

메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해서 그 아이가 잠운룡과 함께 여행을 떠난 지.

무슨 생각으로 신의 안배를 양보했는지.

무슨 생각으로 인체신에게 그런 소원을 빌었는지.

전혀 모른다.


"메리가 인간이 된 회차가 있다. 다시 꼭 인간으로 될 수 있게 도와. 라고 쓰면? 그걸로 다시 메리가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의연은 계속해서 천아와 도플갱어에게 물었다.


"다음의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


"... 더 잘할 수도 있습니다."


"더."


도플갱어의 말에 의연이 되물었다.


"더. 잘할 수도?"


"......"


그러나 도플갱어는 의연의 말에 확실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도플갱어. 메리가 인간이 되었던 회차. 없다고 그랬지."


"... 네."


"천아가 틈새를 나갔던 회차도 지금까지 없었다고 했지."


"네."


"아가씨의. 독화향의 언니인 독설화는? 너 알고 있어?"


"... 네."


"내가 독설화랑 만난 회차는? 있어?"


"그건 말할 수 없습니다."


"말해. 나 이미 죽었어."


"그렇다 하더..."


"말해! 독설화랑 독화향과 만나게 했던 적 있어?! 없어?!"


"의, 의연..."


천아가 의연의 외침에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 당신이 독설화와 만났던 적은 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나는 몰라?"


그러나 천아의 부름에도 의연은 멈추지 않았다.


"......"


"독화향이 독설화와 그렇게 만나고 싶어하는데. 죽기 전까지 그렇게 내게 빌 정도로 만나고 싶어하는데 어째서? 나는 왜 독설화가 미국에 있다는 걸. 만났다는 걸 편지로 보질 못했지? 내가 못 찾은 건가? 그런 건가?"


계속되는 의연의 질문에 도플갱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내가 자세하게 편지를 써. 그런데 다음 회차가... 내 편지를 못 본다면? 내 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만약에 메리가 인간이 되지 못한다면? 설화와 화향을 만나게 해주겠다 해놓고 무리라고 생각해서 그대로 못 만난 채 이야기를 끝내 버린다면?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다른 이들은? 혹시 무적공이나 욕망공. 크리스 씨나 단절공, 마룡제, 제레온 씨.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내' 잘못된 행동에 무슨 일이 생기면? 그럼 어떻게 하지?"


"의연. 진정. 진정하자? 지금 너무 격양됐어."


천아가 도플갱어에게 끊임없이 물어보는 의연을 꽉 안으며 그를 진정시키려 했다.


"이번 회차처럼 모두와 함께할 수 있어? 정말로?"


의연이 추궁하듯 도플갱어에게 질문하자,


"... 아마 불가능하겠죠."


결국 도플갱어는 그렇게 대답했다.


"불가능... 하다고?"


"아무리 똑같이 하려고 하더라도 편지만으로는 완벽하게 따라갈 수 없겠죠. 당신의 칭호가 있으니까."


미래 예지와 정해진 운명의 길을 모조리 비틀어 버리는 민의연의 칭호.


그것이 이번에는 방해였다.


"그래. 불가능하다는 거지."


"하지만 다른 회차의 당신이 그러했듯이 당신의 기억을 남기면 됩니다. 그렇게 한다면, 비록 바로 똑같은 길을 걷진 못하더라..."


"얼마나? 얼마나 더 많은 회차를 봐야 하는데? 얼마나 더 해야 하는데?"


"의연. 부탁이니까 조금 진정해."


"여기까지 왔는데. 또다시 처음부터?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게? 다시 0부터 시작하라고? 편지를 쓸 수 있으니까 한 걸음 걸은 거라고?"


"... 어쩔 수 없습니다. 이미 죽은 이상. 그저 편지에 최대한 많은 양의 정보를 담는 수밖에."


"......"


이미 죽어버린 이상.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편지를 남기는 것뿐.


"... 헛소리하지 마. 어쩔 수 없다는 건 없어."


"네?"


"다시. 다시 이어서 시작할 거야."


"...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민의연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하기 위해서 편지에 손을 가져갔다.


"다시 완벽하게 똑같이 할 거야. 처음부터. 모든 행동을."


"... 설마!"


민의연이 하는 말의 뜻을 깨달은 도플갱어가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설마 되돌아가는 즉시 자신의 기억을 전부 다 넘길 생각이십니까!"


