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주인공 야마타노 오로치 시점 22 [평소랑 전혀 다르거든요.]
오로치 파티의 기습은 전광석화와 같았다.
이런 기습에 익숙하지 않은 루시아와 독화향의 반응은 살짝 늦었고, 애초에 전투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메리와 천아는 아예 반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담은 딱히 피할 생각도 없는지 터져나간 벽을 힐끔거릴 뿐 가만히 앉아있었다.
하지만 만능성과 운룡, 이브, 알파와 무적공은 재빨리 반응했다.
만능성은 즉시 파티 모두에게 무영창의 방어 마법을 걸어 파편으로 피해를 입는 것을 막았고, 운룡과 이브는 곧바로 건물 밖에 있는 오로치 파티를 향해 뛰어들었다.
"무적공! 알파를 부탁합니다!"
만능성이 이번 전투에서 빠지기로 한 알파를 무적공에게 부탁했다.
"아, 응. 맡겨주렴."
"...?! ...!!!"
운룡과 이브처럼 오로치 파티를 공격하기 위해 이미 검을 휘두르기 직전이었던 무적공은 만능성의 말에 검을 집어넣으며 싸우기 위해 육체를 변환시키고 있던 알파를 잡아당겼다.
"역시, 평범한 엑스트라보다 뛰어난 반응 속도군. 무사시."
끄덕!
오로치 파티의 야마토와 무사시가 달려드는 운룡과 이브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쎄엑!
<읏!>
이브가 위험한 기운을 뿜어내는 야마토의 검을 보고는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해 몸을 비틀어 피하며 아담의 곁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운룡은,
쎄에... 퍽!
"...!"
무사시가 휘두르는 검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의 팔목을 붙잡았다.
꾸우욱...!
운룡이 무사시의 팔목을 으스러질 정도로 강하게 움켜쥐었다.
"한꺼번에 쓸어버릴 기회가 제 발로 찾아오다니."
운룡이 이죽거리며 중얼거리자 무사시가 다급히 그에게 붙잡힌 팔을 빼내려 했다.
그러나 그의 팔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뿌득!
그 사이, 운룡의 팔에서 평범한 사람이라면 나지 않을 거 같은 소리와 함께 근육이 급격히 팽창했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샌가 머리 위로 '불괴'를 들고 있는 운룡의 반대팔도 마찬가지였다.
"죽어!"
특유의 외침과 함께 운룡이 불괴를 휘둘렀다.
파아앙!!
운룡이 휘두른 불괴가 공기를 찢는 소리를 내며 오로치 파티를 덮쳤다.
퍼버벅!
기다란 불괴에 근처에 있던 야마토와 붙잡혀 있던 무사시는 피하지 못하고 정통으로 맞으며 허리가 꺾였고 살짝 떨어져 있던 다른 오로치 파티들은 불괴 때문에 발생한 충격파에 휩쓸리며 땅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일격이었다.
"... 뭔가가..."
그러나 생각보다 너무 간단히 첫 타를 허용하는 오로치 파티를 보며 운룡이 이상함을 감지했다.
퍼퍼펑!
"...! 분신?"
땅으로 추락하던 오로치 파티 전원이 터지듯이 사라졌다. 운룡의 예상대로 오로치 파티는 다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불가능 결계]!"
챠라라라라락!
숙소의 안쪽에서 칸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숨어서 준비를 해둔 것인지 의연 파티 개개인을 동시에 결계로 가두기 시작했다.
오로치 파티의 계획은 메리가 말한 '만능성의 배제'보다 한 단계 위인 파티 전원의 격리.
결계가 의연 파티를 가두는 속도는 일순一瞬.
만능성이나 이브는 물론, 무적공조차 그 속도는 대처할 수 없는 속도였다.
하지만,
"어! 어떻게 해?!"
의연 파티에는 시간의 진리를 깨달은 존재가 한 명 있었다.
'뭘 어떻게 해!'
'일단 모으자!'
'흩어지게 하는 게 목적이라고 메리가 그랬잖아!'
'모두를 한곳으로 모아!'
