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장. 주인공 민의연 시점 06 [마더 공략법]
"[마더가 몸으로 만드는 '원'을 조심하세요. 그 사이를 통과하면 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마더의 머리 주변에서 날아다니며 시선을 끄는 역할을 하는 의연이 틈틈이 계획 때 말했던 주의 사항을 다시 한 번씩 일깨웠다.
"카더라 아니었어?!"
계획을 설명할 땐 농담일 거라 생각했던 건지 천아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글쎄. 정확한 정보가 없는 걸 보면 직접 들어가 본 사람이 정말로 다 죽어서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닐까?]"
"따, 땅으로 가요. 악마 씨! 저 하늘에선 도망치지 못해요!"
날개를 이용해 날아다니던 악마 대부분이 천아의 말에 땅으로 뛰어가게 됐다.
[기적을 행사합니다. 바라보는 자, 살아남을 지어다.]
'운룡의 일격'을 날려 빈사 상태에 빠졌던 운룡이 구리 뱀의 기적을 통해 손끝을 꿈틀거리며 정신을 차렸다.
"운룡! 일어났어? 다음 일격 준비하면 될까?"
"허! 죽기 직전에 겨우 되살아난 사람에게 하는 말이 그거냐... 으음~? 몸이..."
외견으론 아무런 변화가 없는 운룡이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팔을 휘둘렀다.
"[운룡, 다음 공격 부탁해요. 눈을 맞출 수 있으면 좋고 안된다면 그냥 얼굴 주변으로 부탁할게요.]"
그러나 그렇게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다. 의연의 말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떠올린 운룡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을 준비했다.
"[메리, 이브. 운룡의 공격을 한 직후에 진입하세요. 뿔까지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위험하니 주의하세요.]"
의연의 말을 듣고 오늘 하루 합을 맞춰야 하는 기억의 돌을 보며 이브가 말을 걸었다.
<돌... 이라고 부르는 게 좋겠습니까?>
기억의 돌이 말을 할 수는 없는지 이브의 부름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더가 운룡에게 한눈판 사이에 단숨에 게이트로 올라가겠습니다.>
"아담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알아서 올라갈 거야. 네 걱정이나 하는 게 어때? 원래 내가 지키는 걸로 예정 돼 있었지 않나?"
"그건 괜찮아요. 천아 언니가 있으니까요."
"나! 등장!"
메리의 말이 끝나자마자 어디선가 나타난 천아가 메리의 옆에 착 달라붙었다.
"...뭐, 내가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크게 다치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저 '구리 뱀'으로 가라고. 죽진 않겠지."
"걱정하지 마세요."
"[운룡의 제 2격이 곧 시작됩니다. 마더의 몸부림을 주의하세요. 천아, 움직이는 걸 멈추고 피할 준비를. 이브, 메리도 준비.]"
운룡의 첫 번째와는 다르게 마더의 몸 근처에서 이동 중인 천아들이 긴장하며 회피를 준비했다.
뿌드득!
다시 한 번 들어 올려진 황금빛 불괴.
-쿠오오오!
운룡을 발견한 마더가 자신에게 위협이 된다는 걸 안 그를 내버려둘 생각이 없는지 날파리처럼 날아다니는 의연을 무시하고 운룡을 향해 몸을 날렸다.
"크흐...! 저거 막을 수 있는 거 맞지?!"
전신이 터질 것 같이 힘을 모으고 있는 운룡이 옆에서 다른 마법을 준비하고 있는 론에게 소리를 질렀다.
론의 왼손은 아주 작게 빛을 내고 있었다.
"이론상으론 가능해야 하는데... 장담은 못하겠는데?"
"야!"
"나도 이런 크기를 상대하는 건 처음이란 말이야!"
론이 그렇게 변명하며 운룡과 마더 사이로 뛰어올랐다. '전능의 권능'을 사용하지 않고 마더의 육탄 돌격을 막을 계획은 한 가지. 론의 최강의 방어 마법인 '부동의 왼손'.
"[내 육체 에너지의 일부를 '마력'으로 대체한다.]"
거기에 '권능 열화판'을 섞었다.
"[론, 발판을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마더의 가늠할 수 없는 중량을 평범한 바닥이 버틸 수 없을 거라 생각하여 의연의 십자가를 이용해 론을 지탱할 계획이었다.
십자가는 마더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 10m가 넘는 크기로 변하며 론의 발판이 되었다.
어느새 론의 시야는 마더의 얼굴로 가득 찼다. 규격 외의 부피와 중량에 강한 기압이 론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뒤에서 준비하고 있는 운룡과 자신을 지키는 건 오로지 자신이 만들어낸, 온갖 단점을 억지로 욱여넣음으로 절대 지지 않을 거란 일념으로 만들어낸 '부동의 왼손' 뿐.
오로지 그의 재능으로 만들어낸, 절검제와 마찬가지인 그의 역작.