"에? 전부?"


"잠시 기다리세요!"


도플갱어가 편지로 향하는 의연의 손을 붙잡으며 소리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


"이거 놔."


의연이 자신을 막은 도플갱어를 노려봤다.


"절대 안 됩니다! 지금 당신의 행동이 얼마나 미친 짓인지 알고 있는 겁니까! 잘못했다간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단 말입니다!"


"이 방법밖에 없어."


"방법이 아니라 자살일 뿐입니다! 왜 지금까지 편지들이 당신이 중간계에 도착하자 마자가 아니라 시간을 들여 조금씩 전해졌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중간계에 막 도착한 민의연은 그야말로 무지몽매.

이 세상의 잔혹함을 전혀 모르는 꿈만 꾸는 엑스트라.


단 하나의 검은 편지를 보는 걸로 방에 틀어박혀 공포에 떨던 민의연에게 모든 기억을 넘기는 건 말 그대로 자살하자는 것과 다름없었다.


"할 수 있어."


"불가능합니다! 당신이기에 더욱더! 당신의 기억은 '바이러스'보다 더 치명적이란 말입니다!"


"할 수 있어."


"할 수 없다는 걸 당신이 더 잘 알지 않습니까!"


"내 판단에 관여하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고 했잖아?"


"크윽...! 억지 부리지 마세요! 자살 행위일 뿐입니다!"


"그럼 말해봐. 이 방법 말고 다시 모두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의연의 말에 도플갱어가 머뭇거리면서도 머리에 떠오른 방법을 말했다.


"그, 그건 편지를 잘 쓰는 걸로 어떻게든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천아 님도 계십니다. 이곳에 오실 때마다 천아 님에게 말씀을 드려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겠습니까."


"그래! 의연. 내가 있잖아. 내가 다 이야기해줄게. 나는 의연이 원하는 건 뭐든지 답해줄 수 있어!"


"... 천아는 알아? 메리가 어떻게 인간이 되었는지. 화향과 설화의 꿈에 대해서?"


"어? 그건..."


천아가 버벅이자 의연은 다시 편지로 손을 뻗었다.


"절. 대. 로! 안 됩니다!"


도플갱어가 다시 의연을 막았다.


"방해하지 마. 도플갱어."


"죽어도 안됩니다! 지금 당신의 선택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계십니까? 딸을 못 만나거나 약속을 못 지키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영원히 입니다! 중간계가 영원히 당신이 편지를 받고 죽는 그 시간에 갇히게 된단 말입니다!"


"......"


"그리고 그걸 천아 님과 저는 영원히 지켜봐야 합니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천아 님은?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이나 동료와 다르게 이 틈새에서 영원히 당신이 죽는 걸 지켜보고 있어야만 하는 천아 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


"이해는 합니다. 메리와 다시 만나는 것과 독설화 님의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죠.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그만큼 천아 님과 다른 분들도 중요합니다."


도플갱어는 진심을 담아 설득했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지 않도록 간언했다.


"... 그래."


그리고 그의 말이 조금은 통했는지 의연은 편지에 뻗은 손을 거뒀다.


"... 잘 생각하셨습니다."


도플갱어는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었다... 만 민의연은 그대로 자기 생각을 철회할 생각이 없었다.


"천아. 부탁이야."


의연이 자신을 부축하고 있는 천아의 손을 꼭 붙잡으며 끌어당겼다.


"어? 왜... 엣?!"


천아의 얼굴 앞으로 의연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너, 너무 가까운데...?!"


"모두와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어."


"왜, 왜 그러는데!"


천아가 부끄러움에 소리를 쳤고, 의연은 다시 편지에 손을 뻗어 움켜쥐었다.


"잠! 무슨 짓을!"


도플갱어가 막을 새도 없이 편지는 민의연의 기억이 모두 담긴 검은 편지로 변했다.


그리고 그 후, 의연의 몸이 점점 빛의 가루로 변하기 시작했다.


의연은 자신의 손에 있는 검은 편지를 천아에게 내밀었다.


"내 모든 것이 담긴 편지야. '내'게 보내는 시기는 중간계에 도착하고 건물을 나서는 그 순간. 도플갱어의 말대로 그 순간의 '내'가 내 기억을 버티지 못할지도 몰라. 하지만 버틸 수 있는 '나'도 있을지 몰라."