칸나의 외침 때문에 뭔갈 해야 한다는 생각에 도달한 천아가 결계가 만들어지는 그 찰나의 시간 속에서 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분열과 동시에 시공을 접어 움직인 천아는 가장 가까이 있는 루시아와 천아의 손을 붙잡았다.
'루시아랑 화향은 잡았어!'
'다음! 가까이 있는 사람은?!'
시공을 접어 움직이는 천아였지만, 그녀의 사고는 그 수가 무한할 뿐, 생각하는 시간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만능성, 메리, 아담, 이브.'
'다 비슷한데?'
'어디로 가야하는 거지?'
'만능성한테 붙는 게 가장 안전하지 않을까!'
파라라락!
생각하는 사이에 만능성의 결계가 가장 먼저 닫혔다.
가장 1순위였던 목표가 사라지자 천아의 머릿속에서 사라지자 남아있던 선택지들로 천아들의 선택이 분산되기 시작했다.
나머지 역시 결계가 완성되기 직전이었다.
'고민할 시간 없어! 바보야!'
천아는 생각을 멈추고 본능에 따라 몸을 움직였다.
"이쪽이다."
천아가 숙소 밖으로 뛰어갔다.
파라락!
그리고 그와 동시에 결계가 완성되며 일행이 격리되었다.
"뭐야 이거! 방어막?"
만능성이 결계에 갇혔다.
"진정하세요! 결계사의 결계에요!"
이제야 정신을 차린 메리도 갇혔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담, 제가 처리할게요.>
"어."
아담의 곁에 있던 이브는 그와 함께 갇혔다.
"후아! 안 늦었다!"
"천아? 방금 뭘 하신 거예요?"
"상황이 너무 급하게 흘러가는구나."
"뭐야, 이건."
그리고 천아는, 자신이 이끈 다른 일행과 함께 운룡이 갇힌 결계 안에 모였다.
"에...? 뭐야! 분명 칸나는 따로따로 가뒀는데!"
눈 깜빡임 사이에 이동한 천아의 움직임에 칸나가 당황했다.
그리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브가 게이트를 열려 했다.
띠링.
[능력 무효화 공간입니다.]
꾸깃.
이브가 얼굴을 사정없이 찡그렸다.
칸나의 [불가능 결계]가 메리가 말했던 이브의 대책이었다.
이브는 게이트 사용을 포기하고 힘으로 결계를 부수기 위해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러나 그 전에,
"[헤매어라.]"
야마토의 주문이 더 빨랐다.
그의 손에 들려있는 평범해 보이는 나뭇가지. 지난 한 달의 시간을 이용해 준비한 안배 중 하나.
"[낙원에 도착하는 그날까지.]"
지정한 것을 멀리 떨어트려 서로 만날 수 없게 만드는 '40년을 헤매는 광야'.
야마토가 지정한 것은 칸나가 만든 결계.
"한곳으로 모인 것은 예상외. 허나 이 정도는 상정 내구려."
"모두, 나중에 보지."
어느샌가 의연 파티가 갇혀 있는 결계 내부로 오로치 파티가 들어와 있었다.
번쩍!
'40년을 헤매는 광야'가 빛을 내뿜었다.
오로치 파티와 의연 파티가 안배의 힘으로 순식간에 흩어졌다.
의연 파티의 숙소가 정적에 휩싸였다.
"... 괜찮겠지?"
오로치 파티의 목표가 아니었는지 결계에 갇히지 않았던 무적공이 알파를 지키며 중얼거렸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구나. 일단 영희한테 가야겠어."
무적공은 알파를 데리고 공의회로 움직였다.
****
서울의 끄트머리.
"여기 어디야?"
"몰라! 와 본 적 없는 곳인데?"
"남산 타워가 보이는데? 일단 서울인가 봐."
천아와 루시아와 화향의 손을 잡고 있는 다른 천아들이 한마디씩 했다.
"흠... 메리가 말한 오로치 파티의 계획이 이것이었나."
"아무래도 천아 덕분에 완전히 뿔뿔이 흩어지진 않았나 보네요."
루시아와 화향도 상황파악을 끝냈다.
"저희 앞에 있는 분들이 상대라는 거네요."