"의연! 이거 진짜 막을 수 있는 거지!"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론의 '부동의 왼손'이 깨진 건 단 한 번도 본 적 없으니까요!]"
"이번에 처음으로 깨질 수도 있다는 거잖아!!"
-쿠아아아아!!
론의 눈에 보이는 건 오로지 마더의 비늘 하나 뿐.
이미 다른 방도를 생각하거나 실행할 수 있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마더의 머리가 론과 부딪히기 바로 직전, 그는 자신의 왼손을 내질렀다.
"[부동의 왼손]!!"
콰아아앙~!
마더의 머리와 론의 왼손이 굉음을 일으키며 부딪혔다.
"오, 오오!!"
론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찌부러지지 않았다. 마더의 속도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일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중량의 돌진을 론의 '부동의 왼손'은 막아냈다.
스르륵...
"우, 우왓! [부동의 왼손]!!"
극단적으로 낮은 지속 시간을 가진 '부동의 왼손'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에너지를 변환하여 준비한 마력으로 커버하여 다시 한 번 마법을 사용했다.
"하하! 덤벼라! 내 부도ㅇ..."
구그그...!
"어, 어라?"
론의 몸이 밀려나는 게 아니라 추락하기 시작했다.
"[론, 죄송한데 제가 못 버텨요.]"
"뭐?!"
론의 발판을 자처했던 순교의 십자가가 부서지진 않았지만, 아래로 밀려나는 걸 버티진 못했다. 한계를 넘은 것처럼 그냥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역시 원래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으면 한계라는 게 있는 법이네요.]"
"그걸 그렇게 능청스럽게 말하면 어떻게 해!"
"[그래도 이 정도 버텼으면 됐잖아요?]"
"된 거야?!"
"크하아악!!"
론의 뒤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추락하던 십자가는 론을 태운 채 옆으로 도망치듯 움직였다.
"어이쿠!"
마더의 압력이 사라지고 옆으로 이동하는 십자가 때문에 균형을 잃은 론이 넘어지고, 십자가의 옆으로, 왠지 모르게 아까보다 더 큰 '운룡의 일격'이 날아갔다.
론이 만들어낸 약간의 틈은 마더를 향한 공격을 준비하기에 충분했다.
마더의 남은 한쪽 눈을 향해 날아가는 황금의 충격파.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던 마더는 반대쪽 눈도 그냥 바칠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쿠오오오!
이미 막는 건 늦었다고 판단. 곧바로 머리를 옆으로 돌렸다.
카가가가가가!
완벽하게 피하진 못했지만, '운룡의 일격'이 마더의 눈이 아니라 그 옆의 피부를 갉아냈다.
"오오오! 대단해 운룡!"
이번에도 유효한 공격을 성공한 운룡을 향해 론이 감탄을 보냈다. 정작 운룡은 땅바닥에 쓰러져 그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못했지만 말이다.
****
마더가 운룡에게 완전히 시선이 팔린 사이.
마더의 머리 위.
쯔어억.
공간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새까만 게이트가 나타났다.
게이트의 안에서 이브와 기억의 돌이 조용히 나와 주변을 확인했다.
<자신의 머리 위까지 정신을 쏟을 여유는 없나 보군요.>
끄덕끄덕.
마더의 머리 위에는 이브와 기억의 돌이 부셔야 할 뿔이 6개나 있었다.
<돌은 오른쪽의 뿔을 부탁합니다. 제가 왼쪽을 맡도록 하죠.>
둘이 해야 할 일은 6개의 뿔 중 가장 큰 2개의 뿔을 마더가 알아채기 전에 부수는 것.
기억의 돌은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가장 볼품없어 보이는 장난감 검, '소울 이터'를 준비하고, 이브는 모든 죄악을 뒤섞은 시꺼먼 덩어리, '죄악의 과실'을 준비했다.
<아아아아!!!>
자신에게 벌써 2번이나 큰 상처를 준 운룡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 마더는 자신의 머리 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몰랐다.
찌이잉---!
'죄악의 과실'은 검은 구체에서 검은 선으로, 검은 선에서 검은 면이 되었다.
그 면은 마더의 뿔 뿌리를 분리시켰다.
그리고 동시에,
푸욱.
-쿠아?!
육체가 아닌 영혼을 잘라내는 '소울 이터'가 마더의 뿔을 간단히 뚫었다.
'죄악의 과실'에 깔끔하게 잘려나간 왼쪽 뿔은 제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졌다.
<... 제대로 공격한 거 맞습니까?>
이브가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이는 오른쪽 뿔을 보며 기억의 돌에게 묻자 돌은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를 세웠다.
파스스스...
그리고 그녀의 확신에 답을 하듯, '소울 이터'를 중심으로 마더의 뿔에서 색이 사라지더니 점차 가루가 되어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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