의연의 팔이 완전히 빛가루로 변했다.


천아는 의연의 손에서 떨어지는 검은 편지를 허둥거리며 붙잡았다.


"만약에 '내'가 많은 회차를 지나도 편지의 기억을 버티지 못한다면, 편지를 찢어."


"뭐라고?"


"편지를 찢게 되면... '나'를 부탁할게. 틈새로 올 때마다 다시 모두와 만날 수 있게, 모두를 구할 수 있게 곁에서 도와줘."


"잠깐만! 그런 중요한 일을 나 같은 애한테!"


"부탁해. 천아."


"의연!"


의연은 결국 그렇게 말을 남기고 틈새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천아는 당황한 표정으로 도플갱어를 쳐다봤다.


도플갱어 역시 천아와 별다를 바 없는 얼굴이었다.


"어, 어떻게 해? 도플?!"


도플갱어는 천아의 질문에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하긴요. 의연의 말대로 해야죠. 어떻게 해서든 고집을 꺾고 싶었는데... 그래도 선택지는 천아 님에게 드린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죠."


"... 만약에 도플의 말대로 의연이 이 편지를 버티지 못하면 이거 찢어야 해?"


"그렇게 되겠죠. 편지가 '민의연'에게 날아가는 것은 막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편지 자체를 완전히 없앨 수밖에요."


"언제까지 지켜보고?"


"그건 의연의 말대로 천아 님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천아 님이 못 버티겠다고 생각할 때. 찢으면 될 겁니다."


"그, 그래도 의연이 버틸 수도 있잖아? 그렇지?"


"......"


"뭔가 말을 해주면 안 될..."


후욱!


"아."


"... 시작됐군요."


천아의 손에서 의연이 맡긴 검은 편지가 사라졌다.


.

.

.