루시아는 언제 공격할지 모를 오로치 파티를 보며 말했다.
의연 파티와 함께 날려온 오로치 파티의 수는 넷.
한조, 마이, 미코, 스즈란.
"예지대로 만능성의 배제는 성공했구려."
한조가 평소와 다르게 진지한 모습으로 자세를 잡고 말했다.
"이 이후는 저도 몰라요. 어차피 언제 어떤 방법으로 또 사교도에게 이용될지 모르니, 조심하세요."
"보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미 승기는 저희 쪽에 있사옵니다.
예정된 상황.
그리고 분명히 단언할 수 있는 압도적인 전력의 차.
"그런데 저거... 어제랑 똑같은 사람 맞아...?"
그럼에도 쿠나이를 쥐며 전투 준비를 하던 마이가 위기 의식을 느끼며 미코에게 물었다.
"똑같은 사람이에요... 아마도."
미코가 마이의 질문에 살짝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보고 있는 존재는 잠운룡이었다.
****
"자, 운룡. 화이팅이에요."
루시아가 한 발 물러섰다.
"...?"
"어차피 방해만 될 터이니,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네겐 좋겠지."
화향도 루시아와 마찬가지로 뒤로 물러났다.
"... 뭐?"
"어, 어... 우, 운룡 화이팅!"
분위기에 휩쓸린 천아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운룡을 응원하고 뒤로 도망쳤다.
"... 뭔데. 왜 나한테 다 떠넘기는 건데."
여성진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운룡이 뒤를 돌아보며 짜증을 냈다.
"그러기로 하셨잖아요?"
"내가 언제."
"아까 만능성에게 그리 말하지 않았느냐. 질 거란 생각이 안 든다고."
"... 하!"
운룡은 너무 당당한 루시아와 화향의 태도에 잠시 얼이 나갔다.
"어- 힘들면 내가 도와줄게!"
세 명의 말다툼을 지켜보던 천아가 순수한 마음으로 운룡과 힘을 합쳐 싸울 각오를 다졌다.
"그렇구나. 뭐, 정 안된다면 어쩔 수 없지. 도와주도록 하마."
"아~ 안 되시는구나. 알겠어요."
그런데 그런 선의에 화향과 루시아의 도발이 곁들여졌다.
그리고 그 효과는 대단했다.
"뭐야 그건. 마치 내가 이기지 못할 것처럼 들리는데."
운룡이 화향과 루시아에게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
"어, 어라? 그런 생각으로 한 말은 아니었는데?!"
운룡의 반응에 천아만 괜히 당황했다.
"아니, 본녀가 네게 과분한 부탁을 했구나.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지."
"죄송해요. 저희 생각이 짧았네요. 같이 싸우죠."
"화향? 루시아?"
빠직!
운룡의 관자놀이에 혈관이 튀어나왔다.
"필요없어.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 거기서 지켜보라고."
운룡이 화향과 루시아를 잠시 노려보곤 홀로 오로치 파티에게 걸어갔다.
"그래요? 그럼 화이팅이에요~"
루시아는 운룡을 막지 않고 손을 흔들며 그를 배웅했다.
운룡이 앞으로 나서는 걸 걱정스레 쳐다보던 천아가 루시아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걱정했다.
"루시아...? 정말 운룡 혼자 싸우게 해도 되는 거야?"
"... 푸훗!"
루시아는 천아의 반응이 귀여웠는지 웃음을 참지 못했다.
"당연히 안 되죠. 주인공과 싸우는 건 장난이 아니니까요. 말만 그럴뿐이에요. 운룡은 이렇게 도발해주는 게 꽤 좋거든요."
"그-런 거야? 일부러 도발한 거야?"
끄덕.
옆에 있던 화향도 아무것도 안 할 것 같던 말과 다르게 어느샌가 손에 냉기와 독기를 흘리며 전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걱정하지 말거라. 정말로 위험하다고 생각했으면 이런 장난도 치지 않느니라."
"... 진짜 괜찮은 거지?"
"네. 천아는 잘 못 느끼실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그는 평소랑 전혀 다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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