민의연의 목숨을 건 치킨런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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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종장 에필로그 04 24.02.05 46 2 9쪽
372 종장 에필로그 03 24.01.31 47 2 10쪽
371 종장 에필로그 02 24.01.18 55 3 21쪽
370 종장 에필로그 01 24.01.04 54 2 14쪽
369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23. [또다른 선택지] 23.12.21 55 2 18쪽
368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22 [선택] 23.12.14 49 2 15쪽
367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21 ['이야기'의 끝?] 23.12.10 48 2 13쪽
366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20 [너를 저주한다.] 23.12.05 49 3 17쪽
365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9 [전력 차] 23.12.01 51 3 13쪽
364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8 [돌이킬 수 없는 죄] 23.11.28 55 2 12쪽
363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7 [나는 아직 놓아줄 생각이 없단 말이지.] 23.11.25 52 3 17쪽
362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6 [외전.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주인공의 후회일기] 23.11.19 60 3 38쪽
361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5 [약속이다.] 23.11.15 53 3 13쪽
360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4 [정당한 살의] 23.11.11 53 3 10쪽
359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3 [마지막 게스트] 23.11.07 55 2 19쪽
358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2 [진룡] 23.11.03 57 2 13쪽
357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1 [붕괴환향] 23.10.30 57 2 12쪽
356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10 [용] 23.10.27 52 3 9쪽
355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9 [만개화] +1 23.10.23 57 2 12쪽
354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8 [꽃봉오리] 23.10.20 56 2 12쪽
353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7 [마더 공략법2] 23.10.16 56 2 11쪽
352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6 [마더 공략법] 23.10.14 58 2 9쪽
351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5 [마더 우로보로스] 23.10.11 60 3 11쪽
350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4 [99층] 23.10.08 49 3 11쪽
349 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3 [초고속 등반] 23.10.06 5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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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 6장 에필로그 07 23.09.23 59 3 21쪽
343 6장 에필로그 06 23.09.21 61 3 11쪽
342 6장 에필로그 05 23.09.18 6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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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7. [정리 끝] 23.09.07 69 3 12쪽
336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6 [다른 쪽 뒷정리] 23.09.05 68 3 10쪽
335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5 [뒷정리2] 23.09.04 65 3 13쪽
334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4 [뒷정리] 23.09.03 67 2 13쪽
333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3 [그렇기에, 전능] +1 23.09.01 69 3 12쪽
332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2 [불가능을 지배하는 주인.] 23.08.31 72 5 13쪽
331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1 [만능. 허나 불가능.] 23.08.30 72 4 10쪽
330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30 [떨고 있는 거 같았는데...] 23.08.28 66 4 17쪽
329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9 [빠른 퇴장] 23.08.26 74 3 12쪽
328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8 [구조 신호] 23.08.24 75 5 12쪽
327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7 [괴물이냐.] 23.08.22 75 4 17쪽
326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6 [조연의 등장] 23.08.20 79 3 17쪽
325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5 [각자의 전투] 23.08.18 76 3 12쪽
324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4 [이제 막 시작된 전투] 23.08.16 75 4 11쪽
323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3 [전투 시작] 23.08.14 71 4 11쪽
322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2 [평소랑 전혀 다르거든요.] 23.08.12 80 4 11쪽
321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1 [주인공이니까요.] 23.08.10 83 3 11쪽
320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0 [제 2회 걸즈토크] 23.08.08 89 5 17쪽
319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9 [더 쉬고 계세요.] 23.08.06 75 4 9쪽
318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8 [선과 악의 사이] 23.08.04 82 5 15쪽
317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7 [거래인가 협박인가] 23.08.02 74 5 16쪽
316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6 [개화] 23.07.31 76 5 16쪽
315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5 [81층] 23.07.29 71 4 12쪽
314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4 [다음 스토리] 23.07.27 79 3 13쪽
313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3 [주인공과 빌런의 첫 만남] 23.07.25 80 4 14쪽
312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2 [이단이 몰랐던 것] 23.07.24 77 4 15쪽
311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1 [주인공과 빌런의 만남] 23.07.21 74 3 14쪽
310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10 [과거 덮어쓰기] 23.07.19 76 4 8쪽
309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9 ['이야기'의 시작] 23.07.17 81 3 15쪽
308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8 [무엇을 했는가...] 23.07.15 77 4 12쪽
307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7 [2번째 만남] 23.07.14 73 4 10쪽
306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6 [다음 일정] 23.07.13 88 4 11쪽
305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5 [완전 무장] 23.07.11 71 4 10쪽
304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4 [재회] 23.07.10 68 4 9쪽
303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3 [바빌론 등정] 23.07.09 79 4 11쪽
302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2 [그의 정체는 무엇인가] 23.07.08 77 4 15쪽
301 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01 [구원망] +1 23.07.07 77 4 15쪽
300 5장 에필로그 16. [4장](수정) 23.06.26 87 4 11쪽
299 5장 에필로그 15 [4장] 23.06.25 82 3 12쪽
298 5장 에필로그 14 [4장] 23.06.24 81 4 10쪽
297 5장 에필로그 13 [4장] 23.06.23 75 3 11쪽
296 5장 에필로그 12 [4장] 23.06.22 83 4 16쪽
295 5장 에필로그 11 [4장] 23.06.19 83 3 12쪽
294 5장 에필로그 10 [4장] 23.06.18 87 4 13쪽
293 5장 에필로그 09 [4장] 23.06.17 74 4 9쪽
292 5장 에필로그 08 [막간] 23.06.15 80 3 12쪽
291 5장 에필로그 07 [막간] 23.06.15 78 4 13쪽
290 5장 에필로그 06 [막간] +1 23.06.12 85 4 13쪽
289 5장 에필로그 05 [3장] 23.06.11 84 3 15쪽
288 5장 에필로그 04 [2장] 23.06.09 86 3 13쪽
287 5장 에필로그 03 [1장] 23.06.06 80 4 18쪽
286 5장 에필로그 02 [1장] 23.06.05 81 4 12쪽
285 5장 에필로그 01 [프롤로그] 23.06.03 129 4 17쪽
284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8. [MESSIAH] 23.05.31 86 4 16쪽
283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7 [치킨런] 23.05.31 78 4 11쪽
»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6 [이어서] 23.05.27 128 4 18쪽
281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5 [끝] 23.05.25 77 4 10쪽
280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4 [상황 종료] 23.05.23 81 4 13쪽
279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3 [민의연?] +1 23.05.21 84 4 9쪽
278 5장. 빌런 민의연 시점 42 [모두가 죽게 된 이유] 23.05.19 93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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